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4 회)
제 5 장
첨단으로
7
(1)
계획했던 양어장도 어느덧 마감단계에 이르렀다.
가공직장에서 시작한 이 양어장은 크지 않은 앞공지를 리용하게 하는 실리적인것으로 인기를 끌었다. 첫단계로 800㎡쯤 되는 공지를 리용한것으로서 가공시에 나오는 부산물을 리용하여 양어를 할수 있는 조건보장도 좋았지만 문화휴식터로 특색이 있었다.
가공직장은 다수가 녀성종업원들인데 자기들의 힘으로 하겠다는것을 결의하고 잔등에 질통을 지는것으로 시작했다.
인차 온 공장이 관심하는 문제로 되였다.
신형일은 근로단체조직을 발동하여 이 양어장을 현대화의 마지막꾸리기로 정하고 모든 력량을 동원하게 했다. 처음으로 오수장정리를 끝낸 공장돌격대가 이동해왔고 휴식날엔 직장별로 경쟁적인 토량운반경기를 조직했다. 기계수단들도 도착하고 광산에서 돌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흙을 파내고 석축을 하는 작업이 잇달았다.
못뚝들은 물이 새지 않게 모두 콩크리트치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열수처리를 한 가공직장의 더운물이 흘러들게 지하공사를 한것이 보다 실용적이였다. 물빼기길이며 못바닥을 경사지게 하는 작업을 하는동안 가공직장의 녀성들은 거의 직장에서 살았다.
낮에는 공장꾸리기와 생산에 참가하고 짬시간마다 교대로 양어장건설에 나섰다. 그렇게 한 보람이 있어 양어장이 완성되고 물을 채워넣자 신형일은 조현숙이와 함께 림시못에서 자라는 새끼고기들을 가져왔다. 그 일에선 공장에 나와있는 양어기사가 한몫 했다.
림시못에서 거의 엄지로 자란 메기들을 보니 갖가지 메기료리가 차려진 상앞에 앉은것같이 흐뭇했다. 고기들이 물우로 솟구치며 펄떡거릴 때마다 조현숙이가 어린 처녀처럼 깔깔 웃었다.
《비서동지, 공사를 한창 하면서 어떻게 새끼고기문제를 다 생각했습니까? 여기 림시못에서 기를 생각을 한건 정말…》
조현숙이가 기쁨을 금치 못하자 신형일은 한옆에서 그물질을 하고있는 양어기사를 슬쩍 돌아보았다.
《그건 내가 한게 아니라 저 기사동무가 한거요.》
신형일은 옆에서 새끼고기들을 열심히 골라내고있는 양어기사를 가리켰다. 메기는 맹어여서 먹이가 부족할 때면 작은 메기나 약한 고기들을 잡아먹기때문에 늘 관찰하면서 작은 메기들을 골라주어야 한다고 하더니 오늘은 이렇게 팔을 걷고나섰다.
거뭇거뭇하게 탄 얼굴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는데도 그는 땀 씻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작은 메기들을 골라내는 그물질을 멈추지 않았다.
《직장장동무, 두연원 춘영동무 말이요, 아직 마음이 돌아서지 않았다오?》
신형일이 속삭이듯이 하는 말이였지만 양어기사가 못들었을리 만무했다. 아닐세라 양어기사가 그물을 든채 가까이 다가왔다.
《일없습니다. 이젠 공장에 양어장이 생겨서 거기에만 생각이 가있습니다.》 양어기사가 시치미를 떼고 히쭉 웃었다.
《아니, 그럼 벌써 마음이 달라졌는가요?》
조현숙이가 참지 못하고 물총쏘듯 물었다. 둘사이를 오가며 북을 쳐주는 조현숙이기에 가만있지 못하는것이였다.
《마음이 달라졌는가 하는건 아직 두고봐야지요.》
양어기사는 여전히 느물느물 늘어진 소리를 했다. 배포유한 소리를 하는걸 봐서는 잘 알수 없지만 어쨌든 그가 공장에 정을 붙인건 헨둥했다. 이것이 그래 양어장의 메기만 본것이겠는가.
신형일은 괜히 누구든지 붙잡고 말을 걸고싶게 마음이 흥그러워졌다.
