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회)

제3편 성전

8

 

무시무시한 공포의 세계가 온 제주도를 에워싸고있었다. 수십만 제주도사람들에게 가지가지 재난과 불행을 들씌운 미제침략군과 그 주구들의 류례드문 대학살만행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포악해지고있었던것이다.

평화롭던 마을들은 불타고 요행 남은 집들에는 불안과 공포의 그림자가 깃들어있었다.

그러나 자연은 자기의 법칙대로 불타고 찢기고 짓밟힌 제주땅에 소생의 봄을 실어왔다. 봄은 음향으로, 냄새로, 뜻으로… 확연히 자태를 드러냈다. 사처에서 벌들이 붕붕거리고 나비들이 날고 갖가지 꽃들이 피여났으며 종달새들이 파아란 하늘중천에서 목메이게 지저귀고있었다. 바다에서는 오락가락 훈훈한 바람이 불고 갈매기들이 날개를 번득거리고있었다.

이 화창한 봄날에 제주시 화복동의 마을쪽에서 마차 한대가 신작로로 나왔다.

마차에는 무엇인가 가득찬 가마니들이 빼곡이 실려있었고 그우에는 호미와 곡괭이 등 흔히 보는 농기구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

신작로로 나온 마차는 조천읍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차에는 나이지숙한 반백의 로인이 채찍을 들고 앞에 편안히 앉았고 뒤에는 언제 세면을 했는지 모를 얼굴에 때와 먼지가 덕지덕지하고 머리가 더부룩한 더꺼머리총각이 타고있었다.

그들이 타고있는 마차곁으로 미군병사들이 탄 군용차가 뽀얀 먼지를 눈보라처럼 일구며 미친듯이 달려가고 완전무장한 괴뢰군과 경찰들이 지나갔다. 행인들중에는 일반주민이라고는 별로 없고 누런 군복과 검은색경찰복장의 군대, 경찰들만이 오가는 행길은 어디를 보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삼엄하고 살벌한 광경이였다.

《김로인님, 이렇게 시퍼런 대낮에… 좀 지나친 모험이 아닐가요?》 하고 마차뒤에 앉은 더꺼머리총각이 놈들의 왕래가 뜸해진 사이에 앞의 로인에게 조용히 말했다.

《왜? … 가슴이 두근거려서? … 그래, 겁이 난단 말이지! …》

마차를 솜씨있게 몰아가는 김로인은 그 나이에 꽤 청청한 목소리로 아무런 긴장감없이 롱담조로 대꾸하였다.

《로인님, 뭐 그런건 아니지만… 어쩐지 긴장되고 조마조마해서…》

더꺼머리총각은 어줍게 웃으며 솔직히 속을 털어놓았다.

《젊은이, 걱정말라구. 일없을테니까. … 이렇게 대낮에 버젓이 마차를 타고 가는게 오히려 더 안전해. … 놈들의 의심을 덜 받는단 말이야! … 기고만장한 놈들은 설마 우리가 이렇게 대낮에 버젓이 유격대식량을 실어나르는줄은 생각이 미치지 못할거란 말이요! … 그런즉 젊은이는 약속대로 벙어리행세만 잘하라구.》

김로인은 히죽히죽 웃으며 더꺼머리총각을 뒤돌아보며 눈을 찡긋하였다.

행길우에 또다시 한개 중대가량의 누런 군복을 입은 괴뢰군들이 렬을 지어 지나가고 군용차들이 덜커덩거리며 어디론가 달려갔다.

《이보라구 젊은이! 놈들은 아마 우리가 제놈들의 물자수송에 부역으로 나온줄로 생각하는 꼬락서니야! … 참, 젊은이가 학생때 연극인지 광대놀이인지에 참가한적이 있다는게 사실인가? …》

김로인은 어느새 담배대에 써레기담배를 쟁이고 불을 붙여 피워물고 푸- 재빛담배연기를 행길로 내뿜었다.

《김로인님, 그건 사실입니다만… 뭐, 이거야 어디 연극인가요? … 실전이라도 아주 위험한 실전이 아닙니까.》

더꺼머리총각은 이미 침착성을 회복했는지 여유있게 롱담조로 응수했다.

《이 사람 젊은이, 그건 뭐… 어슷비슷한게 아닐가? …》

김로인은 담배연기를 깊숙이 들이마셨다가 내뿜으며 이렇게 말을 덧붙이였다.

