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 회)

제 3 장

사랑의 감정은 어디서부터 흐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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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여 오리먹이수송이 시작되였다. 여름내 진척시킨 야적장이 마지막으로 건조기와 탈곡기까지 다 제자리에 놓는것으로 깨끗이 완결을 보았다. 들여온 먹이를 로천에 쌓아놓고 방수포로 씌워놓던 지난 시기는 옛날로 되였다. 이젠 오리먹이를 들여다가 야적장에 채우기만 하면 되였다.

먹이수송은 공장에서 일년중 제일 중하게 여기는 마지막공정이다.

공장에서는 매해 오리먹이를 준비해놓은 기지에 가서 계획된 먹이를 실어오군 한다. 사실 그곳에서 운반까지 다 해주게 되여있지만 공장에서 먹이가 긴장하기때문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파는격으로 날라다쓰기 시작한것이 이제는 공장에서 수송조직까지 하는 전투를 벌리게 되였다. 먹이수송전투는 첫눈이 내리기 전으로 끝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 공장에서는 고정된 호동관리공을 제외하고는 총동원되군 했다.

당위원회는 물론이고 지배인을 비롯한 공장의 초급일군들이 한개 조씩 담당해서 공장을 이끌어갔다. 단지 기사장만 제외시켜 공장의 기술적공정을 보게 했다.

경쟁은 조별로 진행되는데 각 조들에서는 다른데서 재간껏 차를 끌어와서라도 빨리 실어오려고 이악을 부리군 했다.

대저울앞은 붐비는 차들로 분주했다. 먹이를 그득그득 실은 차들은 모두 대형자동차들이였다. 대형차들은 오리먹이를 실은채로 저울대에 올라서 무게를 달고 또 빈차로 저울대에 올라서서 오리먹이의 정확한 무게를 산출하군 했다. 요즘 박은희의 모습이 제일 두드러졌다.

밤낮으로 들이대는 차들속에서 계량원들은 잠이 제일 그리웠다. 물론 교대별이지만 차들은 낮이건 밤중이건 끊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밤에 차들이 더 분주하게 들이닥쳤다.

수송전투기간 계량원의 임무가 제일 중요했다. 정확한 수자를 확인할뿐 아니라 한g이라도 덜어지지 않게 하느라 직장장, 책임자들이 그한테 그림자마냥 붙어서 확인하군 했다.

차에 실린 오리먹이들은 어떤 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군 했다. 아무리 정확하게 실었다고 해도 이 저울대에서는 에누리없는 정확한 수자가 현시되군 했다. 그 차이는 역시 주는 사람, 받는 사람사이에서 산생되는 수자라 어쩔수 없었다. 비록 그것이 얼마 안되는 량이지만 몇십t이 오가는 수자라 그 차이는 대단한 량으로 종합되군 했다. 그래서 오리먹이를 실어온 주인들은 다시, 또다시 저울우에 차를 올려놓군 했다. 반복되는 이런 일은 어지간히 계량원인 은희의 신경을 자극했다.

원걸이가 속한 조에서는 은희와의 남다른 관계를 간파하고 은밀히 그를 내세우지만 은희는 전자표에 현시된 수자대로 랭정히 알려주군 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6자를 8자로 고쳐줄수도 없었고 롱간을 부릴수도 없는 일이였다.

자연히 직장단위로 무어진 조별, 차별로 치렬한 승벽이 일어나군 했다. 일군들이 어떻게 조직사업을 하고 지휘하는가에 따라 눈에 뜨이게 차이나는것이 바로 수송전투였다. 여기서도 두드러지는 곳이 가공직장을 중심으로 하는 조였고 조현숙이였다.

그런 조현숙을 보며 은희는 원걸이에게 핀잔하듯 따끔하게 찔렀다.

《원걸동무, 저 가공직장을 좀 봐요. 저렇게 열성을 다할 생각은 않고 눈가림식으로만 놀려구. 내가 그런 수에 넘어갈것같아요?》

이것은 은희의 진정이였다.

