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제 4 회)

빛을 따라

                                              정 창 윤

제 1 장

어 둠

 

그것은 그해 겨울의 첫눈이 내리는 날이였습니다.

우리 세사람은 석유난로를 피워놓은 실험실에 앉아서 눈내리는 창밖을 내다보고있었습니다.

《눈이 내릴 때면 최선생이 생각나군 한다. 어릴 때부터 최선생은 눈이 내리는 풍경과 눈보라치는 풍경을 특별히 좋아했다. 감방의 철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있을 최선생 모상이 눈앞에 선하구나. 요다음 면회일쯤 너는 나와 함께 최선생을 찾아볼 생각이 없느냐? 김군은 오늘 밤차로 다시 고향에 가야 하니 못 가겠지만…》

《면회를 허가할가요?》

《하여튼…》하다가 박선생도 우리도 돌처럼 굳어져야 했습니다. 그것은 집앞에 한대의 미제침략군 승용차가 경적을 울리며 다가와 멎더니 거기서 색다른 사람들이 내려 뜰안으로 들어왔기때문입니다.

놈들은 셋이였는데 털받친 반외투를 입은 미제침략군 대좌 한놈, 경찰청의 고위관리가 한놈 그리고 간혹가다 우리 연구소에 한번씩 들리는 일이 있는자로서 현재 리승만괴뢰정부의 요직에 있는 박사의 대학동창 리경식이였습니다.

《오랜만일세, 박군.》

리경식이가 과장된 반가움의 웃음을 지으며 박사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인사하게. 이분은 경찰청의 고문 페인톤대좌님이시네. 그리고 이분은 경찰청의 특수부장 변동길씨구.》

뒤따라 침략군 대좌 페인톤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앞머리가 훌렁 벗어져서 꼭두가 뾰족해보이는데다 깊이 들어가 박힌 노란 눈알이 음흉하게 번쩍이며 돌아가는 놈이였습니다.

《선생의 명성을 들은지 오래됩니다.》

경찰청 특수부장 변동길도 허리를 굽히며 깍듯이 존대를 붙이더니 손을 내밀었습니다. 박사는 그들에게 의자를 권하는것조차 잊었는지 혹은 이 색다른자들이 무엇때문에 나타났는지가 짐작되지 않아서인지 그저 《네.》, 《아니요.》라는 정도로 대답하고는 무표정으로 서있었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억지로 꾸민 겸손과 례절을 지키느라 부산스러워 몰랐으나 시간이 지나자 방문자들은 주인이 달갑지 않게 여긴다는것을 깨닫게 되였습니다.

《박군, 우리를 좀 안내하게나. 서재나 응접실은 비여있겠지?》

리경식은 페인톤의 얼굴에 불만의 표정이 나타나자 당황하여 박사를 보며 말했습니다. 이자도 내가 들은바에 의하면 전날 대학시절엔 과학도로서 탐구니 량심이니 하며 떠들기도 했습니다만 후날에 이르러서는 왜놈들앞에서, 지금은 미국놈들앞에서 행세하고있었습니다.

《안되였네만 우리 집엔 석유로나마 난방을 보장하고있는 방이 이곳뿐일세.》

페인톤은 조선말을 알아들을뿐아니라 능하게 할줄도 알았습니다. 박사의 말이 끝나자 놈은 고개를 끄덕거리였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대단히 사정은 어려우신것 같습니다. 우리에겐 춥더라도 조용한 방이 필요합니다.》

《그럼 가실가요?》

박사는 마지못해 앞에 서서 그들을 응접실 있는데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다음 응접실문은 한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지 몰라서 초조해진 나와 윤희는 연송 응접실쪽으로 시선을 보냈습니다. 실험실에 그대로 앉아있는 우리 두사람의 얼굴은 흙빛처럼 어두웠습니다.

놈들의 거동으로 보아 분명 좋지 않은 일이 있으리라는 예견이 비수 박히듯 우리들의 머리속에 박히였으니깐요. 죄다 죽은듯 한 정적속에서 한시간쯤 지나자 응접실문이 열리고 페인톤이 선참으로 나왔고 뒤따라 경찰청 특수부장 변이 나와 뜨락에 내려섰습니다. 놈들은 분한듯 한 상판으로 무엇이라 투덜대면서 주위를 쏘아보기를 한두번 하고나서 대문을 밀고나갔습니다. 그후 인차 가버리는듯 승용차의 경적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와 윤희는 그자들의 성난 표정들을 보자 그 어떤 요구를 제기했다가 거절당한것임을 알수 있었습니다. 권력이나 세도만을 믿고 와서 박사에게 무리한 요구나 강도적요구를 하다가 거절당한자들은 언제나 그런 표정들을 하고 대문밖으로 사라졌더랬습니다.

