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6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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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일을 계기로 지원자들과 마지막으로 경기를 할수 있다.
이번엔 천호와 수려 생각이 났다. 그들의 관계는 아직도 곧게 뻗어나간 두줄기 평행선이다. 수려는 털단백시험을 거의 완성했다고 하지만 조에서의 공동시험은 말뿐이지 천호 혼자서 하는 정도다. 마음을 합치는데는 탁구경기가 제일이였다. 그들이 힘을 합칠수 있는건 바로 복식탁구경기다. 됐다! 저도 모르게 환성이 나왔다.
《여보, 고맙소. 당신이 내 눈을 틔워주었구려. 일만 냅다 시킨 우리 종업원들이 지원자들과 대항경기를 하면 피로도 풀고 사기도 올리구 경쟁의욕도 높일수 있고 또 중요한 문제의 고리가 풀릴수 있소. 그렇게 되면 사택마을에서도 당신처럼 음식꾸레미를 안고 들고 공장으로 올거란 말이요.》 신형일은 안해가 보이기나 한것처럼 싱글싱글 웃었다.
《정말 흥성이겠네. 나도 오라요?》
《못올건 뭐요, 가족들이 다 오겠는데. 당신은 공장가족이 아니요?》
《호호, 됐어요. 창고장이 없으면 우리 공장에서는 생산을 할수 있나요? 난 공장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란 말이예요. 그저 제 말을 듣고 당신네도 창립일을 지낼 생각과 중요한 고리가 풀릴수 있다니 그보다 더 기쁜일이 없어요.》
신형일은 전화기를 쥔채 잠자코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입가엔 미소가 그려졌다. 유치원을 그만두고 공장에 처음 가서 서먹해하던 안해가 아니였다. 무엇보다 그게 기뻤다.
문득 안해의 목소리가 그의 사색을 흔들어놓았다.
《여보, 언제인가 명절날에 놀러나갔던 현아가 날 보고 뭐랬는지 알아요? 글쎄 엄마는 무슨 맛으로 사는가고 하잖아요.》
《그건 무슨 소리요?》
신형일은 깜짝 놀라 하마트면 일어설번했다.
《명절이면 자기네 동무네는 온 집안이 들놀이를 간다는거예요. 그게 제일 부럽대요. 우리 집은 언제면 아버지와 다같이 들놀이를 갈수 있을가 하면서요.》
《그래 당신 뭐라고 했소?》
《나야 뭐 재미가 따로 있어요? 당신 일이 잘되면 좋은거고 늘 기다리는거지요. 이렇게 깊은 밤 당신과 만나는것도 재미지요. 이런 재미는 그 누구도 누리지 못하고 우리들만 누릴거예요. 진짜 우리의 행복이예요.》
가슴이 뭉클 울렸다.
《여보, 우리는 현대화를 다 끝냈소. 중요하게 내세운 발효제생산에서 공동으로 연구한것을 종합해서 적용하기만 하면 되오. 바로 당신이 그 고리를 나에게 틔워주었던거요.
우리 공장에서
정말 신형일은 그럴 생각이였다. 한번이라도 안해를 기쁘게 해주는 남편,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버지가 되고싶었다.
《됐어요, 공장의 현대화를 잘해서
《여보, 내가 이제껏 뭘했는지 아오? 메기양어장에 메기들을 다 넣었소. 이제 한달쯤 있으면 이런 메기들이 욱실욱실할게요.》
신형일은 안해가 못본다는 생각을 못하고 자기 팔을 버쩍 들어보였다.
《그러니 양어장두 다했군요. 정말 수고가 많았어요, 늘 양어장 소리를 하시더니…》
《내가 부탁할건…》
《뭐예요?》
언제나 준비되였다는듯 안해가 얼른 받아물었다.
