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제 10 회)

빛을 따라

                                              정 창 윤

제 2 장

 

…탐구의 하루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기계동발의 복잡한 부분도를 하나하나 머리속에 만들어보기도 하고 종이우에 그려보기도 하며 낮과 밤을 흘러보냈습니다. 기계동발의 다리형태들, 변의 위치들, 들보와 기초틀들이 이렇게도 나타나보고 저렇게도 나타나보군 했습니다.

때로는 가장 단순한것이 해결되지 않아 밤을 밝혀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 매개 부분구조의 치수들도 번번히 변경하지 않으면 안되였습니다.

그러느라면 때로는 견디지 못하리만큼 피로해서 침대우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밤에는 종종 막장의 벗들이 찾아주군 했습니다.

나는 막장에서 생활하는 기간에 장차 설계해야 될 종합기계동발의 기술적요구와 특성들에 대해서 확고성을 가지게 되였을뿐만아니라 수많은 채탄공들과 동발공들을 사귀게 되였습니다.

막장의 벗들 역시 내 연구실로 자주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나의 설계진척상태가 어떠한지 알아보았고 창문을 열어놓지 않고는 견디여내기 어려울만큼 방안을 담배연기로 가득 채우면서 떠들썩하니 작업반일들을 말하군했습니다.

그들은 또한 자신들의 창의고안품을 들고 와서 나와 토론하군 하였습니다. 그들의 창의고안품을 놓고 토론을 거듭하는 사이 나자신도 많은 방조를 받게 되였습니다.

탄광당위원회와 일군들도 틈나는대로 찾아와서 애로가 없는가 물었고 탄광의 기술집단성원들도 찾아와서 도울수 있는 일이 없는가를 알아보군 했습니다.

특히 김영탁이와 그의 작업반 동발공들이 오는 저녁엔 연구실이 비좁게 되여 내 잠자리우에까지 앉아야 했습니다. 그런 날이면 나도 웃고 떠들면서 유쾌한 밤을 보내였습니다.

그 사람들은 나를 자기네 작업반성원처럼 여기고있었습니다. 내가 일에 밀려 바깥출입을 못했거나 뜻대로 일이 되지 않아 기분이 좋지 못해있을제면 그들이 누구보다도 먼저 찾아오군 했습니다.

《몸살이라도 난게 아니시우?》

《일이 꼬이는 모양인가요?》

내 얼굴보다도 그들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우리 탄부식으로 하면 이런 때엔 한고뿌 하셔야 하는데요.》

《선생이 몸을 돌보지 않으면 기계동발은 어떻게 되겠소? 입맛을 바싹 돋구어야겠는데… 뭐가 좋을가요? 우리 집사람이 다른건 씨원치 못해도 두부만은 기가 막히게 앗는데…》

《젠장, 선생이 애쓰는걸 보면 내 이마에 땀방울이 솟기까지 한다니까. 큰마음먹고 오늘 저녁은 푹 좀 쉽시다.》

이처럼 고마운 사람들이였습니다.

그들의 친절이 극진하면 극진할수록 나는 우리 탄부들이 기계동발을 얼마나 절절히 바라고있는가를 알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아들도 손자도 대를 이어 내려오며 탄을 캐는 사람들, 래일은 또 후대가 대를 이어가며 탄을 캘 사람들, 그들은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였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탄때문에, 청춘도 희망도 탄광과 더불어 그려보는 그들이였습니다. 이런 사람들이기에 나의 기계동발연구정형을 그처럼 주시하는것이였습니다.

간혹 탄광지구의 마을길에 나서면 부인네들까지 친절한 시선으로 대해주었고 꼬마소년단원들까지 깍듯이 인사를 하는것이였습니다.

나는 그들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을 때마다 송구스러워 얼굴이 붉어지군했습니다.

처음에도 얼핏 말한바 있습니다만 나는 기계동발의 외모형태를 규정하는데서 많은 헛수고를 했더랬습니다.

별의별 모양으로 다 만들어봤습니다. 그랬지만 어느것 하나 꼭 《이것이다.》 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나 속이 답답할 때면 그러했던것처럼 막장으로 들어갈 결심을 했습니다.

다시한번 더 현장조건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어떤것인지 막장탄부들과 토론해보자는것이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막장에 들어가보니 설계도면을 펼쳐놓을 형편이 못되였습니다. 마침 탄부들은 분초를 갈라쓰며 돌격전을 벌리고있었습니다.

오랜 기간을 두고 갱내 출입과 막장생활을 한 나는 어데건 안내원의 도움없이 다닐수 있을 정도로 현장실정에 밝았습니다.