얼마 안 있어 박사와 리경식이도 응접실에서 나왔습니다.

《그럼 더 나가지 않네. 다시 만날 필요도 있을상싶지 않네.》

랭혹하게 잘라버리는듯 한 박사의 목소리였습니다. 그가 실험실로 들어섰을 때 우리는 일제히 낯빛을 살폈습니다. 극도의 분노를 참는듯 꽉 다문 입술이 눈에 알릴 정도로 떨고있었습니다. 숨소리조차 고르롭지 못했습니다. 나는 박선생과 일한이래 그처럼 분노한것을 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였습니다. 윤희는 얼른 일어나서 난로 가까운 곳에 의자를 옮겨놓고 선생을 끄당겨왔습니다. 그러나 선생은 앉을념을 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터져오는듯 난로주위를 돌았습니다. 그런 때에 간줄로만 알았던 리경식이가 뒤따라 들어섰습니다. 이자의 얼굴빛만은 먼저 간 놈들의것과도 다르고 박선생과도 달랐습니다. 극도의 분노나 격분이 아니라 극도의 절망으로 하여 두터운 눈까풀조차 아래로 처진 상태였습니다.

그들은 서로가 바라보는것조차 피하면서 한사람은 난로주위를, 다른 한사람은 벽밑 직선을 따라 거닐었습니다. 넓은 실험실의 한복판에 앉아있는 나와 윤희도 긴장하여 숨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시간은 있네. 박군, 군이 현명하다면 빚어진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고 거절하지 말아야 하네.》

더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침묵이 흘러서 팽팽하게 터질 지경에 이르렀을 때 리경식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

침묵속에 숨소리만 높이는 박사였습니다.

《량심, 학자의 본분과 과학의 사명, 이런것들이 군으로 하여금 페인톤대좌의 요구를 거절하도록 한것 같네. 나 역시 군의 높고 깨끗한 량심이 얼마나 귀중한것인가를 모르지 않네. 군의 량심속에 자리잡고있는 과학자의 얼굴, 그것은 때를 모르는 순결성의 표본이기도 하네. 그러나 그 량심과 지조로 하여 파멸이 불가피하다면 그것은 벌써 소중한것이 아니라 암이나 종처가 아니겠는가? 암이란 그것이 틀림없다고 진단된 그 즉시에 수술해버려야 하네. 이것은 생존유지의 필연적요구이네. 생, 그자체가 이것을 요구하는것이 아닌가? 군이 오늘은 페인톤대좌의 청을 거절하고 무사했지만 래일도 무사하리라 믿나? 설혹 래일이나 모레까지 무사할수 있다 하더라도 그 다음날엔 무사치 못할거네. 페인톤대좌는 미군 비밀정보계에서 늙은자로서 잔인성외 교활성을 가지고있네. 뿐만아니라 자기 기분을 거슬리게 한 대상들을 가장 적합한 형태로 보복하는데 몸서리치리만큼 능한자일세. 군은 지금 검은 손아귀에 걸려들었네. 나는 안내자로 선정되여 이 달갑지 않은 역을 수행하고있네. 그들의 손아귀란 거미줄과 같은것일세. 그 거미줄에 걸려든 모든 곤충들이 사지를 묶이우듯이 군의 사지도 묶이울걸세. 우리가 중학생때 본 거미줄과 그 거미줄에 걸려들었던 곤충들을 회상해보게. 진심으로 말하네만 군이 현명하다면 운명에 순종하는 길을 택하게.》

《자기 친우를 죽음의 길로 안내하는 역을 수행해야만 하는 군의 고달픔을 동정하네. 더럽게 백년을 살면서 사치를 누리느니보다 청백한 하루를 사는것이 과학도라고 떠들던 때의 군은 그래도 귀여운데가 있었네.》

《다시 생각해보게, 박군. 지금에 와서 박순현박사에겐 <순현-8>호라고 불리워지는 설계와 <순현-13>호라고 불리워지는 설계가 있다는것은 비밀이 아니야. 자네가 최근 제탕회사사건을 치른 후 그 두 설계를 보다 완벽한것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있다는것도 비밀이 아니야. 페인톤은 자네에게 최군이 자주 다닌다는것과 그 최군은 불온분자라고 암시한바도 있네. 무엇때문에 자네는 모든것을 거부하려고만 하나? 놀라지 말게. 군의 지금처지는 이러하네. 그럼 난 가겠네. 이 옛 학우의 충고속엔 진실이 있네.》

