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회)

제 2 장

조국이여, 너는 어디 있느냐?

11

 

항구도시 함부르그의 가랑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던 하준혁은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서상춘이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서선생, 어데 가시던 길이요?》

서상춘은 그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옆구리에 꼈던 주간잡지를 앞으로 내놓으며 물었다.

《하형도 읽었소?》

《네.》

《남조선의 학자들은 국제무대에 나서면 탄부가 되여야 하고 그 탄부들이 전신하여 멸치장수로 되여야 하니 한국의 근대화도 이만하면 고차원에 달했다고 할수 있겠소.》

하준혁의 마음을 우울하게 했던 그 기사가 서상춘을 흥분시키고있는 모양이였다. 서도이췰란드의 자유주의적인 지식층들이 많이 읽는 그 《슈피겔》잡지에는 무급휴가라는 탄광측의 일방적처사에 의하여 곤경에 빠진 남조선탄부들의 비참상과 남조선대사관의 저자세가 씌여있고 루르지방을 다녀온 저명한 도이췰란드시인의 시와 기행문도 함께 편집되여있었다. 그가운데 남조선에서 대학을 졸업한 한 석사가 탄부로 되여왔다가 이번의 무급휴가조처로 멸치장사를 하여 생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는 딱한 사정도 소개되여있었다.

두사람은 나란히 걸으면서 잡지에 소개된 남조선탄부들의 처지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그 기사를 읽고 창수의 일이 걱정되여 가슴이 답답해졌던 하준혁은 화제를 바꾸고싶었다.

《론문은 잘돼갑니까?》

《서울의 군사파쑈도배가 물러가는 날이 내 귀국날자이니 내 론문도 그때까지 계속될거요.》

서상춘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어조였다.

《유감스럽지만 내 강습소도 그때까지 계속되겠소.》

《강습소를 옮긴다더니 어떻게 됐어요?》

《옮기지 않기로 했소. 대사관에서 관리가 나와보고 강습소가 비좁다면서 넓은 방 하나를 알선해주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자들의 신세를 지고싶지 않아서 그만뒀소.》

중년을 지나 로년기에 다달아가고있으며 하준혁으로부터 서선생이라 불리우는 이 구레나룻의 희끗희끗한 사내는 20년째나 대학에 적을 두고 박사론문을 준비하고있는 로대학생이였다.

언젠가 서상춘은 하준혁에게 자기가 그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모색하려고 하면 할수록 객관적인 눈에는 더 희극적인 인간으로 비치게 되는 자신의 비극에 대하여 실토한적이 있었다.

그가 처음에 서도이췰란드로 류학을 왔을 때는 자기를 매혹시킨 괴테의 심오한 시세계를 남조선의 문단에 옮겨보자는것이 목표였다. 그가 한때 중국문학으로 옮겨갔던것은 괴테가 달성했던 완성된 조화와 원만한 균형보다 로신을 비롯한 중국의 정신적기수들의 지나간 우여곡절과 파란이 남조선의 정신적위상을 다듬는데는 더 유익하리라 확신했기때문이였다. 4.19가 터지자 그는 5천년래의 민생고를 겪고있는 겨레를 위하여 자기가 무엇을 할수 있겠는가고 진지하게 생각하던 끝에 토목과로 옮겨갔었다. 해마다 홍수의 범람을 겪는 겨레의 고통을 덜어주자면 대규모의 치산치수를 해야 한다고 보았던것이다. 그러나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난 후에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로 하여금 토목과를 단념하고 최초의 학부로 되돌아가게 했다. 칼부림을 일삼는자들이 대규모의 치산치수를 할 까닭이 없으며 또 그자들과 손을 잡고 그런 사업을 해보자고 할수도 없었기때문이다. 그는 이제도 말했지만 군사《정권》이 물러가기 전에는 귀국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했다.

도이췰란드어는 물론이고 영어, 프랑스어, 이딸리아어에 능통한 그는 최근에는 에스빠냐어를 연구한다고 하는데 자기가 빌린 아빠트의 한방을 도이췰란드어강습소로 정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강료로 오랜 류학생활비용을 충당하고있었다. 언어장애로 고통받는 남조선간호원들이 많아서 청강희망자가 늘어나는데 따라 조금 더 넓은 방을 얻어볼가 했었는데 무엇을 생각했는지 대사관에서 호의를 보이자 그만 단념했다는것이다. 그다운 일이라고 하준혁에게는 생각되였다.

《하형, 차나 한잔 마시지 않겠소?》

《그럴가요.》

하준혁이 그의 뒤를 따라 다방으로 찾아갔다.

