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회)

1

 

1997년 여름.

중서부에 위치한 인민군부대들을 현지시찰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평양에 들어서는 길로 금수산기념궁전(당시)을 찾으시였다. 금수산기념궁전 주변을 돌아보시며 위대한 수령님의 서거 3돐에 즈음하여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많은 일을 한데 대해 평가하시고 이어 일군들에게 어려운 조건이지만 수도건설을 계속 다그칠데 대한 과업을 주시였다.

그이께서는 밤이 깊어서야 당중앙위원회청사로 향하시였다.

집무실의 탁자우에는 그이의 결론을 기다리는 문건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먼저 눈에 뜨이는것이 조명록총정치국장의 편지였다.

자신을 동행하면서도 무엇인가 속에 있는 말을 터놓지 못하여 몹시 안타까와했었는데 그 말 못할 심정을 편지에 담은것 같았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사면팔방으로 조여드는 원쑤들의 지독스러운 봉쇄, 몇해째 계속되고있는 대자연재해, 게다가 좋을 때에는 만세를 곧잘 부르던 일부 사람들속에서 동요와 비관이 생기고 지어 변절자까지 나오고있는 이 엄혹한 정세는 그야말로 1930년대의 처창즈를 련상시키고 남패자로부터 북대정자에로의 고난의 행군을 방불케 하고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대와 인민은 장군님께서만 계시면 이긴다는 철석의 신념을 안고 이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사는 최고사령관동지의 현지시찰을 보좌해드리면서 엄중한 과오를 범하였다는것을 고백하게 됩니다. 적들과 총부리를 맞댄 최전연초소를 찾으시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속수무책으로 따라섰고 초도의 병사들을 찾으실 때는 물론 판문점에 나가실 때에도 우리의 운명이시고 미래의 전부이신 최고사령관동지를 충정으로 받들지 못했습니다.

집채같은 파도가 갑판을 들부시던 초도의 풍랑세찬 바다길을 생각할 때마다 다시는 이런 위험한 길에 장군님을 모시지 말자고 굳게 마음다졌지만 왜서 이런 과오를 자꾸 되풀이하게 되는지 정말 안타깝습니다.

오늘도 병사들은 우리에게 다시는 이런 험한 길에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지 말아달라고 절절히 당부하였습니다. 그들앞에서 맹세한 저로서는 이 글월을 올려 최고사령관동지께 전체 군인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전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간절한 부탁입니다. 더는 위험천만한 길에 나서지 말아주십시오. …》

조명록이 병사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던것이 기억되신다. 고지식한 사람이니 병사들의 눈물어린 당부를 들으며 자기를 반성했을것이고 그래서 편지를 썼을것이다.

그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것이 1979년 수령님을 모시고 진행하였던 군사위원회의 광경이다. 군사위원회는 인민군대안에 당의 령도체계를 세우는데서 중요한 계기로 된 회의였다.

그 회의에서 절대적이고 투철한 립장으로 인민군대에 대한 당의 령도를 백방으로 옹호해나선 일군이 조명록이였다. 그런 일군이 곁에 있으니 자신께서도 마음이 놓이신다.

하지만 그의 부탁을 아니, 전체 군인들과 인민들의 절절한 당부를 들어주실수 없는것이 오늘의 준엄한 정세이다. 공화국의 조기붕괴를 목적으로 여지없이 강화되고있는 제국주의련합세력의 대조선고립압살책동, 걷잡기 어려운 자연재해, 숨죽은 공장, 기업소들, 점점 늘어나는 절량가들… 이제껏 승승장구해온 우리 혁명에 붙어 서식하다가 시련이 겹쳐들자 서슴없이 가면을 벗어던진 배신자들…

조명록은 그 소식을 듣기 바쁘게 집무실에 달려왔었다. 중풍을 만난 사람처럼 온몸을 푸들푸들 떨며 당과 수령의 슬하에서 복을 받을대로 다 받고도 인간이기를 그만둔 놈들의 목덜미를 끌어다 메쳐놓겠다고 했다.

