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회)

 제 3 장

 27

 

구름 한점 없이 파아란 하늘이 오늘따라 높아보였다. 어쩐지 아침부터 상쾌한 기분을 느낀 리성원은 호실의 창문을 열고 찬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저 멀리 은빛색으로 번쩍이는 원자핵의 자리길모양을 형상한 과학기술전당의 독특한 모습도 이채로왔다.

오래동안 평양의 아침정서에 잠겨있던 리성원은 벽시계에 눈길을 주었다.

이제 30분후인 10시부터 그의 챠일드인쇄공업회사와 조선광명기술연구소간에 2차면담이 진행되게 된다.

1차면담과정에 리성원이 확인할수 있은것은 상대측이 자기네 회사와의 협력에 큰 관심을 가지고있다는것이였다.

오늘면담에서는 보다 전진적인 문제들이 론의될수 있었다. 가령 첨단급의 특허기술이전이나 설비판매와 같은 중대한 안건들을 상대측이 들고나올수도 있는것이였다.

현실적으로 미국을 비롯하여 서유럽의 선진국들은 챠일드의 기술과 설비들을 구입하여 얼마동안 리용하고는 주기적인 갱신이라는 명분으로 후진국들에 비싼 가격으로 팔아넘기는 방법으로 폭리를 얻고있었다. 그가 료해하고있는바에 의하면 현재 광명기술연구소가 보유하고있는 기술은 그리 높은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것 같았다.

리성원은 상대측의 요구조건을 예상해보는 한편 자기대로의 현실적이며 실리적인 대안을 이미 구상해두고있었다. 그런즉 이왕지사 온바에 여기 평양에 광명기술연구소라는 거래대상을 하나 고정시켜놓고 상대방의 수요와 수준에 부합되게 챠일드의 기존설비나 기술을 적당한 가격으로 납입하는것이 상책일수 있었다. 보매 그것은 큰 실리는 없는것 같지만 자기네가 독점권을 장악하고 정기적인 사업으로 전환시킨다면 사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수 있었다. 중요한것은 광명기술연구소의 수요와 지불능력을 정확히 타진하는것이였다. 마치 가물에 콩나듯이 간혹 어쩌다가 시시하게 한두대나 납입하는 식으로 그친다면 소득을 별로 기대할수 없는것이였다. 그런 정황이라면 부득불 기존설비라도 대당 가격을 높일수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있었다.

(광명기술연구소의 자금사정이 매우 긴장할수 있다. 지금 이북은 미국과 유엔의 가혹한 제재와 봉쇄속에 있지 않는가.)

이것은 비단 그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적지 않은 동포기업가들속에서도 론의가 분분한 문제거리의 하나였다.

자위적핵억제력을 언질로 미국뿐아니라 어제날엔 우방이라고 표방하던 나라들까지도 흑심을 드러내며 제재와 압박을 각일각 가해오고있다. 하지만 놀랍기만 하다. 유엔식량 및 농업기구가 발표했듯이 해마다 식량부족을 느끼고있는 북이 제재와 압박속에서도 세상을 경탄시키는 정치적안정을 보장하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가.

세계적으로 공인된 정치학자들도 풀지 못하는 이 문제를 기업가인 자기의 머리로 푼다는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것쯤은 모르지 않았다. 당장 그의 주되는 관심사의 하나는 이 나라의 정치적안정이 언제까지 유지되겠는가 하는것이였다. 이것은 한갖 흥미거리인것이 아니라 그와 조선광명기술연구소와의 거래전망을 좌우하는 가장 본질적인것이기도 했다.

미국에 의해 반세기이상 지속되여온 각종 제재속에서 지금까지 북이 자기의 존재를 지탱해온것은 천하의 기적이 아닐수 없었다. 그러나 랭전의 종식이후 세계의 《유일초대국》으로 군림한 미국의 북에 대한 제재압박은 가혹하다는 말로써도 표현할수 없을만큼 체계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증대되여왔다. 특히 최근의 몇해동안은 거듭되는 유엔의 제재소동에 미국, 일본 등 개별적인 적대국가들의 단독제재까지 겹쳐들고있는것이다. 이런 속에서 북과 경제거래를 한다는것은 섶지고 불속에 뛰여드는 격이 될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기업가들이 황홀한 일확천금의 투자대상으로 동경은 하면서도 감히 북에 투자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있는것이다. 자칫하면 자기의 이번 평양행도 공연한 헛걸음이 될수 있다는것을 리성원은 각오하고있었다.

