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회)

 제 1 장

 9

 

좀 늦은 퇴근시간이기는 해도 옥류교는 오가는 사람들의 행렬로 법석이였다.

홍승혁은 오래간만에 어깨를 쭉 펴고 퇴근길에 올랐다. 어쩐지 가슴이 후련해짐을 그는 느꼈다.

아무리 쪼개도 시간이 모자라는 개발팀에서는 출퇴근시간이라는 말이 없어진지가 오래였다. 서로 경쟁적으로 일찍 출근했고 퇴근순위를 다투기라도 하듯 버티기가 일쑤였다. 하여 가끔 홍승혁자신이 총국의 충고와 권고를 받아들여 정상퇴근, 정상출근을 솔선 시행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오늘도 그는 기분이 하도 좋은김에 아래일군들 보란듯이 퇴근종이 울린지 얼마 안 있어 먼저 사무실문을 나선것이다.

그는 총국에서 돌아온 후 협의회를 열고 챠일드회사와의 거래문제를 다시 토의했다. 그리고는 마감말을 이렇게 맺었다.

《동무들, 지금 우리가 진행하는 사업이 그 어떤 첨단기술이나 신형기계설비와의 사업이기 전에 언제나 사람과의 사업이라는것을 명심합시다. 우리의 사업대방이 해외동포이건 외국인이건 우리는 그들앞에서 조국의 존엄과 명예뿐만이 아니라 조국의 뜨거운 사랑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겠소.》

진지한 협의끝에 리성원은 카나다의 챠일드인쇄공업회사에 다음과 같은 통보문을 보내기로 했다.

카나다 H시 챠일드인쇄공업회사 리성원사장선생 앞.

귀사와 우리 광명기술연구소와의 무역 및 기술협력과 관련한 실무면담을 위해 사장선생이 수락하는 조건에서 선생의 평양방문을 정식 초청하는바입니다.

                                    조선 평양. 조선광명기술연구소 소장 홍승혁

 

홍승혁은 거뜬해지는 마음을 느끼며 흐뭇이 웃었다. …

시원한 대동강바람에 정신이 한껏 맑아졌다. 노래라도 한가락 뽑고싶은 기분이였다.

그는 흥그러운 기분에 젖어 코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바람결 맑고 별빛도 정다워 즐거운 이 저녁

        다정한 동무들 모두다 유쾌히 춤추고 노래하자

        우리는 청춘 꽃피는 희망 가슴에 안고

        자유론 조국 행복한 생활 다지여나간다

        …

 

마주 오던 젊은이들이 이상한 눈길로 유심히 바라보며 지나간다. 하긴 머리가 허연 늙은이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청춘들의 원무곡을 부르고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홍승혁은 그것마저 즐거웠다.

《로년기에 이른 홍소장동무가 이게 웬 일이요? 늦바람이 룡마름을 벗긴다더니 혹시 그런 처지에 든게 아니요?》

갑자기 뒤에서 난데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지성미가 풍기는 나이지숙한 웬 녀인이 너그러이 웃으며 바라본다.

홍승혁은 반가왔다. 그의 안해 김춘조가 서있었던것이다.

《아, 당신이요? 어떻게 오늘은 일찍 퇴근하는구만. 그런데, 어떻게 이쪽에서 오는거요?》

《문수거리에 있는 식당들에 나갔다가 곧바로 퇴근하는 길이예요.》

《거 잘됐군. 오래간만에 동부인해서 퇴근하게 됐구만. 얼마나 좋소. 날것 같은 기분이요.》

《그렇게 기분이 좋으신걸 보니 오늘 무슨 일이 있은게지요?》

수십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남편의 마음속에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가려들을줄 아는 김춘조였다. 그는 꾸중이나 비판을 받을수록 더 굳세여지고 명랑해지는 남편의 성격이 늘 마음에 들었다.