《놔두오. 지어먹은 마음 사흘 못 간다고 고난이 겹쳐드니 겁이 났겠지. 혁명위업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아무리 품어주어도 따라서지 못하는 법이요. 붙잡지 맙시다.》

조명록이 고개를 떨구었다.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에서 눈물이 끓었다. 그를 위로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또한 얼마나 괴로우셨던가.

그날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앞에는 분명 고난과 시련이 놓여있다. 하지만 준엄한 혁명의 길은 가고싶으면 가고 가고싶지 않으면 그만두는 그런 길이 아니다. 희생을 치를수 있다는것을 알면서도 가야 하는것이 혁명의 길이며 바로 그 길을 걸어야 우리는 최후승리를 이룩하게 된다. 세상만물이 다 변해도 혁명전사의 신념만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신념에 금이 가면 다시 붙이지 못하고 설사 붙인다 해도 허물을 없애지 못한다. 그러니 혁명전사의 신념은 꿈에서라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마른 길을 갈 때에는 발자국이 남지 않지만 진길, 눈길을 갈 때에는 뚜렷한 흔적이 남는다. 이것은 어려운 때에 사람의 진속이 나타나고 준엄한 때에 인간의 신념을 알게 된다는것이다.

우리는 혁명투쟁이 간고해질수록 혁명적신념을 더욱 굳세게 다지고 혁명의 붉은기아래에 더 가까이 다가서며 백번 죽어도 붉은기를 놓지 말고 끝까지 혁명을 해야 한다.

터놓고 말해서 나도 힘들 때가 많다. 수령님께서 계실 때에는 속타는 일이 있으면 어느때건 찾아가서 의논하고 그때마다 조언을 받으면 속이 후련해지군 했는데 지금은 혼자서 안고 모대겨야 한다. 그러나 바로 동지들이, 수령님의 품에서 자라난 군대가 있고 당이 있으며 인민이 곁에 있다는 생각이 나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고있다.

비겁한자야 갈라면 가라, 우리는 붉은기를 끝까지 지킬것이다, 이것이 위대한 수령님께서 간고한 혁명의 혈전만리를 헤치시며 피로써 새기신 《적기가》정신이며 우리에게 안겨주신 붉은기신념이다.

나는 《적기가》를 끝까지 주장한다. 김일성 《적기가》는 김정일신념이고 조선혁명의 테제이다.

장군님, 우리 인민군대가 맨 앞장에서 최고사령관동지를 받들겠습니다.》

조명록이 다진 맹세는 소박하였지만 거기에는 진심이 담겨져있었다.

그렇다, 수령님께서 키우시고 내세우신 인민군대가 있는 한 우리 조국은 어떤 광풍이 불어쳐도 반드시 만난을 이겨내고 희망의 상상봉에 기발을 꽂을것이다.

강력한 군대가 없이는 인민도 없고 사회주의국가도 당도 없다. 총대로 개척되고 총대에 의해 승리의 길을 걸어온 우리 혁명의 력사와 오늘의 준엄한 현실은 군대를 단순히 혁명을 보위하기 위한 무장력이 아니라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울것을 요구하고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록음기의 시동단추를 누르시였다.

조용하면서도 천만근의 무게를 실은 소고소리가 들려온다. 무엇인가 강한 위협을 느끼게 하는 가락맞은 소리가 정적을 깨치며 계속 울린다. 소고의 무거운 리듬을 타고 목관악기의 선률과 현악기들의 피치카토소리가 잇달린다. 국립교향악단에서 연주한 쇼스따꼬비츠의 《레닌그라드교향곡》 제1악장 서주였다.

이전 쏘련의 레닌그라드음악대학 교수였던 쇼스따꼬비츠가 쏘도전쟁시기 도이췰란드침략자들에게 봉쇄된 레닌그라드의 준엄한 환경에서 창작완성한 교향곡은 쏘련인민의 불굴의 투쟁정신과 승리에 대한 확신을 서사시화한 작품이였다.

《나는 이 교향곡을 창작하면서 우리 인민의 위대성, 그의 영웅주의, 인류의 가장 훌륭한 사상과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우리의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에 대하여, 인도주의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이 모든것을 위하여 우리는 엄혹한 투쟁을 하는것이다. …》

작곡가가 교향곡의 창작과 관련하여 발표한 수기의 한 대목이다.

