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회)

제1편 인천에서

7

 

매 사람의 인생길에는 크나적으나 우여곡절이 있기마련이지만 다글러스 맥아더의 경우는 그 굴곡이 괴이할 정도로 심하다고 할수 있었다.

륙군대학을 졸업하고 장교가 된 그는 제1차 세계대전시기에는 프랑스에 상륙한 미군의 한개 련대를 지휘한것으로 하여 인기를 모으고 륙군대학학장을 거쳐 륙군참모총장으로 승급하였다. 원숭이가 나무타기를 하는것처럼 처세술에 능했던 그는 동료들이 부러워할만치 출세를 거듭하였다.

물론 늘 운수가 좋은것은 아니였다. 필리핀주둔 미극동군사령관으로서 그 나라의 애국력량을 교살하기 위해 날뛰던 도중에 퇴역하여 4년간 한적한 집안에 들어앉아있은적도 있었다.

그후 다시 극동군사령관 자리에 틀고앉았다가 거기서 쪽발이들에게 쫓기워 오스트랄리아로 달아나는 불명예스러운 꼴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후 맥아더는 유리하게 번져지는 대세의 흐름을 타고 일본에 상륙하여 점령군을 통솔하게 되였다.

극동군사령관의 직함을 가지고 도꾜에 틀고앉았던 그는 조선에서 침략전쟁을 일으킨 후 일약 《유엔군》사령관이 되여 통수권을 틀어쥐게 되였다.

하지만 그의 타고난 행운도 믿을게 못되였다. 조선전쟁은 저들이 태평양전쟁을 치르던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전쟁을 도발하자마자 도리여 얼음판에서 호케이팍 미끄러지듯 쫓기우는 판이다.

서울가까이로 인민군대가 반격해오자 리승만은 수원을 림시 《수도》로 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자 《수도사수》를 웨치며 목에 피대를 돋구던 괴뢰국회의 《의원》이란자들은 언제 그랬더냐싶게 귀중품과 가족들을 끌고 수원을 지나 대전, 대구 등 제 가고싶은데로 뿔뿔이 도망치거나 숨어버렸다. 결국 괴뢰국회도 《정부》도 빈 껍질만 남았다.

나중에는 서울가까이에서 인민군대의 포소리가 울리자 그 공격을 저지시킨다면서 한강철교와 다리를 폭파하는 어망처망한 일이 저질러졌다.

28일 어뜩새벽에 거대한 섬광과 요란한 폭음이 일어나더니 다리우로 쫓겨가던 수많은 괴뢰정부의 관료들과 지주, 자본가, 군대, 피난민들이 강물에 떨어져 즉사했다.

그것은 도리여 한강 북쪽에서 인민군대의 노도와 같은 진격을 막아보려던 《국군》부대들의 퇴로를 끊어버리는 결과를 빚어내여 서울시내에 남아있던 놈들을 오도가도 못하는 독안의 쥐신세로 만들어버렸다.

맥아더는 《국군》을 믿을수가 없었다. 어차피 적극적인 미군의 개입이 필요할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현지에 나가봐야겠군.)

맥아더는 직접 미극동공군사령관 스트래트메이어, 참모장 알몬드, 정보부장 월로우비 등 자기 사령부의 고위장성들을 거느리고 조선으로 건너가 수원비행장에 내리였다.

그는 이미 규슈상공에서 스트래트메이어로부터 38°선 이북에 대한 폭격의 《필요성》을 듣자 미5공군사령관 파트리치에게 즉시 전투출격하라는 명령을 내리였다.

맥아더는 자기의 전용비행기인 《바탄》호에서 내리자마자 영접나온 리승만과 무쵸와 만나 짤막한 회담을 가졌다.

총포소리가 쿵당거리는 포연서린 하늘아래서 언제 차나 커피 같은 음료에 대하여 생각할 새가 없었다.

습관인지, 틀을 차리는것인지 알수 없는 동작으로 검은색안경을 벗어닦은 맥아더는 듣기에도 몸서리가 칠 랭랭한 어조로 뇌까렸다.

우리가 한국전선에 다대한 의의를 부여하는것은 바로 여기가 미국의 극동정책에서 주요전략적요충지이기때문이요. 우리는 이미 트루맨대통령각하로부터 38°선 이남에만 국한시켰던 아메리카합중국의 해군, 공군의 작전구역을 공화국북반부에로 확대할 권한을 부여받음과 동시에 신속히 보병의 전투병력을 투입할것을 예견하고있소. 미군의 지상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하게 된단 말이요. 강력한 미군의 지원이 뒤를 받쳐주는데 진공은 못할망정 이게 무슨 추태요. 마땅히 수치를 느껴야 할것이요!》

누구도 반박을 못하였다.

굵직한 고불통을 입에 문 그는 이어 일행을 거느리고 한강대안으로 나왔다.

맥아더는 《국군》들이 도망치는 꼴을 경멸하듯이 노려보았다.

군인의 체모를 갖춘 놈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저들이 무장시킨 엠완이며 카빈총들은 거치장스러운지 거꾸로 멨거나 중국사람들의 멜대처럼 어깨에 걸쳤는데 성한 군복이란 하나도 없었다. 찢어져 너풀거리는데다 머리며 팔에 붕대를 감고 총대를 지팽이삼아 쩔룩거리며 지나갔다. 미국제무기로 무장시킨 《아시아 제일류》의 군대를 북조선공격에로 내몰았는데 총 한번 변변히 쏴본것 같지 못하다.

