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11

 

 

이처럼 총성과 포성이 요란하게 울리자 멀미가 나서 주눅이 들었던 시인과 작곡가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거 진짜 전투를 하는것 같구만. 피가 끓어오른단 말이요. 손동무는 어떻소?》

시인의 물음에 작곡가는 기울어진 안경을 바로잡으며 대답했다.

《대단합니다! 이거 정신이 번쩍 드는군요.》

《여보, 애숭이전사도 제구실을 당당히 하는데 전쟁로병인 우린 이게 뭐요? 걸음도 제대로 옮기지 못하니 부끄럽구만.》

《멀미가 나니 어쩌는 수가 없군요. 난 토하고싶은걸 겨우 참고있었는데 이젠 좀 속이 편해집니다.》

그들을 부축해주며 기관실로 가던 박철호는 어마지두 놀랐다.

허! 그러니까 이들도 전쟁참가자들이란 말이지.

련속 날아드는 물보라를 피하려다가 어푸러질번 한 시인이 가까스로 몸의 균형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이크! 바다에 대면 하늘은 퍽 순한셈이요.》

작곡가가 그를 부축하며 동감을 표시했다.

《직승기는 멀미가 그닥 나지 않더군요.》

《땅크나 장갑차도 마찬가지였지. 배를 타는게 제일 어려운것 같소. 처음엔 휘휘 내돌리는게 못 견딜것 같더니 이젠 좀 익숙되는군.》

《예, 해병들에게 망신을 하면 안되겠다고 마음을 도사렸더니 좀 안정됩니다. 견딜만 하단 말입니다.》

《그저 견디여내기만 해서는 안돼. 격동이 되고 흥분이 돼야 해. 그래야 곡이 나오지.》

《벌써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박철호는 그들을 데리고 기관실에 내려갔다.

후끈한 열기와 배기름냄새가 확 풍겼다. 갑판에서 꽁꽁 얼었던 몸이 금시 활 녹는것 같았다.

한걸음 앞서 기관실에 들어간 최정식은 긴장해서 자기를 지켜보는 기관수들에게 벼락치듯 구령을 쳤다.

《화재!》

격벽에 붙은 의자에 앉아서 침착하게 기관운영을 살피던 권중섭은 즉시 일어나며 정황처리를 했다.

《수밀문들을 닫을것! 방화호스에 물을 공급할것! 소화기를 사용할것!》

기관조장의 명령을 복창하면서 기관수들은 비좁고 복잡한 기관실에서도 번개치듯 동작했다.

물뽐프가 돌아가고 길게 늘인 방화호스는 순식간에 순대처럼 팽팽하게 불어났다. 손잡이만 돌리면 바다물이 분수처럼 뿜어나올판이였다. 벌써 누구인가는 소화기를 들고 손잡이를 틀었다. 허연 거품과 함께 소화액이 소리내며 내뿜었다. 자칫하면 기관실이 물바다가 될수 있었다.

최정식은 한손을 홱 저었다.

《됐소! 그만하오.》

기관수들은 방화호스를 거두고 숨을 돌리려 했다. 최정식은 재차 새로운 정황을 주었다.

《주기관과 보조기관사이에 선저파공! 파공직경 30센치!》

《파공을 막을것!》

권중섭은 이렇게 웨치더니 주기관과 보조기관사이에 놓인 발판들을 부리나케 열어제끼고 선저안에 쑥 들어가며 소리쳤다.

《방수베개!》

전동발전기곁에 있던 기관수가 방수베개를 꺼내여 던졌다. 그것을 잡은 권중섭이 재차 웨쳤다.

《판자!》

물막이용판자를 쥔 상급기관수가 선저안에 뛰여들어 기관조장을 조력했다.

《각자!》

《쐐기!》

《쟈끼!》

《망치!》

《도끼!》

기관조장이 부르는 족족 물막기용기재들이 발판을 열어제낀 선저안에 날아든다. 던지는것도 받는것도 어찌도 익숙됐는지 마치 교예를 하는것 같았다.

뚝딱뚝딱!

다급한 망치소리.

따르륵- 따르륵-

쟈끼를 돌리는 소리.

끙끙 용을 쓰는 소리가 나더니 땀투성이가 된 기관조장의 거무턱틱한 얼굴이 발판가림대사이로 쑥 나왔다.

《지휘소! 파공퇴치!》

최정식은 파공부위를 든든히 막았는가를 직접 확인해보려고 선저안에 들어갔다.