《일까지야 무슨… 하지만 꼭 들어야 할 말을 들었소. 사람은 자기를 새겨볼 기회를 중히 여기는 습관은 있어야 하는거요.》

홍승혁은 총국장을 만났던 이야기를 했다.

김춘조는 오래전에 남편에게서 들은 카나다동포류학생을 기억하고있었다.

《옳은 말을 들었어요. 반세기만에 만난 동포친구끼리 속도 터놓지 않고 수닭처럼 싸우다가 왔다니 그게 말이 안되지요.》

《당신 말이 맞소. 됐소, 알겠다니까… 여보, 우리 어데 들려서 춤이라도 한바탕 추어보지 않으려오? 우리끼리 있을 때 말이요.》

《호호, 정말 뭐가 잘못된게 아니예요?! 혹시 아는 사람들이라도 보면 어쩔려구…》

《뭘 처녀애들처럼 수집음을 타면서 그러오? 젊었을 때처럼 모란봉청년야외공원에 가보잔 말이요. 지금도 거기선 자주 무도회를 한다더구만.》

남편이 귀전에 속삭이는 말을 들으며 김춘조는 호호- 웃었다.

홍승혁은 멀리 화광에 저녁노을이 비낀것처럼 보이는 모란봉쪽을 추억깊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 기슭에 자리잡은 청년야외공원주변에는 그들부부가 첫 인연을 맺었던 잊지 못할 장소가 있었다.

…박사원졸업을 앞둔 홍승혁은 기숙사호실에서 꿰진 양말을 깁고있었다. 얼마전에 새것을 사신은것 같은데 벌써 구멍이 난것이였다. 그간 론문집필을 한다, 변론을 한다 하면서 분주히 나다녔으니 그럴만도 했다.

호실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호실에서 같이 지내는 동창생이 급히 들어섰다. 성격이 덜덜하고 장난기가 심한 친구였다.

《승혁이, 뭘 하나?… 어랍쇼, 이거 참 볼만 한걸. 당장 학위를 받을 사람이 이게 뭔가? 아직 양말 꿰매줄 처녀 하나 못 잡았으니…》

《갑자기 무슨 생트집인가?》

그런대로 적당히 기워진 양말을 신으며 홍승혁이 핀잔조로 말했다.

《생트집이고 뭐고 이 잡지를 좀 보게.》

친구가 내미는것을 보니 《대학생》잡지였다.

《여기, 과학기술상식과 관련한 문답칸을 보라구.》

흥심없이 들여다보던 홍승혁의 눈이 커졌다.

《<사람이 강냉이가공음식만 먹고 살수 있겠습니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을 론증해보십시오.>… 이거, 흥미가 동하는구만.》

문제밑에는 그것을 제기한 사람의 이름과 주소도 밝혀져있었다.

《김춘조, 평양상업대학 급양학부 학생이라…》

《문제가 마음에 드는데… 이 친구, 남자라는게 강냉이음식을 전문 연구하는 모양이지?》

홍승혁은 심중한 표정을 짓고 중얼거렸다.

실눈을 짓고 웃던 친구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우리 한번 론증해보지 않겠나?》

《어떻게?!》

《그 친구앞에서 강냉이음식만 기껏 먹어주면 그게 론증이지 별다른게 론증이겠나. 물론 음식상을 차리는데 지출되는 비용이야 그 친구가 감당을 하겠지. 우린 또 그를 사심없이 도와주는셈이 될테니까. 더구나 자네는 그새 론문변론을 하느라 몸이 몹시 축갔겠다… 이런 기회가 좀 좋은가. 나라의 식료가공공업발전에 솔선 이바지하구 또 영양보충도 하고… 이래저래 좋지 않은가. 그래, 어때?》

《글쎄…》

그 일이 있은지 며칠후 동창생이 또 헐레벌떡 달려왔다.

