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 회)

제 19 장

3

 

왜놈경찰은 리극로를 조선어학회사건의 주동인물로 찍어놓고 그의 심문을 중시했으며 그에게서 저희들의 요구대로 자백을 받아내려고 날뛰였다.

리극로는 잡혀온 날 함흥에서 기차에서 내려 함남도경찰부로 끌려갔다. 그날 밤부터 그는 지독한 고문을 받았다. 무릎을 꿇리고 넙적다리와 종다리사이에 각목을 가로질러넣고 주위에서 서성거리는 뭇놈들이 오고가며 구두발로 넙적다리를 짓밟기도 하고 각목의 량끝을 디디고 서서 구르기도 했다. 이것은 봉건시대의 가장 악착한 고문으로서 세종조때에 페지된 고문과 비슷한것이였다. 놈들은 자백을 시키기 위해서보다 우선 피검자의 코대를 꺾어놓자는 수작 같았다. 또 형사들이 피의자의 다리고문부터 하는것은 자백보다도 도주를 방지하자는데 그 까닭이 있다는것이다.

함남도경찰부의 형사들가운데서도 고문을 가장 잔인하고 악착하게 하는 놈은 고등과 형사부장 시바다 다쯔지였다. 이놈은 반생을 조선독립운동자들의 피를 먹고 살아온듯 살이 피둥피둥 찌고 기름떡처럼 얼굴이 유들유들한 놈이였다.

시바다가 함흥에서 리극로에게 자백서를 받아내려고 혹독하게 고문하기를 석주일동안 되풀이하다가 홍원경찰서로 끌고 와서 그 노릇을 되풀이했지만 그놈의 요구대로는 되지 않아 심문은 시발점에서 맴돌뿐이였다.

당시의 경찰조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여있다.

시바다: 조선어학회가 1931년에 이름을 고친 후에는 그 목적과 사명이 달라져서 조선독립을 목적으로 하는 비밀결사로 되지 않았단 말인가?

리극로: 나는 그 달라진 목적과 사명을 알지 못하며 비밀결사로서 활동한 사실을 들수가 없다.

시바다: 그럼 어째서 조선어학회라고 이름을 고쳤는가?

리극로: 일본인 이도 간도라는 사람이 태평통에다 일본인에게 조선말을 가르치는 강습소를 열고 우리와 같은 조선어연구회라는 이름을 달았기때문에 사람이 잘못 찾아가기도 하고 편지가 헛갈려가기도 하기때문에 우리가 부득이 이름을 고쳤다.

시바다: 아니다. 상해림시정부에서 비밀지령이 올 때 그것이 잘못 가서 탄로될가봐 이름을 고친거다.

리극로: 상해림시정부의 비밀지령이란 온 일도, 본 일도 없다.

시바다: 상해림시정부에 리윤재를 파견하여 비밀지령을 받아오게 한게 당신이 아니고 누구냐.

리극로: 리윤재가 상해에 간건 1927년 8월이고 내가 베를린에서 돌아온건 1929년 1월이다. 그때까지 나는 조선어학회에 관계한 일이 없다.

시바다: 조선어학회 자매기관으로 양사원을 꾸려 젊은것들을 규합하고 유사시에 봉기를 일으키려고 한것이 조선어학회의 비밀결사로서의 또 하나의 증거다.

리극로: 양사원은 가난하고 재주있는 젊은이들에게 학비를 대주려고 계획만 했지 실현되지도 않았는데 그것도 범법으로 되는가.

시바다는 자기가 대준대로 자백서를 다시 쓰라고 리극로에게 강요했다. 이것은 천하에도 희귀한 경찰심문이였다. 죄상과 증거를 피의자가 자백하는게 아니라 심문하는 형사가 만들어내는것이였다. 범죄사실로 될수 없는것을 범죄로 우기자니 이런 억지가 벌어졌고 억지가 통하지 않으니까 야만적인 고문을 들이대는것이였다. 그래서 증거도 없는 온갖 범죄가 고문실에서 날조되였고 그것을 자백서에 쓰라고 형사가 강요하는 기현상이 벌어졌지만 리극로의 자백서는 고집스럽게 진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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