그를 긴장시키고있는것은 그것만이 아니였다. 광명기술연구소측이 울라지보스또크전시회때와는 달리 종전의 립장에서 급선회하여 그를 환대하고있는 리유도 이제 면담과정에서 풀어야 할 일종의 수수께끼라고 느껴졌다.

과연 이들이 자기한테서 바라는것은 무엇이겠는가. 혹시 기술이나 설비납입과 관련한 대금지불조건을 완화시켜달라는것일수도 있지 않을가. 그렇다면 그 요구가 어느 계선일가? 몇달정도의 연기 혹은 무기한의 후불일가?

하여튼 홍승혁소장과 맞서봐야 모든것이 선명해질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경쾌한 종소리가 들렸다. 대답을 하기가 바쁘게 홍송미가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밤새 편안하셨습니까?》

그를 보는 순간 리성원은 자기의 기분이 들뜨는것을 의식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더니 그를 볼 때마다 늘 손녀 혜림이가 눈앞에 얼른거리는것이였다. 얼굴표정이 밝고 명쾌할 때는 물론이고 지어 수심에 잠겼을 때조차도 비슷해보인다. 아마 성격도 별로 차이가 없을것 같았다.

《에누리가 없구만. 송미양과 있으면 시계가 필요없겠소. 그래, 밤새 편안했소?》

《호호호, 선생님은 참 말씀을 재미있게 하십니다.》

《아무리 칭찬해도 송미양의 밑바닥에도 못 따라갈걸.》

이것은 분명 아첨도 아니고 롱도 아니였다. 사람의 감정을 휘여잡는 홍송미의 웅변술과 림기응변은 실로 놀라왔다. 리해할수 없는것은 그것을 인정할 때마다 늘 즐거움이 동반된다는 점이였다.

그의 안내를 받아 7층에 있는 면담실에 이르니 벌써 홍승혁의 일행이 도착하여 기다리고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그간 뭐 불편하신건 없었습니까?》

홍승혁이 밝은 얼굴로 마주 오며 손을 내밀었다.

상대의 속마음을 모르지 않는다는듯 리성원은 가볍게 웃어보이며 손을 잡았다.

《평양에 와서 동방례의지국의 진미를 깨닫고있는중입니다.》

《하하하, 그렇다면 마음이 놓입니다.》

그들은 커다란 타원형의 면담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오늘면담에서는 우리가 흥미를 가지는 귀사의 인쇄설비들에 대해 협의해보았으면 합니다. 우린 당신네가 얼마전에 계렬생산에 들어간 <챠일드-6>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있습니다.》

리성원은 자기가 잘못 듣지 않았는가싶었다.

《미안합니다만 홍소장선생에게 량해를 구하고싶습니다. 이자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는지요?》

《<챠일드-6>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

《챠일드-6》이라면 상대도 인정하고있는것처럼 얼마전에야 제품으로 실현된 최신설비인데다가 판매가격이 너무 비싸 미국과 유럽의 회사들에서도 선뜻 돈지갑을 열지 못하고 은근히 만지작거리는 설비이다. 그런데 기술수준이 그리 뛰여나지 못한데다가 살인적인 금융제재까지 받고있는 북에서 《챠일드-5》도 아니고 《챠일드-6》을?! 이건 떠보는 소린가 아니면 허세를 부려보는건가?

《허허, 그런데 홍소장선생은 우리가 <챠일드-6>을 계렬생산하고있다는것을 어떻게 알게 되셨는가요?》

《전번 울라지보스또크전시회때 귀사측에서 <챠일드-6>의 최종모형프로그람을 공개하지 않았던가요. 그걸 보고 우리 기술연구소의 전문가들이 판단해본거지요.》

《그 분석력과 판단력에 놀랄뿐입니다. 그럼 기탄없이 이야기합시다. …

<챠일드-6>은 우리 회사에서도 매우 높은 기종으로 여기는 설비입니다. <챠일드-5>도 실은 몇개 나라 회사들에만 납입되여있는 상태이지요. 그런데 귀사측에서는 정말 <챠일드-6>에 관심을 가집니까?》

《관심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일수도 있지요. <5>와 <6>의 갱신주기와 차이에 대해 알려주실수 있겠습니까?》

《정 알고싶다면야…》하고 고개를 기웃거리던 리성원은 그까짓 설명이야 못해주랴 하며 입을 열었다.