입이 쓰거워난 맥아더는 리승만을 돌아보았다. 우묵한 눈확에서 돌아가는 눈동자엔 로골적인 비양기가 한껏 어려있었다.

전쟁책임을 북조선에 넘겨씌우기 위해 당일날 미국의 전쟁관계자들을 《주말휴식》이라는 명목으로 워싱톤교외로 나가게 하고 리승만은 72살 로구에 어울리지 않게 창경원 못가에 낚시대를 드리우고앉아 평화적기분에 잠겨있었던듯이 연극도 놀아보게 했으나 어느 하나도 변변히 효과를 보지 못했었다.

(전쟁하는 꼬락서니라는게.)

맥아더는 고불통을 쥔 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저기 영등포계선까지 나가보기요.》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리승만은 맥아더의 신변이 걱정스러워 만류하는 투로 말하였지만 사실은 자기네 군대의 비참상을 더이상 보여주기가 싫어서였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맥아더가 그의 이런 심리를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바다건너 일본에서 여기 조선전선에까지 날아들어와 전방에 나가보지 않는다면 무슨 체면이 서겠는가.

맥아더가 수원들을 데리고 영등포뒤산에 올라와보니 전선형편은 너무도 절망적이였다.

그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욕설이 터져나왔다.

《저 꼴을 해가지고 어떻게 싸운다는거요? 이건 갈데 없는 오합지졸이요.》

수원으로 돌아온 맥아더는 리승만과 신성모를 만났다.

그리고 로구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무능한 군부의 장성들을 당장 교체해야 합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지금 이 상황에서 교체하면 군지휘에서 혼란을 가져올수 있습니다.》 리승만이 대답하였다.

《빵접시가 뒤집어졌는데 무슨 포크가 필요하오? 먼저 채병덕이부터 철직시키는게 좋겠습니다.》

《그러면 당장 그 후임문제가 걸려있습니다.》

리승만은 그래도 명색이 《대통령》인데 자기 체면이 너무 무시되는것 같아 주견을 세우느라 한마디 했다.

맥아더는 랭소를 띠우며 그의 말을 일축해버렸다.

《걱정할게 없습니다. 미국에 가있는 정일권을 소환시켜 륙해공군 총사령관 겸 참모총장으로 임명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일행을 둘러보았다.

《본관은 이제 곧 워싱톤에 편지를 내여 미합동참모본부관하 미지상군의 대대적인 투입을 요구할것이요.》

수원들은 맥아더의 단호한 용단에 공감의 표시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리에서 선참으로 기뻐하면서 고개를 끄덕인것은 물론 친미주구인 리승만이였다.

하긴 지금의 전투상황에서는 《국군》의 력량만 가지고는 파죽지세로 반격해오는 인민군대의 공격을 막아낼 다른 묘책을 찾을수 없었던것이다.

다음날 그의 편지를 받은 트루맨은 조선에 대한 병력투입문제를 토의하기 위하여 국무장관 애치슨, 국방장관 죤슨, 합동참모본부의장 브랫들리 등 전쟁두목들을 백악관에 모이게 하였다.

트루맨은 조선반도의 정세에 대하여 사뭇 유감스럽다는듯 어깨를 으쑥하며 도리머리질을 하였다.

《…이 시각부터 나는 북조선의 해상봉쇄와 미공군의 대대적인 진출을 명령하오. 동시에 맥아더의 지휘밑에 있는 모든 부대들의 전시작전통제권한을 그에게 부여하오. 그리고 나는 이 엄중한 사태에 대하여 유엔에 제소할것이요.》

트루맨은 자기 말을 즉시 실행하였다.

일본이라는 땅덩이에 갇혀 밖으로 뛰쳐나지 못해 길길이 뛰던 미륙군사단, 련대들은 맥아더의 출동명령을 받자마자 조선이라는 이방의 향기를 맡아보게 되였다고 환성을 올렸다. 그리고 사슬에서 풀려난 사냥개마냥 사나운 이발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며 조선으로 향한 배우에 몸을 실었다.

한편 미공중비적들은 《군사적목표》, 《작전상 필요》라는 간판밑에 공화국북반부에 대한 《초토화작전》을 쉬임없이 벌렸다.

바다에서는 《해상봉쇄》를 실시하며 도시와 농촌에 대한 무차별적인 함포사격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하고 주민가옥을 불살랐다.

미제는 여기에 미제침략군 태평양함대와 잉글랜드, 네데를란드 등의 전투함선 수십척을 더 끌어들여 해적집단을 편성하고 우리 나라 동서해안을 봉쇄하였다. 또한 지상부대에 대한 해상부대의 지원을 위하여 미제침략군 77기동분함대와 95기동분함대는 조선서해에서, 96기동분함대와 5기동전대는 조선동해에서 《해상봉쇄》를 하면서 미쳐날뛰였다.

또한 백악관은 조선전쟁에 대한 의제를 자기들의 거수기들이 태반인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 끌고감으로써 유엔은 맥아더의 피묻은 손에 자기의 비단기발을 넘겨주었다.

그리하여 실제에 있어서 유엔과는 독립되고 미합동참모본부에 직속된 미국의 한개 야전사령관에 지나지 않았던 그에게 미극동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라는 어마어마한 권한을 줌으로써 유엔은 결국 자기의 력사에서 처음으로 침략군대에 자기의 감투를 씌워주는 오유를 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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