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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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침 매코노이는 수면부족과 신경과민과 어쩔수 없는 공포와 불안에 충혈된 눈으로 《한국》의 고위급벼슬아치들과의 비밀회합을 열었다. 밤새 수차례에 걸친 국무성과의 암호전화를 나눈 뒤끝이다. 비서관에게는 회의도중에도 시위형편을 수시로 계속 보고해야 한다고 지시한 후 고관들 하나하나를 쏘아보며 천천히 말하였다.

《미국정부나 본관은 3. 15선거가 부정선거였다는것, 학생들의 민주주의적의거가 정당하다는데 대해 한두번만 말하지 않았소. 국제여론도 이것을 부인하지 못할것이요.》

무능한 장관들은 매코노이가 저들의 간계로써도 국제여론을 다 속이지 못하고있다는것을 느끼기때문에 이 비밀회합에서까지 강조하고있다는것도 간파하지 못하고 그저 벌벌 떨기만 하였다. 더구나 내무부 장관은 머리속에 헝클어진 거미줄이라도 꽉 차있는것처럼 그놈의 말이 한마디도 리해되지 않았다.

(당신은 며칠전까지도 란동을 진압하는데 살상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그럴 용기가 없으면 목을 떼겠다고 하지 않았소?)

그는 하마트면 그렇게 소리칠번 하였다.

《본관은 귀하들과 지척에서 조석을 같이하는 동안 이미 신뢰감을 잃었소.》

매코노이는 코가 멘 소리로 그렇게 말하였다. 랭랭하기가 얼음장같던 매코노이입에서 그런 말을 듣는 장관들은 오히려 더욱더 불안하여 가슴이 떨렸다.

그때 시위의 형편을 보고하는 비서관의 전화가 왔다. 매코노이의 얼굴에서는 방금전의 가식된 온정조차 삽시에 사라지고 장관들이 늘쌍 보아오는 랭랭한 표정보다 더 날카로운 눈초리가 그들 하나하나를 쏘아본다.

《사태는 한국을 원조하는 미국으로서 그냥 수수방관할수가 없어졌소. 현 사태를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리로울것은 공산주의자들밖에 없소. 이에 있어 본관은 당신들의 일치거국의 용단을 바라마지 않소.》

《일치거국》의 용단이란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폭도》들과의 더 치렬한 대결? 아니면 우리에 대한 무자비한 해임?

생각만 해도 두려움에 몸서리가 쳐졌고 통분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장관들의 기분을 알아차린 매코노이의 두눈은 사나와졌다.

《목하의 정황은 일각의 유예, 한치의 주저도 용서하지 않소!》

무거운 침묵이 엄습하였다. 장관들의 이마에는 비지땀이 번지르르하게 내배였다. 갑자기 머리속이 텅 비면서 방안이 몹시 무더웁게 생각되였다. 절망에 빠진 그들은 벼락이 떨어질 시각을 기다리는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장관들의 겁에 질린 해괴한 꼴을 둘러보자 침착하려고 애쓰던 매코노이는 별안간 마음속이 뒤번져졌다. 그는 칼로 그들의 낯짝들을 허비여대듯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을 그대로 장관벼슬자리에 두고서는 란동을 멈출수 없단 말이요. 정치를 한다는것들이 사태를 이 꼴로 만들어놓고도 아직 자리를 놓기 싫어하니 정말로 해괴하오. 미국은 15년간 한국에 막대한 돈을 들였소. 그 한국이 위험에 처해있단 말이요. 당신들의 머저리놀음같은 정치로 해서 이 지경이 되였단 말이요. 그런 당신들을 그대로 두어야 옳겠소? 모두 즉각 물러나시오!》

매코노이는 할 말을 다하였다. 인민들의 압력밑에 완전히 피동에 빠진 주《한》미기관들은 그밖에 사태를 수습할 아무런 방책도 없었던것이다. 총탄과 땅크의 위협에도 물러서지 않는 봉기를 상상하지 못하였었다. 참기도 하고 성도 내고 하지만 매코노이는 벼랑끝에 서있는것 같은 현기증을 느끼면서 다가오는 한초한초를 모면하기 위하여 자신없는 화투를 치고있는것이였다.

이것으로 리승만을 제외한 모든 괴뢰벼슬아치들을 해임시켰다. 그러나 밖에서는 여전히 노호하는 군중의 웨침과 발구름소리가 계속되고있었다.

그런데 타격이 심한 장관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저으기 매코노이를 시끄럽게 하였다. 제때에 일어서는것도 총명한 방문객만이 할수 있다. 실무가 매코노이는 문뜩 모멸에 차서 말하였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을것이요!》

장관들은 빈 자루처럼 되여 방문을 나선다. 혼자 남게 되자 매코노이는 빼람에서 양주병을 꺼내여 병채로 들어마셨다. 빈 양주병을 한손에 든채 딸꾹질을 하면서 비칠거리던 그는 군중의 웨침소리를 막으려는듯 두손으로 귀를 가리우고 혼자 소리쳤다.

《반항하는자는 무자비하게 죽여야 한다! 손발에 걸채이는자들은 벼랑밑에 처넣어야 한다.》

갑자기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방 한가운데 우뚝 선채 들어오라고 하였다. 비서관이 당황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뭔가?》

비서관은 매코노이가 한손에 양주병을 들고있는 한심한 꼴도 눈치채지 못하고 헤덤비면서 일등서기관 치킨겐이 총에 맞아 죽었다고 말했다.

《누가, 누가 쐈어?》

《아무도 쏘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류탄에 맞아…》

《닥쳐!》

매코노이는 들고있던 술병을 휙 집어던졌다. 그래도 그것은 깨여지지는 않고 어디론가 디그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첩보로 기른 깡패들은 시위가 시작되자 겁을 집어먹고 신통한 정보자료들을 내놓지 못하였다. 초조해진 매코노이는 하는수없이 치킨겐에게 직접 거리에 나가 정보를 수집해오도록 명령하였던것이다.

첫 충격이 지나자 매코노이의 가슴은 점점 불안으로 뒤범벅이 되였다. 죽은것이 치킨겐이 아니라 미국인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던것이다. 매코노이는 취기가 오르기 시작한 자기의 얼굴을 한손으로 마구 쓸어내리면서 물었다.

《시위는?》

《중앙청앞 저지선이 돌파되였습니다. 땅크들이 학생들의 손에…》

《뭣이?…》

매코노이는 못박힌듯이 우뚝 섰다. 그의 뻘개졌던 취기는 한순간에 가시고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파랗게 질렸다. 아래층에서부터 당황한 졸개놈들의 란폭하게 문을 여닫는 소리며 황겁한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인제는 마지막화투장을 내댈수밖에 없다.

《리승만을 빨리 벼랑에 처넣으시오!》

《네?》

비서관은 말뜻을 리해할수가 없어 차렷자세로 반문하였다.

《리승만에게 빨리 하야성명을 내라고 촉구하란 말이다!》

비서관은 황황히 뛰여나갔다.

며칠후 그는 몇몇 기자들을 만났을 때 죽은 일등서기관 치킨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는 과감한 청년이였소. 그의 소원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한국의 애국청년들과 운명을 같이하는것이였소. 그의 소원은 이루어졌소. 이것으로써 미 량국간의 우의는 더 두터워지리라 확신하오.》

매코노이의 얼굴은 해쓱하였다. 속심을 감싸는데 어지간히 솜씨가 있는 그였지만 치킨겐의 죽음을 미화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이 엄습하여 말을 더듬거리면서 온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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