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1편 소망

8

 

그날 리덕구는 여느날과 다름없이 석양녘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고있었다. 학교로부터 집까지는 거의 십리길이였다.

장미빛노을속에 해저무는 행길로 방목지에서 말떼들이 지축을 울리며 돌아오고있었다. 리덕구는 행길에서 왼쪽으로 난 소로길로 해서 마을입구로 들어섰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컹컹 개짖는 소리가 들리는 마을의 집들은 서서히 저녁어스름에 잠겨들고있었으며 길가에서는 구수한 낟알익은 냄새와 생선굽는 냄새가 떠돌고있었다. 리덕구가 좋아하는 수수하고 소박한 고향마을의 유정한 모습이였다.

리덕구가 집뜨락으로 들어서니 부엌에서 저녁밥을 짓던 안해 량후상이 부리나케 마주 나왔다. 마을에서 떠도는 소문을 듣고 남편이 돌아오기를 초조히 기다리던 안해였다.

《수고했어요. 그런데…》

량후상은 여느때없이 흥분한 기색으로 남편의 얼굴을 찬찬히 더듬었다. 그러나 남편의 덤덤한 얼굴표정은 보통날과 별로 다름이 없었다.

《여보, 왜 그러오?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소?》

리덕구는 일순 안해에게서 례사롭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느끼며 물었다.

《집안에서야… 뭐 별일이 있겠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당신한테…》 하고 량후상은 여전히 흥분을 누르지 못하고 떠듬거렸다.

《학교에서도 별일없었소. 개교날이 박두해서 좀 바쁠뿐이요.》

리덕구는 평상시 늘쌍 그러하듯이 방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책상에 마주앉아 책을 펼쳤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였다.

그가 한창 독서에 열중하고있는데 불시 방안의 애기구럭(제주도녀자들은 어린애를 《애기구럭》이라는 대바구니에 눕힌채 등에 지고 나가 밭고랑이나 바다가에 놓고 일하며 집에서도 한쪽발로 요람처럼 흔들어가며 바늘질이나 길쌈을 한다.)안에서 잠자던 둘째아들이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였다.

그때 부엌에서 안해가 들어와 요람을 흔들었다. 일단 독서에 파묻히면 세상과는 담을 쌓은듯 아이가 우는것도 감각하지 못하고 열중하는 남편의 성미를 잘 아는 량후상이였던것이다.

《여보,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량후상은 애기구럭을 흔들며 보통때와는 전혀 다른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리덕구는 여전히 책의 글줄에 눈길을 박은채 까딱않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량후상은 종시 진정하지 못하고 독서에 열중한 남편의 몸을 가볍게 흔들었다.

《여보!》

《응? 왜 그러오? 저녁밥이 다됐소?》 하고 리덕구는 그제야 책의 세계에서 빠져나온듯 한 눈길로 안해를 쳐다보았다.

량후상은 정기도는 새까만 눈을 크게 뜨고 가쁜숨을 모두어쉬며 과민한 기색으로 다그치듯 물었다.

《여보, 서울에서 누가 당신을 찾아 학교에 왔었다는게 사실인가요?》

《그런 일이 있었소.》

리덕구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말처럼 대답하였다.

순간 량후상은 너무도 덤덤한, 아무런 류다른 기색도 느껴지지 않는 남편의 얼굴을 주의깊게 쳐다보며 억이 막힌듯 말을 못하였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무심할수 있을가? 어쩌면…) 하고 량후상은 마음속으로 뇌이며 짧고도 깊은 한숨을 내쉬였다.

《여보, 당신은… 너무하시군요. 또 집을 떠나간다면서… 어쩌면 제게… 말 한마디 없어요?》

량후상은 자기의 격한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쓰느라 억양을 잃은 매우 낮은 목소리로 띠염띠염 말했다.