《챠일드-5》는 약 2년 반전에 만든 설비였다. 물론 도이췰란드의 A. G의것에 비하면 부족점이 많지만 그에 비해 값이 눅고 색도와 명암, 립체성 그리고 인쇄속도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은탓에 지금도 요구하는 회사들이 많은편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보다 높은 수준인 《챠일드-6》은 선명성에 있어서 눈섭을 셀수 있는 정도이고 콤퓨터상의 화상확대에서도 립자상태가 절대적으로 안정되여있는것으로 하여 대단한 평가를 받고있었다. 여러가지 특수인쇄기능을 보충한데다가 속도에서는 도이췰란드의 첨단인쇄설비들과 종이 한장의 차이라고 할수 있었다.

설명을 다 듣고난 홍승혁이 《예- 그렇군요.》하며 머리를 끄덕이고는 재차 물었다.

《그러면 <5>와 <6>의 가격차이는 어떻습니까?》

리성원의 얼굴은 서서히 붉어졌다. 이쯤되면 상대측에서도 자기의 의도를 깨닫고 자제할줄 알았는데 거의나 도전적으로 나오는것 같아서였다.

나의 인내성을 시험해보려는건가 아니면 면담에서 용의주도성을 발휘하려는건가.

하지만 리성원은 랭정을 유지하면서 머리속에 새겨두었던 가격을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제꺽 홍승혁의 얼굴표정을 주의깊게 살폈다. 별로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뭔가 생각하는 인상이였다.

《예-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토론을 좀 해보겠습니다.》

홍승혁은 잠시 휴식을 하는것이 어떤가고 제의했다.

리성원이 동의하자 홍승혁이 담배를 좀 피우겠다며 량해를 구했다.

그의 동작을 무심히 지켜보던 리성원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든것을 왼손으로 처리하는데 얼마나 능동자재한지 감탄할 정도였다.

리성원은 지나가는 말투로 한마디 건넸다.

《혹시 무례하고 실례되는 청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귀사의 인쇄설비들을 한번 보았으면 합니다.》

순간 홍승혁은 좀 난처한 기색을 띠웠다.

《사장선생을 실망케 할지 모르겠군요. 아마 사장선생의 눈에 차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챠일드회사와 앞으로 련계를 많이 취해야겠고 또 합작도 필요할수 있으니 반대는 없습니다.》

리성원은 겸손을 차리며 말했다.

《달리 생각지 말아주십시오. 전 다만 알고싶어서일뿐입니다.》

《예, 우리도 압니다. 사장선생이야 원래 상대방을 뿌리까지 깊이 파고드시는 성격이 아닙니까.》

리성원은 긴장해졌다. 한시명부령사의 말은 따르지 않더라도 정신은 바싹 차려야 했다.

마음을 다잡느라 그는 헛기침을 하였다.

이윽고 리성원은 홍승혁일행과 함께 차에 올라 광명기술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에 도착하니 5층짜리 에네르기절약형으로 일떠선 장방형의 건물이 그들일행을 맞이했다.

구내정원은 수림화가 잘되여있었다. 청사복도와 연구실, 생산현장들은 대형통유리로 서로 가름을 했는데 사람들의 움직임과 생산공정들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게 설계되여있었다.

리성원이 보기에 처음엔 광명기술연구소를 과학연구기지로만 알았는데 와서 보니 연구성과와 생산실천을 결합시킨 하나의 종합기업체였다.

긴 복도에 들어서던 리성원의 눈은 저도 모르게 커졌다. 량옆으로 각이한 크기의 전광판들과 직관물들이 배렬되여있었던것이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세계적수준에 도달한 인쇄공업기술의 발전추세와 관련상식들이 주기적으로 현시되고있었다. 그런가 하면 직관물에는 현대적인 인쇄설비들의 작용원리와 표준조작법들이 설명이나 도해의 형식으로 전시되여있었고 건강상식이나 유모아 등 직원들의 휴식에 필요한것들도 눈에 띄였다.

생산현장에서 한창 가동중인 인쇄설비들을 돌아보던 리성원은 속이 띠끔해왔다. 설비형태는 외국산 기존설비들과 비슷해보이지만 후에 개발된 새로운 효과적인 보조장치들을 추가로 도입, 장착한것을 대번에 알수 있었던것이다.

