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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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탄광적으로 실로 오래간만에 마련된 휴식날이다. 그새 탄광이 한달이나 총동원되여 침수복구를 끝내고 숨돌릴 틈없이 석탄생산에 진입했으니 언제 휴식할 겨를이 없었던것이다.

사실 어제까지만도 행정부서에서는 휴식날을 리용하여 난장부문 일군들로 벨트갱 50편도에 차있는 감탕을 퍼내기로 작업조직이 되여있었다. 그러던것을 당비서가 휴식날에 치는 돌격구령은 구령에 불과하지 큰 의의가 없다면서 행정참모부일군들을 만나 취소해버렸었다. 이렇게 마련된 휴식이여서인지 탄광마을은 명절처럼 흥성이였다.

어떤 집들에서는 앞마당에 가장집물을 그득히 꺼내놓고 온돌수리를 하고 또 어떤 집들에서는 온 집안이 떨쳐나 왁작이면서 울타리에 회칠을 하고있다. 까르르 터치는 탄부안해들의 웃음소리가 승벽내기를 하듯 이집저집에서 흘러나온다. 어딜 둘러보나 탄부가정의 행복상이 철철 흘러넘치는 흐뭇한 모습들이였다.

탄광마을의 중심에 자리잡은 탄부합숙도 탄광마을에 짝지지 않게 흥성이고있었다. 록색타일을 산뜻하게 붙인 3층건물의 수십개나 되는 수지창문들이 모두 열려있다. 거기로는 휴식의 한때를 즐기는 탄부들의 랑만에 넘친 노래소리, 기타소리 또 주패놀이와 장기놀이로 왁작 열을 올리는 놀음군들의 열기띤 목소리들이 귀맛좋게 들려온다. 금시라도 아무 호실이나 벌컥 문을 열고들어가 노래판이면 노래판, 놀음판이면 놀음판에 뛰여들고싶은 마음이다.

리정길은 달아오르는 마음을 애써 늦잡으며 합숙의 후방기지들과 또 세목장, 문화오락실을 만족한 기분에 싸여 돌아본 후 2층 첫번째 방에 자리잡고있는 합숙생활위원장의 방으로 올라갔다.

런닝바람으로 앉아 기타를 타던 생활위원장이 절도있게 일어서며 당비서를 맞아주었다. 그는 3년전에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받들고 탄광으로 달려온 제대군인탄부이다.

《기타소리에 끌려 어디 지나갈수가 있더라구. 그래 아직도 색시감을 찾지 못했는가부지?》

리정길은 기타가 되는대로 놓여있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손가락으로 기타줄을 튕겨보았다. 생활위원장은 차렷자세를 조금도 흐트리지 않고 기백있게 대답했다.

《비서동지, 색시감은 얼마든지 찾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서두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잘 나가던 생활위원장의 입은 중도에서 굳어졌다.

《서두르지 않는다. 하기야 리유없이 로총각으로 늙지는 않겠지. 그래 어디 한번 그 리유를 설명해보라구.》

리정길은 이번엔 기타를 척 안고 제법 능숙하게 화음을 튕기였다. 한동안 갑자르던 생활위원장이 막혔던 물목을 터치듯 입을 열었다.

《선배들의 경험과 교훈이 저로 하여금 그런 결심을 내리게 했습니다.》

《경험과 교훈?》

《그렇습니다. 선배들이 하는 말이 장가를 인츰 들면 가정에 포로되여 제바로 일을 못한다는겁니다. 비서동지도 아시다싶이 일명 총각시절을 인생의 황금시절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 좋은 시절에 더 많은 일을 해야지 서둘러 장가를 가 가정의 포로가 되고싶지는 않습니다. 이것이면 리유가 충분하지 않습니까?》

리정길은 긍정하듯 머리를 끄덕였다.

