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 회)

제 7 장

우리는 젊은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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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질문은 계속되였다.

묻는 내용이 심화됨에 따라 대답하기도 점점 어려웠다. 모두가 현장에서 취입상태를 구체적으로 관찰한 뒤여서 사소한 의혹도 보통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는 모양이였다.

《한가지 묻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명식이였다.

누구를 어떻게 대할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일일수도 있지만 자기에게는 그런것쯤 익숙돼있다는것을 암시하려는듯 그의 태도는 자못 자신만만했다.

《제가 알고싶은것은 우선 연료취입량에 대한 기준입니다. 최적량을 어떻게 정하고있는가 하는것이지요. 전 이것이 새 연료취입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

진호는 대답할 말을 찾을수 없었다.

실상 취입량에 대한 기준은 새 연료안에서 핵으로 되는 문제였다. 매 공정별에 따르는 취입량, 특히 열조건에 따르는 취입량에 대한 기준은 새 연료안에 대한 과학성을 담보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문제일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취입을 공업화할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것과도 련관되여있었다. 그래서 각별히 애를 써왔지만 아직까지 그 일관성을 도출해낼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렇지만 그로선 그 원인이 다른데 있지 않고 단지 아직은 시험회수가 적은탓으로 하여 산출자료가 부족한데 있다고 믿고있었다.

《거기에 대해서도 아직 기준을 찾지 못하고있습니다. 어떨 땐 적은 량의 취입이 해당한 온도를 담보하는가 하면 또 어떨 땐 턱없이 많은 량을 취입해도 온도가 오르지 않습니다. 저로선 이런 현상을 로조건과 보충연료의 변화에 따르는 차이로 보고있고 또 아직 시험회수가 적기때문에…》

알만하다는듯이 명식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하나 더 묻겠는데 슬라크염기도가 어떻기때문에 생성물을 슬라크화한다는것입니까?》

《염기도에 산성이 강하기때문이지요.》

《산성은 부원료배합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나타나지 않습니까. 우리가 료해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에 장입되는 광석과 생석회는 산성이 강한것들입니다. 바로 그때문에 염기도가 오르고있다는것입니다. 자, 보십시오.》

그는 거기에 해당되는 자료를 언급했다. 그는 자료를 정확히 써먹을줄 아는 능력이 있을뿐 아니라 거기에 자기의 사업을 안받침할줄 아는 수완도 가지고있었다. 수자들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자기의 의도를 나타낼줄 알았고 수자들을 외곡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주장을 강조할줄 알았다.

《제가 이것을 언급하는것은 생성물처리 역시 새 연료도입에서 다른 하나의 기본문제로 되기때문입니다. 우리 심사실에서도 취입량과 생성물, 이 두가지에 대한 일관한 법칙성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어려웠습니다. 결국 이것은 어떻게 해야 온도를 요구대로 조절하며 어떻게 해야 생성물을 없애는가에 대한 비결을 찾지 못하고있었다는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여기에 대한 비결을 찾고 대책을 세울수 있겠는가 하는것이 문제로 나섭니다. 저로선 반복시험을 한다 해도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로상태가 부단히 변화될뿐 아니라 현재보다 더 나빠지기마련이며 보충연료의 편차도 더 증대되기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매 차지 새로운 조건이 조성되기때문입니다.》

명식은 어느새 진호가 아니라 부장을 보면서 말하고있었다.

《그러니 실장동무 의견은 뭐요?》

《나타난 현상은 새 연료안이 아직 어떤 과학적인 타당성도 없다는것을 증명하고있으며 앞으로도 증명하기 어렵다는것을 말해주고있습니다. 과학탐구에서 과학적인 담보가 없다는것 즉 객관적인 합법칙성이 무시돼있다는것은 과학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것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다시말하면 우연이기때문에 과학적으로 론증되지 않는것이지요.》

《?》

의혹과 놀라움이 비낀 시선들이 맞부딪쳤으나 명식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기실 지금 속으로는 더없이 조마조마한 심정이였다. 등골에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새 연료안의 자료들을 분석해보는 과정에 그는 최근에야 비로소 명백한 사실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는데 그것은 진호의 성과가 자기가 그처럼 확신해마지않던 어떤 우연이 아니라 부족점이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틀림없이 성공하게 되리라는 그것이였다. 너무도 아연한 사실앞에서 그는 미처 정신상태를 수습할수가 없었다. 자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하여 자기가 믿는것이 혹시 무의미한것이나 아닐가 하는 의심을 한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그였지만 이번만은 불안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어째서 매사에 그처럼 정확한 자기가 이런 처지에 굴러떨어진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리해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의혹보다 먼저 가슴을 압박하는것은 자기에게 닥쳐오는 절망의 검은 그림자였다. 난생처음 그는 자기앞에 무서운 절벽이 나타났다는것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었다. 자기가 안심하고 걸어가던 곳이 땅인줄 알았는데 금시 쩍 갈라지면서 물우에 뜨게 된 얼음이라는것을 안 사람의 심정이라고 할가? 한데 그 얼음장은 자기를 싣고 점점 아래로, 한번 구겨박히면 다시 솟아나지 못할 그런 아득한 낭떠러지로 다가가고있는것이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모면할수 있단 말인가?)