《아무렇든지 젊은이는 그저 벙어리흉내만 내면서 바보행세만 하라구. 모든건 다 내가 맡을테니까! … 아, 저기 또 놈들이 마주오는군.》

김로인이 이처럼 눈섭 하나 까딱하지 않고 태연히 지어 흥겹게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하는것은 젊었을 때의 모험심이 로인의 마음속에 되살아났기때문인지도 모른다.

조천읍쪽에서 이번에는 시꺼먼 복장의 경찰놈들 한무리가 마주오고있었다.

김로인은 담배대를 마차널바닥에 대고 탕탕 털고나서 흥얼흥얼 코노래를 불렀다. 마차우의 그들이 어찌나 태연하고 버젓했던지 경찰놈들은 아무런 까박없이 지나갔다. 그중 한놈이 제법 인사치레로 《인생말년에 령감 고생이구려!-》 하고 쑤알거리기까지 하였다.

《암, 고생이지…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도 있구만. 고마우이, 복많이 받으라구.》

청청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야유조로 응수한 김로인은 놈들이 저쯤 지나가자 퉤- 하고 먼지이는 행길에 걸죽한 침을 내뱉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쓸개빠진 미국양놈의 사냥개들… 저놈들은 죽을 때도 개처럼 혀를 빼물고 뒈질게다.》

마차는 뚜거덕, 뚜거덕 편자소리를 가락맞게 울리며 행길우로 굴러갔다.

《김로인님, 어쩌면 로인님은 이런 슬기롭고 대담한 식량확보공작을 착안하셨어요? 저는 지금 너무 탄복하여 머리가 절로 숙어지는구만요.》 하고 더꺼머리총각은 자기도 모르는 감탄조로 말하면서 품속에 간직한 권총과 수류탄을 만져보았다.

《공치사말라구 젊은이… 우리 제주도사람들은 예로부터 젊은이도, 늙은이도, 녀인들도 다 그런 사람들이야! … 참, 젊은이, 삼별초항전군에 대해 알고있나?》

김로인은 마차가 굴러가는 앞을 살피면서 유별나게 활기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알구말구요! … 저는 아이때부터 동네어른들한테 옛말처럼 자주 들었는걸요.》

《그랬을테지. 젊은이, 그 유명한 삼별초항전군의 대장 김통정어른이 바로 내 18대손 어르신님이야.》 하고 김로인은 신바람이 난듯 떠들썩했다.

《아, 그랬댔군요! … 참, 김로인님도 장수체질이고… 오래 앉아계시겠어요.》

더꺼머리총각은 신바람나서 자랑하는 김로인의 기분을 능청스럽게 맞춰주었다.

《내가 장수체질이고 오래 살겠다구? … 그건 어떻게 하는 소린가?》 하고 김로인은 더꺼머리총각을 돌아보며 눈섭을 쫑긋했다.

《김로인님, 우선 그 년세에 산에서 유격대와 함께 싸우는것이 장하시구요. 그 다음 지금도 목소리가 그처럼 청청하시니 오래 사실게 틀림없다는겁니다.》

《엉? … 내 목소리가 아직도 어떻다구?》

《김로인님 목소리가 아직도 청청하고 힘이 있어 장수하시겠다구요!-》

《목소리? 엑끼 못난놈! … 바보흉내를 내라고 했더니 진짜 바보소리를 하는군.》

김로인은 짐짓 성을 냈다.

《젊은이, 몸뚱아리를 떠나려는 목숨을 목소리로는 붙잡지 못해! … 못난놈같은이.》

《김로인님, 그럼 제가 바보흉내를 잘한셈 치고… 그만 입을 다물고있겠어요.》

더꺼머리총각은 소리없이 히죽히죽 웃었다.

《옳거니, 저 굽인돌이를 돌아서면 놈들의 검문소가 있어. 악질놈들이 거기에 틀고있으니… 젊은이는 이미 약속한대로 벙어리시늉만 잘하라구. 모든건 내가 맡아서 할테니까.》

김로인의 말대로 행길의 굽인돌이를 돌아서니 길가에 놈들의 검문소가 나타났다.

김로인은 태연히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검문소앞으로 마차를 몰아갔다. 말은 가슴 한가득 숨을 들이쉬고 편자로 차돌처럼 굳고 마른 땅을 울리면서 앞으로 나갔다.

마차는 《정지》라고 쓴 길을 가로막은 길다란 차단봉앞에 바싹 다가가 멎어섰다.

《증명서!-》

검문소의 험상궂게 생긴 하사관놈이 차단봉앞에서 미국제엠완총을 철거덕거리며 건방진 투로 소리쳤다.

마차의 앞자리에 앉아있던 김로인이 군말없이 증명서를 꺼내여 내밀었다.

