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회)

 제 3 장

 25

 

리오 데 쟈네이로의 저녁은 무더웠다.

《롱》악단은 래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떠날 계획이였다.

저녁을 먹은 방랑음악가들은 한방에 모여앉았다. 그 방이 비교적 랭풍이 잘되였던것이다.

흥심이 없이 서로가 누구든 말을 꺼냈으면 하는데 별안간 와힘이 텔레비죤을 켜다가 소리쳤다.

《가만! 저걸 보라구. 멋있는걸!》

《대단한 음악회구만. 저렇게 큰 경기장을 독차지한걸 보면…》

화면에 백인남성가수의 광고영상이 연거퍼 제시된다. 프랑스 리옹의 어느 한 경기장에서 진행되고있다는 음악회가 현지실황으로 중계되고있는것이였다.

방송원이 당장 숨이 넘어갈듯 한 소리로 이 가수의 예술적특기와 대중적인기도에 대해 떠들었다.

코수염을 붙이고 장발을 뒤덮은 가수는 성별을 가려보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방송원은 어찌나 맹렬한 소개를 들이대는지 마치 욕질을 하는것 같기도 하고 누구와 거칠게 말싸움을 하는듯도 했다.

《광고가 요란하군. 돈은 뿌리면 번다는거지, 쳇!》

와힘이 투덜댔다.

《미국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신인팝가수라누만.》

《나도 저렇게 소개만 잘해주면야 알 도리가 있지, 흥!》

로베르또와 마리노가 뒤따라 빈정댔다.

손등거죽을 입술로 잴근잴근 씹으며 실눈을 짓고 화면을 바라보던 혜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비난만 말고 잘 주시해보자요. 혹시 우리가 배울게 있을지 알아요?》

그 말에 모두 입들을 다물고 화면에 시선들을 집중했다.

경기장안은 인산인해를 이루고있었다. 월드컵경기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여든것 같았다. 밤이지만 대낮같은 조명불빛속에서 한 무리의 젊은 패거리들이 질탕치듯 괴상하게 몸을 흔들어대며 소리까지 지른다. 그것마저 부족한지 라체나 별반 다름없는 녀자무리들이 도전하듯 관능적인 레뷰춤동작을 펼치기 시작했다.

《저게 21세기의 인기공연이라는건가?》

《예수가 본다면 뭐라고 할는지.》

《예수는 예술을 모르니까.》

《퇴페와 타락이야 구별하겠지.》

《글쎄. 로베르또, 그건 로마법왕청에 의뢰하라구.》

《하하하. 바띠까노의 주인더러 노아의 홍수를 보내달라고 청탁을 드려보게.》

경기장의 대형전광시계가 정각 19시를 알리자 시장이라는 중년사나이가 연설탁에 나섰다. 그는 세계적인 미국의 명가수 싼띠아고 하쉬드의 빠리방문을 환영하고 그의 공연성과를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관중의 열렬한 환호속에 시장의 퇴장과 동시에 인어 비슷한 몸매의 녀소개자가 나타나 세계의 신진팝스타 하쉬드가 출연한다며 관람석쪽을 향해 한팔을 힘껏 흔들었다. 이런데서는 거만한 손짓과 몸짓도 인기동작으로 보였다.

이어 귀청을 사정없이 찢어대는 요란한 기악이 울리는 속에 경기장의 모든 조명이 정전이 된듯 일시에 꺼져버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몇줄기의 강렬한 조명이 경기장의 서쪽객석을 비쳤다. 녀자처럼 기른 쥐색머리를 토끼꼬리처럼 꽁진 우람찬 하쉬드가 마이크를 든 손을 힘있게 흔들면서 무대를 향해 뛰여내려오는것이 보였다. 그는 무대에 채 닿기도 전에 허밍을 울리기 시작하더니 무대가운데로 접근해갔다. 국부조명이 그를 열심히 따르고있었다.

