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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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는 큰 충격적인 일을 당한 날이면 조용히 일기를 쓰는데 습관이 되여있었다.

 

2011년 X월 X일

중단되였던 회의는 다시 열렸다. 회의참가자들은 그동안 직장이거나 사택마을에 가서 식사를 하고 왔기에 지루한 감정이 거의 없었다. 그저 이제부터 회의가 새벽까지 끌지 않겠나 하는 위구가 있었을뿐이였다. 저녁식사를 하고온 사람들은 제나름으로 잡담과 담배를 피우며 회의시간을 기다리였다.

시간이 되여 회의실로 모이자 인차 당비서와 지도소조들이며 기사장이 들어왔다. 퍼그나 지친 표정이였다. 그제야 저들은 식사도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팔소매를 걷고 시간을 보니 밤 11시가 넘어가고있었다. 얼마나 배가 고플가, 얼마나 지쳤을가 하는 생각이 들어 집에까지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도 이들의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가책으로 머리를 들기 힘들었다. 다시 열린 회의에서 달라진건 차천호며 젊은 기사들이 몇명 더 참가한것이였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당비서동지가 일어났다. 어지간히 기운이 빠진 듯한 얼굴에서 물퉁게진 입술이 별로 두드러져보였다. 하지만 목소리는 전에없이 근엄했다.

《우리는 지금 현대화의 어려운 목표도 마감단계에서 결속짓고있으며 공장에 생긴 비상사고의 원인도 찾았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막강한 힘과 기술력량이 있다는것을 의미하며 무슨 일이든지 해낼수 있다는것을 보여줍니다. 이제 남은건 당면한 과업인 시민들에게 공급할 고기를 보장하는 일입니다. 아름찬 일이지만 할수 있다는 자신심에 충만되였던 이 과제는 이번 비상사고로 매우 힘에 겨운 일로 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고기생산계획을 못하겠는가? 그럴수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보장해야 되겠는가. 그렇다고 종금후보오리를 다칠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고기생산은 무조건 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장당위원회는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처음으로 주목을 돌리는것은 기술력량이 총동원되여 복합미생물발효제 다량생산을 무조건 보장하게 조직사업을 하는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연구조가 증체률을 올리는 시험에서 실적을 내야 하겠습니다. 이건 사실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문제는 우리 초급일군들이 어떻게 마음먹고 지휘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우리 일군들과 종업원들의 투쟁열의면 못해낼 일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단결된 우리 공장의 힘이 현대화의 어려운 고비마다에서 발휘되였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이번의 고기생산을 놓고 현대화로 완성되여가는 공장은 결코 그림처럼 화려하기만 한것이 아니라 실지로 은이 나는 공장, 그것이 현실로 되게 검증하는 계기로 되여야 하겠습니다. 이제부터 현장지휘를 지배인과 기사장외에 차천호동무를 더 포함시킨다는것을 당위원회결정으로 선포합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누군가 저쯤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앉았다. 차천호였다. 아마 그는 영문도 모르고 회의에 참가했던 모양이다. 벙벙해서 당비서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엔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표정이 어려졌다. 감당키 어려운 임무를 주는 공장당위원회의 큰 믿음에 당황했지만 분명 그의 마음속에서는 크나큰 격정이 일고있으리라.

《그리고 기사장동무는 차천호동무를 비롯한 젊은 기사들이 기술적인 책임을 다할수 있게 조직사업을 잘해주며 이끌어주어야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당비서의 얼굴에 언뜻 따뜻한 표정이 어리였다. 그 순간 나는 코등이 매워나 얼른 고개를 숙였다. 내 일처럼 고마운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번 사고총화에서 비판이 되였지만 그를 여전히 믿고 중대한 책임을 맡기는건 얼마나 대담하고도 웅심깊은것인가. 그렇지 않았다면 기사장은 아마 영영 일어나지 못했을것이다. 꼭 내가 당하는 일같았다. 금시 따뜻한 물이 찰랑이는 온탕에 들어간것처럼 온몸이 포근해졌다. 회의실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에 화기가 어리면서도 신심이 어려지는걸보니 내 마음도 기뻤다.

다음으로 놀라운 일은 비상대책의 두번째안이였다. 이제부터 사무실성원들을 비롯한 모든 직장에서(종금직장과 비육직장을 제외한) 호동담당제를 실시한다는것이였다. 호동담당제명단을 기사장이 일어나 발표하였다. 아까는 고개도 못들고 땀만 줄줄 흘리던 기사장이 거침없이 명단을 읽어나갔다. 몇명이 일어나 결의를 다졌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하나같이 신심이 어려있었다.

다음 모든 성원들이 당에서 준 과업을 무조건 수행하자고 호소하는것으로 회의는 끝났다.

회의가 지루하게 계속될것이라는 판단은 완전한 오산이였다. 새로운 열기와 론의로 웅성이며 나가는 일군들을 바라보느라니 당비서 앞으로 달려가 나의 심정을 터치고싶게 마음이 달아올랐다.

맞았다. 모든 일은 일군들에게 달려있다는것을 오늘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였다. 한시간도 못되는 사이에 역전시킨 회의분위기, 대담한 결정과 대책은 아득하게만 생각되던 고기생산을 얼마든지 해낼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게 하였다.

우덕진기사장에게 담배를 권하며 웃는 당비서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게 기뻤다.

회의가 끝난 소식을 언제 벌써 들었는지 정문에 차학선이 나타났다. 그가 곧장 당비서 앞으로 가는것이 보였다. 보나마나 회의결정을 놓고 자기의 심정을 터치고있으리라. 누구든 당비서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터놓고싶은 그런 밤이다. 이런 감정은 비단 나만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기사장도 차천호도 마찬가지일게다. 남편도 역시 그런 감정을 터놓고싶어 문앞에서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호동담당제에서 우리 가공이 본때를 보여야 한다. 우리 직장이 맡은건 비육직장의 45호동을 비롯하여 네개나 된다. 래일부터 그 호동에 달려가야 한다. 내가 맡은 호동이 누구보다 앞서야 하는것이다.

그 이틀날부터 온 공장이 뛰여다니였다. 관리공들만이 자기 호동의 오리들을 책임진것이 아니다. 모든 성원들이 한호동씩 맡아서 서로 경쟁적으로 나섰다. 오리에게 좋다는것은 다 들고나오는 모습들이였다.

약, 남새, 알곡, 짚단뿐 아니라 온도보장을 위해 담요까지 가지고나오며 경쟁적으로 승벽을 부리였다. 조현숙이와 그의 며느리가 서로 집안의것을 내오느라 열성을 피워 모든 사람들의 화제거리가 되였다. 한편 호동앞에서건 어디서건 생산을 지휘하는 우덕진을 볼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몸가짐과 행동에서는 위풍당당하던 그전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 허리가 부러진듯한 모습이였다. 사택마을에서는 요즘 우덕진에 대한 말이 자자하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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