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7 회)
제 5 장
첨단으로
2
세멘트공장사정은 너무나도 예상밖이였다. 로를 보수하는것과 관련하여 생산이 형편없이 줄어들었는데 계획분을 받아가려는 대상들은 며칠째 기다리고있는중이였다. 막연했다. 생산물도 적은데다 오리공장은 계획조차 없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신형일은 지배인을 만날 생각으로 공장안으로 들어갔다. 공장의 책임일군인 당비서는 강습중이고 지배인은 출장중이였다. 실은 그저께 돌아와야 하는데 웬일인지 늦어지고있다고 모두들 걱정하고있었다.
이젠 누구든 기다리는수밖에 없었다.
손님들은 모여앉아 장기도 하고 식당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신형일은 그런것에 습관이 되지 않았다. 늘 가지고다니는 책이 있어 다행이다 했는데 너무 초조하니 글줄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공장일이 자꾸만 걱정되였다. 그중에서도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건 천호네 일이였다. 강계오리공장을 보고난 후 연구조에서는 확실히 활기가 돌았다. 식사시간도 까맣게 잊고 시험작업에 몰두해서 식당에서 운반식사를 하는걸 한두번만 보지 않았다.
공장에서 그들에게 관심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
신형일은 외지에 나와있으면서 그들의 생각을 하느라 갑자기 비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지기 시작하는것도 느끼지 못했다. 뒤늦게야 하늘을 보니 검은구름만 서서히 밀려가고있었다.
운전사가 우산을 가지고 달려왔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빵봉지를 꺼냈다. 간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요기라도 하라는것을 마다할수 없어 한쪼각을 떼여 먹는데 별맛이였다. 그러고보니 아침은 대충 넘기였고 점심은 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먹을 경황이 없어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던차였다. 잠간사이에 한봉지의 빵을 다 요정냈다.
《더 가져오랍니까?》
운전사가 이렇게 말하며 올려다보는 순간 신형일은 문뜩 생각되는게 있었다.
운전사의 집이 여기 세멘트공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집에는 이제나저제나 처녀를 데리고올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있었다.
《가만, 황동무, 이제 말이요.》
《어디 갔다오랍니까?》 운전사는 무슨 일이든 제기되면 언제나 가볍게 대답하고 쌩하니 달리군 했다.
《오늘 집에 갔다오오.》
《예?!》 머리우에서 벼락이나 친듯 놀라는 운전사를 보며 신형일은 자기의 말을 계속했다.
《이런 빵을 가지고, 응? 그리고 오늘밤은 어머니와 함께 보내고 래일아침 도착하오.》
《무슨 말씀입니까?》
운전사는 펄쩍 뛰였다.
《가서 처녀를 본 얘기도 하고 결혼식준비와 관련해서 어머니와 토론을 잘해보오. 내 생각에는 이해를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머니의향은 어떤지, 그리고 잔치준비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고 하오.》
《비서동지!》 운전사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지금 신형일이가 줄을 놓아 알게 해준 처녀와 사귀고있는중이였다.
《자, 오늘밤은 어머니곁에서 푹 자라구. 이제 장가가면 그런 행복도 다시 안차례져. 어서 가오.》
등을 미는 신형일이앞에서 운전사는 입을 열지 못했다. 대사를 눈앞에 두었으니 어머니와 토론해야 한다는 말이 맞았던것이다.
신형일은 주머니를 뒤졌다. 출장을 떠나면서 넣었던 돈을 얼마 쓰지않은것이 다행이였다.
《자, 얼마되지 않지만 어머니에게 뭘 좀 사가지고 가오.》
그리고는 그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운전사는 뒤로 한발자국 물러섰으나 더 사양하지 않았다. 그래야 필요없다는것을 너무나 잘 아는 운전사였다.
그렇게 운전사를 떠나보냈다. 그는 지금 운전사가 쥐여준 우산밑에서 어둠이 깃드는 도로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지배인이 온다고 한 날로부터 3일째되는 날이다.
