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회)

제3편 조국이 부른다

3

 

한편 려수항을 빠져나온 여라문척의 배들은 채정보대좌의 지휘밑에 돌산도와 금오도사이의 배길을 기뢰로 봉쇄하는 일을 마무리하려고 진출하고있었다.

철떡, 철떡… 기관선들에 매인 전마선들이 파도를 넘을 때마다 배밑창을 때리는 물소리가 울렸다.

희미한 달빛이 출렁이는 물결에 실려 쪼각쪼각 부서졌다가 다시 둥그렇게 모이군 하였다.

돌산도 남단에 거의 다달았을 때 달을 가리웠던 엷은 구름장들이 흩어지며 달빛이 바다를 선명하게 비쳤다. 추석을 갓 넘긴 달이여서 휘영청 밝았다. 설레는 파도우에 부서지는 달빛은 현훈증을 일으킬 정도로 어룽거리며 아름다운 빛을 뿌리였다.

여기저기 좌우에 널려있는 섬들의 륜곽이 어렴풋이 나타났다.

채정보대좌는 사위를 둘러보았다.

조용한 밤바다는 전쟁시기라는것을 잊을 정도로 너무도 평화로와보였다.

아마 남해의 이런 아름다움이 임진조국전쟁시기 애국명장 리순신으로 하여금 귀중한 이 나라를 지켜낼 굳은 마음을 품게 하였는지도 몰랐다.

채정보의 입에서는 왜적을 쳐부실 일념을 안고 이 남해에서 한밤을 지새며 지었다는 리순신장군의 시조가 저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을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단아장을 하는고

 

옛 조상들이 싸우던 그 바다에서 그때의 정경을 그려보는 채정보는 별스러운 감정에 휩싸이게 됨을 어쩔수 없었다.

(옛날 전책에서 읽은 이 시조를 한산섬과 30해리정도 떨어진 바다우에서 외우게 될줄이야.)

《대좌동지, 저길 좀 보십시오.》

곁에서 조타를 잡고있던 현준대위가 다급한 소리를 하는통에 채정보는 자기가 순간이나마 감상에 젖어있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현준이 손을 들어 가리키는쪽을 여겨보았다. 뿌연 달빛에 형체를 가려볼수 없는 거무스레한 물체가 섬이나 암초와는 달리 조금씩 움직이는것이 보였다.

(적선이다!)

채정보는 터져나오는 부르짖음을 겨우 눅잦혔다.

적선이 소해작업을 하는 모양이였다. 거기는 우리가 이미 기뢰망을 형성한 곳이였다.

저놈들이 소해할수 있게 놔둔다면 애써 공들인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고만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무조건 소멸해야 한다.

소멸한다? 아니, 힘들더라도 나포하는것이 어떨가? 그래야 적정을 알수 있고 기뢰전에서 주도권을 쥘수 있다. 바다물이 아직 차겁지 않아 우리 해병들이 능히 헤염을 칠수 있을것이다.

만일 습격이 실패하게 되는 경우에는 전면공격을 하자.

채정보는 흥분해서 하명찬을 불러 임무를 주었다.

그는 명찬에게 건장하고 날파람있는 대원들 5명을 데리고 노요선으로 적선까지 일정하게 노를 저어간 다음 헤염을 쳐서 적선에 접근하라고 일러주었다.

습격조에 뽑힌 해병들은 얼마간 노를 저어 적선 가까이로 간 다음 배에 군복과 단화를 벗어놓고 줄무늬가 간 내의만 입은채 무기와 갈구리등속을 지니고 물속에 뛰여들었다.

그들은 달빛이 깔린 바다우에서 첨벙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적소해정을 향해 헤염쳐갔다.

적소해정 가까이에 이르니 우리가 설치해놓은 기뢰닻줄을 끊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자식들, 얼마나 공들여 부설한거라고…》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쉿!》 하명찬이 주의를 주었다.

그들은 가슴헤염을 치며 은밀히 접근하였다.

가까이 가보니 선수에 한문의 기관포까지 장비한 30~40톤급짜리 소해정이였다.

놈들은 이제 바줄을 당겨 기뢰가 뜨면 폭발시켜버리든가 권양기로 끌어올린 다음 뿔모자를 씌워 기뢰로서의 사명이 끝나게 만들것이다. 다행히도 놈들은 아직 우리의 기뢰부설수역에 있는지라 은밀성을 보장하느라 폭발해버리지는 않았다.

우리 해병들은 자맥질을 해가며 소해정의 현측밑에 붙었다.

