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 회)

제 3 장

12

 

다섯명의 대표는 10시에 백사장네 집 정문에 도착하였다. 초인종을 눌렀다. 하인 하나가 급한 걸음으로 뜰을 지나오고있었다.

《누구요?》

《ㄷ방직에서 왔소.》

하인은 도전하듯 버티고 서있는 로무자대표들을 보자 겁나는 얼굴로 기다리라고 한 후 다시 들어갔다.

쇠살창문안으로 넓은 정원이 보인다. 얼어붙은 못과 분수 그리고 정자, 정자너머에는 커다란 온실, 가지만 남은 나무들, 다시 하인이 나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쇠고리에 매인 세퍼드가 으르렁거렸다. 다섯 대표는 정원을 살피며 말없이 걸었다. 온실의 물기어린 유리창너머로 싱싱하게 자라고있는 갖가지 화초, 더구나 소담한 열대성나무들이 보였다. 온실너머에는 커다란 차고가 있는데 석대의 자가용차가 그대로 들어있는것으로 보아 창락이가 틀림없이 집에 있는 모양이였다.

《잘사는군!》

2직조 대표로 온 청년이 비웃듯이 말하였다. 깊숙한 두눈에 적의를 담고 주위를 둘러보던 언년은 이를 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꾸하였다.

《우리의 피와 살에서 짜낸 이 집안의 모든걸 커다란 쇠망치로 짓부셨으면 좋겠어요.》

앞서 걷던 하인이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나 말이 없고 온순한 도흥령감만은 숫제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그는 상대방에 대항해야 하는 대표로서의 책임을 지닌 자기자신이 못미더운듯 푹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그때 뒤에서 그리 크지 않은 소리의 언쟁이 들렸다.

《당신은 뭐요? 백사장의 노복이면 안내나 하시오.》

어떤 두 젊은 청년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이 집 하인과 다투고있었다.

《로무자대표들이 저기 들어가는군, 따라들어갑세.》

그들은 성큼성큼 들어왔다. 개가 요란히 짖어대였지만 두 청년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로무자들에게로 다가와 먼저 악수를 청했다.

《ㅅ신문에서 왔소. 굳세게 싸우기를 바랍니다.》

《ㄱ신문에서 왔습니다.》

지혜에게서 비밀이 보장되지 못하였다는 급보를 받은 권범은 대표들의 가능한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두 기자를 보낸것이다.

그들은 응접실로 안내되였다. 대표들은 저들의 판자집생활과는 너무도 다른 실내장치며 값나가는 가구들앞에서 잠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서있었다. 그러나 두 기자는 누가 권하지도 않는데 탁자 하나를 구석에 옮겨놓더니 어깨에 메고 온 사진기며 록음기들을 내려놓고 전기선과 련결을 시키면서 대표들에게도 안락의자를 권한다.

《앉으십시오. 다 당신들의 피와 땀이 배여있는 물건들이요. 진정한 주인은 당신들입니다.》

그때였다. 출입문이 소리없이 열리더니 난데없는 두 사내가 들어섰는데 록음기를 보자 표독스런 눈총을 쏘았다. 그들을 흘깃 쳐다본 ㅅ신문기자가 웃으며 알은체를 하였다.

《최주임, 오랜만입니다. 인사하게, ㄷ경찰서 사찰계주임님일세.》

그는 같이 온 동업자에게 그렇게 말하고나서 천천히 담배를 꺼냈다. 번들거리는 가구와 훈훈한 난방, 푹신한 안락의자들은 앉아있기에는 아주 편하고 푸근하였지만 방안공기는 처음부터 살벌하고 격하였다.

두 형사녀석은 담벽에 기대선채 대표들의 우아래를 훑어보면서 그들도 담배를 꺼낸다. 도흥령감은 그자들의 시선이 찌르는듯 하여 고개를 숙인채 방바닥에 깐 모전만 들여다본다. 기태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고 기자들이 움직이고있는것만 지켜보고있었고 언년은 적의를 담아 형사들의 깔낏한 눈초리를 마주 쏘아보고있다.

돌연 어디선가 피아노소리가 들려왔다. 굴듯 하는 련발음뒤에 불안한 불협화음의 란타, 한편 벽 절반쯤을 차지한 커다란 어항에서 기이하게 생긴 열대어며 금붕어들이 피아노소리에 놀란듯이 부산스레 왔다갔다하였다. 피아노소리는 그러지 않아도 살벌한 방안의 공기를 더욱 격하게 흔들어놓는다.

30분이나 더 기다려서 살이 지고 촌스럽고 험하게 생긴 백사장이 림억규를 데리고 사나운 표정으로 들어섰다. 탁자우의 록음기를 보자 숱진 눈섭이 움씰거렸는데 두 기자가 빙그레 웃는다.