그는 홍승혁에게 시간당 생산실적을 물어보고 인쇄되여나온 제품의 질을 가늠해보았다. 생산의 효률성과 설비의 정밀화수준이 괜찮은것이 알렸다. 자동화, 흐름선화가 실현된 인쇄공정이나 제책공정 또한 예상했던것보다 매우 실용적이면서도 현대적인것이 놀라왔다.

도안창작실이며 설계실, 장치제작실 등 연구단위들의 물질기술적토대도 그만하면 그쯘해보였다.

어느 한 방에 들어가보니 마주보이는 벽면에 붙어있는 여러개의 전광판에 그 무슨 도해 같은것들이 현시되여있는데 주기적으로 수자들이 바뀌고있었다. 한참 보느라니 여러 생산공정들의 구체적인 가동실태와 경영활동정형을 실시간으로 나타내고있었다. 말하자면 해당 기업의 정보화수준을 엿보게 하는 통합조종실이였다.

《눈에 차지 않을겁니다. 우리도 지금 여러 측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있는데 사장선생이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홍승혁의 말에 리성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되니 <챠일드-6>에 흥미를 가지고계실만도 하군요. 여기 기술팀의 잠재력이 여간이 아닌것 같습니다.》

《허허, 우리 기술개발팀의 수준과 능력까지 료해하시렵니까?… 좋습니다. 함께 가봅시다.》

복도를 따라가느라니 좀 널직해보이는 방에 탁상용콤퓨터들이 수십대 놓여있고 그앞에 사람들이 주런이 앉아있었다.

《여긴 무슨 연구실입니까?》

《연구실이 아니라 과학기술보급실입니다. 하루일을 마친 직원들이 여기에 와서 선진과학기술을 파악하거나 원격대학강의를 받는답니다.》

《예-》

걸음을 멈추려는 리성원을 옆에서 홍승혁이 재촉했다.

《자, 갑시다. 이 건너방에 우리 기술개발팀의 연구실이 있습니다.》

리성원은 아쉬운대로 머리를 돌리지 않을수 없었다.

《여기가 우리 광명기술연구소의 기술개발연구실입니다.》

방안으로 그를 안내하며 홍승혁이 큰소리로 말했다.

《동무들, 전번에 울라지보스또크전시회때 만났던 챠일드회사의 리성원사장선생이시오. 알만 하겠지? 우리 회사를 찾아오셨소.》

일에 열중하던 젊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가와 반가이 인사들을 했다.

리성원은 은근히 놀라고말았다. 홍승혁을 봐서는 못해도 기술팀의 나이가 적어도 중년배는 될거라고 생각했던 그였던것이다.

모여온 사람들더러 하던 일을 하라고 이른 홍승혁이 리성원에게 다가섰다.

《공연히 바쁜 사람들을 건드릴 필요가 없이 우리 이 콤퓨터로 오늘면담을 이어가는것이 어떻겠습니까?》

《?!》

주인이 비여있는 콤퓨터앞에 다가가 앉은 홍승혁이 콤퓨터의 시동단추를 누르고 해당한 화일을 찾았다.

《사장선생의 호기심을 충족시키자면 시간이 많이 걸릴것이니 우리가 이번에 연구하여 제작에 들어가려고 하는 인쇄기설계를 간단히 보여드리렵니다. 모의시험에서는 실현가능성이 확증되였지만 아직은 두고봐야지요. 허, 웃지 마십시오. 우리를 도와주는셈치고 한번 봐주십시오.》

홍승혁이 마우스와 건반을 조종하면서 영상표시장치에 어떤 모의가상화면을 불러냈는데 하,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리성원은 이미 지면상의 설계에서도 손을 놓은지가 오랜지라 프로그람에 의한 콤퓨터설계에는 그닥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 광명기술연구소에서는 소장부터가 콤퓨터설계의 능수로 활약하고있지 않는가.

《레이자인쇄설비 같은데요.》하고 리성원이 펼쳐진 도해 같은 화면을 보며 한마디 했다.

《옳습니다. 역시 밝으시군요. 레이자3D인쇄기입니다.》

리성원의 눈은 더욱 커졌다.