《당신이 먼저 메기료리를 한번 잘 완성해보오.》
《메기료리요?》
《내가 먼저 메기료리방법을 떼야 종업원들에게 공급할 때 메기료리선전을 하지. 모든 일에 이 당비서가 앞장서야 하지 않겠소?!》
《알겠어요. 래일 당장 메기를 사다가 몇가지 해보겠어요. 또 뭐가 있어요?》
《이젠 됐소. 아참, 며칠 있다가 차학선로인님 생일이요. 이제껏 생일을 쇨 기분이 안나서 그저 지나보냈다우. 그런데 올해에야 그 로인이 얼마나 큰 복을 받아안았소. 그래서 공장에서 차려줄 생각을 하는데 뭘 놓치지 말아야 되겠는지 두루 생각해보고있소.》
《상준비랑은 다 됐을게구, 제 생각엔 당신이 놓치지 말아야 할건 천호의 친어머니를 찾아야 할것같아요.》
《친어머니? 아하, 그렇군.》
신형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 생각하면서도 천호 어머니를 생각하지 못했다.
《고맙소.》
역시 녀자들은 자기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언제인가 공급소부원이 《우리 처가 아침에 나갈 때 비가 올것같은데 우산 가지고가라고 하길래 녀편네말은 안듣는다 하고 힝하니 나왔더니 이렇게 비가 오는구만요. 그러고보니 녀자말이라고 덮어놓고 안들을것두 아니우다.》 하는 말에 곁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따라웃었다. 사실 나도 오늘 전화하면서 안해의 도움을 받은게 얼마인가.
신형일은 상글거리는 안해의 미소어린 얼굴이 눈앞에 보이는듯했다.
마음은 끝없이 그와 말을 나누고싶지만 안해는 이젠 자야 했다.
《이젠 그만합시다.》
《당신도 이젠 쉬세요. 약을 꼭 잡수세요. 래일 메기료리 한가지를 완성해보겠어요.》
전화를 끊은 다음에도 안해의 목소리는 신형일의 귀가에서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신형일은 천호가 현장시험을 하고있는 호동으로 나갔다. 호동안에서 시험중의 오리들을 한마리한마리 달구어 시험일지에 적고있는 그의 눈가엔 피로가 잔뜩 겹쳐있었다.
인기척에 돌아보던 천호가 인사를 하자 신형일은 오리들엔 생각이 없는듯 《천호동무가 탁구를 잘 친다지?》하고 말을 걸었다.
《예?!》 천호는 저으기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나 신형일은 모른척하고 강수려가 있는 실험실에 전화를 걸어 시험호동으로 빨리 오라고 지시했다. 전에 없는 신형일의 어조를 느껴서인지 수려는 더 다른 말이 없이 인차 시험호동으로 들어섰다.
수려가 호동에 들어섰는데도 돌아선채 자기 일을 계속하는 차천호쪽을 보며 신형일은 그들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문제는 한시도 미룰수 없다는것을 절감했다.
《동무들, 이리 가까이 오시오, 더.》 그의 말에서는 에누리할수 없는 기운이 풍겼다. 그만큼 그들의 문제에서 신형일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을 속다짐을 했다.
《며칠 있지 않아 맞게 되는 창립일에 공장에서는 체육경기를 하게 됩니다. 그 경기에서 동무네 둘은 탁구복식경기를 나가게 되오. 대전표는 직장별로도 되지만 동무네는 한시험조기때문에 한조가 되여야겠소.》
《어마, 전…》 별안간 수려가 고개를 쳐들었다.
《동문 아마 공장성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것같은데 동문 엄연히 공장에서 조직된 시험조요. 경기는 작업반별로, 직장별로, 시험조별로 대전표가 짜있소. 내가 그렇게 조직하게 했소.》
아직은 그렇게 조직되지 않았지만 신형일은 정말 그렇게 할 생각이였다.
당비서가 체육까지 주관한다?! 이것은 독단이 아닌가 하고 마음속으로 이런 저울질도 해보았으나 그는 단호하게 머리를 저었다.
《천호동무, 동문 어떻게 생각하오?》 천호쪽을 돌아보는 신형일의 눈길은 엄해졌다.
《…》
《
지금 자기 개인만을 생각할 때인가. 더 긴말을 하지 않겠소. 단지 경기결과만 가지고 동무들의 문제를 보겠소. 훈련을 해야겠는가,
안해야겠는가. 이겨야 하겠는가 아니면 지겠는가. 현대화실현에 어떻게
머리를 떨구고 선 그들을 보며 신형일은 단호하게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