혜림과 동료들의 청각이 예민하게 발동되였다. 소문처럼 전형적이며 특이한 쐑소리였는데 듣기에는 독특하고 성량이 풍부한듯 한 느낌을 주었다.

첫 노래가 끝나기 바쁘게 경기장을 들었다놓을듯 한 폭풍같은 웨침이 밤대기를 찢어발기였다.

날씨는 좀 쌀쌀해보였으나 관중의 열기는 끓어올랐다. 하도 객석이 진정되지 않아 다음 곡을 연주하려던 악단전체가 하쉬드의 손세에 따라 모두 일어나 응원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녀소개자가 등장하여 자제를 거듭 호소해서야 객석이 조금 조용해지는것 같았다.

첫 노래와는 달리 두번째 곡은 서정가요인듯 느린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바로 그 찰나였다.

《꽝!-》

요란한 폭음이 경기장을 진동했다.

화면을 통채로 뒤덮으며 검은 연기가 타래쳐올랐다. 울부짖는 아우성소리와 자지러지는 비명소리…

《무슨 일일가요?!》

놀란 혜림이 누구에게라 없이 물었다. 네 동료의 눈길도 굳어졌다. 음악회가 분명한데 때없이 전쟁영화같은 장면이 펼쳐지는것은 어떻게 리해해야 하는가.

화면에서 비치는 객석의 제일 중심부분에서 섬광이 다시 번쩍하더니 흰 화염이 치솟았다. 요란한 폭음이 련이어 뒤따르더니 아비규환의 비명이 경기장안을 진감했다. 경기장의 출입구들은 삽시에 란장판으로 변해버렸다. 폭탄연기가 사라진 주변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되는대로 너부러져있었고 검붉은 피가 랑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에는 아랑곳없이 출입구로 일시에 몰려들어 서로 먼저 빠져나가기 위한 싸움판을 펼치고있었다. 빠져나가야만 살고 그렇지 못하면 죽어야 한다는 필사의 생리만이 관람자모두의 뇌리에 지배하고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거의 대부분이 혈기가 왕성하고 새파랗게 젊은 청년들이여서인지 누구도 물러설념을 하지 않고있었다. 운동감각이 남달리 발달한 어떤 젊은이들은 장애물을 극복하는 군인들마냥 사람들의 머리우로 벌렁벌렁 기여나가고있다. 밑에서 고아대는 사람들이 주먹질을 해대자 《군인》들은 사정을 보지 않고 자기의 이마가 무슨 맹금의 부리이기라도 한듯 가차없이 짓쪼아버린다. 그래도 짓밟힌이들은 지지 않고 고래고래 쌍스러운 말로 욕지거리를 하며 바지가랭이나 발목을 맹렬히 잡아당긴다. 사람의 이발이 되게 맞부딪치듯 우아래가 서로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을 해댔다. 그속에서도 어떤 녀석들은 처녀들의 머리채를 잡아당겨서는 무작정 입술을 짓눌러대거나 제 앞가슴쪽으로 끌어당기며 히히덕거린다. 축구망나니만 있는가 했는데 예술망나니도 란폭성에 있어서는 결코 짝지지 않았다.

《저건 분명 폭탄테로야. 혹시 요즘 세계 도처에서 류행하는 자폭테로범의 소행이 아닐가?》

누군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으며 혜림은 넋나간 사람처럼 숨을 죽이고 화면속의 수라장을 주시하고있었다.

동료들 역시 팔짱을 지른채 백메터달리기라도 하고난 사람들처럼 씩씩거리며 화면을 노려보고있었다.

텔레비죤의 실황보도는 계속되고있었다. 사건현장에 경찰들이 출동하고 집중적인 단속과 검열소동이 벌어진다. 희생자와 부상자들이 담가에 실려나가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들이 서로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보인다.