증명서를 받아쥔 검문소의 하사관놈은 흉기처럼 번득이는 눈길로 마차에 그대로 앉아있는 김로인을 쏘아보고는 성난 사람처럼 눈을 쪼프리고 증명서를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그 다음 마차뒤쪽으로 다가가 더꺼머리총각에게 소리쳤다.

《증명서!-》

그러나 더꺼머리총각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한참동안 주먹으로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면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개자식, 뭘 꾸물거려? … 증명서를 내놔.》 하고 검문소의 하사관놈은 눈을 부라리면서 고아댔다.

그제서야 더꺼머리총각은 거푸수수한 머리를 흔들며 뭐라고 꺽꺽거렸으나 전혀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김로인이 별로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느릿느릿 마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갔다.

《불쌍한 내 둘째아들녀석인데… 말 못하는 벙어리요.》 하고 김로인은 침착하게 개탄하듯 말을 보탰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저런 병신을 두었는지… 그래서 군대엘 나가나 경찰노릇을 하나 그저 집에서 식충노릇이나 하고있소. 기막힌 인생이지요!-》

《저 가마니들에는 뭐가 들어있어?》

검문소 하사관놈이 마차우의 가마니들 구석구석까지 만져보며 표독스럽게 물었다.

《고구마올시다. … 이 봄에 저걸 밭고랑에 묻어야 온 식구가 살아갈게 아니겠소. 그래서 밭에 나가는 길이요.》 하고 김로인은 태연히 대꾸하였다.

그때 신작로옆에 묵은 밭머리에 세운 검문소안에서 무엇때문인지 음울하고 뿌루퉁해보이는 작달막한 괴뢰군 중위가 술냄새를 풍기며 굴러오듯 잽싼 걸음으로 나왔다.

《뭐야? … 무엇때문에 어디로 가는 마차야?》

땅딸보중위는 대굴대굴 굴러오는듯 한 걸음으로 마차가까이로 다가왔다.

《중위님, 밭에 고구마를 심으러 나가는 농군입니다요!-》 하고 험상궂게 생긴 하사관놈은 꼿꼿이 서서 중위에게 보고했다.

《뭐 고구마를 심으러 밭에? …》

땅딸보중위는 물어뜯듯 다시 묻고는 마차우 가마니의 여기저기를 쑤셔보다가 고구마 하나를 꺼내들었다.

《고구마를 이렇게 통알로 심는 법이 어디 있어? … 고구마는 싹을 내서 심는건데?》 하고 중위는 의심쩍게 로인을 쏘아보며 호통쳤다.

《장교님, 그건 잘못 알고 하는 소리요. 바다건너 뭍에서는 그렇게 농사짓는다지만… 여기 제주도농사법은 자고로 통알채로 심는다오… 즉 옛날옛적부터 내려오는 이곳 농사법이란 말이요.》

로인은 눈섭 하나 까딱않고 점잖게 대꾸하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총을 빼들려는 성급한 《벙어리》총각에게 자제하라고 엄하게 눈짓했다.

《어, 언젠가 그런 말을 듣기는 했던것 같아… 한데 이놈의 제주도는 모든게 괴이하고 별난 놈의 고장이야… 그건 그렇고 두상! 이 란리통에 무슨 놈의 농사야? … 총알이 언제 령감을 저승으로 보낼지 모르는 판국에 말이야?》

땅딸보중위는 무엇이 그리도 불만스러운지 상통을 잔뜩 찌프리고 트집을 잡듯 독살스럽게 고함을 질렀다.

《이 버르장머리없는 악당놈아.》 하고 김로인은 맞받아 고함을 지르고 주먹으로 땅딸보놈의 턱주가리를 쳐갈기고싶었으나 간신히 눌러 참고 잠잠히 서있었다.

결패사나운 김로인으로서는 자신도 놀랄만큼 대단한 자제력이였다.

《장교님, 지당한 말이오만… 우리 백성들에겐 먹는것이 하늘이니 할수 없이 하는짓이지요. 솔직한 말루 장교님도 먹기를 원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도 먹기를 원하는게 아니겠소. 그래서 이 란리통에도 이런짓이니 널리 헤아려주시오.》

김로인은 또박또박 의젓하게 뇌이였다.

《령감태기! … 하늘이고 개똥이고 뒈지면 다야… 총알이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판에 정신이 쑥 빠졌어? 무지한 백성놈들이란… 할수 없지… 가봐!》 하고 땅딸보중위놈은 손에 들었던 고구마를 마차우에 아무렇게나 내던지며 몰풍스럽게 지껄였다.