그들 둘이 들어오는것을 보더니 한쪽구석에 자리잡고 앉아있던 목덜미가 유난히 희고 남조선사람치고도 키가 작은편인 유수찬박사가 손을 들어 알은체를 하며 친절하게 자기네들 앞자리가 비여있다고 손가락질해보이기까지 했다. 그와 마주앉았던 두 청년도 뒤를 돌아보는데 둘이 다 하준혁이 다니고있는 대학의 학생들이였다.

하준혁은 못 본체 하고 일부러 그들과는 조금 떨어진 자리로 가서 앉았다. 서상춘은 어색할만큼 틀지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더니 하준혁과 마주앉으며 입을 비죽거렸다.

《저 박사님이 젊은 학생들을 상대로 또 세계정치사를 강의하고있는 모양이요.》

하준혁도 요즘 유수찬을 볼 때마다 느끼게 되는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다.

《내 지인록에는 유수찬이란 이름이 이미 없어졌지요. 지금은 기억에서 그 존재를 지워버리는중이고요.》

《박사님이 무척 고독해진가봐. 요즘은 누구든지 붙잡기만 하면 장광설을 늘어놓거던. 그게 눈에 뜨이오.》

《먹고 살자니까 하는수없이 국적을 버리는 사람도 있죠. 허나 그런 사람은 동정은커녕 빈축이나 사지 않으면…》

《바로 그거죠. 지식이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배운것일 때 가치가 있는 법이지 나라와 민족에 등을 돌려대게 하는 그런 지식이야 무슨 소용이 있겠소.》

하준혁은 유수찬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할 흥미가 없어서 《슈피겔》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청했던 커피가 나와서 그 맛을 음미해가며 마시던 서상춘은 차잔을 소리나게 놓으며 말했다.

《안되겠소. 젊은 학생들을 버려놓을지 모르오.》

《내버려두세요. 저 량반은 자기 나라에 있는셈이고 우리는 남의 나라에 와있으니까요.》

《그 사람의 상대방은 우리 한국청년이니까.》

서상춘은 벌써 일어섰다. 정열이 있다 할지 호사가라 할지 한번 생각한것이면 가만있지 못하는 그를 하준혁은 다소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래웠다.

유수찬은 그가 다가가자 반색하면서 자리를 비워주고 옆자리로 옮겨앉았다.

《어서 오십쇼, 서선생.》

서상춘은 자리에 아무렇게나 털썩 앉더니 좌중을 쭉 둘러보며 한마디 던졌다.

《그래 외교가 잘돼나갑니까?》

유수찬은 해사하게 생긴 얼굴에 기쁨을 금치 못하는 웃음을 가득 띠우며 대답했다.

《거기까지 다 들린 모양이죠? 방금 카이로선언(까히라선언)이 화제에 오르고있었어요.》

《오늘은 카이로선언이 이 나라를 위해 리용되는가보군요.》

《?》

《아무튼 한도간의 친선이 다방에서까지 꽃을 피우고있으니 축하할만 한 일이요.》

유수찬은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곧 롱담처럼 여김으로써 체면을 세워보려고 했다.

《서선생은 재미있는 말씀을 잘하셔. 표현이 기발한 때가 많아요.》

그가 뭐라고 하든지 모른체 하고 서상춘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두학생에게 말했다.

《이미 다 알고있겠지만 유박사는 참으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있지요. 배울것이 많아요. 그래도 한가지만은 배우지 않아도 될거요.》

그러면서 넌지시 돌아본다. 유수찬은 그가 말하는 한가지란 무엇인지 미리 깨닫고 찌뿌둥해서 앉아있다. 서상춘은 시선을 다시 학생들에게로 돌리면서 말을 계속했다.

《나는 전에 한 일년 반동안 여기 녀자와 동거생활을 한적이 있었소. 허지만 나는 끝내 이 나라 사람으로 되지 못했소. 나한테는 자기 허리띠를 쥐고 자신을 공중에 쳐들어올리는 그런 재간이 없었기때문이요. 전에 왜놈들도 우리를 조선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려다 실패했는데 조선사람인 내가 어떻게 자신을 조선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수 있겠소.》

유수찬은 잔뜩 볼이 부어서 씨근덕거리며 앉아있었다. 그는 본시 이런 모욕을 받고도 가만히 있는 성미는 아니였다. 그러나 상대방이 만만치 않은 존재였고 그자신이 또한 전과 같은 처지가 못되였다. 그와 정면으로 충돌할 용기가 나지 않는 모양인지 씨근덕거리며 앉아있다가 분연히 일어서 나가버렸다. 동행의 두 학생도 어색해하면서 뒤따라 나갔다.