《리유가 괜찮아. 하지만 너무 일면적이야. 총각시절이 황금시절이라고 그게 영원할듯싶은가? 아직은 황금시절이요 뭐요 하지만 한두해 나이를 먹어봐. 그땐 로총각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돼. 로총각이 값이 나가면 얼마나 나가겠나?》

리정길의 반론에 생활위원장은 더 변명할 말을 찾지 못하고 뒤더수기를 긁적였다. 아마도 자기의 나이가 서른을 넘긴 로총각이라는 사실을 이때에야 상기한듯 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겁낼 필요는 없는게구. 총각나이 서른하나면 정 늦었다고 볼수 없지. 그렇다고 안심하지는 말게. 이제 한두해 미루면 그땐 정말로 로총각의 신세를 면할수가 없어. 그러니 맞춤한 대상자를 골라 합숙신세를 면하라구.》

《알았습니다. 맞춤한 대상자가 생기면 비서동지를 찾아가 인사를 시키겠습니다.》

《좋아, 그럼 인츰 장가를 가기 바라면서 내 노래 한곡 불러주지.》

리정길은 기타를 타면서 노래 《내가 지켜선 조국》을 정서깊은 목소리로 불렀다. 기타를 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였다. 기타반주도 좋았고 또 은은하게 울리는 노래소리는 더욱 좋았다. 이쯤 되고보니 생활위원장도 어느새 노래의 감정정서에 빠져 당비서의 노래에 자기의 목소리를 합쳤다. 두사람은 처음으로 함께 노래를 불러보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련습을 한것처럼 안삼불이 딱 들어맞았다. 두사람이 다 혁명적인 군인정신을 체현한 제대군인출신들이라는데 방점이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리정길당비서는 창문벽에 걸려있는 벽시계에 눈길을 주고는 웬일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불맞은 사람처럼 헤덤볐다.

《이크,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여보게 생활위원장, 어서 모임종을 울리라구!》

《?…》

생활위원장은 의아한 눈길로 당비서를 바라보았다.

《왜 멍청히 서있나? 어서 종을 울려야지.》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아, 내 말하지 않았던가? 일은 무슨 일, 지금이 십분전 3시니까 이제 10분만 있으면 텔레비죤으로 전국민족씨름경기소식이 방영되오. 어제 도체육단에서 련락이 왔는데 최윤일동무가 65키로급결승경기에 출전하게 됐다는거요. 정각 3시부터 경기소식이 방영된다니 서둘러야겠소.》

《그렇습니까? 이거 사기가 나는데.》

생활위원장은 문을 박차고 달려나가 모임종을 울렸다.

《찌르릉-》

모임종소리가 귀따갑게 합숙복도를 들었다놓았다. 그러자 휴식의 한때를 즐기던 탄부들이 손에 주패장들과 장기쪽, 소설책들을 들고 복도로 달려나왔다.

《동무들! 기쁜 소식이요. 정각 3시부터 전국민족씨름경기에 참가한 최윤일소대장동무의 결승경기소식이 방영된다오. 빨리 모이시오!》

생활위원장은 복도가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쳤다. 2층홀에는 탄부들의 문화생활을 위한 대형텔레비죤과 악기들이 일식으로 갖추어져있다.

휴식날이면 이 홀에서 텔레비죤도 보고 노래도 부르면서 휴식의 한때를 보내고있다. 탄부들은 불난 집처럼 복닥소동을 일구며 잠간새 2층홀에 모여들었다.

《이번경기에서 최윤일소대장동지가 본때를 보일거야.》

《결승경기에서 어느 도의 선수와 대결했다오?》

《아 이거라구야, 돼지꼬리를 쥐고 순대를 찾는다구 이제 보면 될게 아닌가?》

《비교씨름인가? 몸무게급인가?》

《몸무게급인것 같네. 비교씨름에 참가하기엔 몸무게가 너무 작지. 전번경기때 보니까 비교씨름에 참가한 평양시선수의 몸무게는 100키로그람이 넘더구만.》

《모르는 소리, 씨름은 몸무게로 하는게 아니라 기술로 하는거네.》

2층홀에 한구들 모여온 탄부들이 저마끔 씨름경기에 대한 자기들의 밭은 지식을 뽐내느라 야단법석이다. 리정길도 탄부들속에 섞여 울렁이는 가슴을 안고 텔레비죤을 지켜보고있다.