말은 투루루- 투레질을 하고나서 마차를 끌며 뚜걱뚜걱 앞으로 걸어갔다.

검문소를 지나 마차가 얼마간 굴러가자 김로인은 땅에 《퉤-》 하고 침을 뱉았다.

《천륜도 인륜도 모르는 네놈들은 이제 천벌받을게다.》

김로인의 얼굴은 울퉁불퉁 주름살이 잡히고 눈섭은 찌프린 이마우로 내려졌다.

《김로인님, 그 성미에 참 용케 참으셨습니다! … 로인님만 아니였다면 나는 그놈들을 모조리 쏴죽여버리는건데…》 하고 《벙어리》총각이 분노로 턱을 눈에 띄게 떨면서 말했다.

《참을 때는 참을줄도 알아야 하는거야. 그까짓 놈들 몇놈보다 우리 유격대원들이 먹어야 할 이 식량이 더 긴요한게 아닌가… 하긴 나도 속에서 불이 타는걸 겨우 참았어!-》

김로인은 조용히 훈계하였다.

마차는 한적한 야산밑의 행길로 굴러갔다. 얼마후 마차는 행길가의 다박솔밭가까이에서 문득 멎어섰다.

신작로의 앞뒤에는 잠시 인적이 없었다.

김로인은 피우던 담배대를 마차바닥에 대고 세번 탕-탕-탕 두드렸다.

그러자 일시에 한개 소대가량의 유격대원들이 정막에 잠겼던 다박솔밭에서 민첩하게 달려나와 순식간에 마차의 고구마가마니를 산으로 날라갔다.

《로인님, 수고하셨습니다. 마차는 저 길섶에 내버리고 말을 끌고 빨리 산으로 올라야 하겠습니다!-》 하고 대오를 인솔한 지휘관이 로인에게 굽석 인사했다.

《이 사람 소대장, 아직 한마차분의 고구마가 더 있어. 확보해놓은 귀한 식량이야 마저 운반해와야지… 소대장은 대원들과 함께 고구마를 부대로 옮겨가라구. 그리고 여기 몇사람만 떨구어놓고 기다리면 내 다시 마차를 끌구 오겠어!-》

김로인은 흡족해하며 자신만만한 기분으로 소대장에게 말하였다.

《김로인님, 그건 위험한 일입니다. 벌써 두탕을 했는데… 놈들이 눈치를 채고 달려들면 어떤 화를 당할지 모릅니다. 그런만큼 오늘은 이것으로 끝내고 다음 기회를 봐서 날라오도록 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하고 소대장은 김로인에게 권고하였다.

《이 사람 소대장, 날 념려해주는건 고맙네. 하지만… 위험이야 늘 걸음걸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게 아닌가! … 너무 걱정하지 말라구. 이 사람 소대장, 먹지 못하고서는 아무리 장수라도 싸움을 못하는 법이야!-》

《김로인님, 물론 지당한 말씀입니다. … 하지만 적들도 머저리는 아니라는걸 아셔야 합니다. 벌써 로인님은 오늘 두번째로 마차를 끌고 여기까지 왔는데 만일 이번에 수상한 눈치를 채면 야단입니다.》

소대장은 설득력있게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극력 만류하였다.

《이 사람 소대장, 옳은 말이긴 한데… 이보라구, 그래서 난 매번 검문소의 보초교대가 있은 다음에 오군 했으니까 새 보초놈은 처음으로 알거든… 내가 보초교대시간을 타산하고 마차를 끌고 검문소를 통과했어!-》 하고 김로인은 소대장을 안심시키며 말을 덧붙였다.

《참, <벙어리>젊은이, 임자도 그만 산으로 올라가라구. 이번 마지막의 한 마차는 나 혼자 할테니까.》

《김로인님! …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 우리는 지금까지 어려운 식량공작을 함께 하며 아슬아슬한 모험도, 생사도 같이했는데… 이제는 제가 시끄러워 떼버린단 말입니까! … 그건 지나치군요.》

《벙어리》청년은 진정으로 노여워하는 기색이였다.

《허, 허… 실은 젊은이를 생각해서 그랬는데… 이번은 좀더 위험해서 한 말이야. 그럼 좋아… 젊은이, <벙어리>시늉이 그럴듯하더구만. 연극배우인지 광대극배우인지 모두 왔다가 울고 가겠더라구.》

김로인은 매우 기분이 좋아서 껄껄 웃어댔다. 그 다음 그는 행길가의 마차를 돌려세웠다.