오래동안 쌍방이 다 아무 말 없었다. 하녀가 백창락이와 림억규에게만 차를 가져다주었다. 드디여 백창락이가 배를 내밀고 앉은채 소리를 친다.

《시간이 없다. 빨리 할 이야기를 해라!》

도흥령감이 천천히 일어서더니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요구조건을 적은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꺼꺼부정한 어깨를 펴지 못한채 백사장앞으로 걸어나가 종이를 탁자우에 올려놓더니 그대로 돌아왔다. 도흥령감은 백창락이가 ㄷ방직공장을 불하받기 이전부터 틀거리공으로 일하고있던 공장에서 가장 오랜 로무자였다. 과로에 년령보다 일찍 어깨가 구부러졌는데 말하자면 뜨락의 분수며 값비싼 열대성금붕어를 위해 그의 그렇듯 건장하던 뼈대가 휘여진것이다. 자기 할 일을 끝마친 도흥령감은 맥없이 의자에 덜컥 주저앉는다.

《받아보게.》

백사장은 손도 내밀지 않고 억규를 향해 턱으로 종이를 가리켰다. 림억규가 종이를 집어들자 기자들이 재빨리 달려와 억규곁에 선채로 10개항목의 요구조건을 꼬박꼬박 수첩에 적었다. 백창락은 요구조건 같은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표들에게 또 소리를 쳤다.

《주모자가 누군가?》

잠시 대답이 없다.

《주모자가 누구냐 말야?》

도흥령감이 우무적우무적하다가 일어서더니 공손히 두손을 마주잡고 뜨직하게 대답하였다.

《주모자란 없습지요. 구태여 말한다면 저올시다.》

《괘씸한 두상! 나이개나 건사한 녀석이 젊은애들에게 섭쓸려 이 모양인가?》

채 앉지 못했던 도흥령감은 반쯤 일어선채 또다시 대답하였다.

《사장님, 나이들면 제 자식이 굶는게 더 가슴이 쓰리답니다. 제가 오고싶어 왔겠습니까. 자식, 손주들이 무리죽음을 하게 되여 할수없이 찾아온게 아니겠수?》

그러자 림억규가 꽥 소리를 쳤다.

《누구보다 임금을 많이 받고있는 주제에 그걸 말이라고 해? 이 덜돼먹은 령감태기가!》

그러자 도흥령감이 굽혔던 허리를 폈다.

《내 ㄷ방직에 30년을 다녔소. 백사장과도 15년을 일했소. 처음에는 나도 팔팔하게 젊은 총각이였드랬소. 그러나 이 ㄷ방직에서 령감태기라 천대하여 그렇게 늙었소. 늙기만 했지 식구들의 옷 한벌, 이불 한채 변변하게 마련해준게 없소. 그렇지만 사장의 재산은 15년동안에 몇백배, 아니 몇천배로 부풀어올랐소. 그런데 뭐가 아직 성차지 않아 임금을 낮추고 수모를 하오?》

《누가 임금을 낮추던가?》

림억규의 물음이다.

《25등급임금제는 사실상 임금이 낮아진거지요.》

《령감이 낮아졌나?》

《나는 공장 전체 로무자의 대표지요. 우리 사람들은 내가 ㄷ방직에 30년이나 있었으니 로무자들의 딱한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해서 나를 대표로 보낸것이요. 그렇다고 우리가 비라리청을 하러 온것은 아니요. 우리가 사람답게 살수 있으리만큼의 임금은 받아야 하고 대우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소. 거기 씌여진 열개 요구조건은 말하자면 로무자들이 굶어죽지 않고 과로해서 쓰러져 죽지 않으리만큼의것이요.》

그의 말에는 한푼의 과장도, 털끝만 한 거짓도 없었다. 도흥령감은 말하는 도중에도 자기가 정당하며 비굴하지도 않다는것을 점점 더 당당하게 느낀다. 그러자 쌓이고쌓였던 생각들이 스스로 뜻하지 않게 샘솟듯 거침없이 풀려나오는것이였다.

