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1편 인천에서

8

 

물속에선 아무리 제노라 해도 허리춤에 무거운 돌을 차고서야 어떻게 자유로이 헤염칠수 있으랴.

노요선에 기뢰를 싣고 대무의도수역에 첫 기뢰부설을 나갔던 해병들은 기뢰부설장치가 있는 기뢰부설선이 없는 조건에서 기뢰를 투하하는 기계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렇게 뚝심으로 할내기를 하면 힘만 뽑았지 신속성과 정확성을 보장할수가 없다는것이였다.

채정보가 보기에도 노요선우에 여러겹의 판자를 놓고 그우에 기뢰를 실었기때문에 배 웃부분의 중량이 무거워 배가 파도에 견디기 어렵고 기뢰투하시 배가 한옆으로 기울어져 자칫하면 물이 배전을 넘어올 위험이 있었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기뢰부설정이 없으니 이전대로 밀고나가야지 별수 있느냐고 한마디 했다가 하명찬에게 코를 떼웠다.

《전투임무를 잘 수행하자고 머리쓰는것과 우격다짐으로 해보려는것은 정반대의 개념이야. 이를테면 그… 뭐랄가, 창조적인 사색을 게을리하는건 안일성의 표현이거던.》

이것은 사말적인 론의가 아니였다. 기뢰를 안전하게 투하하는것은 기뢰전의 승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된다.

채정보는 해병들에게 말했다.

《하명찬동무의 말이 옳소. 머리를 쓰고 방도를 찾아야 하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도구들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생산활동에 적합하게 만들어낸거요. 단순하고 자그마한 호미에도 얼마나 고심어린 인간의 창조력이 깃들어있는지 아오? 그러니 동무도 기뢰부설정이 없다고만 하지 말고 노요선에서도 쓸수 있는 합리적인 기뢰투척기같은것을 만들 생각을 해보란 말이요.》

그 해병은 뒤머리를 긁으며 말을 못했다.

그리하여 오늘은 자기들이 만든 기뢰투척기를 시험해보기 위해 여러 노요선들이 바다로 나가게 되였다.

해병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안해낸것이 이 기뢰투척기였다. 배밑창에 깐 널우에 기뢰를 놓는다. 그 량쪽에 지레대를 꽂고 지그시 누르면 기뢰를 올려놓은 널판자가 솟구치면서 기뢰가 우로 떠오르다가 옆으로 미끄러져 바다로 떨어지게 된다.

노를 저으며 바다로 나갈 때에는 무거운 기뢰가 배밑창에 놓여있어 배가 오또기같이 옆으로 넘어질듯 하다가는 다시 일어섰는데 그 안전성은 웬간한 파도에도 능히 견디리만큼 높았다.

그걸 고안해낸 하명찬은 저절로 어깨가 높아졌다.

《흥, 꽤나 좋아하네, 그쯤한걸 가지고. 나같애도 얼마든지 만들수 있는걸.》

투척기를 만져보며 리해철이 입을 삐죽했다.

하명찬이 그의 머리를 꾹 찔렀다.

《해놓고보면 단순해도 그걸 발견하기까지는 얼마나 품이 드는지 알아? 공부깨나 했다는게 아직 그것도 몰라.》

삐걱, 삐걱…

채정보는 지금 노요선에 앉아 출항하기 전에 주고받던 그들의 대화를 생각하며 빙긋이 웃었다.

늘 기관선을 타고다니던 채정보이지만 오늘은 투척기를 시험해보고싶어 하명찬의 노요선에 오른것이였다.

무전수인 리해철은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분풀이를 하명찬에게 하는것이고 하명찬은 그대로 리해철의 말을 막냉이의 투정으로 받아들이는것이였다.

다른 배들도 어둠속에서 제정된 해구로 향하고있었다.

채정보는 노를 저어나가는 하명찬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저앞에서 노요선을 타고가는 현준대위는 갑판장 하명찬과 어릴적부터 딱친구였다고 한다.

현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방전 그들은 집없는 방랑아들을 모아 청진일판의 뒤골목을 휘젓던 철부지싸움군들이였다.

하명찬은 고아였다.

현준이도 그와 다를바가 없었다. 청진부두에서 짐군으로 일하던 아버지는 배에로 올라가는 발판에서 무거운 짐과 함께 바다물에 떨어져 죽었다. 삯일을 하여 보통학교 학비를 근근히 대주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그는 중도에서 학교를 나오고말았다.

원래 말수더구가 적고 총명한 그의 주위에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의 우두머리격이 되고말았다. 길가의 돌멩이처럼 내던져진 현준의 방랑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였다.