소해정의 발동소리가 요란한데다가 갑판에서 작업하는 놈들은 기뢰에만 신경을 쓰다나니 습격조원들이 턱밑까지 헤염쳐 들어올 때까지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있었다. 물에 잠긴 상태에서 높은 현측으로 올라가기가 어려웠다. 배는 소해를 하느라 부단히 움직이고있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배인지라 달빛에 그늘진쪽의 현측에 붙은 대원들은 자석에 끌리는 쇠붙이처럼 함께 따라갔다.

하명찬은 준비해가지고온 줄달린 갈구리를 슬그머니 올리던져 현측 란간에 걸었다. 대원들이 바줄에 매달렸다. 놈들이 견인줄에 달린 소해기를 살피고있는 조건에서 머리를 물우에 내놓을수 없었다. 그들은 현측에 딱 붙어있다가 이따금 머리를 내밀어 큰숨을 몰아쉬고는 다시 잠겨들었다.

놈들이 소해된 기뢰를 처리하기 위해 배를 멈추고 저들끼리 몰켜서서 우물거리는 기회에 습격조원들은 바줄을 타고 갑판우에 한사람씩 올라섰다.

하명찬은 놈들과 등진쪽 현측에서 손짓과 고개짓으로 자기들의 습격방향을 정했다. 일단 행동하기 시작하면 단숨에 적들을 제압하고 배를 탈취하여야 했다.

그러나 절대로 덤비면 안되였다.

하명찬의 말없는 신호에 따라 모두 자기들의 위치를 차지하고 다음신호가 있기를 기다렸다.

하명찬은 란간에 기대놓은 삿대 하나를 슬며시 집어들었다.

놈들은 배뒤에 모여서 저들이 소해한 기뢰를 살피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그놈들이 지껄이는 소리를 듣고 하명찬은 자기들이 오른 배가 왜놈들의것임을 알았다. 해방전에 학교에라도 다녔으면 왜말을 좀 알아들을수 있겠는데 떠돌이생활과정에 더러 흘려듣던 소리라 죽으라는 소린지, 살라는 소린지 알수가 없었다.

(젠장, 이럴줄 알았으면 일본말을 아는 친구를 데려오는건데. 에라, 우선 잡아놓고보자.)

그는 삿대를 휘둘러 상층구조물 저쪽에 등을 보이며 서있는 두놈을 한꺼번에 후려갈겼다. 한놈은 골을 싸쥐면서 주저앉고 다른 놈은 째지는듯 한 비명을 지르며 물에 나떨어졌다.

때를 같이하여 몸을 숨기고있던 대원들이 뛰쳐나와 놈들을 에워싸고 총을 들이댔다. 한 해병이 기관실문을 열어제끼고 내려가는것과 거의 동시에 하명찬이 비호같이 선장실로 뛰여들었다.

《손들엇!》 하고 기관단총을 겨누자 나이든 놈이 천천히 조타를 두어바퀴 더 돌리고나서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손을 들었다.

그 태연자약한 행동이 눈에 거슬려 하명찬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놈이 혹시 머리가 돈게 아니야?》

그런데 뜻밖에도 그놈은 조선말로 대꾸했다.

《내 머린 정상이요. 우선 배가 암초를 피하게끔 조타를 돌린 다음에 손을 들어도 들어야 할게 아니겠소.》

《어디 있어, 암초가?》

《이미 배뒤로 지나갔지요.》

《흥, 잘은 둘러대는군. 너 일본놈이지? 이름이 뭐야?》

《다무라이 게이찌요.》

《입대전 소속은?》

해상보안청 수로국이요.》

《천하에 어리석은 쪽발이놈들, 너희들은 조선을 다시 먹어보자고 왔는가?》

하명찬은 해방전의 원한이 한꺼번에 끓어올라 그놈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한대 먹이고싶어 주먹이 들먹거렸지만 참았다.

일본놈의 대가리가 흔드는대로 건둥거렸다.

그래도 대답은 제법 조리있게 한다.

《난 후지마루상선을 타다가 며칠전에 강제로 징집됐을뿐이요.》

《거짓말 말아, 오랜 군인같은데?》

《이전에 대동아전쟁에 나갔댔소. 역시 징집되였댔지요.》

별로 위축되거나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묻는 말에 기계적으로 대답하는것이였다.

《흥, 잘은 둘러댄다.》

하명찬은 이 주변수역에서의 적들의 소해계획과 부대위치와 규모, 상륙기도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그러나 일본놈은 직급이 제일 높은 상관을 만나게 해달라, 그러면 다 대답하겠다는 소리만 거듭하였다.

《좋다, 네 소원대로 해주지. 하지만 그때 가서 무슨 잔꾀를 부리면 재미없어, 알겠는가?》

하명찬은 선장을 포함한 포로들을 선수쪽의 선원실에 가둬넣고는 쇠를 걸어버렸다.

그리고 선장실에 있던 회중전지를 켜서 채정보부대장이 탄 배가 정박해있는쪽에 대고 큰 원을 그어 적선을 나포하는데 성공하였음을 알리였다.

