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제 2 장

조국이여, 너는 어디 있느냐?

9

 

3층짜리 개인집의 1층과 2층을 빌려쓰고있는 본주재 《한국》대사관에는 자동차가 그냥 들어갈수 있는 지하실이 달려있다.

도이췰란드경찰서에서 석방되던 그길로 대사관직원과 함께 자동차를 탄 창수는 지하실로 들어온 차에서 내렸다. 그는 안내를 받아 지하차고 옆방으로 들어갔다. 책상 하나와 의자 둘이 놓여있고 벽에 세워진 책꽂이들에는 책들이 꽂혀있는 서재풍의 환한 방이였다.

《야, 거기 앉어!》

그를 안내해온 대사관직원은 턱으로 의자를 가리키며 조폭한 말투로 명령하듯이 말했다. 창수는 저도 모르게 그를 돌아보면서 잘못 듣지나 않았나 하고 자기 귀를 의심했다. 어투가 너무나 갑자기 변했기때문이였다.

《보기는 왜 봐, 건방지게.》

창수는 어리둥절할수밖에 없었다. 대사관직원의 어투가 어째 이런지 모를 일이였다. 비록 쇠고랑을 채우고 끌어갔으나 도이췰란드경찰서에서는 이런 투로 그를 다루지는 않았었다. 탄광촌 맥주집에서 흔히 있을수 있는 싸움에 지나지 않는 그런 문제로 다루었을뿐이다. 단지 불공정한 탄광측 처사때문에 남조선탄부들이 소요를 일으키지나 않을가 하여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대기하던중이라 쇠고랑까지 채워서 구속해갔고 하루밤을 재우기도 했으나 탄광에서 별다른 소요가 없음을 보자 도이췰란드의 법은 매우 엄격하다는 말로 엄포를 놓고 석방하였었다. 도이췰란드경찰은 차겁기는 해도 거칠은 말은 쓰지 않았었다.

담당경찰관은 석방한다고 선포하고나서 대사관에 이러이러한 사건이 생겨서 남조선탄부 한명을 구속했었으나 오늘 석방한다고 창수 면전에서 통보를 했고 전화통을 놓으면서 대사관에서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겠다고 했으니까 잠시 기다리라고 했을뿐이다.

자기를 데리러 온 이 멀쑥한 사내는 경찰서에서는 례절바르게 행동했고 자기에게도 신사적으로 대해주며 친절한 말들을 했었는데 대사관문턱을 넘어서자 태도가 대번에 변하고만것이다.

어쨌든 창수는 그가 가리키는 의자에 앉는수밖에 없었다.

《무슨 맘 먹고 한국의 얼굴에 똥칠을 하는거야?》

얼굴이 기름한 이 멀쑥한 사내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으며 서울거리 어깨패들의 말투로 말했다.

창수는 대사관까지 오는 도중 생각한바가 있었다. 자진해서 찾아가는 길은 아니지만 차라리 잘되였다고 생각했었다. 부글부글 끓고있는 가슴속을 털어놓고 이야기해보리라 마음먹었었다. 평소에도 생각되는바가 없지 않았지만 이번 무급휴가문제는 대사관에 한번 따져볼 점들이 많았다. 자기네들의 판단으로써는 도저히 리해할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기때문이다. 마음속으로 벼르고 왔던바가 있었던 관계로 창수의 대답에도 그 기분이 반영되였다.

《나는 조선사람의 얼굴에 똥칠을 하고 다니는 놈에게 버릇을 좀 가르쳐주고싶었을뿐이요.》

《자식, 입이 그냥 살았구나. 경찰에서 맛을 덜 보여준 모양이지?》

《뭣때문에 첫마디부터 을러메기만 하는지 까닭을 모르겠구려.》

《뭐가 어째?》

얼굴이 멀쑥한 그 사내는 벌떡 일어섰다. 창수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앉아있었다.

《여기가 어딘줄이나 알어?》

창수가 대답했다.