서상춘은 마치도 모욕을 한 사람이 아니라 모욕을 받은 사람처럼 낯을 붉히고 숨결이 높아져서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하준혁은 벽에 갈겨쓴 락서를 보면서 저쪽에서 오가는 말들에 귀를 기울이며 복잡한 상념에 잠겨있었다.

다방이 자랑하는 락서들밑에는 락서자의 서명이 있는데 서도이췰란드예술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화가들과 음악가 그리고 시인들과 배우들의 이름도 보였다.

하준혁은 빙그레 웃었다.

《끝내 쫓아버렸군요.》

《그 사람이 우리를 버리고 갔지요.》

서상춘은 유수찬이 나가던 문을 바라보며 하고싶은 말을 채 하지못한것을 분해하면서 성난 얼굴로 앉아있었다. 하준혁은 하준혁대로 자기자신을 몰아세우는 상념에 쫓기며 앉아있다가 끝내 참지 못해 입을 열었다.

《서선생,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해본적이 더러 있습니까?》

서상춘은 의외의 말을 듣는다는 얼굴로 분연히 대답했다.

《그걸 생각치 않는다면 나한테 학문이 무슨 필요가 있겠소?》

《파쑈독재가 지배하는 지금의 남조선으로 말이지요.》

《박정희가 있는 남조선으로? 내가 거기는 가서 뭘 하겠소?》

하준혁은 말을 할것인가 말것인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졸업한 다음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는 숨이 답답해질 때가 많죠. 미국의 부추김을 받는 파쑈독재밑에서 살 생각을 하면 용기가 잘 안나는것만은 사실이요. 허지만 망명생활을 강요당한 몸이라면 몰라도 여기 앉아서 저 혼자 량심을 지킨다고 해서야 뭘 하겠어요. 그런 량심이란 뭍에 올려맨 배나 마찬가지가 아닐가요? 파도가 사나와도 용기를 내서 바다에 떠야 배가 배로 되지 않을가요? 배를 너무 오래동안 뭍에 올려매두면 결국 유수찬이가 되지나 않을가 생각되더군요.》

서상춘은 얼굴을 찌프린채 입을 다물고 앉아있더니 아까 유수찬에게 말하던 때의 그 적의를 띤 어조로 말했다.

《나보고 용기가 부족해서 귀국을 못하고 만년대학생이 되였다 그 말씀이고 너는 유수찬이와 얼마나 다르냐 그 말씀인데…》

그렇지 않느냐고 따지는 얼굴로 바라본다. 하준혁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서상춘은 말했다.

《용기가 없는건 사실이요. 나한테는 민족적량심이 조금도 없는 군사파쑈도배들과 손을 잡을 용기가 없소.》

《귀국한다고 반드시 군사정권의 시녀가 돼야 하는것도 아니겠고 무엇보다도 자체가 문제겠지요. 출로를 찾아보려 하느냐 그저 기다리려하느냐 하는 그런 문제말입니다.》

서상춘의 얼굴에 갑자기 희미한 비웃음이 떠올랐다.

《좋습니다. 용기가 장하오. 배를 바다에 띄워봅시다. 배를 띄우고는 어디로 갈 작정이요? 심청이처럼 임당수로 갈 작정이요? 콜룸부스처럼 신대륙을 찾으러 갈 작정이요?》

하준혁은 대답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여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던것이 아니라 대답이 될 내용을 그는 아직 찾지 못하고있었던것이다.

《천천히 오시오. 나는 가볼데가 있소.》

서상춘은 노기를 띤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간 후에도 하준혁은 한참동안이나 혼자 앉아있었다. 마음이 자꾸만 무거워졌다.

서상춘도 구경은 유수찬과 얼마나 다르겠는가 하는 생각이 떠올라 한번 충고를 해보려 했던것인데 그를 노하게 만든것도 만든것이지만 그가 던지고 간 말에 그만 당황해진 그였다. 나는 과연 유수찬이나 서상춘과 다른 점이 뭐냐 할 때 자신있게 대답할 말이 없었다.

하준혁은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부엌에서 안해가 바삐 마주 나왔다.

《어디 가셨댔어요? 창수씨가 와서 아까부터 기다리는데…》

《뭐, 창수군이?》

내외간에 이런 말을 주고받는데 방문이 열리며 창수가 그의 품에 안길듯 뛰여나와 손을 잡았다.

《선생님!》

옛 스승과 제자는 저마끔 자기의 괴로움과 고민을 안은채 오랜만에 만났다.

