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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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혁이가 예술위원회에 제출한 작품은 창작초기부터 이런저런 소문을 꽁무니에 달고다니던 대합창조곡이였다. 백두의 혁명정신을 이어받은 군대와 인민이 위대한 당의 령도밑에 오늘의 고난을 이기고 반드시 승리한다는 내용의 작품이였다.

이도 안 난게 콩밥부터 찾는다고 조혁은 자기가 혹시 푼수에 맞지 않게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있었으나 그렇다고 기성의 틀에 매이고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부단장도 적극 떠밀어주는터에 젊음이 넘치는 열정으로 질주하여 마침내 예술위원회 문어귀에 이를수 있었다.

작품의 생사가 거론되는 예술위원회 분위기는 여느때와 달리 자못 심각했다. 찬반의 수가 거의 비슷한데다 두편이 다 당당한 론거를 가지고 작품을 변호하거나 비평하기에 론쟁마당은 마치 어떤 격전장을 방불케 할만큼 치렬했다.

삼복철답게 바싹 달아오른 공기를 몰아내느라 방구석의 선풍기가 열성껏 돌아갔지만 긴장과 무더위로 응축된 방안의 열기는 쉬이 가셔지지 않았다.

겸손하게 말석을 차지한 전상근단장이 예술위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사업수첩에 열성껏 의견을 적었다. 군가집단의 지휘관으로 배치된지 달포밖에 안되는 전상근이였다. 임명된지 얼마 안되기에 예술창조와 관련되는 실무적인 문제는 대체로 유진수부단장에게 일임하면서도 예술위원회에만은 만사를 제쳐놓고 참가하군 했다. 그래서 이제는 음악술어도 곧잘 입에 올리군 했는데 며칠전에는 기량발표회에서 서틀게나마 바이올린을 연주하여 사람들을 놀래웠었다.

그날 유진수부단장은 단장의 연주에 남먼저 박수를 보냈고 가식을 보태지 않은 존경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음악애호가에 대한 리해에 불과했다. 음악이란 다른 학문처럼 배워서만 터득하는것이 아니라 감각에 기초한, 이를테면 감각의 총체라고도 할수 있는 신비의 예술학문이라는것이 유진수의 견해였다.

유진수부단장은 예술위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청취했다.

열띤 론쟁이 오가는 가운데 설명순실장이 조심스레 의자에서 일어섰다. 헛기침을 깇으며 사업수첩을 펼치다가 괜한 동작인듯싶어 소리나게 덮었다.

《일부 동무들은 이 작품을 량호하게 보는데 전 생각을 달리합니다. 물론 작곡가가 시대와 호흡하려는 창작태도는 좋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작주의를 하던 나머지 내용에 비조를 받아들인것은 좋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작품창작을 주도한 작곡가동무는 진실한 작품창작이 아니라 명성에 현혹되여 주관주의를 범했습니다. 작품에는 명예를 바라고 웨치는 음악가의 공명심과 욕구만 있을뿐입니다.》

설명순은 일어설 때처럼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조혁은 오리무중에 빠진듯 멍한 얼굴이였다. 어느 순간에는 벌떡 일어섰는데 무엇을 말할지 몰라 얼굴만 시뻘겋게 달아올라 씨근덕거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도로 주저앉았다.

갑자기 연물을 뿌린듯 방안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모두가 설명순의 돌발적인 의견에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유진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진수부단장이 발언할 차례가 되였다. 개인적인 립장을 포함하여 모두의 의견을 종합해야 했다. 그는 더 할 소리들이 없느냐고 따져묻기라도 하듯 심중한 눈길로 설명순과 나란히 앉은 작가실장이며 성악과장, 기악과장 등을 차례로 여겨보았다. 모두 묵묵부답이였다. 유진수의 눈길이 고개를 수굿한채 맹목적으로 사업수첩을 뒤적이는 설명순의 메말라보이는 손등에서 멈춰섰다.

《그래 실장동진 이 작품이 정말 성사될수 없다고 봅니까?》

실장의 의견을 중시한다는것을 암시하기에는 어감이 충분했다.

설명순은 침묵을 지켰다.