《지배인동지가 양어장 완공소식을 들으면 당장이라도 뛰쳐나올것같은데. 직장장동무, 우리가 면회갔던지가 언제드라. 그때 퇴원할 생각을 하댔지요?》
《16일에 갔댔으니 닷새됐습니다. 정말 양어장이 다 되니 지배인동지 생각이 납니다.》
《가만, 내가 언제인가 들은데 의하면 직장장동무하고 우리 지배인사이가 보통이 아니라는데, 지배인동지한테 반해서 고향을 떠났다면서? 고기도 다 갈라놓았는데 우리 휴식하면서 그 얘기나 좀 들읍시다.》
신형일은 예전같지 않게 빙글빙글 웃으며 슬쩍 말머리를 돌렸다.
《어마나, 비서동지두. 그런걸 듣고싶을 때가 다 있습니까? 우린 비서동지가 현아 어머니를 만나던 이야기가 더 듣고싶은데…》
《그건 재미나지 않지. 우선 직장장얘기부터 듣기로 하고 그 다음은 양어기사동무 차례요.》
《아니, 직장장동지한테 그런 재미난 이야기가 다 있나요?》
자못 흥미가 있는지 양어기사는 벌써 이야기판에 끌려들었다.
화기가 도는 못주변에 자리를 잡자 조현숙이가 어느새 건사했던 간식주머니를 풀어놓았다.
그것은 엊저녁에 했다는 순대였다. 발가우리 자주색을 띠는 순대는 반질반질한게 먹음직스러웠다.
조현숙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빠의 편지를 받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공장을 나서는 박순배를 처음 보던 이야기는 마치 소설책을 보는것처럼 흥미가 있었다. 병원에서 만난 오빠가 대상자가 자리를 뜬것을 두고 아수해할 때 제 속궁리를 한 조현숙의 심리가 헤쳐지자 양어기사는 고기순대를 먹을 생각도 다 잊고 벌쭉거렸다.
《고향으로 가서 수속을 하는 때에도 그 고수머리청년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지요. 그런데 수속을 마치고 공장에 와서 그 박기사부터 찾으니 아니 그사이 집을 받아 합숙에서 나갔다고 하지 않겠어요. 고향에서 부모들을 모셔온게구나 하고 집들이 축하까지 할셈으로 이것저것 사가지고 찾아가니 글쎄 집안에서 새색시가 나오는게 아니겠나요. 장가를 갔던거예요.》
《하하…》 폭소가 터졌다. 양어기사는 들고있던 순대를 떨어뜨리며 온몸을 들썩거렸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힐 일은 박기사의 새집에서 나를 맞아준 새색시가 누군지 알아요? 그 쌍태머리처녀였어요, 읍상점판매원!》
《아하하하…》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웬만해서는 소리내서 웃는 법을 모르는 당비서가 호탕하게 웃는것을 보자 이때까지 시치미를 뻑따고 이야기를 하던 조현숙이가 그만 참지 못하고 함박웃음을 터쳤다.
잠시후에 다 정리된 양어장에 메기들이 옮겨졌다. 가공직장의 녀성들이 다 떨쳐나서 구경을 했다. 그들이 왁작 떠들며 올리는 환성때문에 메기들이 더 놀라 푸들쩍푸들쩍 빠져나갔다.
버린다고 할수 있는 부산물로 이런 메기가 공짜로 생기니 이거야말로 거저 생기는 수확물이였다. 그러니 이 양어장을 건설할 때의 고생은 생각도 않고 저렇게 웃고떠드는게 아닌가.
길다란 몸뚱이와 납작하면서도 뭉툭한 대가리는 온통 미끈미끈한 점액으로 덮여있어 손으로 잡아도 언제 빠져나가는지 알수가 없었다.
메기는 눈이 작아도 볼건 다 보고 살아가는 맹어였다.
녀인들이 포장바닥에서 버드럭거리는 메기들을 잡느라 법석이였다.
물속에서는 메기들이 펄떡거리고 양어장에서는 녀성들의 웃음소리가 왁자했다.
메기들을 못에 잡아넣은 다음 가공직장의 녀인들은 야외에 식탁을 차렸다.
오리를 잡으면서 나온 부산물인 위와 간을 가지고 한 료리도 좋지만 오늘 처음으로 시작한 오리훈제가 포장채로 식탁에 오른것이 이채로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