리경식은 조용히 문을 밀더니 외투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끼며 사라졌습니다. 그가 사라진 후에도 얼마동안 더 난로주위를 거닐던 박사는 곧장 자기 방으로 가더니 창문마다에 창가림을 내리우고 누워버렸습니다. 점심시간에도 저녁시간에도 그는 문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탕회사사건이래 간신히 되살아났던 박사는 다시금 쓰러지고만것입니다.

나와 윤희는 그의 머리맡에 앉아있었지만 그는 끝내 발생한 사건의 내막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밤이 퍽 깊어졌을 때야 사건의 진내막을 알려주었습니다.

놈들은 오늘 개작중에 있는 《순현-8》호와 《순현-13》호에 대한 설계를 내놓을것을 강박한것입니다. 이 두 설계에 대해서 말한다면 그것은 박사가 매우 힘을 넣은것이였습니다. 수년전에 박사는 《순현-8》호라는 휴대용특수굴착기를 설계한바 있었습니다. 그후엔 한 선배 동물학자의 요구에 의해 《순현-13》호라는 특수형음향기계를 설계한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설계 다 문서고속에 깊숙이 보관해야 될 운명에 처해졌더랬습니다. 《순현-8》호는 판매대상을 만나지 못했고 《순현-13》호는 그 설계의 완성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주문자였던 선배학자가 세상을 떠난것이였습니다. 《순현-8》호는 현재까지 사용하고있는 이러저러한 굴착기들에 비해 그 성능과 간편성에서 단연 우월한것이였습니다. 《순현-13》호는 아주 흥미있는 음향기계로서 동물들과 깊은 산에서 함께 살아야 하거나 또 동물들을 사로잡아야 될 필요성이 제기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줄수 있는것이였습니다. 이 기계는 범의 소리로부터 승냥이소리, 뱀으로부터 까마귀소리까지 조종사의 의사대로 낼수 있는 기계였습니다. 즉 한 동물을 부르며 다른 동물을 음향으로써 쫓아버릴수도 있게 된 과학용기구였습니다. 그러나 이 두 설계는 불행한 땅에 태여난 설계가에 의해 만들어지다나니 산업건설이나 학문연구사업에 도입될 가능성을 못 가지고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땅에도 기계제작공업이 발전하면 이 설계들도 빛을 보겠지.》

기나긴 날 정력을 쏟아서 완성한 자기 설계들을 철판으로 된 문서고속에 넣고 자물쇠의 번호를 돌리며 박사는 길게 개탄했습니다.

그후 박사는 이 설계를 다시금 펼쳐놓는 일이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제탕회사의 사건을 치르고나서 그 두 설계를 꺼내놓았습니다. 한것은 박사가 어데든 미칠듯 한 정력을 쏟으면서 힘을 얻고 쓰디쓴 제탕회사사건을 잊자는데 원인이 있었습니다. 놈들의 정보계는 박사의 그후 동향을 알아내려고 탐정망을 늘여놓고있다가 드디여 이 사실을 알아낸것입니다.
경찰청의 특수부장 변이란 놈은 이 정보를 수집하자 페인톤에게 보고했고 페인톤은 또 페인톤대로 본국의 자기 상전에게 보고한것이였습니다.

미국 정보처의 해당 부문 전문가들은 이 설계의 진가를 알고 살인귀 페인톤이란 놈에게 이 설계를 강탈해낼 임무를 명령으로 하달했던것입니다.

놈들의 계획에 의하면 《순현-8》호는 미제침략군 지상부대 병사들의 전투참호용굴착기로, 《순현-13》호는 경찰고문용으로 리용하자는것이였습니다. 이 기계에 의해 고문받아야 될 사람은 각종 맹수들과 파충류들의 울음소리를 비롯한 온갖 음향의 견딜수 없는 시달림을 당해야 한다는것입니다.

