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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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사형다짐봉을 새것으로 교체하려고 건설직장 목공반으로 가던 송화는 통나무가 가득 실려있는 대형자동차가 장벽처럼 막아서는 바람에 걸음을 멈추었다.

통나무를 부리는 사람들이 없는걸 봐선 금방 차가 도착한듯 싶었다.

자동차를 에돌아가려던 송화는 어디선가 두런두런 들리는 말소리에 귀를 강구었다.

《자, 기운들을 써보자구. 이걸 다 부리면 정창근 〈후방부직장장〉이 후방사업을 할테니까.》

《여, 그런걸 바라지 말라구. 어려운 모퉁이마다 창근이를 후방사업시키는건 잘된 일이 아니야. 그러다가 사람을 바릴수 있어.》

《걱정두 팔자다. 아, 곁에서 송화가 교통단속원처럼 착착 바로잡아주는데 바리다니…》

그들의 말을 듣기가 무안해난 송화는 걸음을 되짚어 주물직장으로 향하였다.

그 시각 창근은 화려하게 꾸린 어느 한 집의 푸짐한 상앞에 마주앉아있었다.

돋을무늬로 꽃장식을 한 맥주고뿌에 맥주병을 기울인 50대의 집주인이 호기있게 말하였다.

《자, 시원하게 쭉 내자구.》

거품이 부글부글 끓는 맥주가 든 고뿌를 손에 쥔 창근은 숨 한번 들이쉬지 않고 단숨에 비웠다.

맥주고뿌를 상에 내려놓은 집주인이 마른명태를 뜯어 상우에 놓았다.

《잘하누만. 안주도 들라구.》

안주를 집어 입에 넣고 질근질근 씹는 창근의 고뿌에 맥주를 부으며 집주인이 아까 하던 말의 계속인듯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이요, 동무의 부탁대로 도에 있는 대외건설사업소에 알아보니 고급목공이 필요하다는거요. 그래 제꺽 동무 이름을 댔지. 고급기능공정도가 아니라고 한바탕 자랑을 하면서… 그랬더니 지배인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당장 소환하겠다는거요.》

호감이 동한 창근은 맥주고뿌를 들 생각도 잊고 군침을 삼키였다.

며칠전 창근은 이 사람과 알게 되여 집의 가구제작을 맡아 해주기로 약속하였다.

집주인의 요구대로 가구들을 제작해주는 과정에 이 사람이 도에 있는 대외건설사업소와 연줄이 깊다는것을 알게 된 창근은 그에게 그곳에서 일했으면 하는 소망을 슬쩍 비치였다.

언제부터 도소재지에서 살고싶었던 창근이였다.

얼마 크지 않은 산골도시인 여기 동주보다 형편없이 넓은 번화한 도시에서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때는 시들해서 알아보자는 식으로 말하던 집주인이 지금 이렇게 창근의 간을 말리고있었다.

《그렇습니까. 솔직한 말로 목공기술에선 난 누구와도 짝지지 않습니다.》

《내가 지배인 그 친구에게 한 소리가 그게 아니요. 뭐니뭐니해도 사람은 대처에서 살아야 해. 거기 가서 한번 솜씨를 보여 이름만 내게 되면야 주문자들이 줄을 설거요. 그때 가서 나를 잊지 말라구, 허허허.》

《아, 그야 물론… 그걸 잊으면 인간의 도리가 아니지요.》

《그렇다는 의미에서 한잔 찧자구.》

기분이 흥그러워진 창근과 집주인이 쨍강ㅡ 소리가 나게 맥주고뿌를 마주쳤다.

고뿌를 비운 집주인이 부엌에 대고 소리쳤다.

《여보, 좀 들어오오.》

남편의 부름에 해사하게 생긴 녀인이 행주치마에 물묻은 손을 문대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왜 그러세요?》

《이 사람 솜씨가 어떤가 당신이 평가를 해보오.》 하며 남편이 웃방에 놓여있는 새로 제작하여 도색까지 한 이불장과 옷장을 가리켰다.

웃방으로 올라간 녀인이 무슨 흠이라도 잡을듯 가구들을 유심히 살피다가 탄성을 올리였다.

《야! 듣던바대로 아저씬 손재간이 보통이 아니군요. 이걸 보면 누가 개인이 만들었다고 하겠어요, 그렇지요?》

녀인의 호들갑에 남편이 맞장구를 쳤다.

《그럼.》

녀인이 태우는 비행기에 올라앉은 창근은 우쭐해졌다.

《뭘 그쯤한걸 가지구 그럽니까. 또 부탁할것이 있으면 하십시오. 둘러보니 이 집에 화장용경대가 없는것 같은데…》

창근은 옆에 있는 가방을 끄당겨 가구도안책을 꺼내 녀인앞에 펼쳐놓았다.

《이걸 보고 마음에 드는걸 고르십시오.》

녀인이 갖가지 종류의 가구도안들을 찍은 사진들이 묶여있는 책을 번지며 입을 다물줄 몰랐다.

《야! 정말 멋있군요.》

저가락같은 손가락으로 화장경대도안들중 이것저것 찍어가던 녀인이 제 마음에 드는 도안 하나를 골라냈다.

《이런 형식으로 만들어주세요.》

《그러지요.》

맥주기운에 얼굴이 벌개진 집주인이 처를 보며 빈정거렸다.

《다 늙어가지구 화장이나새나.》

《늙어도 기생이라지 않아요, 호호호.》

그때 손전화기에서 신호음이 울리였다.

