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 회)

제 5 장

첨단으로

3

 

차천호는 바람이 일듯 걸음을 빨리했다. 해부를 하던 수의사가 계속 머리를 기웃거리기만 하면서도 한마리 또 한마리 해부를 하군 했었다.

천호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수의사동지, 왜 그래요. 전염병증상입니까?》

수의사가 머리를 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것 보라구, 아까와 꼭같은 증상이네. 분석실에서 염증으로 분석이 나왔지? 이번엔 염증프로수가 더 높아. 온 내장에 다 염증독이 번져있으니말이요.》

그 순간 천호는 머리를 치는 생각에 후닥닥 몸을 일으켰다. 그길로 곧장 오리먹이창고로 가는 길이였다. 가는 길에 실험실에 들려 분석공을 만났다. 분석공이 내미는 분석표를 보는 천호는 수의사의 말이 맞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렸다. 그길로 창고로 달려간 천호는 공급소 통계원을 만났다.

《통계원동무, 어분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릅니까?》

《옹진에서 실어왔어요. 왜?》

천호는 곧장 창고장을 만났다. 그리고는 창고안에 들어가서 며칠전에 출고한 먹이마대를 털어서 종이봉투에 정히 쌌다. 오는 길로 곧장 배합먹이직장에 갔다. 공급소에서 끌어온 모든 먹이들은 배합먹이직장의 분쇄실에서 호수대로 분쇄되여 각 직장에 공급되군 했다. 여기만 가면 모든 먹이를 다 알수 있었다.

통계원이 어디로 가려는지 나오고있었다. 바삐 다가서서 출고대장을 보려고 하니 키가 성큼한 통계원은 눈이 둥그래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서야 아무말없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출고대장을 내보였다.

천호는 공급된 지령서를 한장한장 확인하면서 베껴오고는 먹이를 분석실에 의뢰했다. 분석하는 동안 천호는 가슴을 조이며 기다렸다.

분석시간은 오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각은 지루한 밤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차천호는 이 분석의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런 그의 생각은 이제까지 탐구해온 지식과 현장에서 익힌 경험과 기술로부터 오는 확신이였다.

차천호는 해부한 분석수치와 어분의 분석수치, 지령자료 그리고 자기의 견해를 놓고 수의사와 협의를 했다. 마침 차학선이가 숨을 헐헐 하며 나타났다.

천호는 아버지에게 이제까지의 자료를 내보였다.

《저런, 이게 염분수자냐? 이런 일은 이제껏 없었다. 하여튼 당비서동지방으로 가자.》

《비서동지가 왔습니까?》

천호는 어리둥절해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방금전에 들어서더라.》

《세멘트는요?》

《현장에서 련락이 와서 차가 벌써 떠났다. 자, 빨리.》

《아버지, 혼자 가십시오. 무슨 나까지…》

천호는 뒤로 주춤 물러섰다.

《아니, 분석한 사람들이 가야지. 수의사도 어서 가세나. 비서동지가 기다린다우.》

수의사는 끝내 뒤로 물러났다. 천호는 어쩌지 못하고 아버지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

마침 거기엔 당비서며 지도소조들인 생산국의 처장과 시당부원이 있었다.

《아, 마침 여기 모두들 계시누만요.》

차학선이가 안으로 들어가자 천호는 조심히 그뒤에 섰다.

《비서동지, 오늘 보고는 내가 아니라 우리 천호가 하겠습니다.》

앞섰던 아버지가 별로 정중하게 소개식으로 하는 바람에 천호는 얼굴이 벌개졌다. 그는 며칠사이에 눈이 들어가고 입술이 물퉁게진 당비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의 해부결과와 분석결과를 보고하겠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릴건 이번 비상사고의 병명은 전염병이 아니라는겁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죽은 오리들을 해부하고 그 근거를 쥐였습니다. 병균이 아니라 먹이에 원인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지령으로 나간 먹이들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분석결과가 있습니다.》

차천호는 가지고온 분석자료와 해부자료를 펼쳐놓았다.

《분석자료를 최종적으로 확증하기 위해 생산과의 한미순부원까지 만났습니다. 그가 이 자료를 확증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한미순동무가?》

분석수치를 끄당기는 당비서를 보며 이번엔 차학선이 입을 열었다.

《그 동무가 확실히 공장의 보배입니다. 그가 지령서를 떨구었다면 아마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거우다. 며칠동안 시어머니가 앓아서 나오지 못하고 생산과의 엄부원이 지령을 주었다는군요. 원인은 거기에 있습니다. 어분대용으로 가져온 먹이의 염분분석표를 고려하지 않고 종전대로 먹이지령을 떨구었다는게 아니요. 이것 보시오, 이건 배합먹이직장의 출고대장자료, 이건 생산과의 지령, 이게 다 증명하우다.》

《한가지 더 보충할게 있습니다.》

곁에 서있던 천호가 앞으로 나섰다.

《이건 공훈관리공아바이의 견해인데 저도 동감입니다. 평소의 1. 5배나 더 되게 오리를 호동에 배치한 상태에서 오리에서 배출되는 가스해제사업을 예견성있게 하지 못한겁니다. 결국 호동에 가스는 찼지, 먹이는 염분량이 많지, 그러니 오리들이 견디지 못한겁니다.》

그렇게 말하고난 천호는 다시 제자리에 가섰다. 아까의 멋적어하던 기분이 가셔지고 대신 침착해졌다.

당비서가 종합된 자료를 묵묵히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러더니 한참후에 《생산과의 엄동문 이걸 알기나 하오?》하고 물었다.

누구도 대답을 못했다. 그것은 결코 몰라서 물어보는 말이 아니였다.

이것은 누구의탓인가. 얼핏보기엔 한미순을 대신했던 생산과의 부원탓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그 지령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지령을 하달할 사람은 다름아니라 기사장이다. 기사장이라면 생산의 기본이며 중요공정인 지령을 맡아야 하며 공장의 기술문제를 장악하고 책임져야 했었다. 특히 오리관리에서의 기술문제, 먹이문제는 전적으로 기사장한테 달려있는것이다. 다른 지령원을 대신 앉혔으면 더 관심을 돌려야 했다. 이번 일을 통하여 항상 분주하게 돌아치기만 하던 기사장은 자기의 무식과 무능을 여지없이 폭로시켰다.

당비서가 그제야 생각난듯 《기사장은 어디 갔소?》하고 물었다.

이번에도 누구 하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천호는 그 자리에 더 있을 필요를 느끼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저, 전 가보겠습니다.》

그제야 당비서가 고개를 들었다.

《그새 수고가 많았소. 어서 가보오.》

천호는 당비서의 따뜻한 눈길을 느끼며 얼른 사무실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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