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2 회)

종 장

(1)

 

2015년 12월 어느날 저녁.

지정된 시간이 가까와오자 당중앙위원회 소회의실로는 참가자들이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속에는 평양에 올라오자바람으로 도착한 주영호도 있었다.

잠시후 김정은동지께서 보폭큰 걸음씨로 회의실에 들어서시였다. 회의참가자들인 당과 정부, 군부의 책임일군들이 몸거둠새를 바로 하며 모두 일어섰다.

연탁에 서신 김정은동지께서는 믿음에 넘친 시선으로 자리를 정돈하는 회의참가자들을 쭉 일별해보시였다. 여기에 모인 당과 정부, 군부의 책임일군들은 올해 큼직큼직한 전역들을 하나씩 맡아 승리의 기발을 휘날린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군들의 자세며 얼굴기색은 한결같이 의젓하였고 혈기에 넘쳐있었다.

《동지들!

경이적인 성과들과 다대한 사변들로 아로새겨진 2015년은 김일성, 김정일조선의 존엄과 위상을 다시한번 세계앞에 떨친 승리와 영광의 해였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침착하신 어조로 보고를 시작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완공과정을 실례드시며 청년들은 앞으로도 강국건설의 전투장마다에서 기적의 창조자, 청년영웅이 되여야 한다는 믿음을 주시였으며 이어 과학기술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경비행기며 지하전동차뿐 아니라 나라의 이르는 곳마다에 지식경제시대의 본보기들을 일떠세운 지식인들의 공로를 크게 치하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사회주의바다향기며 과일향기의 생활력을 력점찍기도 하시였고 평화시기에 이국의 하늘에 람홍색공화국기를 높이 날려 천만군민의 전투적사기를 높이는데 한몫 단단히 한 미더운 녀자축구선수들에 대하여 말씀하시였다.

《8월사태》와 라선피해복구전역에서 대승리를 이룩하게 된 근본요인을 두고서는 무적의 혁명강군과 군민대단합의 힘이 있었기때문이라고 김정은동지께서는 분석하시였다.

보고에서 그이께서는 결코 성과만 언급하지 않으시였다. 올해의 투쟁과정에 형식주의, 보신주의, 수입병과 같은 온갖 위험하고 진부한 잡사상들이 어떤 형태로 계속 나타나고있는가를 그대로 공개하시면서 강한 경종을 울리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 보고를 마치시고 주석단좌석에 가앉으시자 여러 일군들의 토론이 있었다. 그이께서는 일군들의 토론을 진지하게 들으시면서 때로 토론자가 놓치거나 정확히 분석하지 못한 문제가 있으면 참가자들과 의견을 나누어가시며 허심탄회한 조언을 주시였다.

첫째 의제인 2015년총화가 기본적으로 결속되여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의제에로 넘어가시였다.

두번째 의제는 대체로 2016년투쟁목표를 재확인하고 전역별호상경쟁과 협동을 어떻게 하겠는가에 중점을 두었으므로 그리 시간이 많이 들지 않았다.

회의참가자들이 자못 긴장감을 가지고 기다린것은 새해전투의 첫 봉화를 들 단위가 선정되게 될 셋째 의제였다. 온 나라가 알고 세상이 알게 될 이런 행운과 영광을 지니고싶은것은 참가자들모두의 한결같은 심정이였던것이다.

주석단나들문쪽으로 몸을 돌리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책임서기를 찾으시였다.

《그걸 가져오시오.》

대기하고있던 서기가 다가와 그이앞에 붉은 천으로 싼 벽돌크기만한것을 놓아드리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것을 조금 당기시고 그우에 한손을 얹으시였다.

장내는 숨소리며 가벼운 움직임조차 없어 마치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듯싶었다. 회의참가자들의 호기심이 짙은 눈길은 붉은 천을 천천히 벗기시는 그이의 손길에 모두 쏠려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강렬한 관심을 나타낸것은 두번째 렬의 가운데좌석에 앉은 주영호였다. 상반신을 앞으로 바싹 숙인 그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주시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붉은 천을 한 갈피 한 갈피 천천히 벗기시였다. 이내 회의참가자들의 시야에 직사각형의 검누른빛덩어리가 자태를 나타내였다.

《동지들!》

김정은동지께서는 한손으로 그것을 높이 들어보이시였다.

《이것은 황해제철련합기업소의 산소열법용광로에서 부어낸 조선의 선철, 주체철입니다.》

장내에는 놀라움의 잔파도가 일었다. 서로 마주보며 낮은 목소리로 주고받는 사람들, 앞탁에 놓았던 수첩을 황황히 집어드는 사람, 그이의 손에 들린 선철괴를 뚫어지게 보기만 하는 사람, 주영호 또한 상반신을 그냥 숙인채 긴장해서 그이의 다음말씀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있었다.

《나는 오늘 아무리 시간이 좀 걸려도 동지들에게 이 주체철이 어떤 철이며 조선의 붉은 철의 탄생에 깃든 만단사연을 먼저 말하려고 합니다. 또 이것은 우리가 토의하려는 셋째 의제에 의당한 이야기이며 이것을 리행하여야 하는것은 내가 동지들앞에 지닌 당적의무이기도 합니다.》

선철괴를 단우에 놓으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장내의 류다른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기를 기다리시였다가 말씀을 떼시였다.