《로무자들의 피와 땀을 짜내는데도 렴치가 있소. 수모를 하는데도 한도가 있소. 사람이라면 량심이 있는 법이요. 자기 공장에서 일하다 팔목이 떨어져나간 사람을 당신들은 치료비도 안 주었을뿐아니라 내쫓았소. 뒤늦게나마 지불해야 하오. 배가 고프고 힘이 진해서 쓰러지는 사람들에게 먹을것을 줄 대신 주먹으로 때리고있소. 당신들은 시래기범벅을 먹고 열세시간씩 일해낼것 같소? 열세시간은 고사하고 한시간도 버티여내지 못할거요. 당신들은 말하겠지요? 굶는것이 싫고 매맞는것이 싫으면 공장에서 나가라고! 그렇소, 로무자들은 그것이 겁이 나서 참지 못할것을 참고있소. 올망졸망 피기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억울한것도 참고 힘든것도 참아왔소. 30년을 있었으니 내가 기중 많이 참아왔소. 나자신도 어이없도록 참아왔소.》

도흥령감은 떳떳하게 이야기했다. 갑자기 젊어져보였고 체구도 커보였다. 어깨도 편것 같다. 그는 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어 단호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렇지만 인제는 더는 참을수가 없어졌소. 참을성이 모자라서가 아니요. 더 참는다면 인제는 죽을수밖에 없기때문에 내가 죽으면 아이자식들이 더 불쌍해지겠기때문에 참을래야 참을수가 없어졌소.》

두 기자는 침통한 표정으로 듣고있었다. 록음기는 서서히 돌아간다. 백창락의 얼굴이 시뻘개지면서 살진 두볼이 흠씰흠씰했다. 그는 소리쳤다.

《최주임, 우리 공장에 언제부터 빨갱이가 생겼소? 전염병균처럼 공장전체에 퍼진게 아닌가? 가진것도 없는것들이 온순하지 못하고 밸을 부릴 때는 무슨 병집이 생겼단 말야. 최주임은 우리 공장에 있는 빨갱이놈들을 왜 그냥 두고 기르고있나?》

사찰계주임은 무표정한채 백사장의 말을 듣고있었다. 이러나저러나 살아나가려면 ㅅ구역에서는 백사장의 재부에 기대야 하는것이다. 그런 그는 내색은 하지 않고 속으로 멸시에 차서 중얼거렸다.

(빨갱이잡기가 그렇게 헐한줄 아는가?)

도흥령감은 또 말을 계속한다.

《로무자들이 온순하다구요? 그렇지요. 나리 눈에야 미물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사장은 거짓말을 하고있소. 사장은 결코 우리를 온순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소. 임금을 지불하는 날이면 깡패새끼들이 회계과아근에 우글우글하오. 기아임금이라 불상사가 일어날것 같아 겁이 나서 그런다는것을 우리가 모르는줄 아시오? 오늘도 우리가 온다는것을 알고 저 사람들을…》

그는 형사들쪽을 보았지만 아무 말 안했다. 쓸데없는 충돌을 피하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붉으락푸르락하던 백사장은 차주전자가 춤을 추다가 밑에 떨어지도록 탁자를 주먹으로 갈기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 무지막지한것아! 썩 나가지 못할가!》

도흥령감은 태연히 서있었다. 그의 태도도 훌륭하였다.

《더 있을 필요도 없소. 당신에게 우리 의사를 전달하러 왔으니까 우리의 의사는 그 종이에 다 적혀있소. 하지만 알아둘것은 그 요구조건이 간청이나 구걸이 아니라는것이요. 응당 가져야 할 로무자들의 권리요.》

그는 끝까지 참을성을 잃지 않았고 할 말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한가지만 묻겠소.》 하고 말한것은 기자였다. 로무자대표들에게가 아니라 백창락을 향해서 말했다.

《로무자들의 요구조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지요?》

《나는 아직 보지 않았소.》

사실 그는 림억규에게 종이를 넘겨준 후 그 한자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기자는 웃으며 다시 물었다.

《언제쯤 보시겠습니까?》

《틈날 때 보게 되면 보겠소.》

《25등급임금제를 페지할 생각은 없으신지?》

《없소. 요즘 일본상품에 눌려 상품이 팔리지 않아 결손투성이요.》

《그 말은 25등급임금제가 실질상 임금인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리고 요구조건 셋째 조항인 구타를 일삼는 감독들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나는 구타한 사실을 모르오.》

《25등급제를 실시하는 리유는?》

《생산에 대한 의욕을 증가시키기 위해서요.》

림억규가 대신 대답하였다.

《임금을 낮춘다면 생산의욕이 감퇴되지 않습니까?》

《임금을 낮춘 일 없소.》

《우리는 회계과에서 25등급제 실시이전과 이후의 임금총액을 알아보고 왔습니다. 80만원의 차이가 있더군요.》

그 말에 림억규가 성이 나서 또 참견을 하였다.

《80만원이란 백사장님의 한달수입에 비기면 새발의 피요. 그까짓 돈때문에 실시하겠소? 기술이 향상되면 등급제를 높일 생각도 해야 하지 않소?》

《로무자들이 80만원을 벌려면 30년이 걸리오.》

한 기자가 비웃음을 담고 말하자 백창락이 책상을 탕 치며 불호령을 했다.