페인톤은 두 측면에서 박사를 움직일수 있는 자극제를 쓰려 했습니다. 첫 측면은 명예욕에 불을 지르는 방법이였습니다. 현재 미국의 대군수기업체들중 기계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한 공장이 《순현-8》호와 《순현-13》호를 기다리고있는바 이는 기계발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더없는 영광이라는것이였습니다. 한다하는 미국의 기계연구사들과 유럽의 기계연구사들조차도 이 공장에다 자기 발명품을 실현시키기는 어렵다는것이였습니다. 때문에 이 공장에 자기 발명품을 한번 물린 일이 있는 기계연구사는 세계적명성을 획득한다는것이였습니다.

페인톤은 두번째로 거액의 딸라가 로력보수로 지불되리라는것을 확신시킴으로써 박사를 움직이려 했습니다.

박사는 페인톤의 말을 인내성있게 들었습니다. 그리고난 후 말했습니다.

《리해되지 않습니다. 나한테는 그런 설계가 있어본적이 없습니다.》

페인톤은 웃었습니다. 곁에 앉았던 경찰청 특수부장 변이란자도 웃었습니다.

리경식이가 립장이 딱하다는듯 상전앞에서 우물쭈물하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그럴 필요없네, 박군.》

페인톤은 자기 설명이 부족했거나 박사가 아직 사태를 잘 리해 못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듯 처음부터 다시 지껄였습니다. 그래도 박사로부터 똑같은 대답을 듣자 상판빛이 푸르러지며 리경식이에게 물었습니다.

《이 박사님은 내 말을 리해했겠지요?》

리경식은 당황하여 대답했습니다.

《충분히 리해했다고 봅니다.》

페인톤은 정확하게 한시간동안 앉아있다가 일어났습니다. 가면서 놈은 래일 다시 오겠으니 잘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선언한대로 다음날 역시 졸개들을 거느리고 페인톤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박사는 몸이 불편하여 일어날수 없다고 면담을 거절해버렸습니다. 매우 불쾌한 기분으로 돌아간 페인톤은 그 이튿날 자신은 얼굴을 내밀지 않고 졸개들인 변과 리만을 보냈습니다. 박사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자 그 다음날엔 리경식이란자만 혼자 보내여 박사에게 최후의 기회이니 어쩔테냐고 따지도록 하였습니다.

《돌아가주게, 리군. 난 침략군의 군수산업을 위해 설계를 내놓을 사람이 아니야. 더구나 경찰살인기구를 위해 복무할 사람은 아니란 말일세.》

《박군은 파멸할걸세. 가장 잔인한 보복을 받게 될거야.》

《좋네. 그 보복이 어떤건지 두고보세.》

리경식은 그 이상 더 강박하기를 단념한듯 외투의 단추를 하나하나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출입문의 손잡이를 잡고 벽을 향한채 말했습니다.

《후회하지는 말게. 그때엔 늦을걸세. 그때엔 나도 군을 구원 못하네.》

탕- 하고 한동안 그자가 열었다닫는 문소리가 조용한 연구소의 뜰안과 방들마다에 퍼져갔습니다. 그자는 대문밖 길목에 세워놓았던 차에 오르며 떠들었습니다.

《바보, 머저리. 이런 기회를 놓치다니… 바보, 머저리. 미군이 얼마나 무섭다는것도 모르다니… 지조는 다 뭐고 량심이란 다 뭐야.》

페인톤은 박순현박사를 보복하는 책략에 특별한 의의를 부여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남조선땅과 남조선사람들을 지배하는 한 순종하지 않는자들이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표본을 만들 목적이였기때문입니다. 남조선의 모든 지식인들에게 미국과 등진다는것은 곧 죽는것과 같다는것을 박순현박사의 례로써 보여주려고 했던것입니다.

목적이 이러했기때문에 페인톤이란자는 박사를 즉시에 감옥에 끌어갈 구실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악착한 승냥이놀음을 벌렸습니다. 그리하여 놈의 첫 보복사격은 전혀 예기치 않았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매수된 협잡군들을 동원하여 박순현박사와 그의 연구소를 비방중상하는 소동을 벌리는것이였습니다. 이 매수된 협잡군들이란 대체로 박순현연구소와 거래가 있었던 기사, 공장주들이였는데 놈들은 경찰청의 지휘봉에 따라 출판물들에 날조된 비방문들을 발표했습니다.

이자들은 박순현박사의 사회적명예를 훼손하는것을 목적으로 했는데 쓰기를 《박순현은 세상사람들이 알고있는것처럼 능력있는 박사》가 아니라는것이였습니다.

