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 회)
제 4 장
꽃은 꽃밭에서만 피는것이 아니다
9
드디여 강계땅에 들어섰다.
소형뻐스는 푸른 물 출렁이며 유유히 흐르는 장자강을 옆에 끼고 한참 달리다가 옆으로 꺾어들었다. 규모있으면서도 이채로운 건물이 보이자 천호네는 차창밖을 내다보며 감탄했다. 온몸에 감겨들었던 지루감과 피곤이 삽시에 날아갔다. 그런데 그곳이 오리공장이라는것이였다.
옆으로는 맑은 물이 굽이치고 뒤에는 높은 산을 등지고 자리잡은 공장은 독특한 정서를 안겨주었다. 아담한 여러개의 호동들속에서 오리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구내로 들어간 그들은 인차 그 공장지배인을 만났다. 지배인은 자그마한 사람인데 눈빛이 영특하게 반짝거렸다. 그가 바로
흥미있는것은 전경도와 각종 도해들이 걸려있는 지배인의 방은 사무실이 아니라 무슨 연구실같았다. 지배인에게서 제일먼저 들은것은 토착미생물로 오리배설물을 균처리하여 먹이로 만들고있는것이였다.
토착미생물이란 공장주변의 토양속에 살고있는 미생물이다. 그것을 채취하여 확대배양한것을 먹이에 섞어 먹인 효과가 상당히 크다는것이다.
그들이 했다는 먹이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실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감탄하게 되는건 자기것에 대한 리용이였다. 모든 일에 그런 관점과 자세를 세운것이 그들의 일본새였다.
오리먹이를 만져보며 감탄하자 지배인은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결코 순탄치 않았다면서 자기네가 겪은 고충을 설명했다.
제일 난문제는 성장이 빠르면 비육이 떨어지고 그것을 겨우 극복하면 증체률은 높아지지만 병에 걸려 걸핏하면 죽어나갔다는것이였다. 엄지만 되면 일없는데 그 고비까지가 힘들었다는 말을 들으며 천호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네 실태와 비슷한것이였다.
그런걸 바로 농업대학을 졸업한 처녀연구사가 이 토착미생물을 채취하여 확대배양하고 그것으로 오리배설물을 처리하여 오리에게 먹이는 방법을 연구했다면서 그 과정과 방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처녀연구사?
그 순간 수려의 얼굴이 얼핏 떠올랐다.
이 자리에 수려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날 저녁에 수려가 왔더라면 아니, 떠나는 시각에만 왔더라도 같이 왔을것이다. 그러나 수려는 오지 않았다. 지금쯤 공장에 왔을지도 모르는 그가 이런 훌륭한 참관을 하는줄 알기나 하겠는지.
무엇인가 물어보는 당비서의 목소리에 생각에서 깨여난 천호는 그 처녀를 만날수 없는가고 물었다. 아쉽게도 처녀는 며칠간 공장을 뜬 상태였다. 하긴 그가 없어도 지배인은 모든 의문을 풀어줄수 있었다. 그만큼 지배인은 막히는것이 없었다. 그가 진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할 때면 공장의 지배인이 아니라 연구사인것같기도 하고 실험공같기도 했다. 그야말로 그는 공장의 모든 일에 정통한 박식한 지배인이였다. 그뿐이 아니였다. 오리의 먹이소비량이며 또 오리가 먹는 하루 물량이며 물을 먹이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막히는것이 없었다.
공장에서 오리에게 물을 제때에 정상적으로 보장하는 문제도 저절로 해결된것이 아니였다.
산골짜기에 올라가서 물을 찾기 위해 며칠을 두고 고심하던 일이며 찾은 샘물을 채워넣기 위하여 물탕크를 건설하던 과정을 지배인에게서 들으려니 자꾸만 가슴이 뜨거워났다. 하루하루가 다 고심어린 탐구와 힘에 겨운 나날이였다. 그것도 잘 안되여서 우물을 파고 양수기로 퍼올려 리용하던 일들은 들을수록 가슴을 쳤다. 그들의 자력갱생의 정신은 정말이지 제일 첫번째로 꼽아야 할 귀중한 경험이였다.
그들은 야계사운영도 잘하고있었다. 야계사란 오리를 우리에서가 아니라 야외에서 기른다는것이다.
오리는 다른 가금류보다 기르기 무탈한것같지만 사람들의 손이 많이 가고 먹이, 활동, 배설에 이르기까지 특별히 산만해서 오리기르기는 지저분한 일로 여기고있는데 이렇게 일년의 절반이상을 야계사를 리용하면 그렇게 많이 드는 품을 절약할뿐만 아니라 오리의 생태적조건을 놓고서도 아주 합리적이였다.
벌써 오래전에 집단적인 오리사육에서 통풍조건과 해비침률보장과 함께 로력관리에서 우월한 야계사운영에 대한
지배인의 설명을 듣는것만으로 그치지 않은 신형일은 오리사로 가서 그 먹이를 먹고 자라는 오리들을 보자고 했다. 시험단계를 거쳐 먹이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이 공장의 경험을 다 듣고난 당비서가 저으기 상기된 얼굴로 천호를 바라보았다.
《
천호는 당비서의 생각깊은 눈길을 보며 자기들, 새세대 기술자들에 대한 믿음을 가슴깊이 느끼였다.