박철호는 창작가들과 함께 그쪽에 다가가 긴장되고 호기심이 어린 눈길로 선저안을 들여다보았다.

최정식은 판자와 각자로 꽉 눌러놓은 방수베개를 구두발로 힘껏 찼다. 움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벋쳐놓은 각자를 두손으로 힘껏 밀고 당겨보았다.

역시 끄떡없었다.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선저에서 나온 최정식은 뒤따라나오는 기관조장에게 기관을 끄라고 지시했다.

권중섭은 즉시 내부통화기로 지휘소를 찾았다.

《지휘소! 기관을 끄라는 명령을 받았다.》

부함장의 목소리가 수화기로 울려나왔다.

《알았다, 명령대로 할것.》

《주의! 기관 중속으로!》

기관의 동음이 점차 낮아지고 그에 따라 함의 속도가 떠지는게 감각으로 알렸다.

《기관 저속으로! 기관 정지!》

주기관이 동음을 멈추었다.

최정식이 명령했다.

《보조기관들과 전동발전기, 압축기들도 다 끄시오.》

권중섭은 영문을 알수 없어 고개를 기웃거리면서도 명령대로 했다.

동음이 요란하던 기관실은 그야말로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전동발전기의 조명은 축전지의 조명으로 교체됐다. 기동력을 잃어버린 구잠함은 파도를 타고 심하게 기우뚱거렸다. 어지럼증이 나서인지 륙군복차림의 두 군관은 입을 꽉 다물고 얼굴을 찡그렸다.

도대체 어쩌자는건가?

박철호는 긴장해서 최정식대좌를 지켜보았다.

최정식은 기관조장의 어깨를 툭 쳤다.

《수고했소. 기관수들을 다 데리고 갑판에 나가서 시원하게 바다바람이나 쏘이시오. 날씨가 몹시 추우니 옷을 든든히 입고 나가오.》

기관조장과 기관수들은 영문을 알수 없어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독촉을 받고서야 항해용솜옷을 입고 갑판으로 나갔다.

최정식은 내부통화기로 지휘소를 찾았다.

《지휘소! 기관수들은 화재를 진압하다가 모두 질식되였다. 빨리 기관을 돌리고 초소들에 전기를 공급할것!》

《알았다!》

지휘소에서 부함장이 재빨리 정황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갑판에 있는 초소들에 명령한다.

사격좌지를 차지한 인원을 내놓고 모두 기관실에 갈것!》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기관실로 내려오는 철사다리의 계단을 구르는 소리가 다급히 울렸다.

뒤이어 수밀문이 벌컥 열렸다. 찬기운을 씽 풍기며 포수들과 총수, 수뢰수들이 뛰여들었다. 전투조직표에 따라 이런 경우 그들을 림시로 책임지는 수뢰초소장 김중복이 지휘소에 도착보고를 했다.

《즉시 보조기관과 발전기를 돌려 각 초소들에 전기를 공급할것!》

《알았다!》

김중복은 기관조장의 의자에 앉더니 자신만만해서 소리쳤다.

《보조기관 시동준비!》

그의 지휘에 따라 해병들은 시동준비를 했다.

《시동!》

보조기관과 전동발전기가 돌아가자 축전지로 켜고있던 실내조명의 전원이 바뀌며 기관실이 환하게 밝아졌다.

《주기관시동!》

부함장의 명령을 김중복이 복창했다.

숨을 죽이고있던 주기관은 별안간 집채같은 육중한 몸체를 푸르르 떨며 폭음을 울렸다.

우르릉- 쾅!-

그 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박철호는 귀고막이 터져나가는것만 같았다.

《전진!-》

표류하던 구잠함은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속력증가!》

주기관의 동음이 더 높이 울렸다.

시인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경탄했다.

《모두들 만능해병들이라기에 무슨 소린가 했더니 정말 만능이구만요.》

작곡가는 흥분이 지나쳐서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소리쳤다.

《대단합니다! 제일입니다!》

최정식은 여전히 엄격한 기색으로 기관실에서 나가며 박철호에게 소리쳤다.

《손님들을 데리고 방사폭뢰초소로 오시오!》

시인과 작곡가는 부랴부랴 최정식대좌를 따라가다가 천정에 낮추 가로질러간 까벨선묶음을 이마로 받았다.