《승혁이, 일이 제대로 됐네. 내가 우리의 조건부를 전제로 하면 론증할수 있다는 편지를 보냈더니 그 춘조라는 친구에게서 동의한다는 소식이 왔네. 래일 오후 5시 모란봉청년야외극장옆에 있는 공원식당앞에서 만나기로 했어.》

홍승혁은 후닥닥 놀랐다.

《정신이 있나?! 그럼 우리가 그 친구의 실험대상?!》

《허허, 원… 문제를 그렇게 과장하지 말게.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식료가공기술연구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먹어주는건 배집이 큰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그럼 래일 우리 위를 잔뜩 비우고 함께 가보세. 그렇지 않으면 우리 대학의 명예가 훼손될수 있네.》

《응?! 그렇게 심각하게까지 번져지는가?》

하지만 다음날 홍승혁은 그곳에 혼자 가지 않으면 안되였다. 공교롭게도 배집을 자랑하던 친구가 그만 배탈을 만난것이였다.

약속된 시간에 공원식당앞에 이르러 서성거리는데 아련하게 생긴 한 녀대학생이 다가왔다.

《미안하지만 홍승혁동무인가요?》

《그렇습니다.》하고 대답하며 홍승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김춘조입니다.》

(?!…)

순간 홍승혁은 망연자실해지고말았다. 상상밖으로 녀자였던것이다.

그러니 남자도 아닌 이 초면의 녀대학생과 단 둘이서 마주앉아야 한단 말인가.

하건만 녀대학생은 그의 심정은 아랑곳않고 어서 들어가자며 그를 식당안으로 이끌었다.

식당의 주방곁에 달린 그리 크지 않은 방에 들어서니 음식이 한가득 차려져있는 식탁 하나와 의자 두개가 놓여있었다.

모두 강냉이를 주원료로 하여 만든 음식들인데 열댓가지는 잘될것 같았다.

《실례이지만… 원래 강냉이음식을 좋아하셨는가요?》

《글쎄요. 그리 마다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걸 모두 강냉이로 만든것이 맞습니까?!》

풍성한 음식상앞에 탐혹하던 홍승혁은 선뜻 믿어지지 않아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이지요. 아직 서너가지가 더 준비되고있는데 인차 내옵니다. 먼저 시작하셔도 됩니다.》

홍승혁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심호흡을 하였다. 벌써 위가 잔뜩 긴장해지는것이 심상치 않았다.

《혹시 이러다가 오늘 제가 평생 먹을 강냉이를 다 먹어보는게 아닙니까?》

《반대로 평생 강냉이음식만 들 결심을 가지게 될는지도 모르지요.》

처녀가 지지 않고 대꾸했다. 그러다 다행히도 《미안하지만 제 잠간 나갔다 오겠습니다.》하고 그는 방에서 나가버렸다.

아뜩해진 홍승혁은 차라리 창문을 뛰여넘어서라도 곤경에서 벗어나고싶었다. 그러나 이미 이름과 대학명칭도 알려져있는 상태여서 더 큰 망신이 될수 있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홍승혁은 동창생친구를 끝없이 저주하며 기다리는수밖에 없었다.

처녀는 거의 반시간이 지나서야 들어왔다. 흰 위생복차림으로 다반에 여러가지 음식들을 담아 들여온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내배여있었다.

《정말 미안합니다. 시간이 지체되였어요. 자, 음식들이 식기 전에 어서 드세요.》

기다리기에 지쳐버린 홍승혁은 도저히 음식을 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

그들은 밤이 깊어서야 식당문을 나섰다.

《아까부터 생각해온것인데 아무리 타산해봐도 오늘과 같은 방식으로는 동무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충분한 론증이 어려울것 같군요.》

배가 부르면 담도 커진다고 이제는 어느 정도 천연덕스러워진 홍승혁이 비위좋게 롱을 걸었다.

《론증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것이겠지요? 그럼 대체 얼마만한 시간이 요구되시는가요?》

《적어도 10년쯤은 동무를 찾아다녀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동무가 동의하는 조건에서지요.》

홍승혁은 시치미를 떼고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김춘조의 눈이 커졌다.