그것을 론증하기 위해서 이 철면피한 메가폰들은 박순현박사에 의해 개작설계된 일련의 기계들과 생산설비들의 부족점들을 과장했으며 대부분은 있지도 않은 약점들을 날조했습니다. 박순현박사에 의해 개조된 생산설비로 하여 자신들이 보는 리익금이 얼마이라는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바도 있는 공장주 몇놈까지 자기네는 설비개조로 하여 망하다싶이 되였다는 담화문들을 지상에 내놓았습니다.

이 소란스럽고 추악한 첫 사격에 뒤이어 살인귀 페인톤은 두번째 보복사격을 시작했습니다.

첫 보복을 경무기에 의한 사격이라고 말할수 있다면 두번째 보복은 중무기에 의한 사격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놈들은 박순현박사는 시인 최와 긴밀한 련계가 있었는데 이 시인은 평양이 파견한 밀정으로서 지금은 그 정체가 폭로되여 감옥에 있다는것이였습니다. 시인 최가 예심시에 이것을 고백했는바 짐작컨대 박순현박사도 밀정망의 한 성원인듯싶다는것입니다.

이 엉터리없는 비방중상이 진행된 뒤에 놈들은 세번째 보복공세를 가했습니다.

이것은 우리 연구소와 현재 거래중에 있는 모든 집단이나 개인들에게 압력과 위협을 가하여 거래관계를 청산하도록 하는것이였습니다. 그리하여 설계계약을 해놓고 차례를 기다리고있던 사람들이 우리 연구소에 나타나게 되였습니다. 파약하기 위하여 나타난 이 사람들은 표면상구실로 내대는것이 출판물들에 실린 협잡군들의 비방문이였습니다. 세상여론이 이러하니 지금에 와서는 더이상 박순현연구소를 신용할수 없다는것이였습니다.

이 사람들과 사무상처리는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였습니다. 박사는 자신이 문을 닫아매고 누워버린 후의 일체 일을 나에게 밀어버리고말았던것입니다. 나는 매일 이 빚받이군들과 싸움을 하느라고 입술이 부르틀 지경이였고 문서장들에 도장을 찍느라고 손가락을 펼 짬이 없었습니다.

박순현박사에 대한 살인귀들의 보복사격은 이외에도 여러가지 형태로 계속되였습니다. 이 추악한 소동은 첫 얼마동안 사회계인사들을 의아하게 만들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곧 이 놀라운 비방이 무엇때문에 만들어지고있는지를 알게 되자 무서울 정도로 침묵하거나 쓰거운 랭소를 머금고는 외면해버렸습니다.

청산사무를 끝내자 우리에겐 찾아오는 사람이 없게 되였습니다.

연구소의 문은 또다시 굳게 닫기고 정적속에 잠기게 되였습니다. 그랬지만 박사는 휘장을 말아올리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자기 방에서 얼굴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윤희나 나 역시 할 일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어둡고 무거운 기분을 가시지 못한채 실험실의 석유난로곁에 앉아서 서울의 일각을 내려다보고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의 우리 두사람 심정은 추락직전의 려객기에 앉아서 파도사나운 바다가 출렁거리는 상공을 지나가는것과 같은것이였습니다. 언제 우리가 탄 려객기가 그 험악한 바다속으로 곤두박힐는지 모를 일이였습니다. 또 다르게는 그때의 우리가 먹물처럼 캄캄한 밤길을 등불도 없이, 정한 곳도 없이 가고 또 가는것만 같았습니다.

윤희는 이런 감정을 나보다 더 견디기 어려워했습니다.

《답답해요. 견디지 못하겠어요.》

최근기간 윤희의 모습은 눈에 띄우리만큼 수척해졌습니다. 내가 청산사무관계자들과 아웅다웅 다투느라 눈코뜰새 없었을 때 윤희도 오빠처럼 자기방의 휘장을 내리우고 해볕과 등진채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빠의 파멸을 보는 녀동생은 박사자신보다도 더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 맑고 빛나던 눈엔 짙은 그늘이 자리잡은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빛을 잃은 윤희의 그 두눈을 보는 나의 가슴 역시 몹시 쓰렸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음악을 배워주던 선생님의 말씀을 저는 자주 생각해요. 그 선생님은 사람이 못 견딜 정도로 슬픔에 부딪칠 때면 음악을 감상하라 했어요. 그러면 위안과 안정과 새 힘을 얻을수 있다구요. 그래서 저는 요즈음 전축곁에 앉아서 밤이나 낮을 보내군 해요. 그리고 그림그리기에도 빠져보군 하지요. 하지만 그 명곡감상이나 그림그리기도 저에게 아무런 위안을 주지 못했어요.》

윤희는 창밖으로부터 시선을 뗀 후 나를 건너다보았습니다.