《어이쿠!》

이마를 싸쥐고 주춤거리던 그들은 파도머리를 타고 올라갔던 구잠함이 파도곬으로 떨어지며 세차게 흔들리자 몸의 균형을 잃고 발판에 어푸러졌다.

박철호는 얼른 그들을 일으켜주었다.

《주의하십시오.》

시인의 이마엔 밤알만 한 혹이 나왔다. 그는 손으로 혹을 어루쓸며 짜장 두덜거렸다.

《젠장, 골이 터지지 않은게 다행이군. 하마트면 시가 쏟아질번 했소.》

작곡가도 안경을 벗어들고 눈두덩을 비비며 우스개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난 눈알이 터질번 했습니다.》

《까짓거, 뭐라오. 자고로 소경음악가가 더 유명해지는 법이요.》

《그래서인지 이자 눈앞이 번쩍하는 순간에 전투적인 선률이 머리속에 피뜩 떠오르더군요.》

《그렇소? 신통하군. 나도 이마를 지끈 쫓는 순간에 전투적인 시어를 찾아냈소.》

《이번엔 될것 같군요.》

《음, 조짐이 아주 좋소. 신심이 생기오. 우리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오길 정말 잘했소. 휘몰아치는 폭풍, 막아서는 산같은 파도를 뚫고 내달리는 구잠함, 터져오르는 명중의 총포성, 이건 그대로 시고 노래요!》

한손을 추켜들며 떠들어대던 시인은 구조물에 걸채여 또 어푸러질번했다. 박철호가 얼른 그를 부축해주었다.

《조심하십시오.》

《미안하오. 이렇게 비좁고 복잡한 기관실에서도 해병들은 운동장에서 내달리듯 하는구만.》

작곡가도 감탄했다.

《모두들 어찌도 날쌘지 고속으로 동작하는 기계처럼 움직이더군요. 숙련될대로 됐다니까요.》

박철호는 그제서야 생각이 나서 기관수들이 벗어놓은 방탄모를 집어주었다.

《이걸 쓰십시오.》

시인과 작곡가는 괜찮다고 사양했다.

《어서 쓰십시오. 그러다가 정말로 이마가 깨지든지 눈이 터지든지 일이 나겠습니다.》

《뭐라오, 내 이마에 나온 혹은 구잠함을 타고 바다에 나갔댔다는 증거물이지요.》

작곡가가 그 말을 정정했다.

《증거물이 아니라 승선기념품이지요. 협주단에 돌아가면 그걸 보여주면서 뻐겨봅시다.》

《암, 그래야지. 모두들 부러워할거요.》

그들은 즐겁게 웃으며 갑판에 나섰다.

차거운 칼바람이 그들을 당장 날려보낼듯 후려갈겼다. 기관실안이 삼복더위라면 갑판은 대한추위였다. 그들은 이마우로 밀어올렸던 항해모를 눈섭에까지 내리우고 항해복의 목깃단추를 채우고 차거운 물보라속을 뚫고 선수갑판으로 힘겹게 걸어갔다.

방사폭뢰기곁에 서서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던 최정식은 지휘소에 전투정황을 주었다.

《지휘소! 선수방향 3마일앞 수중에 적잠수함이 나타났다.》

부함장의 침착하고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기관동음과 파도소리를 누르며 쩌렁쩌렁 울렸다.

《방사폭뢰 발사준비!

폭뢰투하준비!

기관 전속으로!》

주기관의 동음은 더 힘차게 울렸다. 갑판이 내달리는 표범의 잔등처럼 푸들푸들 떨렸다. 구잠함은 배머리를 더 번쩍 추켜들고 파도머리를 휙휙 타고넘으며 내달렸다. 그 서슬에 맞받아불어치는 해풍은 폭풍처럼 사나와졌다. 물보라가 뽀얗게 흩날려서 앞을 가려보기 어려웠다.

그 세찬 물보라속에서도 홀로 초소를 지키던 김형길은 발사준비를 순식간에 끝냈다.

《지휘소! 발사준비 끝!》

초소장과 조준수가 기관실에 가있기때문에 김형길은 혼자서 발사준비를 한것이였다.

거의 동시에 선미갑판에서도 청높은 보고소리가 울렸다.

《지휘소! 폭뢰투하준비 끝!》

부함장이 웨쳤다.

《주의! 선수갑판에 있는 성원들은 대피할것!》

위험을 예고하는 배고동이 울렸다.