나는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을양으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으려 했고 말을 건늬지도 않았습니다. 그대신 휴식시간이 되기까지 그들의 일손을 도우려고 손에 쥘수 있는 작업도구를 찾아 이 구석, 저 구석을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어느 한 으슥진 곳을 뒤질 때였습니다. 불빛도 미치지 못하는 그곳에서 귀에 익은 김영탁의 목소리를 듣게 되였습니다. 김영탁은 누군가를 그리로 데리고 와서 단단히 으름장을 놓는것이였습니다.

《철이 든 사람이 그쯤 말하면 알아들어야 할게 아닌가? 벌써 며칠째 나가지 않나 말이야. 엉, 좋지 않아.》

《…》

《엊그제 시집온 색시가 무슨 생각인들 않겠는가? 엉, 더 말할것 없이 이제 당장 나가게. 색시하구 하루쯤 정답게 얘기라도 하고 오란 말야.》

《저는 월계획의 300%를 하고야 들어가겠습니다.》

애젊은 목소리였습니다. 틀림없이 이 애젊은 목소리의 임자는 결혼을 갓 한 청년인데 전투를 진행하느라고 여러날 갱밖으로 나가지 않은것 같았습니다.

《임자없이도 300%쯤은 해낼것 같네. 문제없다니깐.》

《괜찮아요. 반장아바이, 지금 얼마나 일손이 딸린다구요. 동발을 제때에 세우지 못하면 우리 작업반꼴이 뭐가 되겠어요?》

《그건 반장인 내가 책임질거지 임자가 책임질건 못돼. 어쨌든 말씨름말고 이제 곧장 색시한테로 나가게. 우리가 뭐 왜놈때처럼 입에 풀칠이나 하기 위해서 일하는건가. 설사 일손이 딸린다쳐도 신랑녀석까지 집에 못 들어갈 처지는 아니야. 그대신 우리가 동발목 하나씩만 더 나르면 넉근할걸세.》

《그럼, 오늘까지만 하겠어요.》

《안돼!》

단호한 김영탁의 목소리였습니다.

《반장아바인 정말 너무도 내 심정을 몰라줘요. 만약 동발을 제때에 보장 못해서 생산에 지장을 받는 일이라도 생기면 갱밖으로 나간 내 마음이 편하겠어요. 머지않아 기계동발로 일하게 되여 우리가 썰매처럼 저절로 미끄러져 들어가면 그때엔 문제가 다르겠지만 지금 형편에서 동발공이 휴식한다는건 죄짓는거나 같은거예요.》

《…》

침묵이 한참 계속되는걸로 보아서 김영탁반장에게 동요가 오는것 같았습니다.

《내 말을 듣고보면 이 심정을 아실만 하시죠?》

《거참, 동발… 동발… 언제면 동발도 기계로 할수 있을가? 탄캐기속도가 하두 번개같으니…》

김영탁반장은 그 청년을 설복하려다가 자신이 도리여 설복당하는것만 같았습니다.

《어서 가서 일을 하자구요.》

이젠 청년이 주도권을 완전히 쥐고 반장의 손목까지 잡아끄는듯 했습니다.

《정 그렇다면 하는수 없지. 그저 래일이라도 당장 기계동발이 성공해서 탄캐기속도를 따라 썰매처럼 씽씽 갱속을 뚫고들어가야겠는데…》

청년에게 끌려가며 하는 김영탁반장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들이 사라지자 내가 서있는 구석진 곳은 아주 조용해졌습니다. 그런데 아시겠는지요? 지금 이 완성본설계에서 보시는것처럼 기계동발의 다리에 썰매를 달게 된것이 어데서 온거라는걸 말입니다.

그렇게 모대기면서도 락착을 짓지 못하던 그 외형을 이 순간에 결정짓게 되였습니다.

나는 당장 설계대에 마주앉고싶어 견딜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곧장 되돌아서서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정말 현지에 연구실을 마음대로 정할수 있다는건 우리 연구사들에게 더없는 행운입니다.

나의 현지연구실, 그것은 창조를 주는 토양이며 사람들의 두터운 관심과 사랑의 손길이 미치는 집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건 어느 맑은 여름날의 석양녘이였습니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설계대에서 작업중에 있던 나는 이상한 인기척으로 하여 머리를 들었습니다.

창턱밑엔 소년단넥타이를 맨 세명의 꼬마손님들이 조용히 서있었습니다.

내가 머리를 들자 《안녕하십니까?》 하고 그들은 맑고 챙챙한 목소리로 경례를 하는것이였습니다.

