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 회)
제 3 장
사랑의 감정은 어디서부터 흐르는가
10
회관에는 벌써 종업원들이 직장별로 자리를 차지하고있었다. 노래경연은 독창으로도 하고 중창으로 할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전체가 출연하는 합창뿐 아니라 직장장과 세포비서의 2중창은 지정되여있었다.
모두가 다 출연하니 관람자는 없는것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먼저 한 단위는 끝나는 차례로 객석에 내려와서 관람석을 채우군 했다. 그들은 자기들때는 생각 못하고 남들이 출연하는것을 보고 소곤거리기도 웃기도 했다. 대체로 직장장과 세포비서들의 2중창을 두고 웃군 했는데 정말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수 없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배합먹이직장이 나서자부터 벌써 객석에서는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직장장이 무대우에 서서 손건사를 하지 못하고 바지를 자꾸 쓸어보는 동작이 웃음을 자아냈던것이다. 그러다가 긴 목을 뽑으며 뒤로 젖히면서 냅다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관람석은 그만 웃음판이 되였다.
이번엔 가공직장이 무대에 나왔다. 직장장과 세포비서가 가운데 나란히 섰다. 나이가 든 조현숙이지만 옥색치마저고리를 차려입으니 새색시도 무색할 정도였다. 체격도 크고 잘생긴 세포비서가 그와 한쌍처럼 멋있게 어울렸다. 그들은 여느때 준비를 잘한만큼 노래를 잘 불렀다. 이미 공장적으로 소문난 독창가수가 선창을 떼자 안삼불을 맞춘 합창이 뒤따랐다. 그런데 열성이 말썽이라는 식으로 그들은 특별하게 마지막 후렴을 하기 전에 설화시를 준비했는데 그만 세포비서가 직장장 조현숙이 읊은 다음구절을 받지 못하고 자꾸만 갑자르면서 더듬었다. 조현숙이가 참지 못하고 자기가 냅다 읊어나갔다. 그때에야 생각나서 입을 떼려고 움쩍움쩍하는것이 우스워 객석에서는 킥킥거렸다. 그러자 세포비서 당자가 헤식게 헤 하고 웃는데 그 모양이 참으로 가관이였다.
이번엔 참모성원들이 주런이 나와섰다. 장대한 기사장이 가운데 우뚝서니 별로 근엄해보였다. 늘 입고다니는 차림이 아니라 양복을 쭉 빼입으니 배우처럼 미끈했다. 중창조는 모두 꼭같이 양복을 빼입었으나 그중에서도 우덕진은 두드러졌다. 목이 쉰것이 유감이였지만 여하튼 씩씩하게 노래를 부르는 남성중창은 우덕진이가 있어 더 살아났다.
마지막종목은 당비서와 지배인의 2중창이였다.
외출복으로 차려입은 신형일은 어쩐지 몸가짐이 편안치 못했다. 반고수머리를 멋있게 빗어넘긴 지배인옆에 선 신형일은 너무 긴장하여 다리가 다 떨리는것같았다. 언제한번 종업원들앞에서 당황해난적이 없었던 신형일은 처음으로 진땀을 뺐다.
다행히 지배인이 노래를 잘 불렀다. 이럴줄 알았으면 련습이라도 했을걸. 이 순간 불시에 안해의 얼굴이 떠올랐다. 노래련습을 해야 한다면 안해가 손풍금을 메고 성수가 나서 나섰을것이였다. 신형일은 어떻게든 시간을 내여 집에 가서 노래련습을 했을걸 잘못했다고 자책했다. 지금 안해는 무엇을 하고있을가. 왕청같은 이런 생각이 나는 바람에 가뜩이나 까리까리하던 가사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노래를 잘 부르는 지배인을 따라 겨우 입을 벌렸다. 그런찰나 관람석을 채웠던 종업원들이 모두 일어나 합창으로 지배인과 당비서의 2중창에 합력했다.
