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회)

제 4 장

5

 

봄기운이 스민 남풍이 불어오며 나무가지들을 흔들었다. 룡남산의 숲속은 새싹이 움트는 속삭임소리로 가득찬듯싶었다. 소나무들은 겨울에도 잃지 않았던 푸른빛을 더욱 짙게 뿜어댔다. 드문드문 서있는 봇나무들은 한창 물이 오르는중이여서 하얀 줄기들이 기름에 발린듯 번들거리였다. 진달래는 어느새 꽃망울이 팥알만큼 부풀었다. 이제 찬바람을 일구며 꽃샘이 시작될것이다. 하지만 숲은 다시한번 닥쳐들 추위는 상관없는듯 봄맞이치레에만 서둘러댔다. 양지쪽에는 어느새 바늘같은 풀싹들이 뾰족뾰족 돋아났다. 연약하고 애어린 싹들이 무슨 힘으로 두터운 땅껍질을 뚫고나왔는지 알수 없다. 참으로 봄날의 태양이 만물에 부여하는 생명력이란 신비롭다고 할수밖에 없다.

봄볕이 룡남산에 가득찼던 3월 25일이였다. 그동안 준비를 착실히 해온 만페지책읽기운동궐기모임이 열리였다. 당세포위원들과 민청초급단체위원들이 참가하였다. 집행석에 김정일동지와 당세포위원장, 민청초급단체위원장이 앉았다. 당세포위원장이 연탁앞에 나섰다.

《이제부터 만페지책읽기운동을 궐기하는 초급일군협의회를 가지겠습니다.》

개회를 선언하는 세포위원장은 흥분한탓으로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자신을 진정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의도에서인지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계속했다.

《먼저 이 운동을 발기한 김정일동무가 〈만페지책읽기운동의 봉화를 높이 들자〉라는 제목으로 발언하겠습니다.》

그가 물러서고 집행석에 앉으셨던 김정일동지께서 연탁으로 나오시였다. 언제나와 같이 수수한 교복차림을 단정히 하신 그이께서는 연탁모서리를 눌러잡고 청중을 둘러보시였다.

《동무들!》

그이의 힘있는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그이께서는 만페지책읽기운동을 벌려야 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이렇게 계속하시였다.

《만페지책읽기운동은 수령님의 로작을 체계적으로, 전면적으로 학습하기 위한 충정의 운동이며 여러 분야의 책들을 더 많이, 더 빨리, 더 깊이 읽기 위한 운동입니다.

만페지책읽기운동은 학습에서 혁명적전환을 일으켜 모든 학생들이 혁명적세계관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전공분야의 지식을 폭넓고 깊이있게 소유한 혁명인재로 되게 하자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원고가 없이 줄곧 청중만을 바라보며 말씀하시였다. 비상한 언어구사능력은 즉석에서 하시는 말씀에조차 강한 론리성과 체계성을 부여해주었다. 분석과 판단이 놀랄만큼 빠르신 그이께서는 발음도 빠르신편이였다. 느리고 굼뜬것은 어느것이나 그이의 기질과 인연이 없었다. 그이의 빠르신 어조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박감과 강렬한 호소를 느끼게 하였다.

《대학생들이 진정한 조선의 혁명가, 수령님께 끝없이 충직한 혁명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령님의 혁명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여야 합니다.

수령님의 로작은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들에 과학적해답을 주는 백과전서이며 우리 혁명을 승리에로 이끄는 지도적지침입니다. 수령님의 로작에는 수령님께서 혁명과 건설을 옳바른 승리의 한길로 령도해오시는 과정에 쌓으신 경험과 사상리론적재부들이 집대성되여있으며 그것은 독창성과 창조성으로 일관되여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 혁명을 잘하자면 수령님의 로작부터 깊이 연구학습하여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위대한 수령님의 로작을 깊이 학습하지 않고 고전에만 매달리거나 기성리론이나 다른 나라의 경험만 공부하여서는 참다운 조선의 혁명가가 될수 없다고 지적하신 다음 수령님의 로작학습을 철저히 원문에 기초하여 실속있게 할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 그러신 다음 전공분야의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격조높이 뒤를 이으시였다.

《오늘 과학과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있으며 사회주의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능력있는 전문가, 기술자들을 많이 요구하고있는 우리 나라의 현실은 우리 대학생들로 하여금 전공과학분야의 책을 더많이 읽을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전공과학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야 전문지식을 폭넓게 체득할수 있으며 과학의 요새를 점령할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참고서들과 과학론문들을 체계적으로 읽을데 대하여 언급하시면서 특히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폭넓고 깊이있게 리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들부터 먼저 읽어야 한다고 하시였다. 계속하여 김정일동지께서는 문화적소양을 높이는데 필요한 책들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만페지책읽기운동을 성과적으로 벌리기 위한 구체적방도를 천명하시면서 이 운동은 일시적인 사업이 아니라 대학 전기간에 틀어쥐고나가야 할 사업이므로 일반적인 호소나 강조에 그치지 말고 조직정치사업을 짜고들어 말그대로 대학생들의 집단적운동으로 되게 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시였다.