《아- 소년단원동무들, 안녕하시오?》

그 순간 나의 기분도 매우 명랑해졌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에게 선물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분단위원장의 간부표식을 단 코가 납작하고 눈이 크며 얼굴이 넙죽한 친구가 하는 말이였습니다.

《선물?》

그러자 《이겁니다.》 하고 다른 두 친구가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것은 채바퀴를 탄 다람쥐가 든 사각형철망통이였습니다.

《오! 다람쥐.》

나는 그 꼬마손님들을 방안으로 모셔들였습니다. 꼬마들은 방끄트머리 서류장우에 다람쥐통을 올려놓았습니다.

눈알이 초롱초롱한 다람쥐는 신나서 채바퀴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너희들이 잡은거냐?》

나는 원탁우에 과자와 사탕을 내놓은 다음 고뿌마다에 우유를 부었습니다.

꼬마손님들은 점잖게 과자도 집었고 우유도 마셨습니다.

《우리 4학년 2반동무들이 잡은겁니다. 우리도 아버지들처럼 연구사선생님을 무엇으로나 돕고싶었습니다.

선생님은 밤늦게까지 일하시다가 힘이 들면 다람쥐를 돌리세요. 그러면 피곤이 달아납니다. 우리도 시험공부를 하다가 힘이 들면 그렇게 하거든요. 우리 분단동무들은 선생님께 이것을 선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분단위원장의 말이였습니다. 그 다음은 그때까지 말 한마디 않고 얌전하게 앉아있던 세번째 꼬마가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 집은 할아버지도 탄부이고 아버지도 탄부입니다. 큰삼촌, 작은삼촌도 갱에서 일하십니다. 저녁이면 온 가족이 선생님이 연구하시는 기계동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동발공인 작은삼촌은 그 기계동발에 대하여 벌써 많은것을 알고계십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기계동발에 대하여 쓴 글만 보면 세번네번 읽어서 거의나 외우고있거든요. 그래서 무슨 뜻인지는 전부 모르지만 저도 외웠어요.

<사람의 힘으로 하던 동발의 시공, 회수이설작업을 대신함으로써 가장 고되고 힘든 작업은 헐하고 문명한 로동으로 된다. 보통동발을 쓰는 탄캐기막장에서는 동발 및 뒤떨기작업에 15명이상(막장면 길이 100메터당)이 필요하지만 종합적기계화가 실현된 채탄장에서는 2명의 동발운전공이 조종하면 된다. 또한 현재의 채탄공 일인당 생산성은 5~6배로 높일수 있다.> 그러면서 삼촌은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지금은 비록 내가 식구들중에서 그중 작업실적이 낮지만 앞으로는 그 기계동발로 하여 큰삼촌이나 아버지의 작업실적보다도 앞서게 된다는거예요. 할아버지는 언제나 작은삼촌편이거든요.》

나는 웃었습니다. 꼬마들도 따라 웃었습니다. 꼬마들과 이렇게 앉아있으니 얼마나 유쾌해지는지 몰랐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꼬마손님들은 작업대에 접근하더니 호기심이 가득찬 눈으로 설계지에 건너친 선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부호들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고 또 부분도들의 모양을 놓고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언제면 기계동발로 우리 탄광에서 일하게 되나요?》

《그때엔 우리도 그 기계동발을 보려고 갱속으로 들어가겠어요.》

꼬마손님들은 많은것을 묻기도 하고 희망을 말하기도 하더니 약속이나 한듯 똑같이 일어섰습니다.

《더 있으면 안되느냐?》

나는 진심으로 이 꼬마들과 좀더 있고싶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오래 있으면 안된다고 했어요. 연구사선생님의 시간은 금과 같은것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 꼬마손님들을 멀리까지 따라나와서 바래주었습니다.

다람쥐는 그후 정말 나의 좋은 동무로 되여주었습니다. 피곤이 심할 때나 졸음이 올 때 다람쥐와 함께 놀면 피곤도 졸음도 다 가셔지군 했습니다. 또 그 다람쥐를 볼 때마다 귀여운 꼬마손님들이 생각났고 그러면 새힘이 솟아나군 했습니다.

그날 윤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나는 이 꼬마손님들과 다람쥐에 대하여 썼습니다.

회답을 보내면서 윤희도 그 다람쥐가 몹시 보고싶다고 했습니다.

참, 내가 여직 윤희얘기를 한번도 하지 않았군요. …

드디여 윤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것이 나에겐 기뻤다.

윤희는 지금 어데서 무엇을 하는것일가? 김동무와는 언제 만났을가? 현재는 부부일가? 아니라면 거기엔 그 어떤 곡절이 있을것이 아닌가?

나는 초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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