《대사관인줄 아는데요.》

《그래, 대사관 맛을 좀 볼테냐?》

창수는 그자의 말을 못 들은체 하고 앉아있었다. 외교관이란 같은 말을 하더라도 남이 듣기 좋게 하는 숙련을 쌓아온 사람의 대명사처럼 씌여온다. 이자는 외교관이라고는 할수 없는 대사관의 한 말단직원일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대사관사람이 아닌가. 어디서 이따위를 외교기관에 데려다 놓았는가 하고 우습게만 보였다.

《자식! 건방지다.》

호통소리와 함께 사내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는 당장 내리칠듯이 다른 주먹을 그러쥐였다.

그 주먹을 쳐다보며 앉아있는 창수의 마음은 슬퍼지기만 했다. 이러나저러나 대사관이 아닌가,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가, 자꾸만 슬퍼졌다. 해외에 나와있는 교포들에게 있어서는 실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고국을 의미해야 할 대사관이 아닌가.

멱살을 잡았던 사내는 창수가 겁을 먹고 떨거나 반박해나설 기색은 보이는 일도 없이 그저 시들해서 앉아있는 바람에 주먹질을 할 멋이 없어져서 짜증만 나는 모양이였다. 잡았던 멱살을 놓아주더니 두덜거리며 어디론가 휭 나가버렸다.

한참후 턱이 밭고 들창코를 한 사내가 방으로 들어왔다. 광업소앞에서 수석로무관이 탄부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뒤에 서있던 그 사내였다.

《사람 잘 친다는분, 어디 나 좀 볼가요?》

그는 눈가에 능글맞은 웃음을 띠우고 아까의 사내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았다.

《힘개나 쓴다고 그래서는 안되죠. 모르기는 해도 통역의 신세를 지지 않았을 까닭이 없는데 말요.》

들창코를 한 사내는 오른손으로 왼손바닥을 가만가만히 두드리면서 잠시 창수의 동정을 살피더니 말을 계속했다.

《윁남 갔다온걸 코에 걸고 다닌다는데 말요. 뭐, 감독도 당신앞에서는 큰소리를 못하고 슬금슬금 피하는 모양이고…》

창수는 이 들창코의 손을 어디선가 본 일이 있었다.

《서울 뒤거리의 술집에서 그랬다면 있을법 한 일일지도 몰라요. 혈기가 한창인 나이니까. 허지만 여기는 도이췰란드라는걸 알아야지, 마구 설치고 다녀서야 되나.》

들창코가 자기를 뒤골목의 싸움패처럼 다루려는것이 어이없어서 창수는 비로소 한마디 대답을 했다.

《어쨌든 나는 후회하고싶지 않아요. 등을 쳐먹어도 분수가 있지. 불구자가 된 탄부의 보험료를 글쎄…》

《허어, 대단하시군! 장하오.》

감탄하는가 했더니 어느새 날쌔게 창수의 손을 잡아 비틀었다. 들창코는 계속 빙그레 웃음을 띠우고있는데 창수는 비틀어지는 손과 함께 몸이 한쪽으로 꾀기 시작했다. 어디를 잡고 어떻게 비트는지 저항해볼 엄두도 나기 전에 몸이 꾀며 의자에서 떨어졌다.

《대단한 힘도 아니군그래!》

들창코는 그의 손을 놔주며 뇌까렸다. 그 순간 창수는 이 들창코의 손이 누구의 손과 비슷한가를 알았다. 윁남에서 사병들에게 태권도를 배워주던 교관의 손이 바로 그러했던것이다. 태권도를 직업적으로 해온 사람들의 손에는 공통된 특징이 생기는 모양이였다.

윁남사람들의 마을에 들어가면 마을사람들을 전부 모아놓고 그들중의 한사람을 앞으로 끌어내온 다음 저런 손으로 머리를 내리쳐서 단번에 죽이는것을 창수는 여러번 보아왔다. 윁남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안겨주려고 아무런 혐의도 없는 사람을 그렇게 죽였던것이다. 지금 이 들창코도 자기한테 공포심을 안겨주려고 그 솜씨를 보이고있는것 같아서 창수는 입맛이 썼다.

《조진규인가 하는 그 통역은 참 너절한 놈이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 해도 참지 못했을거요. 그건 리해할수 있소.》

제법 도량이 큰체, 아량이 있는체 하더니 별안간 소리를 질렀다.