《당신들은 공명정대해야 할 기자요. 에잇… 용공분자놈들 같으니라구. 주임, 경찰은 용공분자들이 네활개를 펴고있는걸 보고 가만있겠소?!》

자존심이 손상당한 주임은 대답을 하지 않고 무표정한채 서있었다. 백창락은 부들부들 떨면서 벌떡 일어섰다.

《똑똑히 듣거라! 너희들이 앞으로 이렇게 불온하게 굴다가는 감옥행을 면치 못하리니!》

그때 언년이가 벌떡 일어섰다.

《감옥을 누가 두려워할줄 알아요. 당신 역시 똑똑히 알아두세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때는 우리에게도 각오가 있다는것을 알아두어야 할거예요. 지금도 우리는 감옥보다 낫게 사는게 없어요! 뭐가 무서워 당신의 고함소리에 떨겠어요?!》

도흥령감은 힘껏 모자를 눌러썼다.

《갑세!》

《가요! 이런 무지막지한 곳에 저는 더 있을수가 없어요!》

언년은 자리를 차듯 일어섰다. 그들의 단호한 태도에 값나가는 가구로 장식된 방안의 모든것이 빛을 잃은것 같았다.

《뭣이? 이런 년을 가만두는가!》

성이 난 백창락의 입이 하마처럼 크게 벌려져 목젖까지 드러났다.

림억규는 형사에게 연방 눈짓을 하였다. 로무자들을 당장 묶으라는것이다. 그러나 사찰계주임은 체포할 승산이 없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두 기자가 진상을 목격하였고 록음기가 두편의 언쟁을 다 기록한만큼 강압적인 방법으로 현장체포를 할수가 없는것이다.

(머저리 같은것들이 18세기도 아니고 억압하는데도 수법이 필요하다는것도 모르면서…)

최주임은 이 방에 들어섰던 첫 순간에 기자들과 록음기를 보자 로무자들의 집단속에는 분명히 무엇인가 있다는것 그리고 그 조직이 만만치 않다는것을 직감적으로 느끼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직감에 불과하고 과학적인 증거는 아니였다. 아무런 단서도 잡히지 않도록 그렇게 록록치 않은 조직이 자기들의 정체가 드러날수 있는 공개적인 담판을 하는 대표에게 저들의 사람을 넣었을리 없다고 생각한다. 도흥령감은 자기가 주모자라고 했으나 주모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했을것이리라. 따라서 그는 이 대표들을 체포할 흥미도 없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기태에게만은 주목이 갔다. 기태에 대해서 그가 알고있는것은 많지 못하다. 형이 어부이고 풍랑을 만나 이북에 갔다왔다는것, 그러나 그는 함께 살고있지 않다. 4. 19때에는 수류탄을 가지고 기마대를 맞받아나갔다. ㄷ방직 수리공이며 학교는 국민학교밖에 나오지 못하였다. 옥채와 결혼을 할것이다. 그것이 기태에 대해서 알고있는 전부였다. 그 리력에도 얼마간 의심할수 있는 건덕지는 있으나 별 신통한것은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기태를 주목하지 않을수 없는것은 그가 그런 부류의 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다루어본 경험에서부터이다.

한것은 국민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기태의 얼굴에 너무도 지성이 있다는것, 행동거지가 로무자로서는 너무도 단정하다는것, 눈치가 빠르고 동작이 기민하다는것 등 말하자면 그의 성격적장점들에 불과하였지만 때로는 그것이 과학적인 단서보다 더 웅변적일수도 있다는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체포의 구실은 될리가 없지 않은가. 주임놈의 기분상태로 말한다면 억규의 눈짓이 아니라도 하다못해 도적의 루명이라도 씌울수 있는 정황속에 기태를 몰아넣어 수갑을 채우고싶었다. 그렇게 못되는 이상 어찌할수가 없는것이다.

록음기를 거두어 어깨에 멘 기자들은 대표들을 보호하듯이 앞뒤에 서서 나갔다. 최주임은 그들이 신발을 신는 동안 부하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기태뒤를 빨리 미행하라. 그가 오늘래일어간에 누구와 어디서 만나는가 그때그때 서에 전화로 보고하라.》

그 형사는 급히 정문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두 기자가 각기 자기들의 취재차에 대표들을 나누어 태우고 떠난 뒤였다. 최주임은 기태가 반드시 담판내용을 알리려고 움직이리라 짐작했던것이다. 그의 추측이 어긋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태를 놓쳐버리고만것이다.

더구나 두 기자가 속해있다는 신문사에 조회를 해보았더니 그런 기자가 없다는것이다. 속은것이다. 사찰계주임은 발을 동동 굴렀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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