물론 챠일드회사에서는 지금 4D인쇄기의 연구제작중에 있다. 그것도 도이췰란드의 설계에 기초한것이다. 헌데 이들은 자체로 3D설비를 설계하고있는것이였다. 말은 3D라고 하지만 이제까지 본것과는 형식이 새롭고 어떤 부분들은 난생처음 보는것들이였다. 일부 기술적측면에서는 자기네 4D를 릉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심이 가슴 한구석에 솟구쳤다.

《이걸 소장선생이 직접 설계하셨는가요?!》

《무슨 말씀을… 우리 젊은 수재들이 해낸거지요. 전 그들의 조수정도에 불과하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내게도 희망이 보인다고 추어주더군요. 허허허.》

하지만 리성원은 웃을수가 없었다. 콤퓨터에서 물러나며 이마를 문지르는 속에서도 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비웃었다.

결코 겉만 보고 평가하는데 습관되여서는 안된다던 좌우명을 언제부터 내자신이 부정해버렸던가.

《그 수재들중의 한사람을 만나볼수 있을가요?》

리성원은 두려운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비쳐보았다.

홍승혁은 그야 뭐 어렵겠느냐며 누군가를 불렀다.

한 젊은이가 그의 앞에 서있었는데 가슴에 단 명찰표에는 박사라는 학위가 밝혀져있었다.

홍승혁이 이름은 김영수이고 나이는 스물아홉살이며 평양기계대학을 졸업하고 박사원을 나왔는데 레이자3D인쇄기설계를 몇달동안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젊은 박사선생의 기술고문은 어떤분인지 알고싶군요.》

《예?》

영수라는 연구사는 반질반질한 이마를 문지르며 말뜻을 몰라 눈만 깜빡거리다가 인차 말문을 열었다.

《아하, 누구의 방조를 받았는가 알고싶으시다는것이겠습니다? 물론 처음으로 발기하고 착상한 사람은 저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이 설계는 어느 개인의 창조물이 아니라 우리 연구팀의 집체적인 성과작이라고 해야 할겁니다.》

리성원은 할 말을 잃고말았다. 이제는 이 인쇄기의 설계기일이 왜 그리도 짧을수 있었는지 리해할수 있었다. 만일 리성원자신이나 챠일드회사의 기술자가 금싸래기같은 연구종자를 쥐였다면 혼자 걷어안고 완성이 될 때까지 검은 베일에 싸두고있었을것이다. 그것의 성공으로 남들보다 더 높은 명예와 보수를 누릴수 있기때문인것이다. 이는 그대로 자기가 걸어온 인생길이기도 했다.

참관을 마치고 청사밖으로 나온 리성원은 홍승혁에게 넌지시 물었다.

《제 생각엔 광명기술연구소의 두뇌진이 젊고 또 전망성이 있는 집단인것만큼 홍소장선생네 힘만으로도 얼마든지 우리의 <챠일드-6> 같은 첨단설비를 제작해낼수 있다고 보아지는군요.》

《허, 사장선생이 혹시 우리를 은근히 시새워하는게 아닙니까? 그러면 오늘 우리 광명기술연구소를 참관시켜드린것이 오히려 랑패로 되겠는데요. 허허허.》

홍승혁은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리 힘으로도 언제든지 할수야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못된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기계공업의 갱신주기가 3년, 아니 1년으로 바뀔 정도로 무섭게 발전하는 시대인데 자기의것만 고집하며 앉아뭉갠다면 바라는 목적을 언제 펼쳐내겠습니까.》

리성원은 그 어떤 깊은 심연속에 빠져드는 자기를 의식했다. 괴롭기는 해도 자기가 오늘 여기를 참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북이 달성하고있는 과학기술의 성과들과 그 심도는 실로 놀라운것이기도 했고 좀처럼 믿기 어려운것이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와 압박을 그악스럽게 받아온 북이 자기의 힘으로 첨단과학을 돌파할수 있는 비결은 과연 어디에 있는것인가.

그것을 누가 한두마디로 말해준다고 해도 리성원의 머리로써는 도저히 리해도 납득도 할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것은 아무리 훌륭한 과학적신념과 천재적인 구상이라도 그것이 실천으로 되자면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의 인생체험이 증명하고있기때문이였다.

절대적으로 자기의 두뇌를 믿는데 습관되여온 리성원은 믿지 않을수 없으면서도 리해하기 곤난한 현실적모순에 부대끼게 된 자기의 처지를 탄식할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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