《뭐라고? 내가 집을 떠난다고… 누가 그런 말을 당신에게 하였소?》 하고 리덕구는 어이없는듯 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랄게 있어요. 지금 당신이 곧 서울로 떠나간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자자해요. 여보, 속시원히 말 좀 해요.》

량후상의 목소리는 열기를 띠고 금시라도 쌓이고 맺힌 감정이 오열을 터뜨릴듯 한 기색이 엿보였다. 기실 오랜 세월 떨어져 산것이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한데 이제 또 남편이 서울로 떠나간다는 소문에 가슴을 조이며 마음을 써온 그였던것이다.

《당신두 참, 그런 소문에 신경을 쓰다니. 어서 저녁밥이나 들여오오. 오늘은 웬 일인지 별스레 출출하구만…》

리덕구는 여전히 조용하면서도 례사롭게 말했다. 그의 너무도 태연하고 너무나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는 응답에 량후상은 아연할 지경이였다.

(그렇다면…)

평상시 생활에서는 언제나 가슴뜨거울 정도로 자기를 위해주고 끔찍이 사랑해주는 남편이였다. 또한 남편 리덕구는 천성적으로 거짓말과 가식을 모르는 남자라는것을 량후상은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

(그렇다면 온 동네가 떠들썩한 소문이 헛소문이라는건가?)

그럴 때 문밖에서 쿵쿵 힘차게 땅을 내딛는 귀에 익은 발자국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방문앞에서 괄괄한 목소리가 울렸다.

《진우 아비 있나?》

목소리가 굵고 거센 좌구둘째형이 웬 일인지 침통한 기색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량후상은 공손히 례절바르게 인사한 다음 조용히 부엌으로 나갔다.

방안에 들어온 좌구는 무엇때문인지 몹시 못마땅하고 불쾌한 기색으로 말없이 서있었다.

《형님, 어서 여기 앉으십시오.》

리덕구는 책상에서 일어나 반가운 기색으로 둘째형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러나 좌구형은 몸의 어딘가를 심히 찔리워 아파하는 사람처럼 얼굴을 찌프리고 내키지 않는듯 한 기분으로 앉았다.

《아니 형님, 어디 몸이 아픈가요?》 하고 리덕구는 놀라며 형을 바라보았다.

《그래 아프다. 네 일때문에 가슴이 터질듯이 아프단 말이다!》

좌구형은 악의는 느껴지지 않으나 심히 노여운 어조로 퉁명스럽게 느닷없이 내뱉았다.

《?! …》

리덕구는 도무지 영문을 알수 없어 아닌밤중에 뺨을 얻어맞는 기분이였다.

《그래 덕구야, 너 지금 정신이 온전한 녀석이냐?》

좌구형의 말은 분명 질문이였지만 질문같은 말투는 전혀 없었다.

《형님, 갑자기 무슨 일로 그렇게까지 성을 내십니까? 형님, 뺨을 맞아도 영문이나 알고 맞아야 할게 아닙니까.》

리덕구는 자신을 다잡으며 침착하게 반롱조로 응수하였다.

《허, 배포유하구나. 롱담할 겨를이 다 있구… 그래 너, 정말 서울로 갈 심산인게구나.》 하고 좌구는 성미그대로 직방 불만을 터뜨렸다.

순간 리덕구는 여유있게 빙그레 웃었다.

《형님은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었습니까? 참…》

《어디서 들었건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문제는 너의 그 출세욕에 있다.》 하고 좌구는 분격한 목소리로 웨치듯이 말했다.

그러나 리덕구는 좌구형이 성을 내면 낼수록 더 태연하고 침착한 자세였다.

《형님, 지금까지 형님은 저를 그런 동생으로 믿고있었습니까?》

《아니였다. 그래서 나는 더 분격해하는거다. 네가 서울로 올라가 군사영어학교에 간다는 소문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도 분해서 가슴을 쳤다. 그렇게도 고향학교의 교사가 소망이라던 네가 미군부가 조종하는 군사영어학교에 간다는데 어디 말이 되느냐? 미국놈들의 앞잡이를 양성하는 학교가 분명한데… 그래 넌 끝내 우리 조국에 재난을 몰아온 미국놈들의 총멘 개가 되겠단 말이냐?》 하고 좌구는 참지 못하고 방바닥을 내리쳤다.