《이봐! 왜 대답이 없어? 나를 뭘로 알고 배짱을 부려?》

창수는 여전히 앉아만 있었다.

《이봐, 어떤 목적으로 국가의 인력수출을 방해하려는거야? 그거나 대답해봐.》

《나는 방해한 일이 없소.》

《없다면 다인줄 알어? 사람을 치고 경찰서에나 끌려다니고, 그래서 한국탄부들은 말썽이 많아서 차후로는 받지 않겠다고 하도록 만들자는거지 뭐야!》

창수는 대답할 필요가 없어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것도 그거지만 수석로무관님보고 뭣이 어쨌다구? 한국탄부들의 생각은 조금도 않고 광주의 립장에서만 말한다 어쩐다 한건 도대체 무슨 소리야?》

《소장이 말한 내용과 같은 말만 한다 그런 뜻이죠.》

《소장보고는 네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그것도 다 알고있어. 다른 탄부들보고는 또 뭐라고 했는지 그것도 다 알고있고… 네가 잘 때는 어떤 잠꼬대를 하는지 그런것까지 다 안단 말이다.》

《…》

《수석로무관님을 모욕하는건 우리 대사관을 모욕하자는 저의가 있기때문이고 대사관을 모욕하는 저의는 결국 한국의 위신을 깎아내리고 탄부들의 불평만을 야기하자는데 목적이 있다는걸 우리가 모를줄 알어? 보안법위반이란 별게 안야.》

《너무 위협하지 마시오.》

《뭐가 어째?》

창수를 잠시 노려보고있던 들창코는 태권도특유의 동작으로 오른손을 머리우로 번개처럼 들면서 귀청을 째는 기합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번쩍 쳐든 손으로 내리치지는 않았다.

《제에길! 내가 참아야지. 저승으로 보내기에는 나이가 아깝구먼!》

맥주홀에서 일어난 일로 창수를 추궁한것은 이야기의 서두에 지나지 않았고 들창코가 중점을 두고 날카롭게 캐려든 문제는 창수가 수석로무관에게 한 말과 관련된것이였다.

들창코는 별의별 말들을 다 써가며 걸고들었고 그가 갱내나 갱외에서 다른 탄부들과 이야기한 례사로운 말들에 대해서까지 그 저의가 어데 있느냐고 캐고들었다. 이러는 과정에 창수는 이자들이 그새 자기의 뒤를 얼마나 캐고 내탐을 했는지 충분히 짐작할수 있었다.

대사관에 가면 따져보고싶은 일이 많다고 벼르면서 온 자기가 너무나 천진란만하다고 생각했다. 여기가 결코 솔직한 심정을 말해볼데가 아님을 느낀 창수는 무슨 말을 들어도 될수록 대답을 하지 않았다.

들창코는 두번이나 더 태권도 권법으로 당장에 때려죽일것 같이 기합소리를 질러가며 위협했고 그에게 온갖 무시무시한 죄명을 들씌워보려고 기를 썼다.

그러나 나중에는 맨 처음에 보였던 조용한 태도로 되돌아갔다.

《아무튼 좀 쉬시오. 피곤하겠소.》

그러면서 들어오던 문과는 반대편에 있는 문을 열었다. 거기는 호화로운 침대 하나가 놓여있는 침실이였다. 들창코는 창수를 침실로 안내하면서 의미심장해보이는 웃음을 빙그레 지었다.

《푹 쉬시오. 어제도 경찰서에서 자지 못했을테니까.》

그리고는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창수는 침대에 몸을 던진채 죽은듯이 쓰러져있었다. 종잡을수 없는 가지가지 상념들과 온갖 종류의 분노가 그의 몸뚱이를 짓누르며 소용돌이를 치고있었다.

오줌이 마려워서야 일어났다. 그런데 변소를 찾아 밖으로 나가보려 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다른편 벽에 나있는 문을 열어보았더니 거기가 변소였다.