박철호는 손님들을 데리고 급히 대피실에 들어갔다. 두 군관은 방사폭뢰발사장면을 보려고 현창에 다가섰다. 그러나 선수방향에 있는 방사폭뢰초소가 보일리 만무였다. 그들이 안타까와하는데 최정식이 지휘소로 올라가며 소리쳤다.

《정치부함장동무, 손님들을 지휘소에 안내하시오.》

박철호는 손님들을 데리고 서둘러 그의 뒤를 따랐다. 최정식은 손님들을 지휘소의 앞시창쪽으로 끌어당겼다.

《여기서는 방사폭뢰발사장면이 잘 보입니다.》

조용순은 부릅뜬 두눈을 무섭게 번뜩이며 꽉 틀어쥔 주먹으로 허공을 내리쳤다.

《발사!》

꽈르릉!-

요란한 폭음이 울렸다. 물보라가 날리는 선수갑판은 번개불에 비친듯 환해졌다. 발사된 방사폭뢰들이 시뻘건 불줄기를 뒤에 달고 련이어 날아갔다. 방사폭뢰가 떨어진 곳에서 련속 물기둥이 솟구쳤다.

그야말로 볼만 한 장쾌한 광경이였다.

《히야!》

《통쾌하구만!》

시인과 작곡가는 물론이고 엄격하고 랭정한 태도를 취해온 강평원들까지도 경탄을 금치 못했다.

구잠함은 어느새 방사폭뢰가 명중한 곳을 지나가고있었다.

《폭뢰투하!》

추진기가 힘껏 차올린 물기둥이 분수처럼 솟구치는 선미에서 제동을 푼 폭뢰들이 련속 굴러떨어졌다. 구잠함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 장소에 떨어진 폭뢰들은 일정한 물깊이에서 터지며 바다를 통채로 뒤흔들었다.

구잠함은 당장 산산쪼각이 날듯 세차게 진동했다.

돌아서서 뒤창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창작가들은 또다시 어린애들처럼 발을 구르며 환성을 올렸다.

최정식은 이제야 비로소 엄한 기색을 풀며 부함장의 어깨를 툭 쳤다.

《수고했소. 야간훈련은 그만하기요.》

초긴장해서 전투지휘에 여념이 없던 젊은 중위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마에 돋은 땀방울을 손바닥으로 훔쳤다.

전투경보해제신호가 부드럽게 길게 울려퍼졌다.

고동소리의 여운이 잦아들지도 않았는데 함장이 헐레벌떡 지휘소에서 달려올라왔다.

《훈련이 어떻게 됐습니까?》

엄장석은 헐떡거리며 성급히 물었다.

그 목소리와 얼굴색, 행동거지에는 그가 지금껏 함장실에 갇혀있으면서 얼마나 속을 태웠는가 하는것이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최정식은 너그럽게 대답했다.

《마음을 놓소. 동무넨 야간훈련에서 강한 우의 성적을 쟁취했소.》

잔뜩 긴장했던 엄장석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찌나 환한지 지휘소안이 확 밝아진것 같았다.

엄장석은 긍지와 자부심이 어린 목소리로 손님들에게 우리 함의 야간전투항해훈련을 본 감상이 어떠한가고 물었다.

시인이 시를 읊듯이 격정을 터뜨렸다.

《아! 이건 훈련이 아니라 그대로 전투요! 내가 전쟁때 작곡가인 김옥성동무와 함께 적들의 고지를 탈환하는 전투에 직접 참가하고서 가사 <결전의 길로>를 썼는데 이번에도 그에 못지 않는 가사를 써낼것 같습니다.》

작곡가는 흥분을 억제할수 없어 두손으로 가슴팍을 두드렸디.

《정말 통쾌합니다. 방사폭뢰들이 불을 뿜으며 날아가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힘있고 전투적인 곡상을 잡았지요. 피아노가 있어야 한바탕 두들겨볼텐데… 참. 아쉽구만요.》

아침식사시간을 알리는 함선호각소리가 신명이 나게 울려왔다.

최정식은 함장에게 손님들 대접을 하라고 했다.

《창작가선생들이 륙해공군을 다 돌아다니는데 구잠함의 식사질이 어떤가 보여주오.》

엄장석은 쾌히 응했다.

《자, 식사하러 가십시다.》

시인과 작곡가는 깜짝 놀랐다.