뒤이어 토론들이 있었다. 맨먼저 최영화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저히 그냥 앉아있을수 없는 충동을 느낀듯 하였다.

초급일군들은 놀랍게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전에 없던 용기와 신심으로 빛나고있었다. 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달라질수 있는가? 양기가 없고 시름겹던 전날의 모습은 싹 사라져버리고 긍지와 자부심에 넘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것이였다. 일순 청중들을 둘러보던 최영화의 입에서 절절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저는 오늘 만페지책읽기운동에 궐기하면서 인츰 전대학적으로 벌어질 이 운동의 선각자라고 자신을 생각하니 꿈을 꾸는것만 같습니다. 저는 이런 영광의 장소에 앉아있을 자격이 없었던 사람입니다. 지난 학기말시험에서 무려 세 과목이나 락제를 하였던 저는 수치감에 몸부림치던 나머지 대학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댔습니다.》

최영화는 갑자기 목이 메는듯 말을 끊고 고개를 접었다.

만일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말을 저렇게 잘하여 전국대학생웅변대회에서 당선된 그가 지난번 학기에 락제를 했다는것이 잘 믿어지지 않았을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무엇이 그렇게도 놀라운 성장을 그에게 가져다주었는가? 최영화는 치미는 격정을 억제하는듯 하더니 잠긴 목소리로 토론을 이어나갔다.

《정녕 김정일동무의 친절한 타이름과 따뜻한 지도가 없었다면 저는 대학을 계속 다닐수도 없었고 더구나 전국대학생웅변대회에서 입선을 하는 영광을 생각조차 할수 없었을것입니다.》

그는 김정일동지께서 자기의 학습과 웅변련습을 어떻게 지도해주시였는가를 이야기하였다. 영원히 잊지 못할 수많은 사연들을 회고하는 그의 눈은 젖어들고있었다. 흐느낌에 젖어서 간신히 울리던 목소리도 자주 동강났다.

학생들은 비로소 그의 비약적인 성장이 김정일동지의 은혜로운 사랑에 의하여 이루어진것임을 알았다. 가슴에 파동쳐오는 최영화의 감정에 공감된 그들은 그것이 어느덧 자신의것처럼 여겨지는것을 의식하며 그이의 모습을 우러러보았다. 최영화는 손수건을 꺼내 눈굽을 훔치더니 억양을 바꾸며 계속했다.

《동무들! 저는 김정일동무의 보고를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물론 저에게 있어서는 보고에서 제시된 만페지책읽기운동의 목표가 아름차다고 해야 할것입니다. 저는 지난날 강의에서 배운 내용조차 새기기 어렵다보니 참고서적이나 소설책 같은것은 읽어볼 엄두조차 못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동무의 뜻을 따라서 기꺼이 그 목표를 점령하겠습니다. 전 이미 김정일동무가 이끌어주는 한 무엇이든지 할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제가 한해동안에 만페지이상의 책을 읽을수 있다면 다른 동무들의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읽을수 있을것입니다. 우리모두 만페지책읽기운동에서 승리자가 됩시다! 저는 이 운동의 거세찬 흐름과 더불어 다음학기에는 우등생으로, 그 다음학기에는 최우등생으로 되겠다는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최영화는 장내가 미풍을 안은 숲처럼 설레이는 가운데 인사를 하고 연탁에서 물러났다. 그의 뒤를 따라서 여러 학생들이 토론에 참가하였다. 청춘의 열정이 새로운 계선에서 폭발하는 불같은 결의들로 쏟아졌다. 어떤 학생은 대학시절에 독서목표와 방향을 옳게 규정하는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말하고나서 위대한 수령님의 로작학습을 기본으로 하여야 할 까닭을 생동한 실례를 들어 강조하였다. 다른 학생은 만페지책읽기운동이 집단적독서행군인것만큼 한명의 락오자도 나타나지 않게 서로 돕고 이끄는 아름다운 기풍을 높이 발양하여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맨 나중에 토론에 참가한 선희는 오늘의 이 모임이 우리들의 학창생활에서 가장 뜻깊은 사변으로 될것이라고 하면서 만페지책읽기운동은 교내에서뿐아니라 머지않아 맞이하게 될 생산실습기간에도 중단함이 없이 줄기차게 이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 운동을 고무하는 노래를 지어 부르자고 제기하였다.

《아주 좋은 의견을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세포위원장이 긍정했다. 학생들은 열렬한 박수로 찬동했다. 청년대학생들의 억센 손들이 부딪치며 울리는 그 열광의 소리는 이 봄의 첫 우뢰마냥 룡남산마루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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