얼른 손전화기를 꺼내 현시판을 본 창근이 골살을 찌프리며 단추를 누르자 송화의 목소리가 총알처럼 튀여나왔다.

《지금 어데 있어요?》

번쩍 놀라난 창근은 집주인들이 들을세라 몸을 일으켜 전실로 나가며 역증을 냈다.

《그건 알아서 뭘해?》

《동무 지금 제정신이예요? 작업반동무들은 지금 한창 통나무를 부리고있는데 어디서 돌아치는가 말이예요?》

《엉?! 통나무가 들어왔다구? 그 차야 오다가 도중에 고장이 나 래일 아침에나 올것 같다고 하더니… 알겠어.》

급해맞은 창근은 방안으로 들어와 목수도구가 든 가방에 가구도안책을 집어넣었다.

《미안합니다. 전 일이 있어서 가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쫓기듯 집을 나서던 창근은 엉거주춤 일어서는 세대주에게 한마디 하는것을 잊지 않았다.

《저, 아까 말하던 문제를 꼭 성사시켜주십시오.》

세대주가 걱정말라는듯 주먹을 흔들어보였다.

《걱정말게, 인차 좋은 소식이 있을걸세.》

이어 애교가 찰찰 흐르는 녀인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아저씨, 화장경대를 잊지 마세요.》

《걱정마십시오.》

목을 꺾으며 인사를 한 창근은 황황히 밖으로 나섰다.

마라손주로를 달리는 선수처럼 헐떡거리며 잰걸음을 옮기는 창근의 얼굴로 비지땀이 줄줄이 흘러내리였다.

잠간이라도 한숨을 돌리고싶었으나 언제 그럴 경황이 없었다.

작업반사람이 전화를 하였다면 후방사업핑게를 대고 볼장을 다 보고 천천히 가도 되겠지만 재수없게 송화한테 걸려들었으니 용빼는 수가 없었다.

만나기만 하면 가시처럼 콕콕 찌르기만 하는 송화와 마주서기가 두려웠다. 자기를 보는 송화의 얼굴은 늘 생이를 뽑히운 상이였는데 그가 웃는 모습을 본지도 까마득하다.

내가 그렇게도 못나보이는가.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가까와지려고 하는데 왜 송화는 점점 멀어지려고 하는가. 암만 생각해봐도 난 언제한번 송화를 노엽히는 일을 한적이 없는것 같은데 마주서기만 하면 왜 남들처럼 일을 착실히 못하는가고 하면서 훈시질을 하는데 막 죽을 맛이였다.

내가 남들처럼 일을 못한건 뭔가.

직장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후방사업을 한몫 맡아하는건 잘한 일이지 못한 일인가. 그리고 짬짬이 남들의 부탁을 도와주는것도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란 말인가.

뒤죽박죽이 된 잡념을 한가득 안고 허둥지둥 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가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니 야외매대판매원녀인이 얼굴에 웃음을 활짝 피우며 가살을 떨었다.

《아저씨, 그냥 가면 안되지 뭐.》

그 소리에 창근은 벌씬 웃어보였다.

《안녕하시오?》

후방사업을 한답시고 이 녀인한테서 몇번 음식들을 가져간적이 있어 면목을 익히였다.

물론 후에 꼭꼭 돈을 물어주기는 하였지만 급할 때마다 신세를 진것으로 하여 고맙게 생각하는 녀인이였다.

게다가 창근이가 손재간이 있다는걸 어떻게 알았는지 만날 때마다 자기 조카를 붙여주겠다고 성화이다.

조카가 예술선전대 성악배우인데 인물이 쭉 빠졌다나.

송화가 알았다간 큰일날 소리다.

주저주저하며 매대앞으로 다가간 창근은 시답지 않게 말하였다.

《전번만큼 주시우.》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고한 작업반원들앞에 빈손으로 나타날수가 없어 내린 용단이였다.

녀인이 비닐구럭지에 이것저것 식료품들을 담기 시작하였다.

《내가 전번에 말한걸 생각해봤나?》

《뭘 말이요?》

《아, 우리 조카 말이야.》

《그만두겠수다.》

《왜?》

송화 소리를 하자니 혀가 돌아가지 않았다.

《난 아직 장가 가려면 10년은 있어야 돼요.》

《애개개, 10년? 임자나이 지금 몇살이라구 그런 소릴 하나. 음, 알만해. 이미 봐둔 처녀가 있는게로구만, 맞지?》

《그쯤 알아두구려.》

퉁명스럽게 하는 창근의 말에 녀인은 금시에 새파래졌다.

신경질적으로 구럭지에 음식들을 와락와락 걷어넣는 녀인을 어이없는 눈길로 지켜보던 창근은 가방에서 돈을 한줌 꺼내들었다.

창근의 손에 쥐여져있는 돈을 본 녀인의 얼굴이 언제 그랬냐싶게 환해졌다.

《아이구! 임자 이제 보니 간단치 않구만. 뭘 더 담을가.》

비닐구럭지를 넘겨다본 창근은 손을 흔들었다.

《그만하면 됐수다.》

돈계산을 하고 량손에 구럭지를 든 창근은 다시는 이 녀인과 상종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돌아섰다.

《종종 들리라구.》

살뜰한 녀인의 목소리가 잔등을 두드리였으나 창근은 대척도 하지 않고 걸음을 내짚었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으니 마음 놓으라구요.

불난 집에서 뛰여나온듯 헤덤비며 직장앞에 이르니 산더미같이 쌓인 통나무뿐 작업반원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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