하명찬이 거느린 《작살패》와 현준이 휘동하는 《날치패》라면 시내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만큼 유명짜했다.

싸움끝에 친구라고 제노라 하던 두패가 하나로 합쳐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날은 어느 배의 그물부꺼리가 터졌는지 바다기슭에 죽은 고등어가 허옇게 널려있던 날이였다.

이런 횡재라구야, 물고기를 주으며 마주오던 두 패거리들이 맞다들렸다.

서로 앙숙이 되여 개 고양이 보듯 하던 그들이 팔다리근육에 힘을 주며 서로 튕겨오르려는 찰나 《이놈들, 게 섰거라!》하는 고함소리가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저쪽 고말산이 내지른 기다란 반도의 도래굽이에서 선주놈을 위시로 그의 측근 몇놈이 뭐라고 알지 못할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오고있었다.

와- 아이들이 주은 물고기를 팽개치고 놀란 참새떼처럼 확 풍겨나 달아났다.

바다기슭의 잡관목이 우거진 공지에 털썩털썩 주저앉아버린 아이들의 까만 동가슴이 세차게 오르내렸다.

한숨 돌린 후에야 서로들 마주보았다. 함께 쫓기고나자 어린 소년들일지라도 처지의 공통점을 느끼였고 언제 싸웠더냐싶게 여린 두팔을 뒤로 짚으며 고개를 젖히고 한바탕 웃어댔다. 모두가 꼭같이 부모들과 집과 먹을것이 없어 떠돌아다니며 일본놈들과 부자놈들에게 쫓기는 신세라는데 생각이 미쳤던것이다.

두패가 화해하던 날, 하명찬은 현준을 데리고 제 집이라고 하는 돌막으로 왔다.

현준은 거적문이 달린 돌막을 한바퀴 빙 돌아보았다.

어디서 베여왔는지 새초를 엮어 지붕에 얹은 돌막집, 세찬 바다바람이 불면 언제 지붕이 훌 벗겨져 날아날지 모를 이 허술한 집을 그래도 제 집이라고 동무들을 청해온 하명찬의 인정에 현준은 어린 마음에도 머리가 수그러졌다. 한편 빨간 맨주먹으로 불공평한 세상과 엇서보려는 배심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배포유한 성미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현준은 짐짓 놀려주고싶었다.

《이것도 집이야? 흥부네 집도 이것보단 낫겠다야.》

《그래도 집세는 없거던.》

《놈들이 여기서 뭘 걷어갈게 있겠다고 오간? 하긴 땅값이라도 내라고 강짜를 부릴수도 있지.》

제법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현준의 말에 하명찬이 어서 들어가자고 그의 등을 철썩 갈겼다.

《별걱정 다한다. 여긴 누구도 오지 않아. 와야 나도 못 만나거니와 집을 헐어야 쓸만 한 돌도 없거던. 우리 엄마, 아버지가 나에게 재산 하나만은 잘 남겼어. 이런걸 부동산이라고 한다나.》

집이란게 바람을 막느라 돌을 쌓고 진흙매질을 한데다 바닥엔 해여진 노전이 깔려있는게 고작이였다. 넝마같은 옷가지가 들어있는 궤짝하나가 댕그라니 놓여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집인지라 제법 안온한 맛이 있었다.

《어때, 볼꼴은 없어도 이런 집이라도 가지고있는것이 얼마나 대단해. 그러고보면 나도 가장이 아니겠어? 가만, 식을 식대로 해야지.》

그는 밖으로 나가더니 두손가락을 입에 물고 획- 소리를 냈다. 이윽하여 이제는 서로 어우러진 두패의 소년들이 줄레줄레 올라왔다. 방에 들어선 그들은 방랑생활만 하던 자기들이 이런 방안에 앉아있다는것이 신기한지 두릿두릿 고개를 휘둘러 살펴보았다. 모두 자리들을 잡자 그들은 제 옷자락을 헤쳐 가져온것들을 꺼내놓았다. 북어, 낙지 등을 비롯한 마른 어물들과 왕눈깔사탕과 이름모를 통졸임을 비롯한 약간의 식료품들이 방바닥에 주런이 펼쳐졌다.

정색했던 소년들이 서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키들거렸다.

《야, 그거 가져온거 어서 내놔!》

하명찬이 눈짓하자 나어린 한 소년이 괴춤에 찔렀던 술병을 꺼내놓으며 뒤더수기를 긁었다. 그러면서도 하명찬의 얼굴을 흘끔 치떠보는것을 잊지 않았다.