그가 조타를 잡았다.

온몸에 번열이 나면서 바다물에 젖었던 해군샤쯔에서 김이 물물 났다.

기관실에서는 우리 해병의 감시하에 왜놈기관수가 기관을 보고있었다.

해병들은 소해기의 견인줄을 끊어 바다속에 처넣었다.

그들은 놈들이 아까 건졌던 기뢰를 다시 제자리에 부설하느라고 좀 지체한 다음 부대장이 있는 곳으로 로획한 소해정을 몰아갔다.

소해정을 끌어다 기뢰부설정에 붙인 하명찬이 포로우두머리를 앞세우고 조타실에 있는 채정보에게로 가서 보고하였다.

《일본놈선장인데 조선말을 제법 번집니다. 제일 높은 지휘관만 만나겠답니다. 여간 말짼 놈이…》 하명찬은 보고하다가 어안이 벙벙해서 말끝을 흐렸다.

채정보와 일본놈은 다같이 놀라 서로 멍하니 쳐다보고있었다.

《다무라이 게이찌?!…》

《이게 누군가, 채군이 아닌가! 전번에 고진세군을 만나 자네가 해군의 요직에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바다에서 만날줄은 몰랐네. 반가우이!》

《게이찌가 내 포로가 되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채정보는 아직도 눈앞의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게이찌는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벌어먹고 살자니까 이런 구질구질한 일도 하게 된걸세. 구차한 패전국민이 아닌가.…》

(대관절 어떻게 된 감투끈이야? 우리 부대장동지가 저 일본놈과 아는 사이였단 말인가?!)

하명찬은 눈을 껌벅거리며 조타실에서 나왔다.

그는 로획한 소해정을 돌아보는 현준을 붙들고 다짜고짜 물었다.

《이보라구, 우리 부대장동지가 혹시 이전에 일본 가서 살다 오지 않았을가?》

《밑도끝도없이 그건 무슨 소리야? 부대장동지가 징용이나 징병에 끌려갔던것 같진 않던데? 도꾜에 무슨 류학을 갔댔다는 소문도 없었구.》

《아하, 그렇지! 무슨 일본놈의 상선학교에 다니면서 기관 돌리는걸 배웠다고 했지!- 이젠 알겠어, 알겠다니까.》

《뭘 안다는건지 나두 좀 알면 안되겠나?》

《됐어. 이건 당분간 나만 알고있어야 해.》

《원, 싱겁기란…》

현준은 하명찬의 뒤모습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기웃거렸다.…

채정보는 자기앞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듯이 눈을 뙤록거리는 작달막한 게이찌의 머리털이 거의 빠진 정수리를 어이없이 바라보았다.

상선학교시절에는 한교실에서 배우고 한가마밥을 먹은 동창이라고는 하지만 우정이라든가 하다못해 동정같은 감정도 서로 느껴보지 못한 사이였다.

채정보는 그때도 그랬거니와 지금은 더욱 그의 정체를 알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진속을 감추고 사는 깜찍하고 이악한 사무라이족속인것은 틀림없지만…

갑부인 애비의 그늘밑에서 마음만 먹으면 상업계나 금융계 또는 산업계로 뻗을수도 있었던 유족한 게이찌였다.

그런데 무슨 까닭으로 조선학생들과 같이 고생스러운 기숙사생활까지 해가면서 조선땅의 남단에 있는 진해상선학교 기관반을 다니는지 그 수수께끼를 주변사람들은 종시 풀지 못하고말았다.

그후 서로 헤여진지 10여년만에, 그것도 누가 누구를 하는 이 준엄한 전쟁마당에서 적으로 만났다는것이 반가움보다도 그 어떤 극적사변을 체험하는것과 같은 이상한 충격을 느끼게 했다.

채정보는 의문과 적의를 숨기지 않으며 말했다.

《도무지 알수가 없구만. 미국놈들이 전조선을 먹겠다고 침략전쟁을 일으켰는데 게이찌, 당신은 무얼 얻어먹자고 괴뢰군복을 입고 여기에 나타났나? 그래 조선을 기어이 삼켜야 사무라이의 직성이 풀린다는건가?》

게이찌는 말문이 막힌듯 하였다.