《비서동지, 오늘날 과학과 기술을 모르고서는 한걸음도 전진할수 없으며 맨주먹으로 구호나 부르고 쉽게 하는 맹세는 한갖 공허한 울림으로 끝난다는것을 똑똑히 깨달았습니다. 정말 우리 새세대 기술자들의 임무에 대하여 더 똑똑히 알았습니다.》
그 지배인의 경험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것은 오리들의 품종을 개량하기 위해 좋다고 소문난 품종들 17종을 12년간 꾸준히 육종사업을 하고있는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것은 모든것을 자체로 꾸준히 연구하고있는 자세였다. 지배인으로서 사업범위가 넓어 분주하련만 그는 연구사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현대화를 실현하고있는 자기네 공장에 비하면 협소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자기네의 아담한 공장을 아주 실용성있게 운영하고있었다.
그 이틀날 천호는 토착미생물을 확대배양하는 실험실에 가서 연구사들의 시험방법과 현장시험도 구체적으로 료해했다.
그들은 한가지 방법만으로가 아니라 각이한 시험방법을 잘 배합하여 현장시험을 진행하고있었다. 먹이를 배합하듯이 시험방법도 적절하게 배합한것이 특히 배울만한것이였다.
확실히
그날 저녁 천호는 이제껏 본 자료를 종합하여 정리하기 시작했다. 당비서가 곁으로 다가와서 넌지시 들여다보았다.
《그건 왜 다시 쓰오?》
《수려동무에게 주려고 합니다. 》
《잘 생각했소. 필요한건 사진도 찍소. 그가 같이 왔더라면 더 좋았을건데.》
그 순간 당비서가 전화로 공장에 수려연구사가 왔는가고 묻던 일이 새삼스럽게 생각나며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집에서 나와 소형뻐스에 오르면서도 전화를 하던 일이며 시내를 벗어나면서 다리목에서 잠시 기다리던것은 다 수려때문이였다는것을 이제야 알게 되였다. 정말이지 더없이 세심하면서도 웅심깊은 당비서였다.
다음날은
뜻밖에 전화는 당비서네 아주머니가 걸어온 전화였다.
천호는 의아해졌다.
어째서 당비서에게 직접 전화를 걸지 않고 자기에게 걸었는지 알수 없었다. 여하튼 전화를 받아야 했다.
아주머니는 간단히 인사말을 하고 당비서의 건강에 대해서 물었다.
그리고 언제쯤 돌아오는가고 물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다가 당비서동지의 전화는 안나오는가고 묻기까지 했다.
그러자 녀인의 대답이 더 아리숭했다.
자기가 전화했다는 말을 하지 말라면서 전화를 끊는것이였다.
천호는 이상해서 고개가 절로 기웃거려졌다. 무슨 일일가?
옆에서 보던 태인이가 참지 못하고 참견했다.
《모를게 뭐 있다구. 그건 남편을 기다리는 녀인들의 심정이야. 직접 물어보기 뭣하니까 우리에게 슬쩍…》
태인이가 이런 일에서는 자기가 년장자라는 의미로 어깨까지 툭 치며 싱긋 웃었다.
그럴법 하다는 생각이 들어 천호는 얼른 가방을 메고 먼저 밖으로 나왔다.
닭공장은 이웃집처럼 멀지 않은곳에 나란히 자리잡고있었다.
이 닭공장 역시
이 지구에는 닭공장과 오리공장, 토끼종축장이 있으니 종합적인 축산촌이라고 말할수 있다면서
닭공장을 찾으신
강계시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은 물론 가금업을 전문으로 하고있는 일군들조차도 지금의 오리공장자리가 닭공장 고기생산직장이 있던 자리였다는것을
몰랐다고 한다. 참으로
그러시며 공장을 돌아보니 기분이 좋다고, 다른 곳에서는 공장건물을 짓기도 전에 자금을 대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여기서는 닭공장을 멋있게 지어놓고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자금을 달라고 하지 않아도 건물을 멋있게 지어놓은데 감동이 되여 필요한 자금을 인차 보내주시겠다고 말씀하시였다는것이다.
생각되는것이 많았고 충격도 컸다. 무엇보다 천리길이나 되는 강계로 온 보람이 컸다. 현대화를 하려면 바로 이들처럼 자력갱생의 정신을 가지고 이악하게 해야 하는것이다.
이젠 돌아가서 이 공장처럼 현대화를 빨리 끝내
기사장의 목소리가 옆에 서있는 천호네 귀에까지 빤히 들려왔다.
전화를 받는 당비서는 다소 의혹이 있는듯하면서도 안도의 숨을 내쉬는것같았다.
《공장에선 다른 일이 없다구요? 그런데 전화할 때마다 받지 않더구만. 그래 무슨 일이 생겼나 했지.》
《언제 오시겠습니까?》
《오늘 떠나려고 하오.》
《그렇습니까. 빨리 오십시오. 그럼…》
전화를 끄는 당비서의 얼굴에 다시 의혹이 어렸다. 그 순간 천호의 가슴도 선뜩했다. 어째서인지 기사장이 전과 같지 않고 호걸다운 목소리도 아니였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조차 주눅이 들지 않는 기사장의 목소리가 오늘은 왜 저럴가?! 전화를 황황히 끄는것도 이상했다. 그 순간 천호는 당비서의 집에서 걸려왔던 전화가 생각났다. 더는 참을수가 없어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급히 묻는 천호에게 아버지가 오히려 되물었다.
《언제 떠나오려고 하느냐?》
《아버지,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
천호는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 무슨 큰 사고가 났다고 해도 비서동지가 알아야 하잖습니까?》
《아직은 비서동지에게 말하지 말고 너만 알고있어라. …》
그러나 천호는 그 말을 숨길수 없었다. 천호는 당비서앞으로 달려갔다.
《비서동지.》 입을 떼고나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우리가 떠난 다음날 비서동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