(술까지?! …)

현준이 의외인듯 놀란 눈길을 드는데 하명찬은 응당 그래야 한다는듯 이빠진 고뿌를 훅 불어 먼지를 날리더니 어른들처럼 점잖게 술병을 기울였다.

《우린 아직 아이나 같은데 술을 먹어 일없겠니?》

눈이 화등잔만 해진 현준이 그를 만류하자 하명찬이 도리여 제편에서 가르치려들었다.

《이놈의 세상에선 술을 먹어야 만시름을 잊을수 있대. 어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가 했더니 이제야 알겠더라. 자, 우리 새로운 우정을 위해 들자구.》

《됐다, 됐어. 너나 어서 먹어라.》

《네가 안 먹으면 나두 안 먹겠어.》

하명찬이가 이렇게 나오자 현준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잘 생각했어. 곤죽이 되게 취해서 돌아가는 술도깨비들 봤지? 그렇게 살아선 안되지 뭐.》

《그래. 그럼 이따위 술병은 내다가 깨버리자!》

그들의 우정은 어려운 세월속에서도 자별하였다.

현준은 《날치패》의 《두령》으로부터 일철(청진제철소)로동자로 되였고 하명찬은 배군으로 되였다.

지금도 채정보는 현준이 장가들던 날 제가 둘러리를 선다고 덤벼쳤다던 하명찬의 일화가 떠올라 저절로 웃음이 나갔다.

훤칠한 키에 사내싼 현준을 데릴사위로 맞이한것은 함께 일하는 로동자였다.

약혼식날 그는 청진화학공장에서 일하는 자기 딸을 현준에게 맡기면서 말했다고 한다.

《홀몸인 자네에게 귀동딸을 주기로 한것은 이 애가 남편의 그늘밑에서 호강하길 바라서가 아닐세. 원래 사내란 제 녀편네와 자식건사도 잘해야 하지만 그보다도 세력있는 놈에게 비굴하게 굽어들지 말아야 하는거야. 내 그래서 자존심이 있는 자네를 높이 산거네. 내 황천왕동이의 장인처럼 사위취재는 안했어도 사람은 알아보거던. 우리 딸 역시 여기 일판에서야 인물이지. 안 그래?》

신부의 아버지는 한잔 먹은 뒤라 딸자랑, 사위자랑에 침방울을 튕기였지만 곁에 앉아있던 어떤 사람들은 술에 취해 고개방아를 찧었다.

잔치날에는 하명찬이 제가 둘러리를 서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한참 혼잡이 일어났다.

《여보게, 자네 총각이 둘러리 서는걸 본적이 있나?》

《난 잔치집에 별로 가본적도 없수다. 그런데 총각이라고 둘러리를 못 선다는게 말이 되우?》

《숭어 뛰면 망둥이도 뛴다고 이건 셈판도 모르면서 날친다니까. 둘러리란게 뭔지 알기나 해? 먼저 시집장가를 가본 사람이 잔치날에 신랑신부한테 여사여사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대주는게 둘러리야. 그런데 자네야말로 알짜 총각이 아닌가, 결혼례식이며 첫날밤에 치러야 할 일을 자네가 알기나 해?》

그래도 하명찬이 둘러리란게 별건가, 잔치상을 받을 때 신랑곁에 서있으면 둘러리가 아닌가고 우기면서 주위를 둘러보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듯 자별한 사이인 하명찬과 현준은 입대날자가 다르고 직급도 다르지만 한부대에서 싸우고있다. 그들이 다시 만난것은 결코 동무따라 강남간다는 우정때문만이 아니였다. 피눈물나는 지나간 세월이 다시는 되풀이되여서는 안된다는 공통된 자각이 그들을 한초소에 세운것이였다.

그런 자각을 안은 군인들이 지금 바다로 나가는것이다. 그들은 벌써 제 할바를 알고 전쟁의 한복판에 뛰여든것이 아닌가. 하명찬이 고안해낸 기뢰투척기만 봐도 그렇다. 단순한것 같지만 자기 임무에 대한 자각이 없어가지고는 엄두도 낼수 없는것이였다.

채정보는 이들과 함께라면 못해낼 일이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현준이 탄 배는 앞에서 나가고있다.

채정보는 해병들이 말로 표현은 안하지만 매일 밤 진행되는 기뢰부설이 힘겨울것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자기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대원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노요선에는 큰 기뢰를 한개밖에 싣지 못한다. 놈들이 마음대로 날치지 못하게 기뢰차단물을 형성하자면 많은 기뢰들을 부설해야 한다. 그러니 한개의 기뢰밖에 싣지 못하는 노젓는 배로 밤도와 부설수역까지 운반하자니 배 한척이 여러차례를 왕복해야 했다. 쉬임없이 노질을 하는 해병들의 손바닥엔 두터운 굳은살이 박혔다.