방송원이 이따금 사색이 된 얼굴로 나타나 시청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현지의 경찰당국은 전력을 다하여 최단시간내에 범죄의 진상을 밝히며 테로사건의 장본인들을 모조리 체포할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현재까지는 극단적인 이슬람교테로분자들의 행위로 보고있습니다. 마침 본 사건을 맡은 수사관님이 이쪽으로 오고있습니다. … 수사관님, 미안하지만 청중을 위해 몇마디 부탁하겠습니다.》

번대머리에 양복차림의 한 사나이가 화면쪽으로 고개를 까딱하고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시경찰청 반테로담당 과장 쟝 드론입니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우리 도시에서 발생하였음을 알리는바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자폭테로행위입니다. 테로범의 나이는 스물한살, 국적은 에스빠냐계아랍인, 이름은 아흐메드 쑬탄이라고 합니다. 자폭행위로 현재 12명이 현장에서 사망하였으며 부상자 25명중에서 중상자가 적지 않으므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것이 예견됩니다. 범죄의 배후와 공범자들은 지금 추적중입니다. 이상 현황을 알려드렸습니다.》

과장은 할 말을 다했다는듯 고릴라처럼 긴 팔을 흔들어대며 화면에서 사라져버렸다.

《청춘이 청춘을 참살하는 범죄가 벌어졌군.》

로베르또의 말에 동료들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비꼈다. 그의 말이 아니라도 모두 화면에서 본것처럼 사상자들은 전부 청년들이였다.

왜 이렇듯 비참하게 죽어야만 하는 젊음들인가. 무엇때문에 젊음들끼리 적대시하는 이런 참극이 빚어지는것인가.

와힘이 혜림이에게 김이 물물 나는 차를 한잔 가져다 주었다.

《혜림, 끔찍한 생각에서 벗어나야지. 자, 차라도 한잔 마시구 기분전환을 하자구.》

혜림은 차잔을 보는 순간 몸을 외로 틀며 옹송그렸다. 차의 색갈이 피처럼 검붉은색이였던것이다.

《혜림, 진정해.》

마리노가 곁에서 나직이 말했다.

눈을 감은 혜림은 생각을 이어나갔다.

미국의 인기가수에게 매혹되여 경기장은 초만원이였다. 그런데 그 음악이라는것은 사실상 변태적인 쾌락을 부추기는 광기에 불과한것이였다.

기웃하고있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혜림은 마음속으로 할아버지를 찾고있었다.

할아버지, 지금 이 참변을 보셨나요? 분명 우리 세대는 악마의 마수에 시달리고있으며 죽어가고있어요.

목적도 없고 리상도 없는 젊은이들이 맹목적이고 무차별적인 증오와 죽음에서 자기들의 혈기를 과시하며 생의 희열과 만족을 느끼고있어요. 하여 동세대끼리 각이한 리유와 명분으로 교살하는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펼쳐지고있어요. … 누가 우리를 구원해줄수 있어요? 나를, 이 손녀를 할아버지는 구원해주실수 있나요? 현세기에 자유와 인권을 곧잘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세계》의 위정자들에 의해 인류의 미래인 우리 청년들이 그 첫째가는 희생자들로 되고있는 사실을 과연 할아버지는 알고계시는가요?…

할아버지와 마음속의 대화를 나누던 혜림은 그만 지쳐 안락의자에 쪼그린채 잠들고말았다.

그것을 본 로베르또가 얇은 담요를 그에게 덮어주고는 동료들을 데리고 조용히 방에서 나가버렸다.

얼마쯤 지나서 혜림은 무서운 꿈을 꾸다 소스라쳐 놀라며 눈을 떴다. 텔레비죤에서 본 선혈이 랑자한 화면들이 악몽속의 환영으로 덮칠듯이 다가왔던것이다.

그는 더 견디여내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를 찾고싶지만 그럴수도 없었다. 밤이 퍽 깊었던것이다.