정말 오늘까지 오지 않으면 기다리기가 뻐근했다. 그는 길가를 오락가락하며 거닐기 시작했다. 비가 성글어지더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산이 자꾸만 휘딱거렸다.
이때였다. 손전화종이 울렸다. 꺼내보니 기사장에게서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던 신형일은 펄쩍 놀랬다.
《사고라니, 그게 무슨 말이요?》
신형일은 헤덤비는 우덕진의 전화를 받으며 순간에 공장사태를 포착했다.
《알겠소. 중앙수의방역소에 련락했다니 됐구만. 그 동무들이 정확한 진단을 내리면 좋은거지. 기사장동무, 덤비지 마오. 이렇게 하시오. 지금 수의사와 천호동무랑 분석하고있다니 기다리오. 먹이분석도 해야할것같은데 하여튼 해부부터 하오. 그리고 차동지에게도 련락하고 공훈관리공아바이를 좀 불러서 도움을 받소. 문제는 사태를 수습하는거요. 직장장동문 뭘하오?… 그에겐 내 전화하겠소.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침착하오.》
전화를 끝내고난 신형일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눈앞에서 오리들이 비칠거리는 환영이 자꾸만 얼른거려 종잡기 힘들었다.
신형일은 다급해지는 마음을 애써 눅잦히며 길가를 오가기 시작했다.
남에겐 침착하라고 했지만 자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그만에야 다리가 뻣뻣해나서 좀 떨어진곳에 보이는 나무그루터기에 앉았다. 일시에 피곤이 몰려오며 오만가지 걱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눈앞에서 허둥거리는 기사장이며 직장장의 모습들이 얼른거렸다. 오리들이 쓰러지는 모양이 화면처럼 흐르자 더는 앉아있을수가 없어 벌떡 일어났다. 전염병이 아니여야겠는데… 어떻게 할가, 공장으로 가야 하지 않을가? 그렇다면 세멘트는? 그 다음엔 먹이를 분석하고있다는 천호에게 기대가 갔다. 하여튼 진정하자. 내가 간다고 당장 해결되는건 아니다. 그 동무들을 믿자. 난 나대로 세멘트를 해결해야 한다. 조금만 기다리자. 조금만… 일분 또 일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갑자기 눈앞이 훤해졌다. 승용차불빛이 길게 드리워져 번쩍거리고있었다. 신형일은 펀뜻 놀래여 앞으로 내달렸다. 승용차였다. 세멘트공장차라는것을 확인하자 무작정 길복판으로 뛰여들며 팔을 버쩍 쳐들었다.
《빵빵…》
차가 서고 무섭게 성난 운전사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누구요?》
《아니, 두연오리공장의 당비서동무가 아닙니까?》
뒤좌석에서 누군가가 내다보며 반색하는 사람은 분명 세멘트공장 지배인이였다.
신형일은 차앞으로 달려갔다.
《지배인동지! 이제야 오는군요.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신형일은 안도의 숨을 내쉬는것과 함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허, 그럼 오늘도 또 세멘트때문에 왔습니까?》
어딘가 어이없어하는 그 말에 신형일은 얼굴이 벌개졌다. 공장현대화를 하면서 빈번히 세멘트공장에 오군 했던것이다.
《아마 이젠 마지막이 될것같습니다. 기본적인건 다 됐는데 그만 공장앞도로포장은 못했단 말입니다.》
《도로포장?》
《현대화를 끝낸 공장에
《원, 사람두. 이제까지 숱한 사람들이 세멘트공장에 손을 내밀었지만 이렇게 당비서가 직접 도로포장때문에 온적은 없습니다. 그래 포장용만 주면 되겠습니까?》
《예, 이젠 정말 마지막입니다. 그동안 이 공장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허, 그런데 요즘 세멘트 한g이 새로운데…》
순간에 가슴이 졸아들었다.
《아무래도 예비를 짜내야 하겠구만. 아무렴 이 큰 공장에서 무슨 방도가 없겠소. 당비서동무한텐 꼼짝 못하겠다니까. 하여튼 내가 주인이니 손님대접을 해야지. 빨리 오르오. 운전사동무, 자.》
차는 소리없이 미끄러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