《자, 어서들 부대로 고구마가마니를 옮겨가라구… 몇사람만 여기 남아서 우리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리라구.》

《로인님, 최대로 조심하십시오.》 하고 행길 오른쪽 다박솔밭에서 소대장이 나직이 소리쳤다.

김로인은 고구마가마니를 진 유격대원들이 한나산으로 올라가는것을 확인한 다음 담배대를 꺼내물고 다시 온길로 되돌아갔다.

그날 오후 5시경에 또다시 제주시 화북마을쪽에서 나온 마차는 북제주군 조천읍방향으로 가는 신작로에 나섰다.

오후의 행길은 더욱 분주하였다. 군용차, 찦차… 무리지어 어디론가 달려가는 누런 군복의 괴뢰군놈들이 끊임없이 지나갔다.

김로인은 여전히 버젓한 기색으로 담배대를 물고 흥얼흥얼 코노래를 불렀고 《벙어리》청년은 《바보》처럼 노상 어줍은 웃음을 지은채 파랗게 개인 하늘을 쳐다보고있었다.

고구마를 실은 마차는 별일없이 조천읍을 지나 굽인돌이 검문소근방까지 순조롭게 굴러왔다. 이제 저기 검문소를 통과하고 얼마 멀지 않게 행길우를 굴러가면 다박솔밭이 나설것이고 거기에는 건장하고 용맹한 유격대원들이 기다리고있을것이다.

김로인은 자기가 적구에서 실어온 고구마를 맛있게 먹는 젊은 유격대원들을 보는것이 가장 기쁜 때였다. 그는 지금 그 기쁨을 미리 맛보며 마차우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증명서!-》

불시에 들려오는 독살스러운 고함소리에 김로인의 얼굴에서 흐뭇한 미소는 순간에 사라졌다.

그는 희여스름한 숱진 눈섭을 쫑긋했다.

《?! …》

검문소의 차단봉앞에는 오전에 보초를 섰던 바로 그 낯짝이 험상궂은 하사관놈이 서있었던것이다.

김로인은 마음속으로 놀랐으나 태연한 기색으로 증명서를 꺼내보였다.

유격대에서 적들의 증명서를 꼭같이 모방하여 만든 위조증명서였다.

《령감, 또 어디로 가는가?》

증명서를 받아쥔 괴뢰군 하사관놈은 험상궂은 상통에 시퍼렇게 독이 올라 독살스럽게 물었다.

《네, 밭에 고구마를 심으러 가는 길이지요. …》

김로인의 대답은 천연스러웠다.

《뭐야? … 령감은 오전에도 고구마가마니들을 싣고 밭으로 나가지 않았는가?》 하고 괴뢰군 하사관놈은 따지고들었다.

김로인은 놈들의 검문소보초교대시간을 정확히 정찰했지만 지금 이 보초놈이 자기 동료가 앓아누워 대신 연거퍼 검문소에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김로인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둘러댔다.

《여보시오, 군대량반. 왜 늙은이에게 고함을 질러대며 야단이요? … 이건 옆집의 밭에 심을 고구마인데… 그 집의 남정은 병으로 죽고 녀인은 앓고있소. 철없는 애들만 있어 돕기로 한거요.》

《허, 령감이 정말 대자대비한 부처님이구려.》

험상궂은 낯짝의 하사관놈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눈을 쪼프리고 한참동안 김로인의 기색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여보시오, 비웃지 마시오! 여기 제주도사람들은 예로부터 가난하게 살았지만 서로 상부상조하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미풍이 있소.》

김로인은 결패있게 쏘아붙이며 다름아닌 보초놈의 눈을 마주보았다.

《상부상조라? … 옳아, 이곳 제주도에 와서 나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 그거야 좋은 일이지. 가봐.》

독기서린 목소리로 지껄이는 하사관놈의 낯짝에 몇순간 야릇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복많이 받으시우, 듬뿍이.》

김로인은 기분이 좋아서 놈을 향해 비웃듯이 소리쳤다.

《자, 어서 가자 이놈의 말아… 쩌-》 하고 김로인은 채찍을 휘둘렀다.

마차는 행길우를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였다. 김로인은 류달리 기분이 좋아서 노상 싱글벙글 웃고있었다. 이제 이 마지막 고구마가마니들까지 무사히 날라가면 싸우는 제주도의 젊은이들이 배불리 먹고 힘을 내여 놈들을 무섭게 요정낼것이다. 어디선가 종달새가 하늘높이 떠서 목메이게 우짖고 행길가의 풀덤불쪽에서는 호랑나비들이 날고 이름모를 갖가지 꽃들이 다투듯 피여나 향기를 뿜고있었다.

