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 회)
제 3 장
사랑의 감정은 어디서부터 흐르는가
7
오늘 학선은 바삐 돌아갔다. 며칠째 품을 들인 밤낚시에 숭어가 걸려든것이다. 그는 저녁밥을 지으러 들어왔던 로친에게 잔소리를 해가며 숭어탕을 끓였다.
천호가 발효제생산조의 조장이 된 다음부터 일체식사는 공장합숙에서 하지만 언제든 제손으로 낚은 물고기를 먹이고싶었던 학선이였다.
그의 마음을 더없이 기쁘게 한건 천호네 발효제생산조에 연구사처녀가 같이 속한것이다. 사실 전번에 나섰던 처녀는 잘 알지도 못했기때문에 그렇게 정이 없었다. 단지 자기가 살아있을 때 빨리 천호의 살림을 차려주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앞섰기때문이였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대학때부터 알던 처녀겠다, 지금은 같은 연구조에 속해서 연구사업을 하니 얼마나 좋은가. 벌써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그는 공장에서 집으로 들어올 때면 꼭 실험실에 들려 아들이 처녀와 같이 있는걸 보고서야 돌아서군 했다. 볼수록 마음에 들어 그들의 앞에 잔치상이라도 차려준것만 같아 가슴이 흐뭇해왔다.
문득
학선은 다시 쟁개비뚜껑을 열어보았다. 신선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나는게 구미가 동했다. 숭어탕이 들어있는 쟁개비우에 밥곽을 올려놓고 풋강냉이까지 몇개 더 넣은 학선은 부지런히 걸음발을 다우쳤다.
그의 걸음은 청년들이 떠들어대는 종합조종소앞에서 멈추어섰다. 얼핏 들으니 무슨 기술혁신안에 대한 이야기였다. 공장기술자들은 누구나 기술혁신창안건을 내놓게 되였으니 요즘은 어디서나 그런 소리를 듣게 되였다.
우리 천호는 무슨 기술안을 준비하는지.
웬일인지 천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종소안에 없으니 무인화호동에 갔을거라고 생각하며 돌아섰다.
무인화호동은 오리사들이 주런이 자리잡은 첫줄 맨앞에 있었다. 활짝 열린 문안으로 들어서던 학선은 눈이 덩둘해졌다. 외벽부터 뽀얀색으로 단장된 호동은 분살오른 처녀의 얼굴처럼 환했다. 입구 맨앞에는 유리로 막힌 칸이 하나 더 있는데 탁우에 콤퓨터가 놓여있는게 보였다.
기웃기웃하며 호동안에 들어서니 콤퓨터앞에 있던 누군가가 일어서며 반색하는데 다가가니 천호와 단짝인 연구사 태인이였다.
《아,
《오, 자네였구만. 조종소에 들리니 천호가 없더구만.》
차학선은 자기가 기사장을 할 때와는 대비도 안되는 호동안을 보며 입을 딱 벌리였다. 집필조에 망라된 후에는 공장에 자유롭게 드나들군 했지만 무인화호동으로 꾸리는 이 호동은 처음 와본다.
그야말로 촌닭 관청에 온듯 어리어리해서 돌아보기만 했다.
《
그가 오리기르기칸, 휴계실, 배전반실, 창고며 기계실을 열어보였다.
학선은 오리기르기칸안에 들어갔다. 제일먼저 눈에 띄우는게 천정 마루에 걸린 직경이 50cm쯤되는 3개의 천정송풍기였다. 그런 송풍기는 출입문의 맞은켠 벽체에도 3개나 설치되여있었다. 그것이 돌아가면서 오리우리안의 공기를 갈아주게 될것이라는 짐작을 하니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중으로 되여있는 벽체와 창문도 만져보았다.
《정말 빈틈이 없군. 이렇게 하면 추운 겨울에도 온도보장이 잘되지. 이게 다 선생이 한 설계인가?》
《아니, 집체적으로 했습니다. 그저 시작을 먼저 했을뿐입니다. 》
《시작이 중요하지, 시작이.》
《아닙니다. 아마 당비서동지의 노력이 없었다면 아직도 뭉개고있을겁니다. 이 오리호동이 이렇게 완성되기까지 당비서동지가 우리 대학에 오간 길이 얼마나 되는지 모릅니다. 그럴 때 보면 당비서가 아니라 대학연구사같기도 하고 공장의 기술일군같기도 합니다. 저 창문 하나, 벽두께, 공중에 매달린 송풍기, 배풍기, 저기 배설물처리기 하나하나엔 다 당비서동지의 구상과 착상이 깃들어있습니다. 지금 당비서동진 공장의 모든 호동들을 이런 수준으로 올리자는것입니다.》
《정말 쉽지 않은 사람이야. 허, 그래서 김 안나는 숭늉이라는 말이 있댔군.》
《예, 정말 기술문제가 제기돼도 제꺽제꺽 풀리고 배짱이 맞아서 일을 제끼니 아무리 힘이 드는 일이라고 해도 성수가 난단 말입니다.》
《음.》
학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리우리 가운데통로를 따라 한동안 오갔다. 그러다가 가운데기둥을 중심으로 좌우로 2층으로 된 우리를 바라보고는 《알맞춤하구만.》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안에 살찌우기 오리를 300마리씩 넣는다고 합니다.》
《300마리? 그러면 한호동에 2 000마리쯤 되는 오리가 자라게 되는데 아주 리상적이야.》
학선은 뒤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보았다.