《아니?! 언제 식사를 준비했습니까?》

엄장석은 별치 않은듯이 대답했다.

《전투항해훈련을 하면서 동시에 했지요.》

《이런 날바다우에서 어떻게?》

《그럼 바다에 나와선 굶고 지내겠습니까. 땅에 있을 때보다 더 잘 먹어야지요. 어서 가십시다.》

식당에서는 푸짐한 식탁이 그들을 기다리고있었다. 통김치와 동치미, 청어졸임, 깍두기처럼 썰어서 사탕가루를 묻힌 빠다, 신선한 사과, 삶은 닭알, 고추장, 김이 몰몰 피여오르는 순대와 편육, 고추가루를 벌겋게 친 내포국이 달짝지근하면서도 엇구수한 냄새를 풍겼다. 취사복을 입은 갑판장이 인심 후한 주부처럼 내포국을 떠주며 어서 들라고 친절히 권했다. 돼지를 잡고 순대까지 하노라 밤을 꼬박 새운 그였지만 조금도 피곤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시인과 작곡가는 입을 딱 벌렸다.

《히야! 이거야 잔치상이 아닙니까.》

시인이 탄성을 올리자 작곡가가 넌지시 물었다.

《식사질이 늘 이렇게 높습니까?》

 최정식이 흐뭇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이였다.

《내가 뭐 이 동무들에게 식사를 특별히 준비할 시간이나 주었습니까. 이걸 먼저 맛보시오.》

그는 빠다그릇을 손님들에게 밀어놓았다.

《해군특산물인 빠다깍두기요. 이건 멀미를 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먹을수 있소. 가만, 정치부함장이 왜 보이지 않소?》

내포국에 밥을 말던 엄장석이 대답했다.

《부함장동무와 함께 항해당직을 서고있습니다. 제가 먼저 식사를 하고 교대해주어야 합니다.》

최정식은 생각깊은 눈길로 내포국과 순대를 지켜보았다. 성급히 밥을 퍼먹던 엄장석은 의아해서 물었다.

《대좌동진 왜 보기만 하십니까?》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구만.》

최정식은 수저를 멈춘 창작가들에게 어서 들라고 손짓을 했다.

《내포국맛이 어떻습니까?》

시인이 탄복했다.

《이렇게 맛좋은 내포국은 처음 먹어봅니다. 돼지를 방금 잡아서 그런지 고기와 국물이 막 달콤합니다.》

《그 돼지를 정치부함장동무의 안해가 길렀습니다.》

창작가들과 판정성원들은 잠시 식사를 멈추고 최정식대좌를 바라보았다.

《정치부함장동무의 아주머니가 어렸을 때 놈들이 퍼붓는 함포탄에 상해서 하반신을 잘 쓰지 못하는데다가 임신까지 했는데 그 몸으로 100키로가 넘는 돼지를 길러 구잠함에 보내주었단 말이요.》

식당안은 삽시에 조용해졌다. 식사를 하던 해병들도 수저를 쥔채 최정식대좌를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였다.

《무엇때문이겠소? 해병들을 위해서지. 해병들이 건강해서 조국의 바다를 철벽으로 지키고 위대한 수령님께서 명령을 내리시면 철천지원쑤인 미제침략자들을 쳐부시는 통일항로의 앞장에 서라고 이렇게 온갖 성의를 다하고있소.

이 통김치와 동치미도 군관 안해들이 식품가공소에서 만든거요. 어서들 드시오.》

모두들 가슴뜨거운 생각에 잠겨 식사를 했다.

내포국을 한그릇 더 먹고나서 땀을 뻘뻘 흘리며 먼저 일어서는 함장을 쳐다본 최정식은 손님들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비행사들의 식사질보다 못하지 않지요?》

시인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예, 내 보기엔 해군의 식사질이 더 높은것 같습니다.》

《음, 해군의 식사질이 높다는데 대해서는 코대가 높은 비행사들도 인정을 했지요. 언젠가 우린 항공대와 협동타격훈련을 했소. 그때 항법사들이 구잠함을 타고 바다에 나가 며칠 지냈는데 고등어에 이면수, 방어, 문어를 비롯한 고급어족들로 료리를 해서 잘 먹여주었더니 두손을 번쩍 들더구만.》

최정식은 수저를 놓고 항복하는 시늉을 했다.

모두들 호탕하게 웃었다. 자부심과 긍지에 넘친 웃음이였다.

《난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소.

