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 회)

제 4 장

꽃은 꽃밭에서만 피는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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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가 퍼지지 않은 구내로 새까만 승용차가 쏜살같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정문에서부터 련락을 받은 신형일은 현관앞에까지 마중나와 차에서 내리는 당중앙위원회일군을 맞이했다.

키가 후리후리한 그 일군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중국방문을 하시는 장군님을 수행했던 그 일군은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받고 두연오리공장으로 찾아왔던것이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오리고기료리를 보시고 제일먼저 두연오리공장을 생각하셨습니다.》

그 일군이 자기소개를 한 다음 처음 꺼낸 말은 오리고기였다.

《어떤 오리고기료리입니까?》 신형일은 오리고기료리라는 말에 의아해졌다.

《그건 베이징카오야즈라는 이름난 료리인데 공정도 독특하고 맛도 또한 독특한 대추빛갈의 오리고기료리였습니다.》

그 일군은 베이징카오야즈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했다.

이 료리는 먼저 오리의 내장을 다 꺼내고 거기에 물을 넣어 오리를 팽팽하게 불어나게 한다. 그다음 일정하게 건조시킨 후 로에서 굽는데 이때의 연료로써는 대추나무나 과일나무를 꼭 써야 한다는것이다. 그래야 구운 고기가 달고 향기가 나는데 불조절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많이 관계된다고 한다. 오리가 다 구워지면 가죽이 대추빛으로 변하는데 이때에야 제 맛이 난다는것이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바로 우리 인민들도 이런 오리고기료리를 다 맛볼수 있게 하자는것이 자신의 의도라고 하시면서 이 료리를 견본으로 조국에 가져가라고 말씀하시였습니다. 이런 오리고기료리를 만들기 위한 품질좋은 오리들을 많이 생산하자면 먹이문제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오는것이라고 하시면서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하여 각 대학의 연구진영을 공장에 파견하는 조치를 취해주셨는데 그간의 현대화추진정형이 어떤지 궁금하시다고 말씀하시였습니다. 그러시면서 언제인가 자신께서 강계오리공장이며 닭공장을 보신적이 있는데 그 공장들은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볼것이 있었다고, 두연오리공장에서 거기에 가볼 필요가 있을것이라고 하시였습니다.

비서동무,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여러 대학이 나와있고 지원단위가 많을수록 그들의 합심문제가 중요하다고 하시였습니다. 바로 자강도를 돌아볼 때 이것을 느꼈다고, 래일 조국에 먼저 나가 수고하는 공장의 모든 동무들과 지원자들에게 자신의 인사를 전해주고 그들이 강계에도 가보게 하는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신형일은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위대한 장군님의 교시는 그대로 인민들에게 공급될 오리고기생산에 대한 강령적인 지침이였다.

당중앙위원회일군이 떠난 후 신형일은 지체하지 않고 강계로 떠날 생각으로 집에 전화를 했다.

《웬일이예요?》

몹시 놀란듯한 안해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자기가 정말 오래간만에 안해에게 전화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신형일은 요즘은 전화도 자주 하지 못했다. 그동안 집에서는 별일이 없는지, 아버지의 건강상태에서는 이상이 없는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출장을 가오. 가는 길에 들리겠소.》라는 말을 했다.

신형일은 이번길에 기사장을 데리고 갈 생각이 났다. 기사장이 요즘 기술혁신안때문에 바쁠수 있지만 그럴수록 기술적안목을 높일수 있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생각으로 기사장을 찾았다.

29호동에 있던 기사장이 전에없이 허둥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웬일인가 해서 그가 있는 호동으로 찾아갔던 신형일은 아연하지 않을수 없었다.

한달전에 공장에 들여온 종금후보오리중에서 수컷의 비률이 너무나 많아 한창 고르고있는중이라는것이였다.

종금후보오리를 정할 때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암수의 비률을 정확히 지켜야 했다. 대체로 암수의 비률은 1:4~1:5이다.

새끼오리때 암수를 가르는것은 기술이 높아야 했고 현장경험이 많아야 했지만 한달이 지나고 40일이 되도록 이런 사태가 퇴치되지 못한건 그의 책임성과도 관련되는 일이였다.

설혹 새끼오리때에 잘 몰라서 수컷이 많이 들어갔다고 해도 유람식이 아니라 오리를 세심히 관찰하면 능히 건달오리도, 비률외에 더 들어간 수컷도 인차 발견될수 있지 않았겠는가.

40일이면 비육호동인 경우 판매에 넘어갈 날자다. 그동안에 소비된 먹이를 계산하면 이것은 그저 넘어갈 문제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선자리에서 한마디로 추궁할 일도 아니였다.

지금 우덕진이와 차천호가 놀이장안에 들어가서 한창 수컷들을 골라서 관리공들에게 넘겨주고있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기사장은 뻐꾹소리도 못하고 눈에 띄는 수컷들을 골라내군 했다. 그런걸 미리 관심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우선 수컷은 암컷과 달리 우는소리도 달랐고 알을 낳게 생긴 암오리와 밑이 눈에 띄게 달랐다. 하지만 현장경험이 풍부할 때만이 그런것을 정확히 가려보는 눈이 커지는것이다.

이따금 그가 놓치는 수컷들을 차천호가 잡기도 했다.

아무때 보아도 탐구적이고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부지런히 현장에 접근하더니 그가 보는 눈길이 과연 달랐다.

천호가 수컷을 놓치지 않고 골라내는것을 보는 기사장의 눈길이 허둥거려졌다. 차학선을 아니꼽게 여기던 나머지 천호의 존재도 무시하려던 우덕진이 말한마디 못하는건 차마 보기 힘들 정도였다.

신형일은 이번길에 기사장과 함께 떠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그를 따로 불렀다.

《기사장동무, 이런 일이야 얼마든지 수습할수 있지 않았소?》

《제가 바쁜 생각만 하고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수습하겠습니다.》

성근하게 접수하는 그에게 더 말하기 따분했다.

《기술혁신경기 중간총화준비를 하고있소? 아직 기사장동무는 제출하지 않았다는데 어떻게 된 일이요?》

《인차 내놓겠습니다.》 이번에도 그가 대답을 선뜻 했다.

《그리고 한미순동무가 요즘엔 못나오는데 생산과 지령사업에 각별히 관심을 돌려야겠소. 자기의 기본임무를 놓치지 마시오.》

기사장은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번듯한 그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솟는것을 보자 더 말하지 않아도 이젠 알아들었다고 생각하였다. 더우기 그사이에 살집좋은 둥그런 얼굴이 수척해진 모습을 보니 그 자리에 주저앉을것같은 생각도 들었다.

《기사장동무, 힘을 내오. 이 문제는 그저 넘어갈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떠들 일도 아니니 교훈으로 삼아야겠소.》

《명심하겠습니다.》

신형일은 하고싶은 말이 많았지만 기사장이 더 맥을 놓을가봐 많은 말을 묻어두고 돌아섰다. 지배인이 없는 조건에서 기사장이 주저앉으면 큰일이였다. 대신 그를 떨구어서 공장을 지휘하게 하고 비육직장과 종금직장의 직장장들과 석태인이며 천호를 데리고 갈 생각을 했다.

단백작업반에 설치할 배양기를 놓고 고심하는 석태인이와 천호는 모두 복합발효제생산에 열중하고있었다. 그들에게 시간이 천금같이 귀중하지만 자강도에 갔다오는 문제 역시 아주 중요한것이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가르쳐주셨으니 더 미룰수 없는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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