염소방목을 잘하는 어느 산간군을 소개한 소개편집물이 끝나자 텔레비죤화면에는 금소방울이 현시되면서 전국민족씨름경기소식이 방영되였다. 벌둥지 쑤셔놓은것처럼 웅성이던 2층홀이 삽시에 물을 뿌려놓은듯 조용해졌다.

체육해설을 전문으로 하는 남방송원이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을 소개하고있다. 여러명의 선수들이 소개되도록 최윤일소대장이 비쳐지지 않자 성미가 급한 축들은 안달이 나 엉치를 들썩거렸다.

이때 촉기가 빠른 누군가가 소리쳤다.

《소대장동지다!》

《어디?》

《옳구만, 저 름름한 기상을 보니 결승경기는 먹어놓은 떡일세.》

아닐세라 텔레비죤화면에서는 결승경기에 출전한 최윤일선수를 축하하는 소개자의 목소리와 함께 박수갈채가 울렸다. 시청홀에서도 장알이 박힌 투박한 손바닥으로 쳐대는 탄부들의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경기가 시작되였다. 다른 경기들도 아짜아짜하게 흘러갔지만 최윤일의 경기장면을 기다리는 탄부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더해만갔다.

어느덧 기다리고기다리던 최윤일선수가 붉은 샅바를 띠고 경기장에 출전하였다. 상대선수는 최윤일선수보다 키가 크고 별스레 몸이 좋아보였다.

텔레비죤화면에는 두 선수가 인사를 나누는 모습과 함께 방송원이 씨름전문가와 나누는 대화가 울려나왔다.

《지금 나온 선수들은 서로가 파악이 있는 선수들이라고 보는데 어떻습니까?》

《예, 지금 출전한 선수들은 작년에 진행한 민족씨름경기에서 서로 맞서본 선수들입니다. 저 푸른색샅바를 띤 동무가 평안북도 탁아유치원공급소에서 부원으로 일하는 리철삼동무입니다. 저 동무가 바로 작년 65키로급에서 우승의 영예를 지녔습니다. 그리고 상대선수인 최윤일동무는 작년에 리철삼동무와의 결승경기에서 아쉽게 패하여 2등을 한 로련한 선수입니다.》

《그러고보면 두 선수가 다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 최윤일선수는 작년에 탄부씨름군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지 않았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최윤일선수는 천동탄광에서 고속도굴진소대 소대장으로 일하는 아주 힘이 세고 동작이 민첩한 선수로서 이번 경기도 아주 치렬하게 진행될것이라고 예견되는데…》

씨름전문가의 말이 중도에서 끊어지며 1회전경기가 시작되였다. 상대에 대한 파악이 깊은 두 선수가 허리를 쭉 굽히고 빙글빙글 돌면서 기회를 노리고있었다. 자세만 봐도 두 선수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대장동지! 먼저 배지기를 뜨라요!》

《한번 놀래워보라요!》

시청홀에서 탄부들이 저마끔 감독이라도 되는듯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 말이 날아가기라도 한듯 최윤일선수가 상대를 놀래워볼 심산으로 우직스럽게 뻗치고있는 상대선수를 자기 몸가까이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상대선수는 최윤일선수가 배지기를 뜨려는것으로 간파하고 바싹 다가들면서 반공격으로 그를 번쩍 들어올렸다. 허공중 들리운 최윤일은 오른발을 ㄱ자로 꺾어 상대의 가슴팍에 세괃게 대고 몸균형을 유지하느라 모지름을 썼다. 상대의 불의의 반공격에 최윤일이 걸려들었던것이다.

최윤일은 아주 불리한 상태에 빠졌다. 이런 형편에서 상대가 최윤일의 왼다리를 제압하면 그땐 영낙없이 엎어말이가 되고만다. 최윤일은 안깐힘을 쓰며 상대의 제압에서 빠져나오려고 모지름을 썼다. 하지만 로련한 씨름군인 상대는 위태롭게 버둥거리고있는 최윤일의 왼다리를 제압하고 허공중 멨다꽂았다. 1회전은 최윤일의 패배로 끝났다.