불시에 눈굽이 뜨끈했다. 이들이 바로 내가 일하는 공장의 종업원들이다. 신형일은 종업원들과 심장을 합치여 노래를 불렀다.
노래경연이 끝난 다음 차학선이 연단에 나섰다.
《여러분, 우리 공장이
제가 기사장을 할 때 보고 목격한 일들만 해도 수다합니다.
언제인가 나는 축산부문 일군협의회에 참가해서
그날
지배인이 갑자르다가 200t을 더 하겠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러자
그러자
그러자
이에 용기를 낸 <두단령감>은 그 자리에서 설비가 부족하여 새끼오리들을 많이 길러내지 못하는 안타까움까지 또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공장에서는 설비가 부족하여 새끼오리들을 땅바닥에서 길러내고있었단 말이우다. 그러니 새끼오리때부터 페사률이 높아지고 생산이 맨
초시기부터 낮았지요. 이런 실정을 들으신
그 지배인에게 공장형편을 일일이 물어보신
갑자기 차학선이가 울음섞인 목멘 소리를 터쳤다.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점심시간도 지나가는데
아마도 우리 두단땅에서 멀지 않은 만경대닭공장에서 쏟아지는 닭알을 보시며 우리
차학선은 만경대닭공장에 오시였던
뒤줄에 떨어져 앉은 신형일은 차학선의 이야기를 듣는 종업원들을 한명한명 눈여겨보았다. 차학선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천호의 모습이 제일 두드러졌다. 원걸이며 은희…
불상처럼 우람한 기사장도 차학선의 이야기에 열중하고있었다. 한미순은 목을 빼고 연단을 지켜보고, 저앞에서 누군가 자꾸 손수건으로 눈굽을 닦는다 했더니 조현숙이였다. 옆에 앉은 황춘영이며 가공직장의 낯익은 얼굴들…
차학선의 이야기는 계속되였다.
《오늘 이렇게 연단에 서고보니 노래를 부르시는
그때부터 이 가슴엔 그 노래의 구절구절이 깊이 새겨졌지요. 내 오늘 그날의 감격을 담아 그 노래를 부르려고 합니다.》
차학선은 자세를 바로하더니 첫 구절을 뗐다.
효성어린 좁쌀 한말 앞에 놓고서
차학선의 토론에 열중했던 신형일은 말할수 없는 격정속에서 가슴이 한껏 달아올랐다.
종업원들앞에 나서서 말을 하라고 할 때만 해도 주저하며
비록 목소리가 석쉼하고 갈려들었지만 진정을 담아 절절히 부르는 노래소리는 장내를 진감했다.
신형일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도저히 그대로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약속이나 한듯 전체 종업원들이 일어나 차학선의 목소리를 따라 노래를 불렀다.
나라찾는 크나큰 위업을 위해
생명도 가정도 바쳐야 함을
…
종업원들의 합창은 그날의 만단사연을 안고 울려퍼졌다.
격정의 세찬 파도런듯 노래소리는 흐느낌같은 목소리로 이어지고있었다.
신형일의 가슴은 세차게 끓어번졌다. 이것이다, 이런 한마음이면 우리는 얼마든지 공장의 현대화를 완성할것이다.
최첨단의 설비로 장비하는 일은 사상, 정신, 기술적으로 준비된 인간에 의해서만 이루어질수 있다. 이 길에선 개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오직 집단을 위해서, 공장을 위해서만 사고해야 한다.
현대화를 하는 과정은 바로 모든 인간들을 나라는 좁은 울타리속에서 벗어나 시대의 요구를 실현할수 있는 그런 정신, 그런 기술의 소유자로 올려세우는 과정이다. 이것은 현대화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지녀야 할 고상한 도덕륜리이다.
현대화에 참가한 인간이라면 응당 그에 준비되여야 하며 지켜나가야 한다는것을 신형일은 절감했다. 아니, 이 시각 우리 종업원들이 이것을 알고 저렇게 한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는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신형일은 노래의 2절, 3절을 절절히 불러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