(제 97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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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밤 내리던 눈은 이른새벽이 되여서야 그치였다. 이 며칠사이 김중건이네들은 김책공업종합대학이며 국가과학원에 가서 과학자들과 점결제협의를 하고 자체로 점결제를 만들었다는 공장에 가보기까지 하였다. 이어 공장이 특별히 제공해준 합숙의 뜨뜻한 온돌방에 둘러앉은 그들은 밤이 새도록 진행한 토론끝에 결과물을 이끌어내고야말았다. 그리고는 눈을 조금 붙였다가 자리를 일었다.

그들을 태운 소형뻐스는 첫 새벽걸음을 하는지라 눈이 쌓인 도로에 힘들게 바퀴자국을 찍으며 길을 내다싶이 달리였다. 말그대로 벌벌 기다싶이 하며 굴러간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였다. 그나마도 동북리로 넘어가는 고개 한중간에서 힘이 진하여 그만에야 서버리고말았다.

모두가 내려 차를 밀었다. 앞에서는 두명이 눈가래로 길을 내였고 나머지는 뒤에서 차를 밀었다. 한참 신고를 해서야 소형뻐스를 고개마루에 올려놓을수 있었다.

《땀이나 들이구 가자우.》

김중건은 세수수건으로 땀발이 가득 돋은 얼굴을 문대며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애젊은 기사들은 저마끔 눈덩이를 굴려 눈사람을 만드는것이였다. 그러던 그들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이번에는 눈싸움을 벌리는것이였다. 역시 청춘은 청춘이였다. 주위에 펼쳐진 포근하고 정결한 흰눈의 세계에 뛰여들고싶어 감질이 났던 모양이였다.

아이들처럼 웃고떠들며 갈갬치는 기사들을 바라보던 중건은 담배 한대를 붙여물고서는 흡족하게 웃었다.

이 아침 김중건은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엊저녁에 토론을 하던중 강냉이변성가루로 점결제를 만들 방도밖에는 다른 수가 없다고 우겨대던 기사가 점토로 대신할수 있는 착상을 내놓았던것이다.

이것을 듣던 김중건은 여태껏 심중을 누르고있던 어망처망한 중압감이 순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감을 거뿐하게 느꼈다. 점결제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강냉이량은 결코 작은 량이 아니다.

기업소사람들이 지난 몇년동안 애면글면하면서 제 궤도에 올려놓은 부업농장, 여기서 나오는 강냉이를 다 밀어넣고도 전망적으로는 국가에까지 손을 내밀어야 하는 형편이 아닌가. 김중건은 너무 기뻐 점토방안에 대한 과학적계산이나 토론을 시작하기도 전에 흥분하여 례의 그 기사를 꽉 끌어안아주었다.

땀이 식으며 한기가 느껴지여 손에 들었던 솜저고리에 팔을 꿰는데 책임기사처녀가 다가오더니 차가 선김에 식사하고 떠나지 않겠는가고 묻는다. 기사들이 출출해한다는것이였다.

《그럴가?!》

손목시계를 한번 들여다본 김중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푸근한 기온에 바람 한점 없었고 길 저편 안침진 곳에는 버섯모양의 지붕까지 해씌운 식사터까지 있어 아침식사장소로는 그저그만이였다.

남녀기사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식탁에 음식을 차리기 시작하였다.

《정희책임기사, 유철기사에겐 밥 쪼꼼 주라우.》

중건은 책임기사가 김이 무럭무럭 피여오르는 감자밥을 그릇에 퍼담는것을 띠여보며 시까슬렀다.

《왜 말입니까?》

첫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떠나는 바람에 식사를 못해 배가 고팠던지 식탁에 차려지는 음식들을 넘보며 연신 목젖을 움직이던 유철이라고 불리우는 기사가 불만조로 따진다.

《동무때문에 기업소부업농장 농사는 물론이고 축산까지 모두 망할번했으니까. 동무가 강냉이변성가루로 점결제를 만들겠다구 피대를 돋굴 때 이 지배인은 심장마비에 걸릴번했단 말이야.》

《그래 대신 점토로 점결제를 만들수 있는 착상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아직이야 탁상공론이지 뭐. 기업소에 가 그걸 빚어서 로에 먹여봐야 알아.》

《그렇다구 밥량가지구 해볼거야 있습니까. 지배인동지가 정 그러면 점토안에 강냉이변성가루를 첨가제루 같이 쓰구말겠습니다.》

와하하- 하는 웃음판이 터졌다. 김중건이도 입을 벙글써 열고 소리내여 웃었다.

 

김중건이네들이 기업소에 도착한것은 아침 첫시간이 어지간히 지나서였다. 남문을 통과하여 먼저 중량레루직장에 들려 생산정형을 알아보고난 중건은 산소분리기직장에 가 차에서 내리였다.