《아이쿠!-》

탄부들은 통탄에 가깝게 아쉬움을 터쳤다. 어떤 축들은 주먹으로 애매한 머리통을 쥐여박았고 또 어떤 축들은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의자등받이를 내리쳤다. 오죽이나 안타까왔으면 저러랴. …

《자, 실망하지들 마오. 2회전경기가 있지 않소.》

리정길도 얼굴에 땀이 질벅해졌지만 탄부들을 안심시키느라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텔레비죤에서는 탄부들의 심정엔 아랑곳없이 리철삼선수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귀아프게 들려왔다.

《정말 멋있는 수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떻습니까?》

《예, 방금 보셨지만 수는 최윤일선수가 먼저 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리철삼선수가 반공격으로 통쾌하게 상대를 꺼꾸러뜨렸는데 저런 수는 로련한 씨름군이 아니고서는 생각할수 없는 기발한것입니다.》

씨름전문가는 탄부들의 밸이 꼴려나도록 리철삼선수를 극구 찬양했다.

2회전이 시작되였다. 경기는 시작부터 치렬했다. 선수들이 샅바를 잡자 심판이 바위돌만큼이나 넙적한 두 선수의 잔등을 보기좋게 치며 경기시작을 알렸다.

이번에도 최윤일이 먼저 수를 썼다. 최윤일은 이번에는 앞으로 당기는것이 아니라 상대선수를 뒤로 밀고나갔다. 상대선수는 최윤일이 이번에도 배지기수법으로 나올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인지 두다리에 힘을 주고 떡 뻗쳤다. 이때라고 생각한 최윤일이 상대를 다시 앞으로 당겼다. 상대는 이번에도 순순히 앞으로 끌려왔다. 이쯤 상대를 혼란상태에 몰아넣은 최윤일은 날쌔게 상대의 왼다리를 걸어 힘껏 걷어찼다. 상대는 어쩔새없이 꼭지가 썩은 호박처럼 나딩굴었다. 2회전경기는 시작되여 불과 10초도 안된 사이에 최윤일의 승리로 결속되였다.

《야, 탄부가 이겼다!》

《야, 통쾌하게 메쳤다!》

시청홀은 탄부들의 들뜬 열기로 와글와글 끓었다.

《자, 보았지. 탄부가 어떻게 상대를 메치는가 말이야. 여 고수머리, 록음을 올리라구.》

리정길은 달아오른 흥분열기를 어디다 쏟을지 몰라 허둥이며 앞좌석에 앉은 고수머리탄부에게 말했다. 즉시에 록음이 최대로 올라갔다.

방송원과 씨름전문가의 대화가 귀청이 울리게 쩌렁쩌렁 들려온다.

《2회전에서 최윤일선수가 상대를 멋들어지게 넘어뜨렸는데 저런 수는 보기 드물다고 생각되는데 어떻습니까?》

《예, 저런 수는 씨름전문가들도 딱히 무슨 수라고 찍어말할수 없는 정말 재치있는 기만전술입니다. 보시다싶이 상대가 갈피를 잡을수 없게 앞뒤로 밀어내며 혼란상태에 몰아넣고 번개처럼 해치우지 않았습니까? 역시 최윤일선수는 경기경험이 풍부한 흠잡을데 없는 씨름군입니다.》

방송원도 씨름전문가도 최윤일의 기발한 수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이때 시청홀에서 누군가가 해설원에게 반박하듯 이렇게 소리쳤다.

《해설원동지! 소대장동지가 쓴 수를 <재치있는 탄부의 수법>이라고 하면 되지 않습니까?》

《여, 그건 전화나 편지로 알려야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텔레비죤화면에 대고 소리쳐야 쓸데가 있어?》

《쉿, 조용. 3회전이 시작되였어.》

누군가가 엉터리없는 탄부에게 핀잔을 주었다. 일시에 모두의 눈길은 텔레비죤화면에 집중되였다.

3회전은 그야말로 승패의 운명을 건 최대로 긴장된 경기였다. 누구든 손에 땀이 질벅하니 고였다.

샅바를 잡는 두 선수들의 얼굴에 초조함과 긴장감이 한껏 어려있다.

서로가 상대에게 샅바를 쥐지 못하게 하느라 긴 허리를 꿈틀거리고 통나무같은 다리통을 뒤로 뻗치느라 땀깨나 쏟고있다. 심판이 량쪽선수들에게 경고를 주어서야 겨우 준비상태를 갖추게 되였다.

