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제1편 소망

11

 

제주도의 그해 봄은 유난히 일찍 찾아왔다. 2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자주 봄비가 고요히 내리고 먼 우뢰가 울었다. 비가 멎고 해가 비칠 때면 진한푸른색으로 단장한 높고낮은 산발들과 계곡들, 언덕들은 해빛에 록보석을 깔아놓은것처럼 번쩍거리고 대기는 매화꽃, 동백꽃향기로 가득찼다.

남쪽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서쪽에는 봄철답게 흰구름이 짙게 쌓여있었다.

금빛아침노을이 불타는 토끼풀이 깔린 들판에는 겨울을 이겨낸 벌레들과 작은 뭇짐승들이 꽃과 풀덤불사이를 분주히 뛰여다녔다. 약동하는 대지의 생기를 함뿍 담아실은 봄바람은 아지랑이 피여오르는 들판과 행길가로 버들꽃들을 보드라운 솜털처럼 날려보내고있었다.

제주도의 신비로운 봄은 훈훈한 바다바람으로, 비내린 뒤의 시내물소리로, 아지랑이로, 뜻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깃들고있었다.

그날, 2월이 지나가고 새달의 첫날인 3월 1일 날밝기 전 새벽부터 북제주군 조천면 신촌리내 8개 부락은 떠들썩하였다.

이집저집에서 새벽닭이 홰를 치며 울고있었다. 사람들은 초가집에서, 행길에서, 보리낟가리옆에서 부산스레 오고갔다. 누군가를 찾고 대답하는 소리… 이따금 《떠들지 마시오. … 조용히!-》 하고 엄한 목소리로 경계하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였다.

리좌구는 안해를 재촉하여 새벽 2시경에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서기전에 덕구일가가 사는 사랑채에 들렸다. 동생의 집에서도 덕구의 안해가 남편의 밥을 보자기에 싸느라고 분주히 서두르고있었다.

《형님, 벌써 나가십니까? 수고가 많겠습니다. 참, 요새 형님을 만나보기가 힘들군요.》 하고 리덕구는 형에게 각별한 존경의 뜻을 표했다.

그들은 한뜨락에 살면서도 며칠째 서로 보지 못했다. 그동안 류다른 시국속에서 서로가 여느때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냈던것이다.

남조선정치정세는 복잡다단한 격동기였다. 이해 1948년 1월 유엔림시조선위원단이 서울에 기여든것을 계기로 전국의 도처에서 나라의 분렬을 고착시키려는 미제와 리승만역적패당을 반대하는 투쟁을 힘차게 벌리고있었다. 만약 이 험악한 시국이 종시 북과 남으로 갈라지게 되면 이것은 민족의 최대의 비극이고 최대의 불행일것이다.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놓고 남조선전역이 들끓었다.

하여 여기 제주도 북제주군 조천면 신촌리에서도 투쟁은 이미전부터 시작되였었다. 청년들은 별동대를 조직하여 밤에는 적들의 전화통신을 마비시키고 전화통신소, 전주대 절단, 제주도 일주도로에 대한 차단물을 설치하거나 파괴하여 적들을 혼란케 했었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민전결성을 위한 행사를 즉 3. 1봉기 28주년을 기념하여 제주읍의 북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열기로 하였다. 이 행사에는 제주읍과 조천면, 애월면의 각계각층 인민들이 참가하는 조직적인 행사로서 마지막일정인 시위투쟁으로 군중의 위력을 시위하게 되여있었다. 바로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지금 신촌리 8개 부락이 온통 들끓고있었던것이다.

《이번 행사의 면특별지휘부 성원으로 뛰여다니느라 그동안 집에 들어오지도 못했었다. 덕구야, 넌 오늘 어떻게 하기로 했니? 학생들과 함께 가겠니 아니면 우리 지휘성원들과 함께 행동하겠니?》 하고 리좌구는 행길쪽으로 나가려고 서둘러대며 물었다.