유진수가 그를 존대하는것은 그 어떤 전직관념보다 음악가로서 보다 뛰여난 재능을 타고난 선배에 대한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존경심때문이였다. 이름자체가 음악적이여서 벗들은 설명순이 태여날 때부터 음악성을 배태한 행운아라고 부러워했다.

실상 자기가 그리는 악보속에 인생을 그대로 적어넣었다고도 할수 있는 설명순은 리면상이라든가 김옥성, 황학근 같은 재사급들의 가까이에 내세워도 부끄럽지 않을 음악가였다. 노래선률에서 민족적인 리듬을 주장하는 창작가가 유진수라면 설명순은 작곡에서 보다 극성을 강조하며 왈쯔풍을 주장하고있었다. 다른 창작가들이 바라면서도 흉내낼수 없는 재간을 가진 선배라는것이 설명순에 대한 유진수의 견해였고 그래서 두려운 감정으로 그를 대하게 되였다.

하지만 예술위원회에서의 그의 반응은 례외적이였다. 젊은 작곡가들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이끌어준다는 실장이 왜 이런 자리에서 자기의 인격에 손상을 줄수 있는 견해를 내비치는지 리해되지 않았다.

사실 조혁에게 이번 작품의 종자며 선률적구조를 상기시킨것은 유진수였다. 그가 바로 아들의 전우인것으로 하여 남달리 왼심을 쓰게 되였는데 그래서 대작창작에 대한 조혁의 결심을 적극 지지하며 방향을 주었던것이다. 그런데 누구보다 이것을 반갑게 여기고 힘껏 떠밀었어야 할 실장이 날이 선뜩한 발언으로 경계선을 그어버렸다.

유진수에게는 그것이 부단장사업에 대한 일종의 간섭이고 강요라고 생각되였다. 불쾌했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를 비친다면 나는 조혁동무가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든 우리는 승리하리라의 합창조곡이 좋은 작품이 될수 있다고 봅니다. 혹시 실장동지는 한때 무대형상에서 대작주의를 주장하다가 비판받은 적이 있어서 우려하는것 같은데 전 지나친 로파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명순의 얼굴이 벌거우리해졌다. 당황한 낯색으로 곁에 앉은 성악과장과 작가실장을 훔쳐보다가 서슴서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 그럴수 있습니다. 저도 가능하면 이 작품에 사소한 의견을 제기하는것으로 아량을 보일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며 그는 조혁이 앉은쪽을 일별했다.

낯색으로 보아 무엇인가 묵직한 뒤말이 있음직한데 조혁의 불안한 눈길을 받게 되자 슬며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쨌든 전 요구성을 높이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유진수는 랭랭하게 웃었다.

《주관이 아닙니까? 선률도 개성적이고 리듬이나 화성도 남의것을 흉내내지 않았다는 바로 그것을 중시해야 한다고 보는데…》

유진수는 혹시 실장이 조혁의 뒤에 서있는 이 부단장에 대한 불만을 그런 식으로 내비친것이 아닌가고 묻고싶었다. 아닌게아니라 조혁이 밤샘하며 작품창작에 몰두할 때 당초에 그만두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기한 사람이 설명순이였다. 의도는 좋지만 창작방향이 삐뚤어졌다는것이다. 부단장의 창작기법을 그대로 답습해선 안된다고 내놓고 말했다고도 한다. 별로 상기하고싶지는 않지만 이런 마당에서까지 자기의 주관을 고집하는것을 보니 속이 좋지 않았다.

《그러니 실장동무의 립장은 뭐요?》

전상근단장의 굵은 목소리였다. 예술위원들은 비로소 말석을 차지하고있는 단장의 존재를 의식하며 그쪽에 눈길을 주었다.

전상근이 우람한 몸을 일으키더니 사업수첩을 소리나게 덮었다.

《전 이 작품에서 예술지상주의냄새가 풍긴다고 봅니다.》

설명순의 대답이였다.

모두가 놀랐다. 조혁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전상근이도 사뭇 당황한 기색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예술지상주의란 결국 예술을 사회정치생활과 분리시키고 예술자체를 절대화하는 반동적인 부르죠아문예사상조류라는 소리이겠는데 과연 그런 말이 맞겠는가 하는 의혹이 넙적한 얼굴에 짙게 어렸다. 문제를 험악한 곳으로 몰아가는것이 못마땅한듯 눈살을 찌프렸다.