《여기는 콤퓨터실과 련결되여있어 우리안의 오리상태를 감시하고 먹이공급기의 작용을 감시조종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기에…》
태인이가 남쪽과 북쪽벽체중심을 가리켰다.
《감시촬영기가 있어 호동안의 오리상태와 모든 사양관리정형이 종합조종소에 실시간으로 전송되게 되여있습니다.》
《허, 희한하구만. 아니, 이건 뭔가?》
학선은 레루우에 올려 있는 네모지면서도 큼직한것을 가리켰다.
《이게 먹이공급기입니다. 자.》
학선은 태인이가 친절하게 이끄는대로 밖으로 나가 놀이장에 설치되여있는 배합먹이탕크를 보았다. 그 탕크에 채워진 먹이가 콘베아를 통해 호동안의 먹이배합기로 운반되는것이 쉽게 리해되였다.
물공급장치도 오리들에게 항상 신선한 물을 공급할수 있게 되여있었다. 겨울에는 물을 덥혀서 공급할수 있게
그다음부터 학선은 인형처럼 태인이가 이끄는대로 이끌려 연방 경탄을 터치며 오리우리를 구경했고 그의 설명을 들었다.
온도와 습도도 다 자동적으로 조절되고 배설물처리도 자동적으로 진행되는 장치를 보면서는 감탄만 했다. 아직은 완공전이지만 지금의 이상태만 해도 만족했고 보기만 해도, 설명을 들은것만 해도 눈앞이 환했다.
이번엔 덧먹이혼합기를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천호네가 한다는 발효제가 바로 여기에 들어가 혼합된다. 이런 훌륭한 호동에서 아들이 만든다는 발효제먹이를 먹고 소화흡수를 잘 시켜 종당에는 증체률이 높은 오리가 줄줄 생산되게 되겠으니 그야말로 이 무인화호동은 오리들의 보금자리가 틀림없었다.
《그런데 우리 천호는 어디 갔나?》
한동안이 지나서야 학선은 자기 정신으로 돌아왔다.
《시내에 좀 갔습니다.》
태인의 명쾌한 대답이였다.
《시내에?》
태인이가 발효제시험생산을 위한 자료때문에 수려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대학에 갔다는 말을 하자 학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테지. 둘이 자전거를 타고 같이 오가느라 묻어돌아가는 사이면 상당히 가까와 질게다.
《
태인이가 책상앞에서 물러나 학선앞으로 와서 슬쩍 물었다. 학선은 그가 자기의 속내를 알자고 슬며시 중뜬다는것을 알자 흔연히 입을 열었다.
《글쎄 나야 더 이를데 없는데 우리 천호의 마음이 어떤지.》
아닐세라 고지식하면서도 참지 못하는 성미인 태인은 대바람에 자기속을 드러냈다.
《아, 갈데 있나요.
《잘했네.》
학선은 흡족해서 일어났다.
《그럼 이따가 오면 같이들 먹으라구, 공장식당에 가지 말구. 식당에서 어련히 잘해주겠지만 이건 내가 직접 잡은 숭어야. 셋이서 적지 않을가? 우리 천호두 그렇구 선생두 그 연구사처녀에게 좀 양보하라구.》
학선은 그 봉창으로 또 숭어잡이를 할 생각으로 몸이 달았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몇밤을 새워 숭어잡이를 한대도 피곤한줄을 모를것같았다.
《그런데 수려가 집에서 제창 저녁을 먹고 오면 야단인데.》
태인이가 난처한듯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학선을 바라보았다.
《집에서 먹다니, 집이 어디게?》
문으로 나가던 학선은 깜짝 놀라 돌아섰다.
《수려네 집은 바로 학교마당옆에 있는 사택입니다.》
《뭐라구?! 아니, 종합대학 연구사라면서?》
《연구사는 연구사인데 얼마전에 이사를 왔습니다. 아버지가 여기로 나오는 바람에. 시인민위원회에서 부장을 하던 분인데 그만…》
《그럼 그 처녀가 강시연부장의 딸인가?》
학선은 대번에 정신이 휙 돌았다. 그 순간에 주변이 온통 꺼꾸로 돌아가는것같았다.
《
벌써 태인의 목소리는 한풀 죽어있었다.
《그… 그걸 우리 천호도 아는가?》
학선은 이 말을 가까스로 했다.
《뭘 말입니까? 아버지가 공장에 내려온걸요? 그거야 알지요. 수려를 위안하면서 힘을 주었는걸요. 아버지는 아버지고…》
학선은 그만 고개를 푹 떨구었다. 이미 안단 말이지. 그러니 모든것은 명백했다. 그는 일어나려고 힘을 주었다. 그러나 물속에나 빠진듯 도무지 맥을 출수가 없었다. 그만에야 일어나다 말고 그 자리에 푹 주저앉고말았다.
《아니,
태인이가 깜짝 놀라 다급히 일으키려들자 학선은 가까스로 일어났다.
《진정하십시오. 아버지가 해임됐다고 해도 수려는 대학연구사로 그냥 있습니다. 그가 여기로 아주 온건 아닙니다.》
태인이가 따라오며 무슨 말인가 끝없이 했지만 학선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아,
학선은 여전히 귀가 먹은듯 흐리멍텅한 눈을 곧추 들고 어정어정 걸어가기만 했다. 앞이 온통 새까매서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같이 갑시다.》
태인이가 팔을 잡으려들자 학선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뿌리쳤다.
《일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