《형님! 명백히 말하지만, 제가 서울로 간다는건 헛소문입니다. 저는 제주도를 떠나지 않습니다.》 하고 리덕구는 나직나직한 어조로 좌구형을 안심시키려고 했다. 그러는 그의 눈은 편하였으며 지어 빛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웬 소문이 온 조천면에 쭉 퍼졌느냐? 가는 곳마다에 지금 그 소문이다!》 하고 좌구형은 동생의 말을 미심쩍어했다.

그때 부엌에서 두런두런하는 녀자들의 말소리가 들리더니 안해 량후상이 먼저 방으로 들어서며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어머님이 오셨어요.》

《어머님이?》

리덕구가 불시에 몸을 일으키는데 무슨 일때문인지 어머니 김삼봉이 신중한 표정으로 방안에 들어섰다.

《어머님, 어떻게 해저문 밤길에?》

리덕구는 어머니에게 인사하고 방석을 내드렸다.

《막내야, 네가 곧 제주도를 떠나 서울로 간다는 소문을 듣고 무슨 일인가 해서 들렸다. 네 큰형도 제가 오겠다는걸 내가 막았다. 막내야, 어떻게 된 일이냐?》

해저문 어둠속을 걸어 찾아온 어머니의 자애로운 목소리에는 무엇인가 깊은 음영이 깃들어있었다.

《어머니, 그건 헛소문입니다. 어머니, 저는 지금까지 너무 오래동안 고향을 떠나있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고향 제주도를 떠나지 않으렵니다. 방금 둘째형님에게도 말씀드렸지만 전 일생토록 고향 제주도에서 학교 교사로 살것을 이미 마음속깊이 맹세한 사람입니다. 어머니! 저때문에 밤길을 걷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고 리덕구는 조용히 뇌이며 어머니에게 사과하듯 머리를 숙였다.

《막내야, 사내대장부가 나서자란 고향을 뜨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옳고 정당한 큰일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네가 서울로 간다는 소문은 어떻게 된거냐?》

어머니의 조용하고 잔잔한 말속에는 무엇인가 심장을 흔드는 힘이 있었다.

《어머니!-》

리덕구는 머리를 번쩍 들고 말을 계속하였다.

《그럴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주도 미군정에 출장차로 왔던 서울 미군정의 조선인직원이 저를 찾아 학교에 왔었습니다. 그 사람은…》

리덕구는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낮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군더더기없는 말로 조리있게 이야기했다.

… 서울에서 온 미군정의 중요부서 직원이라는 멀끔하게 생긴 사람과 함께 교원실로 들어온 리덕구는 그가 가져온 두통의 편지중에서 먼저 송요찬이 보낸 편지를 읽었다. 대학동창생인 송요찬은 편지에서 안부를 묻고 야유하기 좋아하는 버릇대로 궁벽한 섬생활의 맛이 어떠냐고 악의없이 빈정거렸다. 그 다음 서울에 있는 동료들의 근황을 전하고나서 편지를 받은 즉시 서울로 올라오라고 썼다.

그것은 래달에 서울 미군정에서 직접 주관하는 《군사영어학교》가 개교되는데 《뜻있는 사람》들의 주선으로 제주도 촌훈장인 리덕구의 입학추천이 결정되였다고 하였다. 송요찬은 《군사영어학교》는 미군부의 관심이 대단히 큰바 앞으로 조직될 《한국》군에서 골간으로, 높은 직급이 차례질 전도유망한 인재양성학교라고 중언부언했다. 그러면서 자기도 추천을 받았으므로 《…자네와 나는 일생을 함께 걸어갈 인연깊은 운명인것 같네…》라고 썼다.