《시간을 너무 랑비한다고 생각되지는 않으세요?!》

《오히려 그 시간도 부족할만큼 동무가 설정한 문제는 우리 생활에서 아주 중요하고 또 필수적인 문제라고 생각되는데요.》

홍승혁은 롱담으로 시작된 화제가 점차 진담으로 번져가는데 자못 저로서도 놀라웠다.

《동무가 그렇게 리해해주니 고맙군요. 사실 동무도 느꼈겠지만 논이 적고 상대적으로 산지가 많은 우리 나라의 실정을 보면 농작물생산에서 강냉이의 비중이 매우 높답니다. 그런것만큼 강냉이의 음식가공방법을 다양하게만 해도 우리 인민들의 식생활에선 큰 변화가 일어날거예요.》

김춘조의 대답은 행동처럼 시원스러웠고 열렬했다.

홍승혁은 이 처녀대학생의 탐구열과 숭고한 리상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앞으로 동무는 이 연구성과를 가지고 론문도 써야 하겠지요?》

왜서인지 김춘조는 대답은 않고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외람된 말인지 모르겠지만 인차 저는 학위를 수여받게 됩니다. 그 다음엔 저도 동무의 론문준비에 적으나마 이바지하고싶습니다. 그래도 되겠는지요?》

홍승혁은 진정으로 물었다.

새뭇이 웃던 김춘조가 태연스레 되물었다.

《오늘부터 시작해서 10년분의 식사비를 내실 생각인가요?》

두사람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밤하늘가로 울려갔다.

한달후 홍승혁은 학위학직을 수여하는 모임에 참가했다. 사회자가 부르는 학위수여대상들의 명단에서 뜻밖의 이름을 들은 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김춘조? 김순조? 아니, 설마하니… 이름이 같겠지. 허, 그 이름이 꼭 남자이름 같은게…

하지만 잠시후에 주석단에 올라 학위를 수여받는 한 처녀를 보았을 때 그의 눈은 더욱 커졌다. 다름아닌 김춘조였던것이다.

그날 저녁 모란봉청년야외공원에서 만난 그들은 한날한시에 학위를 받은 서로를 축하해주었다. 그리고는 청년들의 무도회에 끼여들어 오래동안 춤도 추었다.

두사람의 관계는 더욱 가까와졌고 몇해후에는 결혼을 하게 되였다. 결혼식날 신랑측 둘러리는 다름아닌 김춘조의 외사촌오빠인 홍승혁의 기숙사친구였다. …

 

미래과학자거리의 불야경은 언제 보아도 장관이였다.

태양빛전지판들이 맵시있게 부착된 가로등도 현란했지만 초고층아빠트들의 곡선미와 라선형형태를 따라 뻗어간 장식등들은 밤하늘도 부러워할 별세계를 땅우에 펼쳐놓고있었다.

홍승혁부부가 집에 들어서자 옥류아동병원에서 의사로 있는 며느리가 반갑게 맞이했다.

이름있는 자동화기구공장에서 지배인으로 일하는 아들 홍신철과 평양외국어대학을 갓 졸업한 손녀 홍송미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며느리도 불과 몇분전에 퇴근한 모양인듯 급히 앞치마를 두르며 성급해했다.

《일없다. 저녁이 좀 늦으면 뭐라냐. 덤비지 말고 천천히 해라.》

홍승혁이 헌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실내복을 갈아입고 며느리의 부엌일을 도우려고 방을 나서려던 안해가 한마디 했다.

《송미 애비는 공장에 벌려놓은 현대화공사때문에 바쁘다더군요. 헌데 얜 왜 아직 안 들어올가?》

손녀 송미를 걱정하는 할머니의 걱정스런 말이였다.