은희는 그 바쁜 속에서도 조현숙을 따로 만날 기회를 마련하느라 왼심을 썼다. 그것은 가공직장에 있는 동창생이 부르는 노래를 들은 다음부터였다. 동창생이 독창가수로 된건 순전히 조현숙직장장의 열성덕이라는 말을 들은 다음부터는 더 안달이 났다. 나도 공장회관에서 노래를 불러보았으면, 은희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걸 작업반에선 알지도 못하고있을뿐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조현숙의 지원을 받아서라도 자기의 꿈을 실현하고싶었다. 사실 학교때 은희는 가공직장의 그 독창가수와 늘 2중창을 하군 했다. 이걸 안다면 조현숙직장장이 가만있지 않을것같았다. 마침 조현숙이가 계량실에 들어왔다.

《직장장동지, 들어오신김에 몸을 좀 녹이고 가십시오.》

은희는 이렇게 기회가 마련된것이 은근히 기뻤다.

《몸을? 하긴 은희를 보니 빨간 사과를 보는것같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구나.》

《사실은 언제부터 직장장동지를 만나려고 했습니다.》

《나를, 왜?》

《직장장동지, 저도 가공직장의 복실이처럼 회관무대에서 노래 한번 불러보고싶어서 그럽니다.》

《그래? 하긴 은희의 목소리가 좋다는 소릴 들은적 있다.》

《정말입니까?》

《그럼.》

《그런데 노상 이 계량실안에 박혀있으니 누가 알아나 줍니까? 누구도 제가 노래를 했다는걸 알지도 못합니다.》

《그럼 내가 방도를 하나 대주지. 비서동지한테 말해.》

《예?! 당비서동지한테요?》 은희는 그만 입을 딱 벌렸다.

《내가 말할수도 있지만 작업반두 다르지…》

무엇을 생각하는듯 조현숙이가 잠시 은희를 바라보았다.

투정질하는 아이처럼 몸을 흔들며 조현숙을 원망스레 바라보는 은희는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도 못했다.

《그러나 비서동지한테 그런 말까지야 어떻게…》

《지금 비서동지가 종금직장조에 속해서 현지에 나갔는데 인차 들어와. 여기 계량실에 들어오면 그때 슬쩍 비치란 말이야.》

《비서동지가 욕하지 않으실가요?》

《욕하긴. 비서동진 누구의 말도 흘려듣지 않아, 제기하면 꼭꼭 풀어주고. …》

《이런 하찮은 제기두요?》

《그게 어떻게 하찮은거야? 아주 좋은거지. 어때, 할만하지?》

조현숙은 은희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계량실을 나갔다.

자기 생각을 말하면 선뜻 들어줄줄 알았는데 조현숙은 그러지 않았다. 얼마후 운전사옆에 앉아서 현지에 갔던 당비서가 돌아왔다. 차를 계량하느라 당비서가 차곁에 있는데도 은희는 말을 하지 못했다. 또 지배인과 같이 계량실에 들어왔고 다음번에는 혼자 들어왔던적도 있었지만 은희는 끝내 입을 열지 못하고말았다. 모두 오리먹이수송만 생각하는 판인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랴.

그사이 조현숙이가 몇번 계량실에 들어왔다. 하지만 조를 책임진 그에게는 할 일이 많았다. 계량실에 들어오는것도 조직된 차가 지연되거나 무슨 일이 제기됐을때 뿐이였다.

그러다가 차가 오면 은희가 말해볼사이도 없이 차로 달려가군 했다. 그리고는 그길로 현장에 나가 후방사업을 하고 자기가 직접 운전사옆에 앉아서 또다시 장거리수송길에 오르군 했다.

조현숙이가 녀성의 몸으로 이렇게 앞장서니 직장의 세포비서며 장정들이 따라서지 않을수 없었다. 그들도 운전사옆에서 밤을 새웠다.

다른 직장도 가공에 떨어질세라 이악을 부렸다. 온 공장이 수송전투에 총동원되였다. 한켠에서는 오리먹이를 그득그득 실은 차들이 들이닥치는 소음, 다른켠에서는 야적장에서 정선하고 들이쌓기작업으로 밤낮이 따로없이 끓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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