송요찬이 보낸 편지내용은 이러했다. 그 다음 영어로 휘갈려쓴 훗샤중좌가 보낸 편지내용도 송요찬이 보내온 편지와 같았는데 다만 전보문처럼 짧았다.

… 리덕구군, 12월 5일 군사영어학교가 개교된다. 본학교는 군(경비대)의 요원양성인만큼 앞으로 군에서 빠른 승진이 담보된다. 차례진 행운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 입학수속은 했으니 곧 떠나올것이다. …

당신의 벗 훗샤중좌

 

두통의 편지를 다 읽고난 리덕구는 머리를 들었는데 그의 얼굴에는 무엇인가 마음속으로 경멸하는것 같기도 한 야릇한 미소가 떠올랐다.

서울에서 온 멀끔한 미국풍의 신사는 무척 시간을 아끼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몹시 서두르는 기색으로 걸상에서 훌쩍 일어섰다.

《편지까지 직접 보았으니 다른 의견은 없으리라고 봅니다만… 리덕구씨에게 나는 호의를 가지고 거듭 말합니다. 일생에 두번다시 올수 없는 행운의 기회를 꽉 붙잡으시오. 래일 아침 신지항으로 나오시오. 훗샤중좌님과 송요찬씨의 간곡한 부탁도 있어서 함께 떠나도록 편의를 보아줄테니까. … 자, 그럼 래일 아침 항에서 기다리겠소.》

미국풍의 신사는 기고만장하여 돌아서 문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리덕구의 침착하면서도 랭랭한 목소리가 울렸다.

《아니, 기다리지 마시오.》

그 순간 문앞에까지 걸어갔던 멀끔한 미국풍의 신사는 홱 돌아섰다.

《뭐라고요?》 하고 묻는 그의 눈에는 경멸에 가까운 놀람이 떠있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저를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서울로 가지 않을테니까요.》

《리덕구씨, 그건 진정으로 하는 말인가요?》 하고 쓰겁게 뇌이는 그의 통통한 입술에는 경멸의 미소가 바르르 떨고있었다.

《그렇소. 나는 내가 나서자란 고향 제주도를 떠나고싶지 않소.》

리덕구는 조금도 주저없이 언명했다.

《놀라운 일이요. 내가 알건대 당신은 대학졸업생으로 상당한 군사지식까지 소유한 재능있고 학식높은 장래가 촉망되는 지식인인데… 일생 이곳 제주도 벽지에서 촌학교의 교사로 보내겠단 말이요?》

서울에서 온 미국풍의 신사는 비웃듯이 차겁게 말했다.

리덕구는 조금도 동안을 두지 않고 즉시에 단호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그렇소. 그것이 나의 평생의 소망이요.》

《헛허허…》 하고 입술을 별스럽게 실룩거리며 실소하듯 나직이 웃고난 신사는 리덕구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서울에서 온 신사의 놀라움에 찬 새까만 눈은 이렇게 내뱉는것 같았다.

(당신은 바보요!- 바보중에서도 큰 바보요!)

관직과 승진에 대한 욕망으로 빚어놓은것 같은 이 천박한 미국풍의 신사는 리덕구가 우매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이거나 천치로 보였던것이다.

《리덕구씨, 그럼 훗샤중좌님이나 송요찬씨에게 그렇게 전해도 되겠지요?》

신사의 어조에는 야유가 차있었다.

《그렇게 전하시오. … 내가 일생을 제주도 벽지의 학교 교사로 살것이라고 말이요.》

서울의 미군정의 직원인 신사는 로골적인 비웃음을 띠고 야유조로 작별인사를 하였다.

《잘 가시오. 풍랑심한 먼 바다길에 무고하기 바라오.》

리덕구는 보통어조로 담담하게 말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의 전후말을 들은 방안의 일가친척들은 깊은 감명에 잠겨 말 한마디 없었다.

《어머니, 형님… 그런데 학생아이들과 잘못 들은 사람들이 헛소문을 퍼뜨린 모양입니다.》 하고 리덕구는 대범하게 껄껄 웃었다.