이윽하여 처절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이제 와서 뭘 숨기겠나. 우리 가문은 확실히 야심이 있는 가문이였지. 아버지의 추동을 받은 내가 전쟁이 일어난 이 땅에 다시 발을 들여놓을 때 나로서도 노리는것이 있었네. 말하자면 장차 미국의 지배하에 놓일 이 반도에 다무라이가문의 발판을 다시 마련하자는것이였지. 이 몸이 참전한 대가로 말일세. 뭐 그렇게까지 크게 피를 흘리고 자기를 희생할 념려도 없었네. 미군의 전면적인 개입과 함께 전쟁형세는 완전히 달라질것이라고 내다봤으니까. 일은 예견대로 된셈이지. 보라구, 수세에서 공세에로 이전한 미군은 지금 파죽지세루 진공해올라가고있지 않나. 난 운수가 사나와 이렇게 잡혔지만.…》

《뭐, 파죽지세?-》

채정보는 경멸하듯 껄껄 웃었다. 웃음을 뚝 그쳤을 때 그의 표정은 근엄하기 짝이 없었다.

《쓸개빠진 소린 걷어치워. 하긴 미국놈들한테 여지없이 짓밟힌 패전국민의 눈에는 허깨비같은 그놈들이 한창 승세하는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

《그럼 인민군대는 어째서 몰리고있나? 눈앞에 나타난 객관적인 사실이야 인정해야 할게 아닌가!》

다무라이 게이찌는 별안간 발작적으로 부르짖었다. 그의 눈은 밤고양이의것처럼 퍼런 빛을 띠였다. 그러더니 채정보만 알아들으라는듯 일본말로 속삭였다.

《아니, 혹시 자네는 여기 남해에 떨어져있다나니 뭍에서 자기 편이 전반적으로 퇴각하고있는걸 아직 모르는게 아닌가? 여보게, 정신차리라구. 대세는 완전히 기울어졌어. 자네가 받들던 나라는 패했단 말일세. 더구나 이젠 자네의 부대가 후퇴할 길두 꽉 막혔네. 그야말루 진퇴량난이야. 어차피 미군의 포로로 되는 수밖에…》

게이찌는 말끝을 흐렸다. 아마 이쯤 설득을 시켜놓고 상대의 심리를 제나름으로 가늠해보는듯싶었다.

그는 여전히 일본말로 구슬렸다.

《바로 이런 엄연한 현실을 자네가 명석하게 판단하게 된다면 우리 동창들사이에는 일종의 타결이 이루어지게 될수도 있다고 보는데?》

《우리사이에 무슨 타결이 있을수 있단 말인가?!》

채정보는 진정으로 의문스러워 우리 말로 물었다.

《이를테면 자네가 여기서 나를 보호해주는 대가로 후에 내가 자네를 미군앞에서 변호해준다 이걸세. 이제 전쟁이 곧 끝나고 평화가 도래한 다음에도 나는 자네의 전도를 생각해줄게구. 내 명예를 걸고 담보하네.》

게이찌는 제풀에 득의만면해졌다.

《대양을 횡단하는 상선이나 회사중역 같은걸 맡길수도 있지. 어떤가?》

게이찌는 제편에서 커다란 은혜나 베푸는듯이 곰살궂은 어조로 이편을 낚으려들었다.

채정보는 그의 저렬한 수작에 혐오감이 치밀어올랐다.

그는 원래 이 게이찌에게서 적정을 알아보고싶어 말을 시킨것이였다. 그러나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섬나라 장사군기질은 여전하구만. 게이찌, 똑똑히 알아둬. 우리의 후퇴는 전략적이며 일시적인 성격을 띠는거야. 단순한 퇴각이 아니란 말이야. 최고사령관 김일성장군님의 령도를 받는 우리 인민군대는 반드시 이긴다는 굳은 신심이 있기때문에 우린 마음의 여유를 가지구 여기에 자진해서 머물고있구 너희들의 소해작업과 미군의 상륙을 지연시켜 락동강까지 나왔던 보병부대들이 철수할 때까지 익측과 후위를 엄호하고있어. 이런 과정에 너도 잡힌것이구. 넌 우리 존엄높은 공화국이 패했다고 함부로 지껄이면서 인민군지휘관을 회유하려고 시도한것으로 해서 전쟁포로 대우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고말았다. 내 말의 뜻을 알겠는가?》

《여… 여보게, 그게 무슨 말인가?… 설마 이 동창을?…》

게이찌의 두눈에서 죽음의 공포가 얼른거렸다.

《게이찌, 너에게 목숨을 건질수 있는 마지막기회를 준다. 방금 네가 지껄인 말을 전부 철회하고 사죄하라.》

게이찌는 고개를 푹 떨군채 한동안 기척이 없더니 돌연히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솟구쳐일어났다. 놈은 곁에 와 서있는 하명찬을 떠밀치고 배전넘어 검은 심연으로 뛰여내렸다.

하명찬의 련발의 총성과 함께 절망에 찬 자지러진 긴 비명이 밤대기를 흔들다가 사라져버렸다.

채정보는 다른 일본인포로를 데려다가 적정을 료해한 다음 계획했던대로 새로운 기뢰부설수역으로 배들을 몰아갔다.

설핀 구름뒤에서 달이 그들을 따라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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