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회)

 제 1 장

 3

 

서해수는 늦은아침녘에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을 느꼈다. 이상한 일이였다. 여느때 같으면 날이 채 밝기 전에 일어나 방안도 거두고 식사준비를 했을 그였다. 한데 밤새 꿈속에서 시달리다보니 겨우 한두시간정도 눈을 붙이나마나한것이였다.

꿈도 참 괴상했다. 난데없이 나타난 혜림이가 성난 암말처럼 이리저리 뛰여다니며 기승을 부리더니 얼마전에 자기가 사다준 바스기타를 그 무슨 장작처럼 두들겨부시는것이 아닌가.

서해수가 왜 그러느냐고 거퍼 물어서야 혜림이는 발작을 멈추더니 자기는 이젠 망했다고 머리를 싸쥐는것이였다.

《아니다. 너는 망해서는 안된다, 안돼!》하고 서해수는 버둥대며 소리치다가 불쑥 눈을 떴던것이다.

창가에 벌써 해빛이 스며들고있었다.

멀끄러미 천정을 바라보던 그는 일어나 앉았다. 방안은 고즈넉한 정적속에 잠겨있다. 가끔 창밖에서 거리를 오가는 차들의 경적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올뿐이였다.

비록 악몽일지라도 그는 사람이 자기곁에 있어주는것이 행복했다.

그는 홀몸이였다. 체소하고 심장이 그리 좋지 못했던 그의 안해는 남편에게 자식을 낳아주지 못한것을 늘 죄스러워했었다. 그래서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느 고아원에서 예닐곱살 나는 조선아이 하나를 데리고 와 양자로 삼았었다. 그애는 그 시기 남조선당국이 극력 장려하던 《고아수출》에 걸려 카나다로 팔려온 애였다.

서해수부부는 양아들에게 있는 성의를 다했다. 그애를 위한것이라고 생각되면 무엇이든 아끼지 않았다.

다행히도 서해수에게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완구회사가 있었고 그것을 운영하여 벌어들인 적지 않은 돈이 있었다.

사람은 돈을 만들었지만 돈은 사람을 만들지 못한다. 친자식이 아니기에 친자식이상으로 정을 기울이고 품을 들이면 되리라고 생각했으나 일은 그들부부가 바라는대로 되여주지 않았다.

중학교에 들어간 양아들은 부모가 쥐여주는 돈을 흔전만전 써버리는데 재미가 들어 점차 공부를 외면했다. 그애에게서 돈냄새를 맡은 학교의 불량학생들이 달라붙었다. 그들은 단순한 부랑자가 아니라 교내 폭력도 서슴지 않는 패거리들이였다.

검은 마수에 깊숙이 물린 녀석은 위협공갈에 못이겨 부모를 속여가며 돈을 뭉청뭉청 내가기 시작했다. 코밑이 거밋해지면서부터는 술과 계집질은 물론 마약에까지 손을 댔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서해수가 된매를 들었고 안해도 눈물로 애원을 했건만 이미 뒤늦은 때였다. 졸업을 며칠 앞두고 녀석은 집이 텅 빈 기회에 패당들과 작당을 해가지고 양부모의 은행카드와 수많은 돈을 챙겨가지고 어디론가 달아나버리고만것이였다.

그로부터 2년쯤 지나 쓸쓸한 가을비가 줄금줄금 내리던 어느날이였다.

서해수가 경찰의 련락을 받고 가보니 몇몇 범죄자들의 시체들속에 양아들녀석도 있었다. 다른 도시의 은행을 습격하다가 긴급출동한 기동순찰대의 총에 맞아죽은것이였다.

서해수는 애써 그 불상사를 잊으려 했다. 그러나 안해는 그것이 자기의 잘못인듯이 무척 괴로와했다. 그것으로 심장신경증에 걸린 안해는 병고에 시달리다가 몇해전에 세상을 떠났다.

《후-》

긴 한숨을 쉬고 주방에 들어간 그는 괴로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려고 잔에 술을 부었다. 누군가 《조주사》라고 했듯이 아침술이 나쁘다는것을 모르는바가 아니였건만 안해를 잃은 후 그에게 붙여진 습관이였다.

맑고 불그스레한 액체속으로 그가 걸어온 고단한 인생길이 서서히 비껴흐르는듯 했다.