당신네 비행사들은 쵸콜레트까지 먹으니 우리보다 식사카로리가 높은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음식이 더 맛있다, 당신들은 귀공자들처럼 료리사들이 해서 차려주는 음식을 먹지만 우리는 보다싶이 음식을 제 손으로 만들어먹는다, 음식은 제 손으로 만들어야 구미에 맞는다, 또한 당신들은 하늘에 올라갔다가 땅에 내려와서 식사를 하지만 우린 출렁이는 바다우에서 식사를 한다, 그래서 입맛이 당기고 소화도 더 잘된다 하고 말이요.》

시인이 동감을 표시했다.

《옳습니다. 기차려행을 할 때 누구나 밥맛이 부쩍 나는것과 마찬가지지요.》

작곡가도 맞장구를 쳤다.

《바다에야 물고기에 바다나물, 섭과 조개를 비롯해서 먹을게 많지요. 그런데 하늘엔 그런게 없단 말입니다. 새들이 있긴 하지만 비행기로 새를 잡을수야 없지요.》

《하하! 창작가선생들이 완전히 해군편이 됐구만요.》

모두들 손수건으로 불깃불깃해진 얼굴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일어나는데 함장과 교대를 하고 식당에 내려온 박철호가 소리쳤다.

《어서 선수갑판에 나갑시다.》

식사도 하지 않고 서둘러대는 그에게 최정식이 물었다.

《왜 그러나?》

《몇분후에 해가 뜹니다.》

모두들 서둘러대며 갑판에 나갔다.

그처럼 사납게 갈개던 바다가 얌전해졌다. 물면우에 낮추 드리웠던 짙은 안개가 피여오르며 설피여진다. 저 멀리 꿈틀거리는 수평선상에 장미빛노을이 우렷이 비끼기 시작했다. 어둠과 안개속에서 하늘과 맞붙은것처럼 보이던 바다가 이제야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것이다. 세차게 불던 바람도 한결 약해졌다. 맹수처럼 날뛰던 바다는 이제야 진정한듯싶다. 드넓은 물면은 소리없이 부풀어올랐다가는 잦아들고 또 부풀어올랐다가 잦아들군 한다. 마치도 큰일을 치르고나서 안도의 숨을 쉬는듯 하다.

점차 뚜렷해지는 수평선상에 노을은 더 진하게 불타며 창공으로 퍼져나갔다. 노을빛이 곱게 어린 드넓은 바다는 수태를 머금은 새각시마냥 얌전하면서도 눈부실 지경으로 아름다와졌다.

작곡가가 흥분을 누르지 못하고 침묵을 깨뜨렸다.

《히야! 정말 멋진데요.》

시인도 탄복하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음, 바다에 나오지 않고서는 볼수 없는 경치요.》

박철호는 긍지높이 자랑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제 해가 솟을 때의 바다경치는 정말 볼만 합니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장관이지요.》

모두들 약속이나 한듯이 숨을 죽이고 수평선을 지켜보며 해돋이순간을 기다렸다.

이럴 때면 매양 그러하듯이 박철호는 자기의 가슴속에 벅찬 감격과 숭엄한 감정이 밀물처럼 그들먹이 차오르는것을 느꼈다. 그것은 오늘도 조국의 바다를 굳건히 지켜냈다는 수호자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충만된것이였다. 군항에서 볼 때도 그러하지만 이처럼 바다에서 보는 해돋이장면은 각별히 숭엄하고 아름다왔다.

장미빛노을이 더 진하게 비끼는 수평선에 이윽고 붉은 점이 나타났다. 그것이 분분초초로 커지면서 둥근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수평선은 붉은빛에 물들어 쇠물처럼 이글이글 끓어번진다. 이때 누군가 보이지 않은 쇠장대로 용광로의 출선구를 뚫러놓은듯 은백색으로 눈부신 아침해빛이 출렁이는 바다에 쏟아졌다. 해빛은 넘실거리는 파도우에서 금빛으로 번쩍이며 점차 폭을 넓히며 길게 퍼져나왔다.

박철호는 심장이 달아오르고 눈굽이 뜨거워졌다.

감회도 새로운 못 잊을 그날 군항을 통채로 뒤흔들던 만세의 환호성이 지금 이 시각 출렁이는 금빛파도에 실려 메아리쳐오는것만 같았다.