남녀기사들을 자기 직장으로 떠나보낸 그는 산소분리기가동실태를 알아본 다음 산소열법용광로복구현장에로 발길을 돌렸다.

현장가까이에 이르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진청색솜옷에 같은 색갈의 솜바지를 입은 림성남이 바삐 걸어오는것이였다.

《지배인동무, 됐수다. 마음을 놓아도 되겠소.》

아닌밤중에 홍두깨 내미는 식의 화제에 중건이 벙해있었다.

《현재의 용광로밑통을 해체하지 않구두 복구할수 있는 방도를 찾아냈단 말이요.》

《그래요?》

김중건은 대뜸 얼굴에 화색을 띠웠다. 림성남의 말대로 된다면 적지 않은 자금예비가 조성된다. 이것으로 해결할 문제들이 오죽 많은가.

《무슨 방법이우?》

다우쳐묻는 말에 림성남은 감동스러운 기색을 지으며 말하는것이였다. 당중앙위원회 일군이 찾아와 혼자서 속을 썩이느라 그러지 말고 대중토의에 붙여보라는 조언을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술집단전체와 용광로직장 로동자들과 무릎을 마주해본 결과 기술적으로 담보할수 있는 방안이 나왔다는것이였다.

이어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난 중건은 좋은 조언을 준 당중앙위원회 일군이 참으로 고마왔다. 그는 송림공업대학이며 기업소두뇌진에 의거하여 자체의 과학기술력량을 꾸리면 무서울것이 없고 지배인이 마음먹은대로 일판을 펼칠수 있다고 간곡하게 이르신 어버이장군님의 음성이 귀전을 울려와 새삼스럽게 힘과 용기가 북돋아오르는것같았다.

림성남이에게 몇가지 지시를 주고 헤여진 후 내처 걸어 북문지구에 들어선것은 반시간 채 못미쳐서였다. 청년선제직장으로 향하던 김중건은 정문쪽에서 기업소기동예술선동대의 뻐스형방송선전차가 내달려오는것을 띠여보았다.

(청년선제직장에 와서 경제선동을 하려고 오는 행차인게군.)

직장은 최근 창전거리건설장에 필요한 긴급각강과제를 맡아안고있었으므로 초고전력전기로를 운영하는 강철직장과 함께 기업소에서 제일 드바쁜 단위로 되고있었다. 때문에 기업소련합당에서는 청년선제와 강철직장에 경제선동의 총화력을 집중하고있었다.

아니나다를가 짐작대로 강철직장쪽으로 나진 소도로를 지나치며 방송선전차가 그냥 내달아온다. 저 차엔 분명히 예술선동대와 늘 동행하는 나이많은 부비서가 타고있을것이다. 이제 그와 마주쳐야 한다고 생각해보니 이마살이 다 찡그러진다.

부비서로 말하면 김중건이처럼 황철토배기인데다가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아래웃집에 살아 각별한 사이였다. 그랬던 이들사이가 이상하게 번진것은 기업소가 생산활성화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원인은 부비서가 책임비서를 든장질해서 새 악기며 방송기재구입, 문화회관대보수를 비롯해서 자기네 부서단위꾸리기에 필요한 강재와 자금을 《부지런히 옭아내다》 못해 나중에 정면돌입에 들어가 중건이를 《괴롭히는데》 있었다. 방법은 여러가지였는데 대체로 지배인은 확실히 일군이요, 황철이야 김중건이 없으면 안되지, 저 내각이랑 금속공업성에 앉아있는 어른들이 지배인을 두고 황깍쟁이라구 혀를 턴다는데 그건 다 몰라서 그래, 실지 얼마나 통이 크구 씀씀이가 경우 바른지야 온 황철이 잘 알지 하며 추고 깎는 칭찬식과 퇴근길에 들려선 이건 우리 로친이 담근 잣술인데 혈압에 좋다우, 자기 전에 한고뿌씩 하면 좋단데, 우리 로친이 제 령감보다 지배인건강 더 근심합데라고 하며 10들이 장통을 부엌구석에 슬며시 놔주는 《코아래진상》식이였다.

김중건은 평소에 자기를 질군중의 질군이라고 인정하고있었는데 정작 부비서와 맞다들려보니 두손을 들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령감의 검질긴 성미가 자기를 릉가하였던것이다. 그래서 중건은 먼발치에서 그를 보기만 하면 피하군 하였다.

만나면 부탁한것을 언제 들어주겠느냐고 또 들어붙을것이다. 출장을 떠나기 이틀전에 찾아와 직관선전의 중요성을 루루이 력설하고나서 직관물수송용화물차를 해결해줄것을 부탁하였었다. 이에 김중건은 《갔다온 담에 련합당에 제기해서 토의에 붙여봅시다.》라고 듣기 좋게 물리쳐버리였다.

(난사로군. 제꺽 피하는것이 상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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