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해설] 《사(四)권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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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성 - 미국 LA - 자유기고가 - 2021-05-28
3자의 눈으로 읽는 '우도할계'
가령 누가 대포를 쏘아 참새를 잡고 범으로 쥐잡이를 하겠단다면 사람들은 아마도 허거프게 웃고 말 것이다.
헌데 희극은 사물의 격식을 무시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위들이 우리 주위서 너무도 심상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한국에서 커다란 화두로 되고 있는 '공수처1호 사건'이 바로 생동한 방증이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공수처를 향한 각계의 비난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 여성 정치인의 일갈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우도할계,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쓴다.'
정치다툼질에 별 관심 없는 제3자인 나조차 십분 공감이 가는 말이다.
아다시피 공수처로 말하면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권력형 비리나 판검사들의 비위를 파헤칠 것을 염원하는 국민의 바램 속에 어렵사리 태어난 조직이다.
때문에 모두가 공수처1호 사건으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의 권력형 범죄 의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런데 공수처는 황당하게도 출범후 97일만의 첫 수사대상으로 전교조출신 해직교원 5명을 단독결재로 특별 채용하였다는 의혹 하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정조준하고 강제압수 수색에 돌입했다.
그야말로 교육감이라는 만만한 '닭'을 향해 공수처의 '소'잡이용 칼날을 마구 휘두르는, 우도할계의 실감이 나는 대목이다. 워낙에 교육감이라면 3급이상 고위공직자들중 말직에 속하는 위치로서 그에 대한 특별채용 의혹수사라는 것 역시 공수처의 특수한 업무상에 준해볼 때 심히 부차적 사안이다. 더욱이 공수처 앞에는 시급히 진실을 밝혀야 할 중대범죄 현안들이 산적되어 있는 상황 아닌가. 또 구태여 선후차를 논한대도 큰 사건부터 해결하는 것이 정석일테고.
그럼에도 공수처는 민의와 순리조차 거스르며 권력형 게이트들에 대한 수사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면서 지지부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누구의 시점으로 보든 간에 이러한 사실은 전형적인 눈치보기수사, 봐주기수사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달리 말해 이른바 '검찰 위 검찰'이라는 공수처 역시 적폐청산, 검찰개혁 앞에선 자율 역행하는 검찰과 한속임을 입증할 뿐이다.
결국 우도할계로 특징 지어지는 이번 조희연 교육감 사건은 공수처라는 또 다른 기득권세력의 자화상으로 봐야 옳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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