《이제 들어오겠지.》

홍승혁은 자기의 출장기간에 해외동포사업국에 배치를 받은 손녀를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해외동포들과의 사업이란 책임적이고 중요한 사업인데 그 어린게 제대로 해낼수 있을가. 대외사업을 많이 해온 이 할아버지도 왕왕 엄청난 실수를 하기가 십상인데.

어느새 남편의 마음속을 들여다본듯 안해 김춘조가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그애가 당신에게서 대외사업경험을 배우겠다고 생각하고있는것 같더군요.》

홍승혁은 손녀애의 복스러운 얼굴을 떠올리며 빙긋이 웃었다. 그럴수록 그는 마음 한구석에 고여있는 한가닥의 후회감을 털어버릴수가 없었다.

이번에 울라지보스또크에 다녀오면서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게 될 손녀에게 뜻깊은 기념품을 마련해주자고 했었는데 일에 부대끼다보니 깜빡 잊고만것이였다. 하긴 외국출장을 갈 때마다 생각뿐이고 언제 한번 실천에 옮긴적이 없는 그였다. 오래전부터 그에 습관된지라 가족들중 어느 누구도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초인종이 울렸다.

안해가 문을 열어주며 말해주었는지 손녀애가 바람처럼 날아들며 홍승혁에게 매달렸다.

《아이, 할아버지! 그러지 않아도 할아버지한테서 강의를 받고싶은것도 있었는데 혹시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신건 아니예요?》

홍승혁은 숨돌릴 사이도 없이 연방 물으며 팔을 잡아흔드는 손녀가 더없이 귀여웠다.

《그럼, 깊이 들여다보았지. 그리고 네가 어디에 갔다가 이리 늦을가 하고 걱정도 했다.》

《입직수속기간이여서 시간이 좀 있기에 인민대학습당에 가서 공부하다나니 좀 늦었어요. 미안해요.》

홍승혁은 대견스러운 눈길로 손녀를 바라보았다.

《미안하긴… 되려 내가 미안하구나. 네가 사회에 첫걸음을 내디디게 되는데 이 할아버진 기념품 하나 준비하지 못했으니…》

그 말에 손녀가 해쭉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도 그런 말씀을 다하세요? 난 괜찮아요. 할머니와 어머니가 가방이랑 옷이랑 다 사다주었는걸요. 치마저고린 얼마나 고운지 몰라요.》

《그래, 네가 좋다니 됐구나.》

홍승혁은 안해를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송미 애비는 늦어진다더냐?》

그에 김춘조는 입술만 공연히 감빨다 때마침 응접실로 나오는 며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전화를 걸었댔는데 오늘일때문에 들어올것 같지 못하다면서 아버님과 어머님께 잘 말씀드려달라고 하더군요.》

며느리가 제 잘못이기라도 한듯 죄송스럽게 대답했다.

《뭘 그러느냐. 공장일이 바쁘면 그럴수도 있지.》

홍승혁은 고개를 끄덕이다 손녀를 바라보았는데 진중해보였다.

《송미도 이번에 중요한 초소에 섰는데… 일들을 잘해야겠다.》

홍승혁은 그 말이 누구보다 자기의 마음속에 하는 말임을 실감하고있었다.

홍승혁은 안해도 며느리도 손녀애도 가슴에 새기는듯 머리들을 끄덕이는것을 보고 흐뭇한 감정을 느꼈다.

어느덧 부엌쪽에서 구수한 밥냄새가 풍겨왔다.

《자, 이젠 식사시간이 된것 같구나. 오늘은 별로 배가 출출하구나.》

홍승혁이 우스개삼아 말하자 손녀가 튕겨나듯 발딱 일어섰다.

《오늘은 할머니도 어머니도 가만 앉아계세요. 내가 그동안 할머니에게서 배운 료리솜씨를 시위할테예요.》

《호오, 그게 정말이냐? 그럼 우린 오늘 저녁 홍송미동무의 료리품평회에 참가하는 영광을 지니게 되는가부다.》

홍승혁의 이 말에 모두가 유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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