《우리에게 그 무슨 위안이 필요한것일가요? 차라리 눈을 똑바로 뜨고 이 추악한 놈들의 세상을 흘겨보는편이 마음편한 일이 아닐가요? 그보다 더 훌륭한것은 싸워야 하는것이구요.》

나는 윤희에게라기보다 자기자신을 위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실 나는 대문을 박차고 거리로 달려나가서 놈들을 닥치는대로 때려부셨으면 마음이 후련할것만 같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고향의 아버지와 탄부들을 생각했습니다.

놈들에게 항거해나섰다가 총칼에 찔린 아버지, 그 아버지 상처는 어떠한지… 하지만 아버지는 일어섰을것이며 또다시 놈들을 맞받아 싸울것이였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나의 가슴속에서는 그 어떤 용기가 솟아오름을 느끼였습니다.

그런 어느날 석양녘이였습니다. 박사의 방에서는 나직하게 부는 휘파람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책장 뒤적이는 소리도 간혹 들려왔고 이쪽 구석에서 저쪽 구석으로 가볍게 걸어다니는 발걸음소리도 들려왔습니다.

그때의 우리 기쁨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박사는 일어나서 문서도 정리하고 운동도 시작한것입니다. 기쁨에 잠긴 우리는 선생이 곧 문밖으로 나오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늦도록 실험실에 앉아있었습니다. 나와 윤희는 선생방의 문에 다가가서 한참씩 귀를 대고 안의 동정을 살피다가 돌아서군 했습니다. 그렇게 몇번 거듭한 뒤였습니다. 방안동정을 놓칠세라 긴장하여 살피군 하던 윤희가 난로곁에 놓인 의자로 돌아와 앉더니 말했습니다.

《이상한 예감이 오는군요.》

《이상하다니요?》

나는 윤희의 눈에 또 다른 근심이 나타나는것을 보자 방금전까지의 기쁨이 사라졌습니다.

《오빠는 지금 몹시 조잡해요. 전엔 한번도 이런 조잡성이 없었어요.》

《그렇다면…》 하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박선생은 이 며칠동안에 온갖 고통스러운 번민을 겪느라고 종전의 규칙적이고 조용하던 생활질서를 버리지 않았는가? 아니면 자기에게 없는 기질이나마 빌어서 용기와 힘을 얻자는것이 아닐가? 우리가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에도 선생방쪽에서는 휘파람소리가 경쾌히 흘러나왔습니다.

《저건 오빠가 다니던 중학교의 응원가예요. 철부지시절이 그리운가보죠?》

《…》

《그런데 지금은 누구를 응원하고있을가요?》

《자신을 응원하고있는지도 모르지요.》

《정말 그럴가요?》

선생의 휘파람소리는 끊기지 않았습니다. 모교의 응원가가 다시금 몇번 반복되더니 다음엔 전혀 기분이 달라진듯 명곡으로 넘어갔습니다.

《오빠는 젊은 시절에 저 노래를 자주 불렀어요.》

이 노래는 오래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그 노래는 곧 다른 곡으로 옮겨졌는데 이번엔 외국의 한 행진곡이였습니다.

《확실히 이상한 일이예요. 오빠가 저런 행진곡을 부르다니요? 얼마나 격에 맞지 않는것일가요?》

윤희의 이 생각 역시 나와는 달랐습니다.

박사가 그 어떤 애상과 우울을 가져다주는 명곡으로부터 씩씩한 행진곡으로 급격히 이전한것은 현재 박사자신의 기분상태가 반영된것으로 보아야 할것이였습니다. 이렇게 해석해놓고보면 그것은 아무런 《조잡성》도 아니고 《이상한 일》도 아니였습니다.

박사는 현재 모든 나약한것들과 결별하고 굳세여지려 하는것이였습니다. 오래동안 몸부림치던 번민을 털어버리고 새 출발, 새 길을 걷기로 결심한것임에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박사가 놈들의 잔인한 타격에 쓰러지지 않고 일어난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탄하였습니다.

갑자기 문이 열렸습니다. 우리는 일어섰습니다. 문에는 외출복차림을 한 박선생이 서있었습니다.