《동지들도 알다싶이 황해제철련합기업소는 우리 조국이 고난의 행군, 강행군을 걸을 때 제일 혹심하게 시련을 겪은 기업소들중의 하나입니다. 황철이 겪은 시련이란 정말이지 상상조차 할수 없는것이였습니다.》

회억에 잠기신 그이의 말씀에 실려 그 세월에 있었던 일들이 방불하게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인간의 초보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물과 불, 식량으로부터 시작하여 원료, 연료난을 조성시켜 기업소의 생명을 끊어버리려는 야수적인 제재책동이였다.

황철과 송림시민들이 해탄로를 살려보겠다고 애를 썼던 대목을 말씀하실 때 김정은동지의 음성은 크나큰 비분에 젖어있었다.

제국주의자들과 그 추종세력들의 제재책동으로 력청탄이 들어오지 않아 용광로와 소결로, 평로와 가열로들이 해탄로때문에 생사를 다투었다. 황철사람들은 가물거리며 죽어가는 해탄로를 살려보겠다고 기업소구내를 뚜져내고 깨알만한 콕스까지 모조리 주어냈었다. 나중에는 화차로 통나무를 실어다 로에 넣었고 그것도 모자라 태울수 있는것이라면 밥상과 가구들, 문짝까지 뜯어내왔다. 그래도 끝내 숨이 지는 해탄로를 보며 황철만이 아니라 온 송림사람들은 콕스를 저주하면서 땅을 치며 눈물을 뿌리였다.

이것뿐이 아니였다, 굶고 얼고 쓰러지고. 하여 가장집물을 싸들고 고향과 일터를 떠난 사람들도 있었으며 한때 일부 일군들의 패배주의의 한숨이 온 기업소의 분위기로 화하려는 기회를 타고 로동계급이 굶어죽으면서도 다치지 않았던 귀중한 기계, 설비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여 황철은 말그대로 마지막숨을 톺게 된적도 있었다.

고난의 행군, 강행군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황철의 앞길에는 시련의 층암절벽들이 겹겹이 막아나섰다. 그만큼 제국주의자들과 그 추종세력들의 제재책동이 해가 갈수록 보다 강화되였기때문이였다.

하지만 황철은 이러한 가장 최악의 생존조건, 가장 최악의 생산조건에서도 철강재증산의 동음을 멈추지 않았을뿐더러 끝끝내 버티고 들고 일어나 조선의 붉은 쇠물을 부어내는데 성공하였다.

무릇 과학기술의 진보란 응당한 대가를 치르어야 마련될수 있는것이다. 피와 땀과 노력은 물론이고 희생도 피할수 없으며 때로는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생명을 바쳐서도 이룩할수 없어 당대를 넘어가는 일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과학기술의 진보에 이바지한 과학자, 기술자들에 한해서는 공적의 크기에 따라 비를 세워주고 상을 수여하여 후세에 길이 전하며 칭송하고있다.

그런데 대가로 치면 세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력을 들여 산소열법을 개척한 황철사람들, 조국과 인민앞에 세운 크나큰 위훈으로 하여 만사람의 축하를 받아야 할 황철사람들은 어떻게 말하고있는가.

성공은 했지만 20년만이라는 세월을 놓고는 당앞에 면목이 서지 않기때문에 산소전로며 망간철생산기지를 포함하여 주체철생산체계를 완전히 구축해놓은 다음 승리의 보고를 드리게 해달라고 하고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깊은 감동을 금할수가 없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말씀을 멈추시였다가 동안이 지나서 다시 이으시였다.

《그 저녁 나는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황철로동계급의 정갈하고 순결무구한 품성에서 우리 인민의 참모습을 볼수 있어서였고 이런 사람들을 키운 어버이장군님의 업적이 어떤것이였는가를 산소열법개척의 나날과 함께 생생하게 떠올랐기때문이였습니다.》

정말 그렇지 않는가. 장군님께서는 산소열법개척의 첫걸음을 떼려는 참에 고난의 행군에 들어가 시련의 된서리를 맞고있다는 황철의 실태를 보고받으시고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주시였다. 모든 국가대상건설계획을 뒤전에 미루고서라도 주체철시험만은, 이것만은 무조건 한다고 못박으시는 대용단을 내려주시였다. 기업소가 통채로 주저앉을번했을 때에는 단호한 대책을 세워 황철을 구원해주시였고 주체철을 지켜주시였다.

강선의 봉화로 시작된 새로운 혁명적대고조시기 주체철때문에 그리도 심고하시던 어버이장군님께서 불편하신 몸으로 금속공장들을 찾으시였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저절로 눈물이 나온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마음의 벽으로 흘러내리는 진한 눈물을 감수하시며 퍼그나 힘들고 갈리신 음성으로 김정일동지의 혁명생애의 마지막나날을 회고하시였다.

산소열법개척을 먼 앞날의 일로 미룬것을 아시고 엄하게 일깨워 결사의 각오를 가지고 달라붙도록 해주신 장군님, 자그마한 성과가 있으면 기뻐하시며 크게 쳐주시고 자만할세라, 답보할세라 또다시 전진할 방도를 토론해주시였던 우리 장군님, 피눈물나는 2011년의 그 동지달에도 주체철시험이 사고로 커다란 난관에 직면하였다는것을 아시고 천금같은 시간을 내시여 현지일군들을 만나 힘과 용기를 주시였던 장군님이시였다.

비록 어조는 담담하시였지만 그이의 말씀에 실려흐르는 위인의 혁명생애의 마지막시기가 못견디게 가슴을 뒤흔들어 참가자들은 소리없이 눈시울을 적시며 숙연히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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