호각소리가 길게 울리자 두 선수는 성난 황소마냥 씩씩거리면서 씨름장을 빙글빙글 돌았다. 량편에서 감독들이 서로 일어나 자기편 선수들에게 훈시하는 모습이 흘러간다. 했건만 선수들은 기회만 노리며 돌아가고있다. 경기가 시작된지 20초가 되도록 누구도 수를 쓰지 않고있었다. 그것만 봐도 선수들이 얼마나 긴장됐는지 과히 짐작이 갔다.

이때 상대선수가 최윤일선수에게로 벼락같이 다가들며 안다리를 걸어챘다. 위급한 순간이였다. 하지만 최윤일은 여유있게 몸을 비틀며 반공격을 들이대였다. 상대방은 불의의 반격에 몸균형을 잃었다. 때는 천번중 단 한번의 기회였다. 상대방선수의 몸균형은 이미 파괴되여있었고 최윤일의 어깨는 어느새 상대방의 가슴에 가닿고있었다. 최윤일은 착암기를 휘둘러대면서 억세여진 어깨로 상대방의 가슴을 힘껏 밀었다. 밀면서 샅바를 놓았다. 상대는 수를 써볼 새도 없이 찔 넘어졌다.

최윤일은 넘어진 상대선수를 일으키고 두주먹을 높이 흔들며 승리자의 쾌감을 과시했다. 심판이 두 선수들을 량쪽에 세우고 최윤일에게 오른손을 가리키며 승리를 선포하였다.

텔레비죤관람석에서도 시청홀에서도 와- 환호성이 발파소리마냥 터져올랐다.

《소대장동지가 이겼다!》

《탄부가 이겼다!》

《탄부 만세!》

시청홀에는 탄부의 우승을 축하하는 만세소리가 터져나왔다.

《비서동지! 탄부가 이겼습니다. 보십시오. 소대장동지가 기뻐 울고있습니다.》

생활위원장이 눈물이 그득해서 당비서를 바라보며 부르짖었다.

《그래그래, 탄부가 이겼소. 소대장동무가 탄부란 어떤 사람들인가를 세상에 과시했단 말이요.》

리정길도 울고있었다. 기쁨의 눈물이 억대우같은 사나이들의 두볼로 헤프게도 흘러내렸다. 생활위원장이 기쁨에 울고웃는 탄부들에게 호소했다.

《동무들, 더 많은 석탄을 생산하여 우승하고 돌아오는 소대장동지를 기쁘게 맞이합시다!》

《알았습니다!》

백여명이나 되는 제대군인탄부들이 명령받은 전사마냥 주먹을 내흔들면서 호응했다.

리정길당비서의 가슴도 세차게 달아올랐다. 지금 천동골안이 아니, 온나라의 탄광마을들이 이처럼 법썩 끓어번질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정길은 시청홀을 떠나지 않고있는 탄부들속에서 누군가를 찾으려고 애썼다. 그가 바로 지배인인 형님과 다투고 합숙으로 나온 조철영이였다.

(이 열기띤 장소에 왜 조철영이 없는가? 어디 가서 무얼하길래 얼굴 한번 내밀지 않는가 말이다. 쓸개빠진 녀석같으니라구야.)

《생활위원장동무, 조철영동무가 보이지 않는구만. 어디 외출이라도 했소?》

《아닐겝니다. 점심식사때도 있었는데… 철영동무의 호실이 4호실입니다.》

생활위원장은 시청홀에서 빤히 바라보이는 2층 4호실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밖에 쇠를 잠그지 않은걸 봐선 안에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한참 두드려서야 문이 열렸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조철영이였다. 문가에 얼굴을 내민 그의 주제는 말이 아니였다. 보매 술에 취해가지고 잠에 들었던 모양인지 눈은 게슴츠레하니 정기가 없었고 머리칼은 쑤셔놓은 까치둥지처럼 푸시시했다. 얼마나 곯아떨어졌으면 시청홀에서 합숙이 떠나갈듯 왁작거리며 씨름경기를 관람하는것도 모르고 어푸러져있었으랴. 실로 꼴불견이였다.