《김군, 그동안 얼마나 수고가 많았소. 나는 오늘부터 일어나기로 결심했소.》

그러면서 박사는 윤희와 나에게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를 보여주었습니다.

《오빠!》하고 윤희는 방금이라도 소리내여 울듯 한 목멘 음성으로 부르며 오빠의 손을 잡아 문턱너머로 끄당겼습니다.

《네 모습이 그동안 몹시 달라졌구나.》

녀동생의 수척해진 모습을 보는 박사의 눈에도 물기가 핑 하니 지나갔습니다. 이것을 보자 윤희는 애써 명랑해지려 했습니다.

《달라진게란 아무것도 없어요. 오빠가 이처럼 일어나셨으니 더이상 바랄게 아무것도 없어요.》

박사는 한동안 실험실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습니다. 친근감과 사랑, 자신의 손때묻은 기구들, 불행한 박사는 다정한 벗들인 그 철제품기구들을 한없이 정다운 눈매로 바라보았습니다.

《윤희야, 난 어데 좀 다녀올데가 있다. 김군과 함께 늦더라도 기다려다오.》

박사는 뜨락으로 나가더니 대문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실험실엔 또다시 윤희와 나만 남게 되였습니다.

《오빤 어델 가실가요?》

《…》

나 역시 박사의 외출내용이 몹시 알고싶은 심정이였습니다.

오래동안 출입하기를 잊었던 그가 무엇때문에 밖으로 나가는것인지… 설사 다녀와야 할 곳이 있다손치더라도 이처럼 급하게 가야만 할 리유는 무엇인지?… 그것이 좋은 일때문인지 나쁜 일때문인지 박사의 외면표정으로는 도저히 짐작해낼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두사람은 박사의 외출에 그 어떤 막연한것이기는 했으나 희망을 걸게 되였습니다. 한것은 박사가 필경 연구소를 파멸로부터 구원해낼 출로를 모색하던가 아니면 또 다른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서 서두를것이라고 믿어졌기때문입니다.

이런 믿음은 우리에게 기대와 희망을 주었고 또 기쁨을 주었습니다. 설사 출로개척이 뜻대로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박사의 활동개시는 어둡던 우리의 기분에 한오리 생기를 주는듯만싶어 더욱 기뻤습니다.

이로 하여 우리는 지루한 생각도 없이 박사를 기다렸습니다.

윤희는 약학전문잡지 신간편을 읽으면서 박사를 기다렸고 나는 어느 저명한 기계발명가의 전기를 읽으면서 박사를 기다렸습니다. 윤희는 오빠의 《재생》을 축하하는 뜻에서 저녁식탁을 괜찮게 준비했습니다.

박사는 늦은 밤에야 돌아왔습니다. 첫인상은 쾌활과 명랑 그리고 의젓한 몸가짐이였습니다. 그 쾌활과 명랑은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것을 단념한 사람만이 나타내보일수 있는것 같기도 했고 녀동생 윤희나 나를 위해 억지로 꾸며보이는것 같기도 했습니다.

자기를 기다리는 식탁이 있는 윤희네 방 문턱을 넘어선 박사는 지나칠 정도로 유쾌한 어조와 표정으로 우리 두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아직도 식사전이구만. 너무 늦어 미안하오.》

더구나 이상한건 박사가 전엔 한번도 없었던 상점출입까지 하고 온것이였습니다. 큼직한 보에 여러가지 통졸임과 실과들을 사왔고 또 고급술까지 몇병 사들고 왔습니다.

《이건 김군을 위해 가지고 온거네.》

박사는 마개를 뽑은 다음 식탁우에 놓인 잔들에 붓기 시작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잔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박사가 내민 잔과 찧기 위하여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나는 그만 잔을 놓치며 외마디 놀란 소리라도 내지를번 했습니다.

왜냐하면 윤희와 내가 기뻐하는양을 보며 미소를 짓고있는 박사의 눈엔 슬픔이 비껴있었기때문입니다.

박사의 쾌활과 명랑 그리고 웃음속엔 그렇듯 쓰라린것이 깔려있음을 명백히 봤을 때의 내 심장 또한 터질것만 같았습니다.

윤희도 뒤미처 이것을 알자 금시 울음을 터뜨리려 했습니다.

《슬퍼하지 말자. 윤희야, 너는 오늘 저녁 오빠를 좀 기쁘게 해주렴.》

박사는 마시고 또 마시였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술을 마시는 때란 극히 드문분이였습니다. 파산이래 얼굴 한번 내놓는 일없이 서재생활을 하면서 그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어떻게 변했는지 우리로서는 알고싶은것이였습니다.

