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8 회)
제 5 장
첨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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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공장창립일이다.
공장에서 계획한대로 체육경기를 하게 되는 이날 박순배는 퇴원하여 공장정문에 들어섰다. 이미 련락을 받은 당비서가 기다리고있다가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걸어오는 박순배를 보자 조심히 여겨보았다. 종시 마음을 놓지 못하고 《지배인동지!》 하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박순배는 불안하게 지켜보는 그앞에서 허리를 곧게 펴보이며 《허허, 나하고 오늘 탁구경기를 해보잡니까?》하고 팔을 쳐들어보였다.
《하하!》
《허허…》
그들은 시름을 날리며 웃었다. 창립일에 완쾌된 몸으로 공장에 오니 그것보다 기쁜 일이 없었다.
박순배는 잠시 그 자리에서 공장을 바라보았다. 현대화를 끝낸 건물들이 나부터 먼저 보아달라고 차례차례 나서는것같았다.
《그동안 수고가 많았습니다.》
그는 버릇처럼 두눈을 슴벅이며 하나하나 눈여겨보았다.
《제일 큰 성과는 지배인동지가 건강을 회복한겁니다.》
《그거야 뭐…》
박순배는 그건 다 당비서 당신의 공로라고 말하고싶었으나 갑자기 목이 꽉 메여오는 바람에 고개를 돌리고말았다.
그때였다. 대렬을 짓고 경기장으로 나가던 가공직장 녀성들이 일시에 《지배인동지!》하며 그를 에워쌌다. 모두 청색체육복으로 통일시킨 녀성들이 하얀 체육모까지 꼭같이 써서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언제 퇴원했습니까?》
《다 나았습니까?》
《어디 걸어보십시오.》
저마끔 물어보고 떠드는 바람에 박순배는 웃기만 했다. 한식솔같은 종업원들, 이런 사람들과 떨어져 어떻게 병원생활을 오래 했는지 알수 없었다.
잠시후 녀성들은 대렬을 짓고 떠났다. 조현숙이만 떨어져서 안심이 안되는 눈길로 자세히 훑어보았다.
《정말 다 나았습니까?》
《자, 보오.》 지배인이 허리를 곧게 펴고 걸어보았다.
《좋습니다.》
조현숙이 이렇게 말하고는 대렬을 따라 반달음쳤다.
《지배인동지가 저 동무 추천을 잘했습니다. 이번에 저 동무네는 지배인동지가 시작했던 그 양어장을 다 끝내고 고기도 넣었습니다. 이제 경기장을 돌아보고 그 양어장까지 가봅시다.》
《그래요?》
정말 무엇부터 보아야 할지 몰랐다. 시작도 하지 못한 양어장의 석축때문에 광산에 갔다가 허리를 상했는데 그사이 양어장을 완성하고 고기까지 넣었다니 그저 가슴이 뻐근했다.
그들은 천천히 경기장으로 향했다. 정말 자기가 입원해있은 기간에 공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번듯하게 정리된 구내로 제일먼저 안겨오는건 회관이였다. 마치 모든 종업원들을 가득 싣고 푸른 대동강에 둥실 뜬 대형려객선 같았다.
경기장으로 향하던 박순배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섰다.
은빛동체를 번쩍이며 일떠선 배합먹이직장과 알깨우기작업반사이에 전에 없던 야외운동장이 새로 생겨났던것이다.
자기가 병원으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여긴 쓸모없는 풀들이 란잡하게 자라나서 볼모양 없던곳이였다. 그런데 지붕을 인
《하 이런, 정말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지배인동지의 마음에 들어야겠는데요.》
《허허, 내가 비서동무의 일솜씨를 몰라서요?!》
공간에 새로 꾸려진 운동장에서 종업원들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목청을 내서 응원하고있었다.
조현숙이가 열이 나서 좌석을 정돈시키고있었다. 벌써 그곳에서는 노래소리가 터져나오고있었다.
박순배는 방금 인사를 나는 부비서에게 당비서가 무슨 말인가를 해주는 사이 혼자서 천천히 앞섰다.
이때 우렁찬 노래소리, 응원소리가 공장구내를 들었다놓는듯했다.
가공직장의 녀인들이 직장장 조현숙의 지휘에 따라 열을 올려 화답하는 소리가 두드러졌다. 그옆에서 이악을 부리는 두연원의 황춘영의 모습도 인차 눈에 띄였다.
갑자기 당비서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멀지 않은곳에 있는 회관관장을 불렀다. 키가 성큼하게 뽑혀진 회관관장이 왁새다리같은 긴 다리로 반달음쳐 달려왔다. 그가 오늘경기의 총책임자였다.
《관장동무, 오늘 사람찾기종목이 있소?》
《예, 있습니다.》
《하나 더 보충하고싶은데, 그럼 초급일군 성원들로 따로 하나 더 조직합시다. 그리고 표에는 양어기사를 찾게 넣으시오.》
《양어기사요?》
회관관장이 놀랍게 눈을 흡떴다.
박순배는 고개를 끄덕이는 당비서의 눈가에 능청스런 웃음이 비끼는것을 보았으나 무슨 일인지 알수가 없었다.
《저기 두연원책임자가 꼭 그 표를 쥐도록 관장동무가 책임지고 하시오. 이건 내가 주는 임무요.》
《예.》
관장은 영문을 알수 없지만 당비서의 입가에 떠도는 웃음을 보고는 그 자리를 물러났다.
《허허…》 그제야 당비서의 속궁냥을 알아맞춘 박순배는 생각이 많았다. 보기엔 깔끔해보이는 그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을가. 면회 오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공장에 새로 온 양어기사 말을 들었을 때 박순배는 그저 웃음속에 넘기였다.
공장에 오래 있었다고 자처하는 자기는 황춘영의 개인생활에 대해서 한번도 생각한적이 없었다. 그런데 당비서는…
박순배는 문득 수술장에서 당비서가 자기의 손을 꼭 잡았던 그 순간을 상기했다. 그 손을 통해서 흐르는것이 무엇이였던가. 단순한 인간의 체온인 온기였던가. 아니였다. 그것은 한마디로는 다할수 없는 고무와 지지와 격려였다. 그 힘이 있었기에 박순배는 그 어려운 수술을 이겨내고 오늘과 같은 날을 볼수 있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