《생활위원장동문 가서 일을 보오.》

리정길은 혼자 철영의 호실로 들어갔다. 방안은 말이 아니였다. 문두드리는 소리에 대강 치웠는지 침대밑에는 빈 술병이 나딩굴었고 원탁우에 놓인 늄쟁반에는 찢어먹다만 인조고기타래가 놓여있다. 게다가 양념장을 담았던 공기도 자빠져있다. 쏟아진 양념장이 쟁반바닥에 보기흉하게 게발려져있었다. 술냄새, 담배냄새, 음식냄새로 방안공기가 탁해 서있을수가 없을 정도이다. 타락된 조철영의 정신상태의 반영인듯 말이 나가지 않았다.

리정길은 창문을 열고 공기를 환기시켰다.

《이 꼴을 해가지고 련합으로 올라가겠다구. 흥, 코집이 틀렸어.》

리정길은 달달 말려진 모포를 안고 침대우에 쭈그리고앉아있는 조철영을 쓰겁게 바라보았다.

《너무 비꼬지 마십시오. 난 이젠 련합에서 올라오라고 해도 가지 않겠습니다. 형님이 제발 가달라고 빌어도 말입니다. 그곳 아니면 갈데가 없는줄 압니까?》

아직도 속이 죽지 않고 살았다는 투정질이다.

《좋아, 남자가 그만한 배짱이야 있어야지. 남자의 일언은 중천금이라 했거늘 믿어도 되겠소?》

《어디 지켜보십시오.》

철영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좋아, 그럼 이 당비서가 보내주는 곳으로는 가겠나?》

《그게 어딥니까?》

《어디긴 어디겠나? 탄광의 최전선이라 말할수 있는 고속도굴진소대이지.》

리정길은 흐리멍텅한 정신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철영에게 너그러운 표정을 짓고 말했다.

《최윤일고속도굴진소대 말입니까?》

《그렇소, 방금전에 텔레비죤으로 전국민족씨름경기에 출전하여 1등의 영예를 지닌 최윤일동무의 경기소식이 방영되였소. 그렇게 술에 만취되여있으니 볼수가 없지.》

철영은 입술을 꾹 다문채 말없이 눈길을 방바닥에 박고있었다. 당비서의 요구가 형님의 뜻으로 짜진 각본이 아니겠는가고 속구구해보는 모양인지 잔뜩 이마살을 찌프리고있다. 그러지 않아도 형님에 대한 고까운 감정이 목구멍을 꽉 채워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그였다. 그러게 저렇듯 싱둥거리는것이다.

《그래 결심이 섰나?》

리정길은 조철영의 속심을 환히 꿰뚫어보고있던지라 바싹 탕개를 조였다.

《좋습니다! 어디든 비서동지가 보내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자발적으로 가는 길이지 그 누구의 강요에 의하여 가는 길이 아니라는것만은 알아주십시오. 그리고 지배인에게 전하십시오. 내 갈길은 내가 찾아가니 제발 간섭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좋아, 남자라면 배짱이 그만은 해야지. 내 뒤에서 힘껏 밀어주겠으니 지배인 보란듯이 본때있게 일해보오. 동무가 가는 굴진소대는 전투력이 강한 소대요. 그리고 소대장은 또 얼마나 멋진 사람인줄 아오?》

《난 소대장이 마음에 들어 가는것이 아닙니다. 굴진소대가 탄광의 가장 어려운 전투장이기때문에 자진해서 가는것입니다.》

철영은 이번에도 퉁명스럽게 자기의 의사를 표명했다. 리정길은 그러거나말거나 사기가 나서 그의 어깨를 툭 치면서 너나들이로 넘어갔다.

《좋아, 이거 말할 재미가 있단 말이야. 난 래일부터 동무의 일본새와 생활방식에서 근본적인 혁신이 일어나기를 바라겠소. 믿어도 되겠지?》

그랬어도 철영은 얼굴을 잔뜩 찌프리고 한본새로 서있었다. 어쨌든 형님에 대한 고까운 감정은 빠개지지 않는 옹이처럼 마음속에 깊숙이 박혀있음을 말해주는 심히 못마땅한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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