박사는 《김군.》하고 예나 다름없는 정중한 표정으로 나를 부르며 건너다보았습니다.

나는 숙였던 머리를 들었습니다. 이제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빨리 듣고싶었습니다.

《내 생애의 길동무들중에 군과 같이 성실한 기계학도를 만날수 있었던것은 더없는 행복이였습니다. 기계공학자가 된다는것은 얼마나 보람있는 일입니까. 그리고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입니까. 하지만 그건 얼마나 무섭고 비극적인 일입니까. 지금에 와서야 나는 내가 얼마나 세상일에 어두웠던가를 알게 되였습니다. 깨닫고보니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박사는 괴로와하고있었습니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서는 절통한 진실이 느껴졌습니다.

《량심이나 정직성은 귀중한것이지만 그것은 사회악앞에서 너무나 무방비상태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였습니다. 김군 역시 깨끗한 량심과 정직성외에 또 다른것을 못 가진 이상 이 추악한 땅에서는 짓밟히는 처지를 면하지 못하게 될것입니다.

리상도, 미래의 꿈도 이 더러운 탁류속에서는 빛을 잃고말것입니다. 남을 짓밟던가 짓밟히우던가, 그것만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길입니다.》

박사는 또 한번 말을 끊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나는 악몽같은 이 몇주야에 사람이 겪을수 있는 최대의 정신적시련을 겪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동요라는 안정을 잃은 사색의 세계를 방황해본것도 이 기간이였습니다. 굴종과 반항, 굴종과 반항 그리고 또 싸웠습니다. 굴종과 반항이 결국은 이 싸움의 련속에 불과했을뿐입니다. 그러다가 끝내는 어느 한쪽을 택하게 되였습니다.》

《…》

《…》

나도 윤희도 숨소리를 죽여가며 박사의 말을 들었습니다.

《래일이면 온 세상앞에 내가 그동안 몸부림치며 방황한 끝에 택한 길이 무엇인가를 공개하려 합니다. 내가 택한 길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 하는 세상사람들의 비난과 칭송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심장이 가리키는대로 결심했기때문입니다.》

박사가 택한 새로운 길, 그 길이 무엇일가? 나는 박사가 온 세상에 공개하려 하는 그 새로운 길이 어떤 길이겠는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반항? 아니면 굴종? 또 다른 길이란 없지 않을가? 박사는 자신과 연구소를 구원하기 위해서 어쩌면 후자를 선택할수도 있지 않을가?

그렇다면 그거야말로 무서운 일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윤희는 이 공포를 숨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물었습니다.

《초조해요. 오빠, 그 새로운 길이란 우리에게 슬픔을 주는 길은 아니겠지요?》

《윤희야, 성급히 굴지 말아. 그리고 인젠 그런 얘긴 그만하자.》

박사는 더이상 무거운 얘기를 계속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자신이 주동이 되여 방안분위기를 밝고 명랑하게 하는 화제로 돌렸습니다. 될수록 윤희와 나에게 말을 많이 시키려 했습니다.

윤희는 한 희가극의 줄거리를 신나서 들려주었습니다.

기억하건대 그 가극의 남주인공은 어떤 처녀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밤마다 그 처녀네 집 울타리를 돌면서 자기 심정을 호소하는 노래를 불렀던가 싶습니다.

박사는 윤희가 그처럼 신나서 말하는 가극줄거리에 흥미를 느꼈던지 아니면 윤희의 기분을 위해서였던지 그 사랑을 호소하는 남주인공의 노래가 듣고싶다고 했습니다. 윤희는 전축판우에 그 레코드를 걸었습니다.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 주인공의 노래였습니다. 박사도 웃었고 나도 웃었으며 윤희도 웃었습니다. 예술이라고 할수 없는 저속한 내용에, 장난에 가까운 노래였지만 분위기를 위해서 웃었던것 같습니다.

이러는 사이 방안분위기는 매우 밝아졌습니다.

박사는 자신보다도 나와 윤희의 기분이 명랑해진데 만족하여 일어났습니다.

벽에 걸린 낡고 엄격한 벽시계가 새날에 접어들어 세번째 종을 쳤습니다. 우리는 제각기 갈라져서 자기 침실로 돌아갔습니다.


 

독자감상글쓰기
Change the CAPTCHA codeSpeak the CAPTCHA code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19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