《형님, 전 학생들과 함께 제주읍으로 가겠습니다.》

《알겠다. 신촌리 8개 부락의 3.1운동시위대는 고달민동무가 책임지고 인솔하기로 했다. 점심밥까지 준비하고 3시경에 출발하게 된다.》 하고 리좌구는 나직하나 열정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형님, 우리 학교에서는 제주읍에 견학가는것처럼 합법적인 형태로 뻐젓이 큰길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리덕구는 안해가 싸준 도시락을 받아들고 이번 행사의 면특별지휘부 성원인 좌구형에게 알려주었다.

《그렇게 하기를 잘했다. 하지만 경각성을 늦추지 말고 조심해!》

리좌구는 곧 소리없이 뜨락을 나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뒤따라 리덕구도 학교쪽으로 걸어갔다.

새벽 3시경에 예정대로 신촌리에서는 선발된 청장년대렬을 고달민이 인솔하고 제주읍을 향해 떠났다. 대렬은 은밀성을 보장하기 위해 신작로를 피하여 일단 중산촌인 동수동에 집합하여 산간마을길을 따라 도련리, 화북 중산촌부락을 거쳐 제주읍쪽으로 행군해갔다.

대렬은 제주읍대렬과 성밖에서 합세한 다음 거기서 아침밥을 먹고 제주 북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3.1운동 28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할 예정이였다.

거의 같은 시각에 조천중학교 학생대렬도 제주읍을 향해 떠났다.

조천면에서 제주읍까지는 30리길이지만 학생들은 야릇한 열기에 떠서 어스름한 신작로우를 껑충껑충 달리듯이 걸어갔다. 그들은 마치 새 고장으로 견학가는 기분 그대로였다. 학생대렬에서는 조성철의 즉흥적인 랑송소리도 들리고 고병호의 명랑한 만담, 한미숙의 청좋은 노래소리도 들렸다.

리덕구는 대렬의 선두에서 맨뒤로, 뒤에서 앞으로 분주히 오락가락하며 학생들과 함께 웃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그들이 제주읍으로 들어가는 동문통에 무사히 이른것은 몇시간후인 날이 활짝 밝은 때였다.

동문통은 조천, 함덕에서 제주읍으로 들어가는 길이고 서문통은 비행장쪽에서, 남문통은 한나산쪽에서 제주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제주성밖 동문통으로는 조천, 함덕쪽에서 연방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들고있었다.

리덕구가 조천중학교 학생대렬과 함께 여기에 도착했을 때 언제 왔는지 벌써 키가 큰 좌구형이 인파속에서 뭐라고 웨치며 군중을 집합시키고있었다.

리덕구는 학생들과 함께 싸가지고 온 밥을 서둘러 먹고나서 조천면대렬을 정돈하고있는 좌구형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어, 너희 학생대렬은 맨뒤에 서라.》 하고 리좌구는 동생 덕구에게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리덕구는 조천면대렬의 맨뒤에 학생대렬을 세우고 그앞에 섰다. 이윽고 제주읍대렬과 합세한 조천, 함덕대렬은 집회장소인 제주 북국민학교 운동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여기 동문통에서 제주광장까지는 빠른걸음에 20분이고 보통걸음으로는 30~40분 실히 걸린다. 산길쪽과 골목길, 산지사방에서 연방 사람들이 달려나와 들끓는 사람들의 세찬 흐름에 합류했다.

동문통을 떠난 대렬이 《3. 1절기념 제주도대회》장소인 국민학교 운동장에 들어섰을 때는 벌써 각양각색의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있었다. 항만로동자, 농민, 사무원, 학생, 녀자, 남자, 망건쓴 로인, 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른 해녀들도 보였다. 운동장에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꽉 들어섰는데 대렬을 정돈하느라고 여기저기서 구령을 지르고있었다. 집회장에 꽉 들어찬 사람들이 들끓는 광경은 마치 큰 바다가 움씰움씰하는것 같았다. 얼마후 집회장은 잠짓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예정된 군중이 다 모여들고 집회시간이 된 모양으로 한사람이 군중우로 우뚝 올라섰다. 이미 설치해놓은 연단일것이다. 이어 행사가 시작되였는데 로동자, 농민, 사무원 각계 대표들의 연설들이 있은지 얼마후 사회자가 연단에 올라서 제주도민주주의통일전선(민전)의 결성을 선포하였다. 그 다음 군중시위가 시작되였다. 집회장소에서 떠난 시위대오는 남북으로 뻗어나간 거리로 나왔다. 드디여 거리에서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노한 물결을 이루고 대지를 뒤흔드는 함성을 웨치며 행진해갔다.