그날 밤 둘이는 늦도록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창수는 무급휴가로부터 시작되여 대사관에 가서 겪게 된 사연까지 죄다 자세히 이야기했다.

끝까지 다 들은 하준혁은 분을 참을수 없는듯 말하는 창수보다 더 흥분했다.

《서울의 망나니들은 시대착오의 산물이지. 그런데 이곳 대사관에 보내는 관리들을 저들과 꼭같은 망나니들로 선출하는데는 착오가 없었거던.》

피곤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던 창수도 한마디 했다.

《저도 너절한 놈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무엇때문에 그 너절한 놈들을 앞에 두고서 자꾸만 구슬퍼질가요. 왜 몸부림치고 울기까지 했는지 저자신이 까닭을 모르겠어요.》

《구슬플수밖에 없지. 나는 울고싶은 때가 없는줄 아나? 내 운명이 저 너절한 망나니들의 손아귀에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구슬프다 못해 막 미칠것 같지.》

창수는 자기도 몰래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말했다.

《바로 그겁니다. 이제는 저도 그것을 알것 같아요.》

창수는 이렇게 말하다가 방안을 한번 둘러보고는 가만히 앉았다.

일어서서 큰소리를 지른것이 무안해진것이였다.

《제 경우도 그래요. 너절한 놈들이라고 침을 뱉아주고싶을수록 자꾸만 구슬퍼져요.》

《남조선이란 뭔가? 한마디로 말해서 미국놈들이 만사를 좌지우지하는 곳이고 경찰국가지. 너절한 망나니들이 정보정치로 국민을 얽매놓고있는 그런 곳이야. 그 망나니들한테… 에이, 참 분한 일이지. 창수군이 대사관에서 경찰서를 련상한것도 그때문이거던.》

옛 스승과 제자는 밤깊은줄 모르고 비분을 터뜨려가며 이야기했다.

하준혁은 이러한 속마음도 터놓았다.

《어떤 사람은 저 무시무시한 정보정치를 저주하고 지성이 버림을 받고 재능이 썩고있는 사회를 개탄하더니 결국 여기 녀자와 결혼하고 귀화하더군. 남조선에는 앞날이 없다고 보았기때문이겠지. 자녀를 낳아서 기를 풍토가 못된다고 본것이겠지. 나는 그런자들이 막 미워죽겠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자가 빠진 함정은 나도 빠질수 있는 함정이라고 보기때문인지도 모르지. 또 어떤 사람은 한국이 무시무시한 경찰국가로 남아있는 한 귀국하지 않는다고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도록 20년동안이나 대학생으로 남아있지. 그런데 그 사람은 전공과목을 택할 때도 반드시 나라와 민족에 필요한 학문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우선 고려하고 그런 학문이 아니면 탐구할 가치가 없다고 믿고있거던. 게다가 젊은이들도 부러워할만 한 정열을 가진 사람이고… 그 사람에게 부족한건 용기야. 정보정치와 부딪쳐서 거기서 출로를 찾아보겠다는 용기가 부족한거야.》

《선생님, 그 출로가 어디 있습니까? 출로는 보이지 않고 점점 더 숨이 막혀오는것만 같아요.》

《출로가 어디 있는가고? 그걸 말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하준혁은 말을 잠시 끊고 한숨을 쉬였다.

《어쨌든 출로를 찾아내야지 다 망할 때까지 저 너절한 망나니들에게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맡겨두고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만 있을수야 없지 않나.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하지. 우리 민족은 우수한 민족인데 왜 출로를 찾아내지 못하겠는가, 최면술에 걸려 바라만보고 앉아있어서는 20년대학생이나 귀화하는 박사가 나오는것도 막을수 없을거야.》

둘이 마주앉아 긴 이야기를 하던 가운데 하준혁은 이런 말도 했다.

《출로가 어디 있는지 그것도 모르겠지, 나한테는 용기가 있다 하고 장담할수 있는가 따져보면 그걸 증명할만 한 일엔 부딪쳐보지도 못했지. 자기는 뭐가 다르다고 20년대학생에게 충고를 하려 했는가고 어이없어지기도 하더군. 하지만 용기란 별거겠나, 마음을 어떻게 먹는가 하는것이겠지.》

창수는 이틀동안이나 하준혁의 집에서 묵고 돌아갔다.

최근시기에 받은 충격으로 말미암아 정신적평형을 잃게 된 창수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얻어볼가 하여 옛 스승을 찾아갔던것인데 그 해답을 받지 못한채 탄광촌으로 돌아갔다.

그는 하준혁에게서 스승을 보기보다 자기와 마찬가지로 고민을 안고 몸부림치는 하나의 인간을 보았을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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