《하지만 실장동무, 난 혁신적인 창작가의 의도는 존중하는것이 옳다고 보는데… 우리 공훈합창단이야 마땅히 당에서 요구하는 대작도 꽝꽝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소. 부단장동무의 생각은 어떻소?》

전상근은 확신성없는 어조로 유진수를 향해 물었다.

《전 예술사업을 책임진 지휘성원으로서 실장동무의 의견에 찬성할수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 집단의 운명문제이며 명예와도 관련됩니다.》

유진수의 둥싯한 얼굴이 벌거우리해졌다. 전상근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는듯 했다.

《좋습니다. 좀 심각한 문제인데…》

전상근은 작전탁처럼 길게 놓인 책상앞에 다가서며 두팔을 뻗쳤다.

《서로가 견해들이 다른데 문제가 있구만. 당위원회에 반영하겠습니다. 그런데 실장동문 왜 그 작품을 꼭 예술지상주의라고 보게 되오?》

전상근이 적절한 물음을 제기했는지 모두의 눈길이 설명순에게로 향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눈길에 온몸이 포박된듯 설명순이 몸을 옹송그렸다. 내키지 않은 동작으로 천천히 일어섰다.

《저- 전 창작가가 고답적인 자세에서 이번 작품을 대했다고 봅니다. 그러다보니 대작이라는 요란한 형식미만 추구하면서 내용에서 지나친 비감을 강조했습니다. 고난의 행군상을 보는 그대로 펼쳤는데 전형화의 원칙을 어겼습니다.》

어조는 느렸으나 말마디는 맵짰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자세를 보였다. 유진수는 엉거주춤 일어서다가 전상근의 어딘가 모르게 예리해진 눈길을 받으며 다시 주저앉있다.

《알겠습니다. 부단장동무의 견해는 이미 들은것이고… 이만합시다. 그에 대해 나도 좀 연구해보겠습니다.》

유진수는 놀랐다. 언제나 당의 의도대로 창작창조형상을 주도했고 그래서 음악가로서의 남다른 자부를 안고있는 자기일진대 이날의 예술위원회에서는 종래의 관념이 무너지면서 단장의 발언으로 일단락짓게 되였다. 유진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가슴이 답답해났다.

모두가 돌아갔지만 방안엔 방금전의 긴장한 분위기가 그냥 끈덕지게 남아있었다.

유진수는 옴짝하기 싫었다. 사업수첩을 뒤적여 이제껏 진행해온 예술위원회의 내용들을 찾아보았다. 오늘같은 일은 있어본적이 없었다. 단장은 그의 의사를 존중했고 유진수가 회의를 주관하도록 뒤받침했다. 그러나 이날의 예술위원회를 계기로 유진수는 인민군협주단의 지휘관이 다름아닌 전상근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였다.

(혹시 내가 예술사업에서 독단을 부린것이 아닐가? 그래서 단장이 나선것이 아닌지…)

이럭저럭 저녁시간이 되였을 때 전상근단장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진수는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서다가 전상근의 손짓에 다시 눌러앉았다. 책상을 마주한채 두사람은 침묵속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전상근이 부한 상체를 책상앞에 수그리며 먼저 침묵을 깼다.

《부단장동무, 내가 결론한 문제를 가지고 너무 곡해하지 마오. 사실 지휘관으로서 이런 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겠는데 이제껏 빙빙 에돌기만 했거던. 그래서 당위원회에서도 비판을 받았소. 부단장동무가 많이 도와주오.》

너무도 솔직한 말에 유진수는 응어리졌던 속이 단번에 풀리는듯 했다. 그래서 전상근단장이 일부러 자기의 견해를 내비쳤던것이다.

《정치부장동무와 토론이 있었는데 예술위원회에서 제기된 문제를 총정치국에 반영하기로 했소.》

《?…》

《실장동무나 부단장동무나 다 관록있는 음악가들로서 견해를 합쳐야겠는데 서로가 다른 소리를 하니 어쩌겠소. 그래서 총정치국의 지도를 받기로 한거요. 다르게는 생각지 마오.》

《당위원회에서 결론했는데 제가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하지만 전 실장동지에 대해선…》

전상근이 한손을 들어 그의 말을 밀막았다. 그 손으로 큼직한 자기 입을 쓱 문다지며 허허 소리내여 웃었다.