《미제를 타도하라!-》

《유엔림시조선위원단을 철거철페하라!-》

미군과 경찰놈들의 삼엄한 경계속에서 긴장한 시위투쟁은 점차 고조에 이르렀다.

조천면 시위대렬은 제주경찰청 앞광장을 지나 서문통으로 전진해갔다.

그때 불시에 중무장한 시꺼먼 제복의 경찰들이 밀려나와 앞을 막아섰다.

그뒤에는 완전무장한 미군이 뻗치고 서있었다. 그속에서는 마치 회오리바람에라도 휩싸인것처럼 경찰모자들이 흐느적거리고 숲처럼 솟은 검푸른 총창이 흔들거렸다.

그러나 시위군중은 멈춰서지 않고 맹렬하게 앞으로 밀고나갔다. 거창한 사람들의 물결이 거리를 뒤덮고있었다. 사람들은 빽빽이 조여들어 대오의 열기가 자기 몸에 흘러드는것 같이 느끼고있었다. 대오에는 해볕에 거무스름하게 탄 농민의 얼굴도 있었고 어린 나이의 순진한 소년학생들도 있었으며 해녀들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아직은 가슴속에 해방이라는 채색무지개가 비껴있고 우리 세상이라는 미련이 남아있는 순박한 섬사람들이였다.

경찰놈들은 노한 파도처럼 달려나가는 시위군중을 막아내지 못하고 끝내 물러났다. 그럴 때 갑자기 기마경찰들이 말을 타고 우당탕거리며 달려들었다. 제주도 미군정청이 최후수단으로 급파한 기마대였다.

하여 시위군중과 기마경찰과의 싸움이 벌어졌다. 돌연 꽝!- 총성이 울렸다. 잔인무도한 놈들이 끝내 적수공권의 평화적시위군중을 향해 총을 마구 쏘아대기 시작한것이다. 천인공노할 야수적만행의 씨앗을 마구 휘뿌리며 총성은 련속 터졌다. 몇순간사이에 평화적시위대오속에서 숱한 사람들이 신작로에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격노한 시위군중들의 가슴속에서는 더운 피가 끓어번졌다. 분노에 사무친 웨침들이 총성을 짓누르며 거리로 울려갔다.

《미제를 타도하라!-》

《유엔림시조선위원단은 철거철페하라!-》

앞으로 밀고나가는 노한 군중이 터치는 구호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그들의 사무친 절규였고 하늘을 무너뜨릴것 같은 함성이였다. 학생들과 함께 앞으로 나가던 리덕구는 학생대렬속에서 누군가 으악- 하고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그쪽으로 달려갔다. 학생들과 섬사람들이 쓰러진 학생을 둘러싸고있었다.

《누가 다쳤소?》 하고 달려온 리덕구는 다급히 소리쳤다.

《조성철이…》

누군가 울먹이며 떠듬거렸다.

사람들속을 헤치고보니 조성철이 말발굽에 찍혀 머리가 터져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성철아! 이게 웬 일이냐!》

리덕구는 불시에 가슴이 찢어지는듯 한 아픔을 느끼며 비통하게 소리쳤다.

그는 무릎을 꺾고 성철을 품에 안았다.

《선… 생님, 저때문에… 너무…》

성철은 창백해진 얼굴에 힘겹게 미소를 지으면서 비통해하는 선생을 위로하려고 하였으나 종시 말끝을 맺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실신한 성철의 피투성이얼굴로 꿈틀꿈틀 경련이 지나갔다.

《성철아!-》

리덕구는 친혈육이상으로 애정을 쏟아 사랑하던 제자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그러는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어느 사이에 한미숙이 달려와 속치마를 찢어 피흘리는 성철의 머리를 싸매였다.