구잠함의 갑판에 몸소 오르시여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해병들에게 손저어 답례를 보내주시던 위대한 수령님, 그이의 모습은 수평선에 솟아오른 아침해처럼 밝고 따뜻하고 한없이 자애로우시였다.

《오!-》

선수갑판에 나와서 해돋이를 바라보던 해병들이 북받치는 격정을 터치며 환성을 올렸다.

갈매기들도 끼야! 끼야! 신이 나서 노래부르며 춤을 춘다.

《이렇게 바다에 나와 해돋이를 볼 때면 군항에 몸소 찾아오셨던 어버이수령님을 또다시 뵈옵는것만 같아 격정을 금할수 없습니다.》

박철호는 두눈을 슴벅이며 목메인 어조로 그날의 감격을 토로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몸소 우리 함의 갑판에 오르시여 짠물이 밴 우리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며 고향은 어디인가? 부모님들은 편안하신가? 함선생활에서 애로는 없는가고 친절히 물어주셨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애로도 없다고 대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수령님께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듯 동행한 일군들에게 해병들은 파도사나운 날바다우에서 훈련을 하고 전투임무를 수행하기때문에 더 잘 입히고 더 잘 먹여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하시였습니다.

기어이 조국을 통일하고 남해의 기슭에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실 우리들의 불타는 결의도 들어주신 수령님께서는 해병들의 사상적각오가 높다고 치하하시면서 모두 날바다우에서 펄펄나는 일당백의 싸움군이 되여야 한다고 강조하시였습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현지지도하신 뜻깊은 날인 10월 3일을 전술번호로 선제에 크게 써놓고 모두가 현지교시관철에 떨쳐나섰다. 하여 함은 2중붉은기함의 영예를 지녔고 누구나 함의 모든 초소에 정통한 만능해병으로 자라난것이였다. 수뢰초소장도 흥분해서 말했다.

《우리는 만단의 전투준비를 갖추고 수령님께서 명령만 내리시기를 고대하고있습니다. 명령을 받으면 우리 함은 통일항로의 앞장에서 내달리며 가증스러운 해적선들을 모조리 까부시렵니다.》

그들의 말을 새겨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던 시인의 두눈이 별안간 번쩍 빛을 뿌렸다. 그는 흥분해서 몸을 부르르 떨더니 한손을 추켜들며 소리쳤다.

《아! 떴소!》

뜨다니? 도대체 뭐가 떴다는건가?

그게 창작가들이 령감에 사로잡히거나 기발한 착상을 했을 때 흥분해서 웨치는 소리라는걸 알지 못하는 해군군관들은 어리둥절해졌다.

《우선 제목부터 고치기요! <우리는 일당백으로 준비되였다>가 아니라 <수령이시여 명령만 내리시라>, 이렇게 말이요.》

작곡가는 쌍수를 들어 찬성했다.

《좋습니다! 그게 가사의 핵입니다.》

《가사는 이렇게 다듬기요.》

시인은 가사를 랑송한다기보다 내뿜었다.

 

        …

        결전에 부르는 당의 목소리

        우리들의 젊은 피 끓게 하누나

        병사들은 힘차게 보고하노니

        우리는 일당백 준비되였다.

 

시인은 작곡가에게 물었다.

《어떻소?》

《좋습니다! 계속하십시오.》

 

        하나의 강토와 민족을 둘로 가른 놈

        오늘 또다시 우리 땅에 불질하련다

        수령이시여 우리들에게 명령만 내리시라

        단숨에 달려가

        원쑤 미제 이 땅에서 소탕하리라

 

가사를 랑송하는걸 듣기만 해두 가슴속에서 피가 끓고 멸적의 투지가 용솟음쳤다.

이번엔 작곡가만이 아니라 해군지휘관들까지도 《정말 좋습니다!》하고 소리치며 박수를 쳤다.

작곡가가 두손으로 피아노의 건반을 치는 동작을 하며 박철호에게 물었다

《이거! 이거 없습니까?》

《피아노 말입니까?》

《손풍금이나 바이올린도 됩니다.》

《그런거야 있지요. 우리 함엔 손풍금을 아주 잘 타는 동무도 있고 가사를 쓰고 작곡을 하는 재간둥이도 있습니다.》

《그럼 그들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예, 잠간만 기다려주십시오.》

박철호는 창작가들에게 형길이를 소개해주고 그의 전망문제를 의논해볼 기회가 생긴걸 기쁘게 여기면서 교양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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