팔자도망은 못한다더니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도 안해가 없는 불우한 신세였다. 서해수는 자기 어머니의 얼굴도,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알지 못했다. 어머니에 대해 물을 때마다 아버지는 땅이 꺼지게 한숨만 내쉬군 했다. 단지 아버지가 말해준것이 있다면 태줄을 묻은 곳이 남강원도 평창 어디쯤이라는것뿐이였다.

부지런히 품팔이를 하며 아무리 발버둥쳐봤지만 아들 공부는 고사하고 먹고살아가기도 힘든 세상을 저주하던 아버지는 불쑥 카나다로 이민을 갈 결심을 했다.

당시로 말하면 리승만《정권》을 붕괴시킨 4. 19의 정신과 열망이 군사파쑈불한당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있던 때였다.

쿠데타로 하루아침에 《정권》을 찬탈한 군부세력은 민중을 겨냥한 독재의 서슬푸른 칼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피페해진 경제를 추켜세운다는 명목밑에 산업화라는것을 추진했고 그 밑천이라는 외화획득을 위해 못하는짓이 없었다.

여기에서 군사《정권》이 제일 밑천 안 드는 장사로 치부한것이 있었다. 그것이란 부모잃은 아이들은 해외입양아로, 청장년들은 미국의 요구대로 대리전쟁터의 대포밥이나 로동력으로, 젊은 녀자들은 간호부나 기생으로 팔아넘겨 수익을 챙기는것이였다.

그 물결은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동남아와 서유럽, 라틴아메리카까지 이 세상 안 가는 곳이 없었다. 리승만통치시기의 《부패정치를 청산》한다고 외워댔지만 오히려 그 도수를 릉가하는 현대판노예수출이 버젓이 《정부》의 정책으로 실시된것이였다.

이러한 파도에 떠밀려 서해수도 아버지를 따라 여기 카나다로 이주해오게 되였다.

처음에 H시교외의 광산에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는 붕락사고로 다리를 상하자 직업을 잃게 되였다.

서해수는 쌍지팽이인생이 되여버린 아버지를 부축하고 여기저기 다니며 빌어먹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시장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비럭질을 이어가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자리에 굳어졌다. 그의 시선은 어린이들의 놀이감매장에 머물러있었다. 그때 서해수는 저도 모르게 지팽이를 쳐든 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을 유심히 새겨들었다.

《저런건 내 손으로도 얼마든지 자신이 있는데…》

아버지의 손재간은 천성적이라 할만큼 뛰여난것으로서 서울에서 살 때도 온 동네가 인정하였었다. 그림을 잘 그렸을뿐아니라 뭐든지 색다른 세공품 같은것을 보면 깊이 새겨두었다가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못쓰게 된 페품쪼각따위로 곧잘 흉내내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저녁 잠에 들었던 서해수는 딸가닥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버지가 카바이드등앞에서 무언가 만들고있었던것이다.

눈여겨 살펴보니 아버지의 앞에는 여러개의 노리개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양철판과 필림을 가늘게 오려내여 만든 공작새, 닭, 오리, 말을 비롯한 짐승들과 여러가지 모양의 꽃이며 자동차, 자전거 등…

보기에도 신통했고 놀라우리만치 정교했다. 짐승들은 금시라도 울음소리를 낼것만 같았다.

서해수는 자기도 모르게 환성을 내질렀다.

《히야, 정말 멋있군요. 요전날 시장 매대의것보다 대상도 안되게 멋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정말로 멋있자면 여기에 색까지 입혀야 한다. 그리구 묻어나지 않게 마지막에 비닐풀을 칠하면 아마…》

어디에서 주어온것 같은 포스터색감찌끼까지 바르자 완전한 상품이 생겨났다.

서해수는 아버지의 일손을 도와주면서 점차 자기의 손에도 익히기 시작했다.

시장 매대에서 그들부자의 상품은 대인기였다. 수요는 나날이 높아졌다. 얼마간의 자금이 마련되자 필요한 소공구들과 작은 기계들도 갖추어나갔다. 로력도 두어명 고용하여 제품의 량도 늘이고 질과 함께 가격도 점차 올렸다.

어제날의 병신부자는 완구부자로 바뀌였고 호칭도 점차로는 존칭으로 달라졌다.

엉치를 돌려댈 자리조차 없던 작업장이 이제는 비록 규모는 크지 않아도 전문화된 버젓한 공장으로 변모되였고 여러 련관공정단위들까지 망라한 완구회사로 성장했다. 서해수의 아버지는 회사이름을 왈터완구회사로 명명하기로 했다.

그동안 서해수는 독학으로 경영학을 배웠고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사장으로 되였다.