(야수의 무리들! 적수공권의 순박한 사람들에게 총질을? 아이들에게까지 이런짓을 하다니!)

극도로 분격한 이 순간 리덕구의 눈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본것은 검은 하늘, 검은 땅뿐이였다. 그는 부상당한 성철을 한미숙에게 맡기고 벌떡 일어났다.

《이놈들아! 너희들도 사람이야!-》 하고 눈에 불이 달린 리덕구는 달려드는 기마경찰놈의 발을 잡아 무서운 분노의 힘으로 말에서 끌어내려 두들겨팼다.

《저놈을 당장 체포하라!-》

기마대를 지휘하던 놈이 저희놈들에게 소리치자 우르르 달려왔다.

그러나 격노한 시위군중들과 학생들이 담벽처럼 둘러싸고있어 어쩌지 못하고 놈들은 꽥꽥 고함만 질러댔다.

얼마후 리덕구는 학생대렬을 좌구형에게 부탁하고나서 부상당한 조성철학생을 업고 제주시내의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전부터 친분이 두터운 마음이 무던하고 량심적인 동년배의사는 성심성의로 치료해주었다.

《다행이요. 별로… 생명에 치명적인 부상은 아니지만 피를 많이 흘려서 좀 안정이 필요하오.》 하고 조성철의 부상을 치료하고 깨끗한 붕대를 감으면서 의사는 말을 보탰다.

《덕구선생, 시국이 점점 어수선해지는구려. 미국인들이 끝내 <해방자>의 탈을 벗은것 같소! 남조선땅의 래일이 암담하오.》

동년배의사는 손을 씻으며 컴컴한 얼굴로 말했다.

리덕구는 철문처럼 입을 꾹 다물고 무거운 생각에 잠겨있었다.

《의사선생, 미국놈들이 <해방자>의 가면을 벗어던진지는 이미 오래전이요.》

그는 동안을 두었다가 분격한 목소리로 계속 말을 뗐다.

《결국 일본놈들 대신에 미국놈들이… 신구식민주의자들의 교체였소. 때문에… 미국기자 마크 트웨인까지도 여기 남조선에 와보고 이미전에 이렇게 실토했소. <우리들은 해방군이 아니였다. 우리들은 점령하기 위해서, 조선사람들이 항복조건에 복종하는가 않는가를 감시하기 위하여 온것이다.

우리는 상륙한 첫날부터 조선인민의 적으로 행동하였다.> … 의사선생! 이제 더는 참을수 없소. 싸워서 진정한 해방을 찾는 길밖에 우리에게 다른 선택은 없소. 의사선생은 무슨 다른 선택이 있소?》

《아니요! 나 같은 섬구석의 의사에게 무슨 별다른 선택이 있겠소.》 하고 마음이 어진 동년배의사는 고뇌에 잠긴 철학자처럼 무거운 생각에 잠겨 커다란 머리를 조용히 저었다.

다음날 늦은아침에 리덕구는 마차를 세내여 부상당한 성철을 태우고 제주시내를 떠났다. 봄날이여서 쾌청한 하늘은 맑았고 대기는 훈훈하였다.

길가에는 갖가지 꽃들이 피여있었고 꿀벌들이 붕붕거리고 새들이 푸릉푸릉 날아예며 갖가지 소리들로 봄을 찬미하고있었다. 그러나 리덕구는 해빛찬란한 봄날의 이 모든것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였고 의식하지도 못하고있었다.

그의 머리속에는 오직 걷잡을수 없이 험악하게 번져가는 시국에 대한 무거운 생각뿐이였다. 그는 제주시를 떠난 때부터 줄곧 말 한마디 없이 침묵하고있었다.

《선생님!… 저때문에…》 하고 붕대를 감은 조성철은 시종 침묵하고있는 마차우의 리덕구를 조심스레 쳐다보며 나직이 말을 계속하였다.