《김로인님, 이자 그 보초놈이 트집을 잡다가… 순순히 통과시킨게 좀 이상하지 않아요? … 뭔가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드는구만요.》

《벙어리》청년은 수류탄이 든 품속에 손을 찔러넣고 긴장한 낯색을 지으며 불안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옳아, 나도 그 생각이야. 험상궂은 상통의 그놈 수작도 그렇고 음흉한 눈빛도 그렇고… 모든게 무엇인가 께름직해… 하지만 우리가 이제 곧 산으로 오르면 제놈들도 어쩌지 못할거야… 자 빨리가자, 이놈의 말새끼야!-》 하고 김로인은 여전히 신바람이 나서 기분좋게 소리쳤다.

말은 주인의 기분을 감촉한 모양 달리는 걸음으로 편자소리를 가락맞게 울리며 기세좋게 앞으로 마차를 끌고 나갔다.

드디여 김로인은 고구마가마니들을 실은 마지막마차를 행길가의 다박솔밭의 앞에까지 몰고 왔다. 이제는 행길가의 마차에서 고구마가마니들을 다박솔밭속으로 옮기고 부대로 돌아가면 된다. 마침 대기하고있던 유격대원 몇명이 다박솔밭에서 민첩하게 행길로 뛰여내려왔다.

《김로인님, 수고많으셨습니다! 어서 먼저 산으로 오르십시오. 마차는 저기 풀덤불에 은페시키고 말은 제가 끌고 올라가겠습니다!-》 하고 한 대원이 기분이 좋아서 소리없이 웃으며 김로인에게 말했다.

《아니야. 내 걱정은 말고 어서빨리 고구마가마니들을 다박솔밭으로 옮겨야지.》

김로인의 독촉에 유격대원들은 서둘러 마차우에서 고구마가마니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 돌연 멀지 않은 행길 저쪽에서 타당- 총성이 울렸다.

《적들이다!-》 하고 《벙어리》청년이 웨치며 맞받아 적들을 향해 총을 내갈겼다.

검문소의 험상궂은 낯짝의 괴뢰군 하사관놈이 수상쩍은 마차를 통과시키고 즉시 상관에게 고해바쳐 한개 소대가량의 완전무장한 놈들이 은밀히 미행해왔던것이다.

《이 사람들아, 빨리 고구마가마니를 옮기라구.》 하고 김로인은 웨치면서 마차우의 고구마가마니를 등에 지고 비청거리며 다박솔밭으로 걸어갔다.

《로인님, 우리 걱정은 말고 먼저 철수하십시오. … 그 고구마가마니는 거기에 놓고…》

《벙어리》청년이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수류탄을 내던지고나서 김로인의 어깨에서 고구마가마니를 빼앗으려고 달려왔다.

《김로인님, 어서 맨몸으로 철수하란데요!-》

《엑끼 못난놈, 내 걱정말고… 고구마가마니를 옮겨갈 걱정이나 해! 자, 빨리 옮겨가자구.》 하고 큰소리로 웨치는 김로인의 청청한 고함소리는 끊임없이 울리는 적기관총의 요란한 련발사격소리가 삼켜버렸다. 적들이 쏘아대는 총성은 비자루로 쓸듯이 대원들의 머리우로 날아가고있었다.

《자, 빨리들… 옮겨…》 하고 힘겹게 고구마가마니를 메고 다박솔밭으로 들어서던 김로인은 불시에 《으음…》 하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쓰러졌다.

《김로인님!-》

청년은 어느새 달려와 로인을 안아 일으켰다.

《으음… 빨… 리… 고구마…》

김로인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간신히 애절하게 떠듬떠듬 뇌이였다.

총성이 잠시 뜸해진 사이에 몇명의 대원들이 고구마가마니들을 울창한 산속으로 옮겨갔다. 잠시 멎었던 총성은 다시 자지러지게 터졌다.

《폭도들을 포위하고 사로잡으라!-》 하고 땅딸보장교놈이 악청으로 소리쳤다.

고구마가마니들을 깊은 산속에 옮겨다놓은 유격대원들이 다시 맹렬한 사격을 퍼부으며 쓰러진 김로인쪽으로 달려왔다.

《김로인님, 어서…》 하고 《벙어리》청년이 그를 등에 업었다.

《이… 사람… 들아, 고… 구마… 가마니를…》

간신히 뇌이는 김로인의 말소리는 토막토막 끊어졌다.

《김로인님, 걱정마십시오. 고구마가마니들은 다 안전한 곳으로 옮겨갔습니다!》

《음… 잘… 했구… 만…》 하고 김로인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곧 의식을 잃었다.