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수성가라 해도 이제 와서 서해수에게는 그리 큰 자부가 되지 못했다. 외로웠고 고통스러웠다. 그가 리성원에게서 가장 부러워하는것이 있다면 어딘가 편안치 못할지라도 구색을 갖추고있다고 할수 있는 그의 가정이였다. 그것을 잘 알고있는 리성원은 서해수에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재취를 하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다그어댔다.

《이 사람아, 자네도 4궁이라는게 무슨 말인지 알지 않나. 부모없는 아이, 청상과부, 자식없는 부처, 늙은 홀아비가 바로 궁상이란걸. 자넨 궁이 쌍으로 모인셈이야. 홀아비에 무자식, 그게 자네이지. 허나 나한텐 혜림이가 있어. 내 그애를 멋쟁이녀성실업가로 만드는걸 보게. 아마 21세기는 녀자들의 세기로 될지도 몰라. 녀성총리, 녀성장관들이 불쑥불쑥 나타나질 않나. 이제 두고보게. 천하가 치마속에 들어갈지도 몰라. 허허…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자네도 빨리 결심을 내리라구.》

그럴 때면 서해수는 리성원이 그지없이 고마왔다. 모든데서 타산을 앞세우면서도 자기에게만은 혈육같은 정을 기울여주기때문이였다.

그 정을 맺어준것은 리성원의 아들이며 혜림의 아버지인 리정석이였다. 리성원과 서해수는 H시병원 구급소생과 대기실에서 서로 인연을 맺었다.

그때 리성원내외는 미국류학도중에 집에 돌아와 소란을 피우다가 차사고를 당한 정석이의 수술때문에 병원에 와있었다.

갑자기 심장발작을 일으킨 안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가려던 서해수는 비록 초면이기는 하지만 인사불성이 되여버린 리성원의 량주의 모습이 가긍하여 쉽게 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서해수는 정석이 수술을 받는 두시간동안 리성원부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과정에 두사람은 타향만리 이국땅에서 피줄과 처지의 공통점을 확인하면서 마음속으로 함께 피눈물을 삼키였다.

동병상련이라고 자기들이 겪은 불행들이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은것도 물론이였다.

이후에 그들은 더욱 친밀해졌다. 같은 동포인데다가 서해수에게 필요되는 완구상표인쇄라는 사업건까지 겹치다보니 이모저모로 도와주고 도움도 받는 사이가 되였던것이다.

리성원은 서해수의 안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친형의 심정으로 돌보아주었다. 서해수 역시 리성원에게 있어서 제일 골치거리인 정석이의 건강회복을 위해 아글타글 애썼다.

정석이가 석달이상의 치료를 받고 챠일드회사 사원으로 취직한 후에는 인물도 마음씨도 고운 처녀를 물색하여 가정을 이루도록 도와주었다. 그 처녀가 바로 서해수의 완구회사에서 상표도안가로 일하던 안희경이였다.

하지만 얼마후 정석이는 불행하게도 지난날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모와 안해 몰래 마약을 사용하며 환락을 추구하다가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고야말았다.

그의 죽음이 서해수의 가슴을 얼마나 허비였는지 모른다. 그는 자기가 조금만 더 심혈을 기울였더라면 정석이를 구원할수 있을것이라고 입버릇처럼 외웠다. 그가 정석이가 남기고 간 유일한 살붙이인 혜림이를 그처럼 애지중지해하는것도 바로 이런 리유에서였다.

언제인가 서해수는 리성원과 마주앉아 한담을 나누다가 자기들이 당한 박복에 대한 심회를 터놓은적이 있었다.

《왜 세상이 점점 이리돼가는거요. 인간에게 대체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가르치고있냐 말이요. 내가 양아들녀석한테 들인 공이 그래 부족했단 말이요?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더 크다는 말이 과연 거짓이요?》

리성원은 꺼질듯 한숨을 쉬였다. 그리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인간이 건전하고 정돈된 교육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는건 누구나 인식하고있는 엄정한 요구이고 리치라 해야 하겠지. 하지만 미련을 깨야 하네. 이 세상에 그런 리상적인 사회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마 있어본적도 없고 있을수도 없다고 보는것이 정설일걸세. 한갖 꿈에 불과한거지. 오직 자신과 가정의 주인노릇만 바로하면 되는거야. 그외에는 랭정하고 무자비해야 하는거야.》

아무리 리성원과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라고 해도 서해수는 그의 인생관에는 선뜻 공감이 가지 않았다. 객관에 대해 너무도 타산적이며 인간관계는 두말할것 없고 가정생활에서도 수지타산을 앞세우며 정확도를 초월하여 지어 처절하기까지 한 그 가혹함에는 아연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오죽했으면 손녀인 혜림이까지도 혀를 차며 제 할아버지를 가리켜 현대판곱세크라고 했겠는가. 지금 혜림이에게 절실히 필요한것은 돈이나 재물보다도 애정인것이다. 그런데 그 귀중한것을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제대로 섭렵할수 없는 처녀의 고달픔과 안타까움을 할아버지인 리성원은 애써 외면하고있는것이다.

