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5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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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직장의 통계원이 신형일이앞에 오리훈제를 가져왔다. 맏딸은 조국보위초소에 보내고 둘째딸과 살고있는 이 몸매 탐탁한 통계원은 언제나 바지런했다.

신형일은 관심을 가지고 오리훈제품을 뜯어보았다. 현대화가 된 가공직장에서는 다른것보다 이 훈제품이 완성되여야 했다. 아직은 훈제한 오리가 작았고 또 아직 참나무냄새가 잘 배이지 않은것도 결함이였다.

식탁주위에서 녀인들이 흥성이였다. 양어장을 완공했지, 메기들이 꽉 찼지, 게다가 푸짐한 식탁을 마주하니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지 인차 노래소리가 흘렀다. 제일먼저 조현숙이가 손풍금을 울리자 노래소리는 더한층 고조되였다. 그러자 제꺽 바이올린수가 나왔다. 학생시절에 소년궁전 음악소조에 다녔다는 그는 아직 젊음이 사라지지 않은 작업반장이였다.

공장에서 인기를 모으는 직장의 독창가수가 선창을 떼자 여기저기서 자기의 재기를 자랑하느라 일어섰다. 세포비서가 질세라 일어섰지만 그래도 녀인들을 당해내지 못했다.

가공직장에서는 역시 녀인들이 첫번째로 꼽혔다. 노래소리가 높아지자 인차 춤판이 벌어졌다. 너도나도 일어나서 허리를 꼬고 두팔을 펼치자 앉아서 보기만 할 재미가 없었다. 먹는데 더 열성을 피우던 사내들이 녀인들 복판으로 끼여들었다.

춤판이 고조에 이르자 신형일은 천천히 양어장앞으로 나왔다.

신형일은 앞으로 이 양어를 크게 장려할 생각이였다. 부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고기를 림시로 길렀던 양어못을 기본으로 하면서 양어장을 꾸리면 이 양어장의 3배쯤 되는 큰 양어장을 건설할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공장의 한켠에서는 전문양어장못지 않은 메기양어장이 생기게 된다. 왜 메기만 할테냐. 잉어도 기르고 초어도 하자. 그러자면 담장을 더 넓히고 양어장을 번듯하게 해야 한다.

신형일의 눈앞엔 벌써 번듯한 양어장이 보이는듯했다.

그길로 그는 구내길에 들어섰다. 좌우로 보름달같은 야외등이 곳곳에 켜있어 아무리 밤이라고 하지만 구내가 훤했다. 태양빛을 리용한 야외등이다. 하긴 지금 공장은 온통 불빛속에 들어있었다. 수십동이나 되는 오리사에서는 불빛이 환했다. 밤에도 알을 낳고 자기의 활동을 멈추지 않는 오리들을 위해 관리공들은 이밤도 오리들을 지켜보고있었다. 오리우리만이 아니라 나지막하면서도 아담한 알깨우기실에서도 이밤 숱한 알들이 자동알깨우기실에서 굴리우며 까나올 시각을 기다리고있다. 밤을 모르는 일터, 이곳이 바로 오리공장이다. 밤이나 낮이나 가림없이 인민들의 식탁에 오를 고기생산에 분투하는것이 우리 종업원들인것이다.

호동쪽에서 누구인가 분주히 나오다가 뚝 멈춰서며 인사를 했다.

김남순이였다.

《이번주는 밤교대가 아니잖소?》

신형일은 의아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밤교대면 우정 현장익히기시간으로 정하고 오리에 대해서 배우던 신형일은 김남순의 교대에 빤했다.

《예, 낮교대입니다. 새로 온 젊은 동무가 밤교대에 처음 서기에…》

그러니 새로 온 동무를 위해 우정 밤에 나와보는 모양이였다. 책임성이 높은 호동장이 달랐다.

《참, 그전에 말이 있던 남철이 문제는 어떻게 됐소?》

《비서동지, 합의를 보았습니다. 사돈집과 날자를 정하느라 론의를 했습니다.》 남순은 당비서가 자기네 가정일까지 관심해주는게 고마워서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그래요? 거참 반가운 일입니다. 언제입니까?》

위대한 장군님께 기쁨의 보고를 올리게 되면 처음으로 맞는 일요일에 하기로 했습니다.》

《그거 참 생각을 잘했습니다.》

신형일은 불빛이 흐르는 구내길을 한동안 에돌았다. 감회스럽기 그지없었다. 남철이의 대상으로 나선 처녀는 시내에서 소문난 식당의 료리사였다. 그런 처녀가 시외에 있는 이 고장으로 시집을 온다. 착실하고 열성이 높은 남철의 됨됨에 반한것이였다.

신형일은 더없이 기분이 건뜻해졌다. 공장으로 왔을 때 그의 가슴에 상처로 남은것은 총각의 집이 시외에 있다고 처녀가 타발을 했던 일이였다. 그러던것이 인물도 얼싸한 처녀가 이 고장의 총각에게 시집을 오는것이였다. 한껏 축하해주고싶었다. 그 집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집이다. 오래동안 공장의 혁신자로 일한 할머니와 부부가 다 공장에서 핵심으로 일하고있는데다 이번에 둘째까지 제대되여 공장에 왔다.

사색적인 형과 달리 동생은 아직 군인티가 력력한 대견한 제대군인이였다. 그의 희망대로 일도 잘하고 공부도 하면 앞으로 한몫 든든히 할수 있었다. 온 집안이 공장의 주인으로 일하는 그들을 한껏 축복해주자.

잔치를 크게 차리도록 하고 록화촬영준비와 차도 내주어서 시내의 경치좋은 곳에서 기념사진도 찍도록 공장이 도와주자는 생각을 하며 신형일은 사무실에 들어섰다.

오늘따라 안해를 만나고싶었다. 밤은 퍽 깊었는데 혹시 안해가 잠자리에 들지 않았는지, 그런 미타한 생각이 들면서도 어쩔수없이 손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눌렀다.

한동안 호출신호음만 울렸다. 정말 안해가 잠자리에 든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웬일이세요?》하는 맑은 안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러면서도 미안한 생각이 들어 신형일은 어색하게 한마디 했다.

《내가 단잠을 깨운 모양이구만.》

《그런게 아니라 아직 시간이 안되지 않았어요.》

《허…》

신형일은 말을 못했다.

《왜 나와야 할 일이 생겼어요?》

그 순간 그들은 꼭같이 언제인가 역삼을 구하러 갔던 그날을 생각했다.

신형일은 당황하여 《아니, 그런게 아니라 오늘 별로 당신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전화를 하지. 뭘 하댔소?》

《래일 애들에게 줄걸 준비하느라구…》

《아, 제일 분주할 때였구만. 그럼 마저 하오.》

《아니, 다 했어요. 현철이가 꼭 꽈배기를 해달라는거예요. 그래 좀 준비했어요.》

《꽈배기? 그 녀석 갑자기 그건 왜 해달라는거요?》

《애들이 래일 체육경기를 한대요.》

체육경기? 그제야 신형일은 공장창립일과 체육경기를 련관시켜보았다. 사실은 아직 현대화를 끝내지 않은 상태여서 후방사업이나 예견했지 체육경기같은건 생각지 않았는데 순간에 생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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