오직 이 한가지 생각뿐이였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새 연료안을 긍정해나설수는 없는노릇이였다. 그러기에는 자신이 취한 태도가 너무나도 지나쳤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오히려 그런 태도야말로 자신의 파멸을 촉진시키는 행동외 아무것도 아니였다.

그의 머리속에는 곧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이런 경울수록 자기의 주장을 계속 고집하는것이 상책이라는 그것이였다.

(내가 애초의 주장을 고집한다고 해서 새 연료안의 부족점이 없지 않는 한 함부로 시비하진 못할것이 아닌가. 불만을 품는다 해도 어디까지나 그건 기술안에 대한 견해상차이로밖에 해석되지 않을테니까.)

특히 새 연료안을 심사할 가치가 없다는것을 이미 부당이며 상급당에 제기했다는것을 알면서도 다시 심사를 조직한 부장에게도 자기의 주장을 그대로 고집해보이는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던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제법 자기의 견해에는 사소한 잘못도 있을수 없다는듯이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모든 사실은 이와 같이 무모한 모험은 일시적인 우연을 낳게 할수는 있어도 참다운 과학으로는 될수 없다는것을 증명하고있습니다.》

《?》

진호는 갑자기 목구멍에서 무엇인가 치받치는것을 느꼈다. 마치 우박이 비발치는 모진 소나기를 맞은 사람의 기분과도 같았다.

(그러니까 아직도?)

실로 상상도 못했던 타격이였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일어서려는 문규를 제지시킨 부장은 명식이를 바라보며 여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옳소. 언젠가도 동문 그렇게 주장했소. 새 연료안을 인정할수 없다고 말이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말이요?》

《그렇습니다.》

명식은 부장의 태도에 어떤 불만이 있다는것을 간파하고는 가슴이 섬찍했으나 그런것을 느끼지 못한 사람처럼 범상하게 마주보았다.

《그러니까 동문 여태까지 어느 일 하나도 제대로 할수 없었다는걸 말해주오.》

《?》

명식은 아연한 표정을 지은채 부장을 쳐다보았다.

어째서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을 지닌 부장이 자기를 그런 인간으로 여기는지 리해할수 없다는듯이 그는 격분하여 말했다.

《전 여태까지 어떤 일도 잘못 처리한적이 없습니다. 그건 부에서 일한 10년과정이 증명해준다고 봅니다. 그래, 제가 한번이라도 사고를 낸적이 있습니까? 단 한번이라도 심사를 망친 일이 있나 말입니다. 전 다만 모든 일을 정확히…》

그는 스스로 꾸며낸 감정의 발작에 못이겨 가슴을 두드렸다. 그러자 정말 목이 메는것이였다. 그 격정이 자기에 대한 공정치 못한 대접에서 온것인지 아니면 사면초가의 궁지에 빠진 지금의 극도의 긴장된 분위기에서 온것인지 저로서도 분간할수 없게 되였다.

《정확히?》

별로 크지 않는 부장의 목소리였으나 방안을 쩌렁하니 울리였다.

《동무가 정확히 수행했다는건 뭔지 아오? 어떤 일이 제기되면 이모저모 따져보고 그래도 실수가 없겠는가, 혹시 자기한테 어떤 피해가 없겠는가를 타산해본 다음에야 했다는것외에 아무것도 아니요. 한마디로 말해 의의가 있는 일은 빠짐없이 묵살해왔다는 그거란 말이요. 어떤 일도 그것이 새것일 경우에는 사소한 모험이 동반되는거요. 흔히 가치가 큰것일수록 그 모험의 농도도 짙은 법이요. 그래, 동무가 한 일중에 그런 일이 하나라도 있소? 직접 하지 않았다 해도 심사라도 맡아보았는가 말이요. 그런 일은 다 외면하고 하기 쉬운것들만 골라해왔으니까 진호동무의 이런 혁신안을 리해할수 있을게 뭐요!》

명식은 한풀 꺾인듯 어깨만 처뜨리고있었다.

《동무야 할수 있는 일들만 골라했지만 진호동문 남들이 안된다고 하는 일을 해왔단 말이요. 왜? 당에서 요구하기때문에! 생활이 요구하기때문에! 동무가 해놓은 일 백가지가 진호동무의 한가지 일에 비교되지 않는것처럼 동무같은 사람 백을 주고도 진호동무같은 사람 하나 구하기 어렵단 말이요.》

수치와 모멸감으로 하여 얼굴이 달아올랐으나 그럴수록 어떤 반감에 사로잡힌 명식은 그저 이 순간만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고있었다.

《어디 말해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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