출입문으로 가서 이번에는 두드려보았다. 얼마나 두터운 판자로 짠 견고한 문인지 주먹으로 두드려도 소리가 별로 나지 않았다. 그제야 자기가 갇혀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경찰서나 다름없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바깥방은 외관상 서재처럼 꾸려놓았지만 문초를 하는 고문실이고 여기는 침실처럼 꾸며놓았으나 실지는 감방인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불이 껌벅 꺼졌다. 희미한 광선 한줄 새들어올데가 없는 캄캄한 방안은 무덤속처럼 고요했다.

처음에는 그저 정전인가 했었는데 전등은 좀체로 켜지지 않았다. 불빛 그리운 마음이 잊어버렸던 담배생각을 하게 하였다. 성냥을 그어 담배를 붙여물면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이렇게 하기가 거듭되여 담배가 다 떨어졌으나 불은 여전히 켜지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는 사람을 때려죽이고 각을 뜬다 해도 비명 한마디 밖으로 새나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실지로 이 방에서 그러한 일들이 벌어졌을수 있지 않는가 하는 의혹이 생겼다.

칠흑같은 어둠속에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공포심과 기괴한 이 방이 안겨주는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가슴이 짓눌리면서도 창수는 비웃고있었다.

그는 누웠다 일어나 앉았다 하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멀쑥해보이던 사내와 들창코가 하던짓들을 하나하나 회상하여 추려보았다. 결국 위협공갈이라는 말 한마디로 그 전부를 포괄시킬수 있을듯 했다. 앞으로는 자기가 주눅이 들어서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도록 길들여놓으려 하고있는것이다. 무덤속같은 이 특수감방에 넣고 시계의 시침이 서른바퀴도 남아도는 동안 전등불까지 끈것도 구경은 죽음의 공포로 자기를 위협하자는것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잘난체 하지만 어리석은 놈들이지!

비웃고있었는데 웬일인지 뜻하지 않았던 눈물이 두볼로 흘러내렸다. 까닭모를 눈물이였다. 비웃음이 어떻게 눈물로 될수 있는지 모를일이였다. 그러나 눈물이 한번 흘러내리자 자꾸만 슬퍼지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자신의 신세가 슬펐다. 윤옥의 신세가 슬펐다. 고통스럽기만 하고 즐거움이 너무나 적은 이 세상을 한평생 살아갈수 있을는지 그것이 서러웠다. 잘난체 하는 저 너절한 놈들의 행패를 앞으로는 또 얼마나 겪어야 할는지 그것이 서러웠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보겠다고 수만리 이국땅에까지 와서 아득바득하는 자신이 서러웠다.

그는 자리우에서 딩굴며 울고 또 울었다. 마음속 밑바닥에 자신도 정체를 잘 알수 없는 커다란 슬픔이 깔려있어서 거기서 쓰거운 눈물을 뿜어올리고있었다.

그가 침대에서 딩굴며 몸부림치고 우는것을 어떤 방법으로인지 본자가 있었던듯싶다. 그가 눈물을 거두자 뒤이어 전등불이 켜졌다. 서른일곱시간만에 불이 켜진것이다.

한시간쯤후에는 들창코가 다시 나타나 그를 서재로 데려내왔다. 거기에는 음식이 준비되여있었다. 창수가 식사를 끝내자 들창코는 아무 설명도 없이 그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한 방에 강균 문화과 참사가 앉아있었다. 그는 말없이 의자 하나를 가리켜보였다. 창수는 이틀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한 후에 음식을 먹고 올라오는 길이여서 극도의 피곤에 겹친 식곤증으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으나 녹초가 되였다고 보이기가 싫어서 자세를 흐트리지 않으려고 안깐힘을 써야 했다.

강균은 낮은 목소리로 그의 집사정을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몰라서 물어보는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문제에 창수의 주목을 집중시키기 위한것이였다. 매부네 집사정을 물어보는것은 어머니가 언제까지 거기 얹혀살수는 없지 않느냐는것을 상기시키려 함이고 어머니가 손자를 기다리지 않겠느냐 하는 말은 윤옥의 존재를 념두에 두고 하는 말이였다.