가관은 리성원이가 그처럼 한사코 차단해보려고 하는 혜림이의 탈선을 다름아닌 서해수 그자신이 추동하고있는 사실이였다. 앞으로 그 차단력이 거세질수록 반발력도 배가될것이였다.

불가사의하게도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두사람사이에 끼우지 않으면 안되는 불유쾌한 처지에 이른 서해수로서는 제나름대로 그들을 도우려 했다.

그 무슨 로크악단이라는것이 마음에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정과 사랑의 세계를 애처롭게 갈망하는 혜림이의 심정이 안겨와 발을 벗고 나섰다. 혜림이와 동행하여온 악단성원들의 체류기간 숙식장소와 비용을 자기가 부담해나섰고 괜찮은 공연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뛰여다녔다.

넬슨극장에서 하루 공연을 한다는게 보통 교섭으로는 어렵지만 서해수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초만원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관람석은 채워야 하는데 아직 이름도 없는 악단의 초대공연이라 분위기가 한적할수밖에 없는것은 당연할것이였다.

하는수없이 그는 공연관람표를 대량 사들여 자기 회사의 사원들과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되여 서해수는 그들에게 가족이나 동료들을 데리고 와도 좋다고 선포하고는 그만큼 관람표를 더 주었다.

이쯤되니 천명짜리 객석을 거의다 채울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일이 끝나는것은 아니였다. 서해수는 이미 잘 아는 사이인 H시신문사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공연을 취재보도해줄것을 정식 부탁했다.

이제는 공연만 제대로 하면 만사는 해결되는셈이다.

어느새 기분이 흥그러워진 서해수는 술잔을 들이키고 두손을 썩썩 비볐다. 이것은 그가 기분이 좋을 때 하는 습관이였다.

이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전화기를 드니 리성원의 근심어린 목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아침일찍 안됐네. 실은 어제 밤 전화를 하려다가 너무 늦어 그만두었지. 오늘 혜림이네 공연말이야. 실패하지나 않겠는지 걱정일세.》

서해수는 너무 걱정을 말라며 자기가 혜림이네를 후원하여 벌려놓은 일들과 공연관람과 관련한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리성원은 반색을 했다.

《해수, 자네가 나보다 낫구만. 할아버지인 난 걱정이나 하고있는데 자넨 벌써 성공의 열쇠까지 손에 쥐고있구만.》

서해수는 대방의 목소리에 어딘가 비양조가 어려있는듯이 느껴졌으나 애써 부정하며 허허 웃었다.

《그런데 해수, 자네 이번에 쓴 그 많은 돈을 날 보구 내놓으라구 할 작정은 아닐테지?》

《허 참… 겁이 나오? 형님, 내 아무렴 깍쟁이형님한테 손을 빌릴 사람 같소? 혜림인 내게도 손녀나 같수다.》

《자네 그 마음을 내 왜 모르겠나. 자네의 수고가 은을 내야 하겠기에 하는 말일세.》

《그건 념려마시우.》

《오늘 오후에 넬슨극장에서 만나기로 하세. 공연시간이 몇시던가?》

《오후 5시라고 했수다.》

《알겠네.》

전화기를 놓은 리성원은 자기앞에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는 손녀를 바라보았다.

혜림이는 밤새 잠을 설친듯 눈이 좀 부은것처럼 보였다. 마음이 안스러웠으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다 들었겠지? 얘, 온 집안의 기대가 크니 부디 오늘공연을 잘해라.》

《할아버지, 념려마세요. 꼭 성공하겠어요.》

손녀의 잔등을 두드려준 리성원은 안해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당신도 준비를 하고있소. 시간이 되면 혜림이 에미랑 같이 가기요. 관람표는 내가 특별석으로 미리 예약하지.》

다들 기뻐하는데 안희경이만이 긴장한 눈길로 시아버지의 얼굴을 살피다가 호- 하고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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