그의 가슴부위상처에서는 숨을 쉴 때마다 피가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유격대원들은 그를 업고 산속으로 신속히 철수하였다.

《뭐요? … 김로인님이?! …》 하고 리덕구는 작전지도를 펴놓은 탁자앞에서 벌떡 솟구치듯 일어서며 비통한 목소리로 나직이 소리쳤다.

유격대본부에서는 며칠후에 진행할 습격전투작전을 토의하려고 모든 중대장급이상의 지휘관들이 모여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하고 리덕구는 갑자기 점점 말하기가 힘겨워지는것을 의식하면서 고통스러운 목갈린 소리로 물었다.

본부의 초막안에 들어온 소대장은 컴컴한 얼굴로 김로인이 제주시 화북에서부터 조천읍을 지나 약속된 지점까지 하루에 세번씩이나 고구마를 싣고 왕래한 사실을 그대로 리덕구유격대장에게 보고하였다.

《… 유격대장동지, … 이처럼 식량공작임무를 수행하고 김로인은 끝내…》

젊은 소대장은 눈물을 머금고 슬픔에 찬 얼굴로, 괴로움으로 몸을 떨며 서있었다.

《지금… 김로인님은… 어디에 있소?》

리덕구는 여전히 목이 꽉 메여 갈린 소리로 나직이 물었다.

《후방부 림시초막에…》

《부상정도는?》

리덕구는 목구멍을 가는 참대로 쿡쿡 찌르는것 같은 아픔을 느끼며 다그치듯 물었다.

《치명상입니다. 가슴과 목에… 출혈이 심했다고 합니다.》

《음…》

리덕구는 마치 자기자신이 치명상을 받은듯 입술을 깨물며 괴로운 신음소리를 냈다. 그는 끝내 눈물을 쏟으며 소리없이 울었다.

《아, 내가 잘못했소… 잘못했소… 김로인님을 적구로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하고 리덕구는 혼자소리처럼 나직이 통탄했다.

며칠전에 김로인이 리덕구를 찾아왔었다. 로인은 그날 자기의 기묘하고 대담한 식량공작방법을 말하면서 승낙해줄것을 간청했다. 그러나 리덕구는 로인의 청을 즉시 막았다.

《김로인님, 그건 안됩니다. 지금 놈들은 집단부락까지 만들어놓고 제주도 도처에 삼엄한 경계망을 펴고 감시하고있습니다. 김로인님, 젊은 대원들이 식량공작을 맹렬히 하고있으니 조금만 참고 이겨냅시다.》

《덕구대장! 지금 유격대의 수많은 대원들이 며칠째 버섯과 산열매로 끼니를 에우고있지 않나. 굶주리고는 싸우지 못해… 덕구대장, 난 한창 먹어야 할 젊은이들이 배고파 헐헐하는걸 눈물이 나서 보지 못하겠어…

이보라구, 덕구대장! 놈들이 아무리 지랄발광해도 이 머리허연 늙은이를 덜 의심할게란 말이요. 그런즉 승낙해달라구.》

《김로인님, 부탁합니다. 적구로는 함부로 나가지 마십시오.》

《덕구대장, 나 역시 제발 사정하겠어! 내 방금도 말했지만 한창 왕성하게 먹을 때인 젊은이들이 배고파하는걸 눈물이 나서 못 보겠다니까! 그러단 내 속이 타서 말라죽겠어.》

김로인이 하도 간청하고 너무도 끈덕지게 달라붙는 바람에 리덕구는 하는수없이 승낙했었다. 그리고는 유능하고 날파람있는 젊은이를 선출하여 방조자로 따라보냈던것이다.

(항상 정의감에 불타고 지혜롭고 강직했던 김로인! … 나는 언제나 김로인님을 우리 제주도인민유격대에 와있는 제주도인민의 전권대표처럼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귀중히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

얼마후 리덕구와 유격대지휘관들은 치명상을 입은 김로인이 누워있는 후방부초막으로 갔다. 초막안에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워있는 김로인을 보는 순간 리덕구는 또다시 걷잡을수 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것을 느꼈다.

준엄한 유격투쟁의 생활속에서 인연을 맺은 김로인, 잊을수 없는 친근한 김로인과의 마지막작별의 실감이 밀물처럼 리덕구의 가슴에 가득찼다.

그는 너무도 괴로워 몸을 부르르 떨면서 소리없이 통곡했다.

《김로인님, 김로인님! …》 하고 리덕구는 소리쳐부르며 뭐라고 말하려 하였으나 무엇인가 커다란 마른 덩어리같은 혀가 목구멍을 꽉 메우고있는것 같아 그의 목소리는 흐느낌소리처럼 들렸을뿐이였다.