숨길것도 없고 숨길 필요도 없어서 사실대로 대답하면서 강균의 표정은 참으로 독특하다고 창수는 생각을 했다. 강균은 표정이 없다고 할만큼 얼굴에 움직임이 없었다. 말을 할 때만 입과 그 언저리가 움직이지만 말이 끝나면 곧 처음의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그의 얼굴에서 움직이고있는것은 흰자위많은 눈뿐이였다. 눈만은 흰자위를 번뜩거리며 자주 움직이였다.

강균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다.

《자, 그럼 몸조심하시오. 일신상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머니가 얼마나 비탄에 잠기겠소. 무사히 돌아가 며느리도 보여드리고 손자도 안겨드려야 하지 않겠소. 자, 그럼 기쁜 모자상봉이 있기를 바라오.》

강균은 지하실에서 창수가 겪은 일에 대해서는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말한 일이 없다. 그러나 그의 말은 결국 지하실에서 맛본것을 결코 잊지 말라, 함부로 날뛰다가는 죽는다, 그러면 어머니가 얼마나 비탄에 잠기겠는가, 이런 내용임이 틀림없었다.

대사관 정문현관까지 그를 데리고 나오면서 들창코는 마지막 위협공갈을 했다.

《누구보고도 대사관에 왔었다는 말은 일체 하지 말아야 해. 여기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하면 그때는 문제가 간단치 않을거요.》

그리하여 창수는 대사관에서 석방되였다. 그자들은 눈에 아니꼽게 비친 창수를 그대로 놔둘수가 없었던것이다. 아무리 내사를 해보아도 별것이 없기때문에 한번 따끔히 침을 놓아서 함부로 날뛰지 못하도록 만들어놓으려 했던것이다.

창수는 이 며칠동안에 참으로 많은것을 느꼈다. 그것은 요즘에 와서야 비로소 느끼는것도 아니다. 그러나 느낀다는것은 깨닫는다는것 다시말해서 정확한 인식을 가진다는것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그는 윤종기수석로무관의 말을 듣고 느끼는바가 있기때문에 질문을 들이대고싶었다. 우리 대사관인데 어째서 이런가, 동포의 리익이 아니라 서도이췰란드자본가의 리익을 옹호하는것이나 다름없지 않는가, 이렇게 느껴졌던것이다.

그는 또한 군복무중에도 많은것을 느꼈었다. 장성인 사단장이 위관급의 미군고문앞에서도 슬슬 기는 사실에서도 느끼는바가 적지 않았다. 윁남파병이란 개판이고 미군의 생명을 아끼기 위해 남조선청년들이 그들대신 죽음을 당하는것이라고 보아왔었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그는 수많이 체험했다.

그러면서도 창수는 이 모든 해괴망측한 현상들이 무엇에 기인된것인지 그 근본을 인식하지 못하고 아직도 허상을 진실처럼 알고있었다. 남조선을 아직도 《독립국가》로 알고있은것이다.

남조선을 정치적으로 좌지우지하는것은 미국이다. 그 경제의 명맥을 틀어쥐고있는것도 미국이다. 군대의 통수권을 쥐고있는것도 미국이다. 남조선《정부》는 독자적으로, 자주적으로 할수 있는 일이란 하나도 없다. 남조선을 통치하기에 알맞게 미국이 만들어놓은 식민지통치기구에 지나지 않는다. 창수는 바로 이 근본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있은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남조선《정부》가 서도이췰란드정부와 대등한 립장에서 협정을 체결할수 없으며 남조선탄부들을 보호하는것이 대사관의 임무가 아님을 그는 모르고있었던것이다. 그것을 모르기때문에 대사관에 가서 심중의 말을 하려는 생각도 했고 여기는 대사관답지 않고 경찰서같다 하고 정당히 느끼면서도 자기가 거기서 받은 고통앞에서 슬퍼졌던것이다. 그 둘레안에서 나고 자라고 살고 늙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해오는 자기의 《나라》가 자기에게 고통과 불행만을 안겨주고있음을 보고 슬퍼졌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숨길수 없는 사실이 그에게 안겨준 느낌과 그가 타성적으로 지녀오는 그릇된 인식사이에 큰 거리가 생기는데서 그는 슬픔을 금할수가 없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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