《선생님, 저때문에… 선생님에게 걱정을 끼치고 고생을 시켜서 죄송하고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언제든지 선생님의 사랑을… 선생님을 잊지…》

조성철은 마치 갑자기 목에 경련이라도 일어난듯 말을 맺지 못하고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침묵하고있는 자기의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는 인연깊은 사랑하는 제자를 정에 찬 시선으로 마주보며 리덕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성철이, 지금은 그런 말을 하고있을 때가 아니야! 너도 느끼고있겠지만 지금 나라와 민족의 운명은 백척간두에 놓여있다.》 하고 그는 목이 메인듯 한 갈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성철이, 가슴속에 새겨두라구! 우리 조국이 지금처럼 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소용된 때는 아직 없었소. 이걸 명심하고 공부에 열중하여 오랜 반외세, 반봉건투쟁전통을 가진 애국적인 제주도의 아들답게 준비해나가야 하겠소!》

《선생님의 말씀을 새겨두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을… 선생님을 일생토록 잊지 않겠습니다!》

성철의 가슴속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마음속에 깊은 감명을 주는 심한 격동과 진정으로 떨리고있었다.

(성철이, 그건 나 역시 그렇소!-) 하고 리덕구는 총애하는 제자의 손을 꽉 잡으며 내심으로 열기있게 뇌이였다.

그들이 탄 마차는 점심무렵에 무사히 조천읍에 도착하였다.

3월 1일에 제주시에서 있은 격렬한 시위투쟁소식은 온 제주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그날 경찰의 총탄에 맞아 그 자리에서 여러명이 죽고 많은 사람들이 치명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게다가 경찰에 련행되여간 수십명중 놈들의 야수적인 고문에 또 몇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놈들은 고문에 목숨잃은 몇명의 시체를 밤중에 남모르게 룡담에 던져넣으려다가 그들의 가족들에게 발견된것이 도내 민심에 극도의 충격을 주었다.

그리하여 시위조직에서는 제주도의 이름있는 몇명의 유지들을 내세워 제주도 미군정과 경찰에 사죄와 책임있는자의 처벌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제주도 군정장관 맨스필드와 경찰고문 팻트릿치에 의해 거절당하고말았다.

이에 항의하여 온 제주도는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파업선언문》을 채택하여 각 항구와 공장, 어촌, 농촌들에 띄워 그에 호응하는 단체의 인사들이 직접 서명케 하는 방법으로 파업의 범위를 확대강화하였다.

이에 질겁한 놈들은 수백명의 경찰을 증파하고 800명이 넘는 극우익악질로 악명높은 서북청년단깡패들을 제주도에 들이밀었다. 그리하여 온 제주도는 무지막지한 학살과 체포소동의 무시무시한 공포분위기가 폭풍처럼 휩쓸었다.

그런 어느날 캄캄한 깊은 밤에 리덕구의 집 방문을 누군가 조심히 두드렸다.

《누구요?》

얕은 잠에 들었던 리덕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직이 소리쳤다.

《나다! 어서 문을 열어!》 하고 좌구형이 웬 일인지 긴장한 목소리로 문앞에서 말했다.

리덕구는 무엇인가 상서롭지 못한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면서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즉시에 좌구형이 방으로 들어섰다.

《불을 켜지 말아!》 하고 좌구형은 방등불을 켜려는 덕구를 제지시키고 역시 긴장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성급히 말을 이었다.

《이제 즉시 집을 떠나 사돈집으로 피신하라!-》

《형님,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리덕구는 긴장을 누르며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

《시간이 없다! … 정보에 의하면 마을의 어떤 놈이 너를 빨갱이로 고발했다. 빨리!-》 하고 좌구형은 즉시 밖으로 나왔다.

뒤따라나온 덕구에게 좌구형은 조금도 여유를 두지 않고 다급히 독촉했다.

《빨리!-》

언제나 침착하고 무슨 일에서나 신중한 좌구형이 이렇게 초조해할 때는 평소에 별로 없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온 리덕구는 급히 간단히 준비를 갖추고 밖으로 나왔다.

《자, 빨리 떠나라!-》 하고 좌구형은 다급하게 빠른 소리로 말하고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리덕구는 몇순간 서있다가 곧 뒤따라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떠난지 10분이 채 되지 않은 때에 무장한 경찰 몇명이 리덕구의 집에 들이닥쳤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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