그때 좌구형이 돌연 동생의 손을 덥석 잡으며 격동된 목소리로 뇌였다.

《진우 아비야, 내 절을 받아라!》 하고 좌구는 동생 리덕구에게 머리를 깊숙이 숙여 절을 하였다.

리덕구는 좌구형의 뜻밖의 인사에 펄쩍 놀랐다.

《형님,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아니 형님!》 하고 리덕구는 어쩔바를 몰라하며 좌구형을 쳐다보았다.

《진우 아비야, 넌 이 형의 절을 받을만 하다. 고맙다. 그렇게 속이 깊고 훌륭한 너를 잠시나마 몰리해했던 나를 용서해다오.》

좌구형은 다시 동생 리덕구를 향해 머리를 숙여보였다.

《형님! 왜 자꾸 이러십니까. 조금만 지각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처신할 일을 가지고…》 하고 리덕구는 게면쩍어하였다.

《아니, 누구나 다 그렇게 처신하는건 아니다. 요즘 그 보잘것없는 관직, 명예, 돈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국놈들의 추악한 주구로 개노릇을 하며 제 동포, 제 민족을 배반하고있느냐! 막내야, 그들의 요구를 거절한건 정말 잘한 일이다. 너도 잘 알고있겠지만 일제때 친일파들의 비렬함이나 지금 남조선 친미분자들의 추악함이나 꼭같은것이다. 그런 민족반역자들의 종말은 모두가 력사의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비참한것이지.》

좌구형이 생각깊은 어조로 흥분하여 말했다.

리덕구가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남조선을 강점한 직후 미군정청 치안부장 스치크준장이 기본이 되여 《장래의 국군을 목표로 한 무장단체의 창설》안을 작성하여 맥아더에게 제출하였다. 이미 그보다 앞서 《국방사령부》를 설치할데 대한 《군정명령 제28호》를 공포하였었다. 이 법령에 의하여 미군정청안에 군사국을 설치하고 그안에 륙군부와 해군부를 두며 군사국은 기존 경무국과 함께 《국방사령부》의 지휘밑에 있게 되였다. 뒤이어 미국방성은 남조선의 8개 사단의 《국방경비대》편성안을 비준하였으며 경비대의 요원보장을 위하여 《군사영어학교》를 내왔다. 《군사영어학교》는 참모학, 륜전기재교육, 보총의 분해결합 등 군사학을 기본으로 40일간의 속성교육을 주기로 했다.

1946년 3월 《군사영어학교》를 제1기로 졸업하여 괴뢰군사력의 악질골간이 된자들중의 대다수는 리형근, 채병덕을 비롯한 일제사관학교출신들이였으며 후날 미제의 충실한 주구로, 추악한 매국노들로 력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자들이였다.

물론 지금 리덕구는 그 모든것을 알지 못하였고 또 알수도 없었다. …

《막내야, 나는 오늘 더없이 기쁘다!》 하고 문득 좌구형은 흥분한 기색으로 떠들썩했다. 그런 다음 그는 리덕구의 처를 향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껄껄 웃으며 부탁했다.

《제수, 뭐 좀 없소? 독한것이면 더 좋겠는데…》

리덕구의 처 량후상은 소리없이 웃으며 일어나 부엌으로 나갔다.

그러는 자식들을 부드러운 눈길로 조용히 바라보는 어머니 김삼봉의 얼굴에는 끊임없이 샘솟듯 솟아오르는 밝고 자애로운 미소가 어려있었다.

이윽고 김삼봉은 귀여운 손자애가 세상모르고 잠든 애기구럭을 조용조용 흔들며 혼자소리처럼 뇌였다.

《이녀석아, 너도 이담 크거든 너의 아망처럼 태를 묻은 고향 제주도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거라.》

김삼봉의 나직한 말에는 가슴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하고 리덕구는 눈굽이 뜨거워지는것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뇌였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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