문득 김로인은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감촉한듯 힘들게 눈을 떴다.

《으음… 덕구… 대장이군. 난 살만큼… 산 사람이요. … 그런즉… 슬퍼하지 말라…》

로인의 시선은 엄하게 질책하는것 같았다. 그는 기운이 진한 모양 말을 잇지 못하였다. 말을 할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나는… 여기 한나산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싸우다가… 여기 한나산에서… 숨을 거두게 된것을… 장쾌한 죽음을 하게 된것을… 더없이 기쁘게… 생각해. … 우리 일가는… 먼 조상때부터… 삼별초항전군의 대장어르신님은… 우리 가문의…》

《김로인님, 힘드시겠는데… 그만하십시오.》 하고 리덕구는 터져나오려는 울음소리를 강잉히 혀를 깨물며 누르고 눈물을 삼켰다.

《덕구… 대장, … 싸우는 젊은이들에게… 내가 가져온… 고구마를…》

김로인은 또다시 의식을 잃은듯 잠잠하였다.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감긴 눈이 가늘게 떨리였다. 한동안 아무 기척도 없었다. 두눈을 꽉 감고있는 그의 창백한 얼굴은 마치 지금 고통과 싸우고있는 사람같았다. 그러더니 잠잠하던 김로인의 눈이 다시 가늘게 떨리였다. 그 다음 힘들게 눈을 떴다.

김로인의 시선은 초막안의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리덕구에게서 멎었다.

《덕구대장, 부탁이 있어. … 나를… 한나산… 높은 곳에… 묻어주오. … 우리 제주도의 용맹한 젊은이들이 나라위해… 고향땅을 지켜 싸우는… 잘 보이는 곳에… 제주도젊은이들! … 굴함없이… 잘 싸워…》

그리고는 괴로운듯 길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쭉 뻗치더니 잠잠해졌다.

김로인은 끝내 말을 끝맺지 못하고 숨을 거둔것이다.

《김로인님!-》

비통하게 웨치는 리덕구의 입술은 푸들푸들 떨었다. 초막안의 유격대지휘관들모두가 소리없이 울고있었다.

리덕구는 운명한 김로인앞에 모자를 벗어쥐고 머리를 숙인채 오래도록 서있었다.

(김로인님, 김로인님!)

리덕구는 마음속으로 그를 부르고 또 불렀다. 견딜수 없는 상실감이 리덕구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는것 같았다. 김로인의 희생이 너무도 가슴아파 리덕구는 마음속으로 울고 통곡하였으며 웨치고 또 웨쳤다. 그는 고향땅 도처에 피가 흐르는 준엄한 시기에 살면서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과 동지들의 가슴아픈 희생을 한두번만 겪지 않았었다. 그러나 김로인의 희생은 리덕구에게 너무도 커다란 슬픔과 마음속깊이까지 상처를 남긴것 같았다.

얼마후 리덕구는 자기가 항상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자랑해온 김로인의 시신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이 직접 깨끗한 백포로 감쌌다.

그런 다음 유격대지휘관들과 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김로인의 시신을 들고 밖으로 나와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

그날 김로인의 장례식에는 수많은 유격대지휘관들과 대원들이 참가하였다.

유격대 대장 리덕구가 추도사를 했다.

… 김로인은 미제침략자들과 사대매국노들을 반대하여 싸우는 불굴의 제주도인민의 한 평범한 사람이였습니다. 그의 심장은 언제나 애국에 불타고 정의롭고 강인했으며 진실하였습니다. 우리는 함께 싸우는 과정에 그를 잘 알게 되였습니다. 그는 모든 유격대원들을 친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했으며 그들을 위해 모든것을 다 바쳐온 성실하고 소박한 참된 유격대원들의 아버지였습니다. 제주도의 참된 인민의 한사람이였던 김로인의 심장은 박동을 멈추었지만 그는 언제나 싸우는 우리 대렬에 함께 서있을것입니다.

민족분렬의 아픔을 안고 통일의 환희를 위해 묵묵히 준엄한 싸움길에 나섰던 로인님…

고이 잠드십시오!

우리는 로인님의 희생의 대가를 반드시 받아내겠습니다!

불덩이같은 쓰라린 슬픔과 통한이 리덕구의 온몸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후 제주도 도처에서 제주도인민유격대의 총성이 울렸다. 깊은 밤에, 이른새벽에 불의에 타격하는 유격대의 기습이였다. 무자비하고 철저한 복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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