봉쇄, 기아, 무너지는 건물들과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시체들, 고막을 째는 폭음과 하늘을 메우는 불길들…

김정일동지께서는 연주소리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레닌그라드교향곡》을 감상하실 때마다 오늘날 우리 인민이 겪고있는 고난에 대해, 머지않아 도래할지도 모를 엄중한 위험에 대해 생각하게 되시는 그이이시였다.

언론전이나 외교전의 테두리에 머무르고있는 미제와의 대결전이 언제 물리적힘을 동반한 실전으로 번져질지 누구도 예측 못했다. 그때면 레닌그라드봉쇄와는 비할바없는 엄혹한 시련이 우리 인민앞에 닥쳐들수 있었다.

계속 들려오는 소고소리… 격전전야의 무서운 정적이 떠도는 도시는 공포에만 사로잡혀있는것이 아니다. 복수, 부자비한 징벌, 죽어도 사랑하는 도시와 운명을 함께 하려는 수호자들의 비상한 각오와 맹세를 형상한 금관악기소리

교외에 굴설된 참호들에서는 병사들의 철갑모가 해빛에 번뜩인다. 마라초연기만 조용히 피여오를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지만 그속에서 무언의 눈길들이 서로 오가며 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 병사들과 시민들은 정적이 깨여지는 순간에 온 시가지가 피의 결전장으로 화할것이며 전호와 포석우에 피가 랑자히 흐를것이라는것을 느끼고있었으며 자기자신도 죽을수 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러나 시시각각 덧쌓이는 주검을 바리케드삼아 마지막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것도 모르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발동기소리피아노로부터 포르테로 확대되는 소고의 트레몰소리, 드디여 팀파니, 대고들이 둔중하게 쿵쿵 울리고 관악기들의 째지는듯 한 불협화음이 정적을 깨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닥쳐든 엄중한 위험이 바로 교향곡의 음향으로 울린다고 생각하시였다. 탁자우에 놓여있는 외교부에서 올라온 문건에 눈길을 보내시였다.

우리와 미국과의 대결에서 세계의 관심사로 되고있는것이 《조선반도에네르기개발기구》(케도)가 맡게 될 경수로문제였다.

론난이 많던 경수로문제가 마침내 일단락되여 이해의 8월에는 동해의 금호지구에서 착공식을 하기로 되여있었다.

경수로제공을 실현하기 위한 대미외교전에서 가장 날카롭게 제기된것이 미국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공약리행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것이였다.

미국이 우리에게 제공하기로 되여있는 경수로대상과 중유납입은 결코 인심좋은 선사품이 아니였다. 우리의 자립적핵동력공업인 흑연감속로체계를 동결시키는것에 대한 응당한 대가였다.

클린톤행정부가 자국의 법률을 어기고 보수세력으로부터 《지나친 양보》를 했다고 비난을 받으면서도 경수로를 우리에게 제공하겠다는데 동의한것은 그들나름의 랭정한 타산이 있기때문이였다. 이 엄혹한 제재와 압박속에서 우리가 더이상 버티여내지 못할것이며 그때에는 경수로가 바로 저들의 자산으로 될것이라는 음충스런 속구구가 근저에 깔려있었던것이다. 기실 적들은 우리 공화국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경제제재완화와 관련한 공약의 어느 한 조항도 성실히 리행하지 않은채 시종일관 지연전술에 매달리고있었다.

만일 외교전에서 패한 적들이 극도의 단말마적발악으로 전쟁의 불집을 일으킨다면 어느 정도의 력량으로 어떻게 침략해올것인가? 정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격파분쇄해야 하며 그 기회를 어떻게 리용하여야 하는가?…

기필코 그것은 우리 혁명위업의 종국적완성을 위한 정의의 성전으로 이어질것이며 그 성전에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것이다. 수령님께서 념원하시던 조국통일의 력사적숙망을 이룩하여 후대들에게 륭성번영하는 통일된 나라를 넘겨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심신을 떠박지르는 가슴뿌듯한 환희를 느끼시며 힘껏 심호흡을 하시였다. 가벼운 문기척소리에 록음을 약간 낮추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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