부대에 있는 두대의 기계배는 윤지환소좌의 형제가 각기 탔다. 흘수선이 잠기도록 많은 기뢰를 실은 배는 여러척의 목선들을 끌고 비교적 먼 거리인 덕적도 바깥쪽해역에 기뢰부설을 해나갔다.

어떤 대원들은 조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떠들어댔다.

《이거야 소금에 혀대듯 하니 안타깝기 짝이 없구만. 놈들의 눈먼 함포사격이야 밤이나 낮이나 계속하는건데 속시원히 낮에도 부설전투를 했으면 좋겠어.》

《저 많은 기뢰를 어느 하가에 다 부설하겠나. 이렇게 우물거리는 사이에 전쟁이 다 끝날지도 몰라.》

《구운 게도 다리를 떼고 먹어야 한다는거나 같지 뭐야.》

채정보는 그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다 적극적인 전투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의 열의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그의 마음은 안타까왔다. 전쟁이니 죽음이 무슨 대수냐고 할수 있겠지만 자기로서는 흥분에 떠서 그들의 목숨을 가지고 흥정할수 없었다. 지휘관의 구령 한마디에 조국이 자기에게 맡겨준 귀중한 전사 한사람, 한사람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그 구령을 서뿔리 내릴수 없었다.

그들은 명령만 내리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적진에 뛰여들것이다. 그러나 지휘관이 내린 잘못된 명령으로 그들의 전투행동이 무모한것으로 되고 그들이 흘린 피가 값이 없는것으로 된다면 그보다 더 큰 과오가 어디 있겠는가.

그는 지휘관들앞에서 말했다.

《나에겐 동무들을 모험에로 내몰 권리가 없소. 이 전쟁에서 기존관념을 깨는 영웅적인 기적들이 창조되고있지만 적기가 돌아치는 대낮에, 그것도 한몸 가리울데 없는 허허바다에 자기를 드러내는것과 같은 무모한짓은 할 필요가 없소. 도리여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만 가져온다는걸 명심하오. 우린 최대한의 력량과 운반수단들을 동원하여 밤도와 기뢰부설을 끝내야 하오.》

채정보의 말에서 자기들을 위하는 뜨거운 마음을 읽은 해병들은 할말을 찾지 못했다. 대신 자기들에 대한 요구성을 더욱 높여 일손을 다그쳤다.

밤 10시경에 배들은 어느덧 제정된 해구에 도착하였다.

채정보가 탄 배를 기준으로 노요선들은 거리를 맞춰 나란히 섰다. 배들이 선 자리가 기뢰부설위치다. 먼저 도착하였다고 저마끔 기뢰를 떨구면 경계선이 모호한 바다에서 위치가 정확치 않고 기뢰끼리 겹쳐지기 쉽다. 동시행동을 보장하는것이 중요했다. 만조의 물흐름이 간조와 바뀌며 멈춰서는것과 때를 맞춰 당도한지라 배들은 한자리에 섰다. 해병들은 구령에 따라 기뢰체에서 뿔모자들을 벗겼다.

다시한번 위치를 확정한 채정보는 《투하!》구령을 내렸다.

해병들은 기뢰를 올려놓은 투하기밑창에 질렀던 지레대를 힘주어 뚱기쳤다.

떰벙 철썩, 떰벙 철썩…

기뢰들이 연방 바다물속에 잠겨들어갔다.

그 소리를 듣는 채정보는 대개 노요선들인 까닭에 놈들의 함선이 있는 먼 해구까지 나가지 못하는것이 안타까왔다.

빨리 기관선들을 더 구비하여가지고 적함 가까이로 접근해야 했다. 이 모든것도 자체의 힘으로 해결해야 했다.

 

노요선으로 여러차례 오가며 한개씩 기뢰를 부설하는 해병들의 소망은 기뢰부설설비가 갖추어진 기계배를 타고 마음대로 바다를 누비는것이였다.

그런 멋진 배를 타고 하루빨리 전투에 진입하려는 해병들의 열망은 하늘에 닿았다.

그것은 채정보가 바란것이기도 하였다. 그는 이 일을 부대의 가장 첫째가는 과업으로 제기했다.

지금까지는 노요선이면 노요선, 돛배면 돛배를 가지고 기뢰를 부설하느라고 했지만 그런걸 가지고 언제 이 넓은 바다를 기뢰망으로 뒤덮겠는가.