폭탄테로장면보다 그 아수라장속에서도 거리낌없던 청년들의 악다구니질과 파렴치성, 짐승같은 몰골들이 눈앞에서 빙글거리며 돌아가는것이 더 소름이 끼쳤다. 어떤 녀석들은 돼지주둥이같은 더러운 입술을 혜림의 입술에 갖다대는가 하면 《쌍년!》이라고 지껄이며 머리채를 잡아 마구 휘저어댄다.

《개자식!》

혜림은 저도 모르게 웨쳐대며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실내옷의 앞섶을 열어제꼈다. 그래도 산소가 부족한듯 했다. 창문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어제꼈던 그는 열풍이 밀려들자 서둘러 닫았다. …

다음날 오후 갑자기 로베르또가 문기척도 없이 혜림의 방으로 뛰여들었다. 그뒤로 동료들도 따라들어왔다.

《혜림, 텔레비죤을 빨리 켜오!》

텔레비죤방송회사의 남녀방송원들이 경기장에서의 폭탄폭발사건의 진상에 대한 설명을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진행하고있었다.

혜림은 가슴을 조이며 화면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판명된데 의하면 이슬람교의 어느 한 분파가 이번 테로사건을 자기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그 분파의 한 고위인물은 자기네 전투원 한명이 자폭용폭탄조끼를 입고 경기장에 침투했으며 공연이 시작되여 약 20분만에 성공적으로 터뜨렸다고 밝혔다. 처녀들을 포함하여 도합 15여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각이한 중경상을 당하였다고 한다. 경찰은 20대의 공모자인 아랍계의 남녀 2명을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의 진술에 의하면 자기들의 폭탄공격은 반테로의 간판을 도용하여 국제사회의 여론도 무시하고 합법적인 주권국가들을 마구 침략하며 평화적주민들에 대한 학살도 꺼리지 않는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서방나라들에 대한 정당한 보복행위라는것이였다.

련이어 화면에는 폭탄폭발사건으로 희생된 한 처녀의 어머니라는 중년녀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녀자는 눈물을 흘리며 지금 삶을 찾아 방황하고 앞날을 기약할수 없는 청년들의 지옥행은 바로 미국에 의해 산생된것이다, 지구의 미래는 미국에 의해 빠른 속도로 후진하고있다고 개탄했다.

혜림은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청년들이 청년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는 비극이 세상을 휩쓸고있다. 아니, 미국에 의해 미국화되여버린 이 세계가 청년들을 분렬시키고 서로의 살륙과 죽음에로 사촉하고있으며 그들의 처참한 류혈상을 빚어내고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느곳들에서도 벌어지고있을 이 참극은 언제 가도 끝나지 않을것이며 청년들의 피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지속될것이다.

혜림은 머리를 번쩍 들었다.

텔레비죤의 화면이 바뀌더니 《청년, 그 시작과 끝을 보다》라는 제목의 특집장면이 펼쳐졌다.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찍은 각계층 청년들의 모습들을 렬거하면서 해설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만연되고있는 살인 및 자살자의 80%이상이 청소년들이라고 밝히고 그 자살동기를 암담한 전도로 인한 삶의 포기, 사회와 주위환경에 대한 극도의 증오감, 죽을지언정 불의와 숙명에 끝까지 도전하려는 보복심리 등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현세기에는 절대로 극복될수 없는 최대의 모순과 비극일것이라고 설명했다.

《아!-》

혜림은 금시 정신을 잃을것만 같았다. 로베르또의 손에서 원격조종기를 나꾸어챈 그는 단호히 텔레비죤을 꺼버렸다.

모두들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이 침묵할뿐이였다.

아, 어째서 세상은 이리도 미래에 침을 뱉는건가. 장차 세계는 어디로, 어디까지 가려는가?!

혜림은 침대우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독자감상글쓰기
Change the CAPTCHA codeSpeak the CAPTCHA code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19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