해병들은 바다기슭에 묘하게 만을 이룬 모래불에서 전쟁의 불비에 주인을 잃고 파손된 고기배며 짐배들을 끌어다가 기뢰부설정으로 개조하고있었다. 기관들을 수리할건 수리하고 아예 기관을 살릴수 없는 배에는 놈들이 버리고 달아난 자동차기관들을 올려놓았다. 그것마저도 없는 배엔 돛대를 세우고 갑판의 구조를 고쳐서 평평하게 만들었다. 그우에 기뢰궤도를 만들어 선미로 밀고가 떨굴수 있게 부설장치를 만들었다. 그러자니 레루가 있어야 하였다.

모두의 눈길들이 채정보에게로 모아졌다. 머리를 기웃한채 잠시 생각에 잠겼던 채정보는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동무들은 안강망선에서 그물을 본적이 있소?》

여기저기서 해병들이 안강망선 현측에 매달려있는 그물을 본 일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채정보는 그들에게 설명해주었다.

《동무들은 그 그물아래부분에 매단 참나무통들을 봤을거요. 그물웃부분에는 물우에 뜨게 하는 참대통들이 매달려있고 아래에는 물밑에 가라앉혀 그물을 벌려주기 위한 참나무통이 달려있소. 참나무가 무거운데다 굳기때문이요. 참나무를 가지고 기뢰를 운반하는 레루같은건 얼마든지 만들어낼수 있소.》

방도가 생기니 해병들은 성수가 났다.

그들은 참나무목재들을 구해다가 도끼질이며 자귀질, 대패질을 힝힝 해댔다. 강철로 만든 레루대신 참나무를 깎아 기뢰를 투하할수 있도록 레루를 만들어 선미에 깔아놓았다.

채정보는 기관실에서 디젤기관을 수리하고있었다.

갑판우에서 마치질소리, 쿵당거리는 발자국소리가 해병들이 떠드는 소리와 어우러져 기관실에까지 들려왔다.

《이 자귀를 가지군 안되겠어.》

《무슨 소리야? 손바닥에 돌가재미잔등같이 물집이 잡혔길래 불쌍해서 숫돌에 갈아주었더니 제가 할줄 모른다는 소린 하지 않고…》

《아무래도 미타해. 동문 도끼목수도 못되는것 같애?》

《고맙다고 인사는 못할망정 웬 타발이야. 우리 아버지한테서 배운 솜씨야. 우리 군인민위원회 회의실연탁도 아버지가 만들었다는걸 알아야지. 굽도리엔 피나무로 꽃문양부각까지 해서 말이야. 내가 그 손탁에서 종아리를 맞으면서 배웠거던.》

《모르겠어. 그 신성한 연탁이 동무 아버지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게 믿어지지 않아.》

《실없는 소린 그만두라구. 정 못하겠으면 이 대패질과 바꿔하자구. 남의 밥은 커보이지?》

《아니아니, 난 이 일이 몸에 맞아!》

덴겁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래도 대패질이 힘들다는건 어디서 주어들은 모양이군.…》

그들의 이야기는 가지에 또 가지를 쳤다.

갑판에서 들려오는 해병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채정보는 기관실에서 나사를 조이였다.

그날 저녁 지휘관모임에서 채정보는 배수리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강조하였다.

《물론 우리의 무장장비가 현대전의 요구에 비추어볼 때 너무 보잘것 없다고 생각할수도 있소. 그러나 우리에겐 장군님께서 가르쳐주신대로 우리 힘을 믿고 일떠서면 어떤 난관도 돌파할수 있고 어떤 강적과 맞서도 반드시 승리한다는 필승의 신념이 있소. 이게 중요한거요. 이 전쟁이 어떤 기적을 낳고있는지 동무들도 보고있지 않소. 단 네척의 어뢰정으로 놈들이 바다우에 떠다니는 이라고 호언장담하던 놈들의 중순양함을 요정냈소. 또 우리의 보병련합부대들이 파죽지세로 공격하여 놈들을 남해에 처넣을 기세로 부단히 압박하고있소. 우리에게 맡겨진 전투임무도 그러한 창의창발성과 대담성을 발휘할것을 요구하고있소. 우리는 기관선들을 더 많이 장만해야 하고 기뢰부설전투를 대대적으로 벌려야 하오.

자, 이젠 출전준비를 하시오.》

격해진 그의 말에 지휘관들이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곧 전투에 나간다는 생각으로 흥분된 지휘관들은 모래불을 차며 자기 위치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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