《그런 소린 더 하지 말기요. 창작품에 대한 견해야 서로가 다를수 있지. 난 부단장동무의 재간을 부러워하는것처럼 실장동무도 존경하오.》

유진수는 전상근단장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로서는 응당 그래야 하며 그것이 지휘관의 자세였다. 그러나 자기가 예술행정사업을 맡아보면서도 결론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는 그것이 다름아닌 설명순실장때문이라는 생각이 차거운 얼음쪼각처럼 뇌리에 박혀 몸을 랭랭하게 얼구었다.

단장만은 고마왔다. 그를 곡해한것이 미안했다.

며칠전 자기를 찾아와 며느리의 문제를 상정시키던 일이 생각히웠다. 인민군예술학원 원장이 군단예술선전대 성악지도원으로 복무하는 유진수의 며느리를 인민군예술학원으로 소환하자고 제기해왔다면서 제일처럼 기뻐했었다.

《인민군예술학원 원장동무가 상급단위에 상정시키겠다는거요. 그래서 나도 찬성했소.》

반갑기는 했지만 유진수는 조용히 거절했다. 하면서도 전상근단장의 세심한 면을 새로이 알게 되여 몹시 기뻤다.

신비의 세계를 다루는 음악가들과 전혀 어울릴상싶지 않은 우람한 체구며 행동거지마저 덜퍽진 사나이는 처음 만났을 때 자기는 평범한 음악애호가에 불과할뿐이라고 하면서 최고사령관동지의 신임과 믿음에 보답할수 있게 잘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평양시주둔부대의 정치일군으로 사업하던 그가 단장으로 임명되면서부터 부대안의 많은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창작창조사업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한 행정체계로부터 부대의 후방사업, 부업토대와 함께 운수기재의 해결, 독신군관들의 생활보장문제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성과들이 이룩되였다. 아니, 보다는 대오의 정규화적면모가 눈에 띄게 나타난것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첫 대렬훈련때였던지… 전상근은 자신이 혁띠를 꽉 졸라매고 지휘성원들의 복장착용상태를 검열했고 기억속에 삭막해진 군인선서에 대해 상기시켰으며 군인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10대준수사항에 대해 한조항한조항 외우며 예술인들을 각성시켰다.

동무들은 예술인이기 전에 군인이요. 전시에는 화선에 나가 노래를 불러야 하고 폭탄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속에서 화선병사들과 함께 조국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말아야 할 군인들이요. 강철같은 규률과 질서를 세워야 합니다. 노래를 불러도 혁명적으로 부르고 행군을 해도 씩씩하게 하며 휴식을 해도 전투적으로 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인들의 특성을 잘 모르는 단장이 괜히 일반구분대 군인들처럼 들볶아댄다고 불만을 품었다. 유진수도 단장의 드센 요구성이 자칫하면 창작창조활동에 지장을 줄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하루이틀 지나면서 사람들은 점차 규률에 익숙되기 시작했고 규률속에서 달라지는 자기들을 의식했다. 그런 가위에 사람들은 당에서 왜 그를 인민군협주단 지휘관으로 임명했는가에 대해 점차로 깨닫게 되였다.

《단장동지, 오늘 조혁동무가 제출한 합창조곡은 사실 대작입니다. 조곡이란 원래 서로 다른 여러개의 악곡들을 묶어서 만든 기악곡종류인데 합창들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합창조곡이라고 하는겁니다.》

《…》

《중진들도 어려워하는 대작에 접어들었다는 그자체가 얼마나 용습니까. 그런데도 음악창작실장은 문제를 가혹할 정도로 날카롭게 제기했습니다.》

전상근은 사람좋게 웃으며 몸을 뒤로 제쳤다.

《듣자니 조혁동무가 부단장동무의 아들과 가까운 사이라더구만.》 하며 그는 화제를 슬쩍 돌렸다.

《참, 방금전에 예술학원 원장동무한테서 전화가 왔댔소.》

전상근의 말에 유진수는 불현듯 며느리에게 생각이 미치며 은근히 긴장되였다.

《원장동무가 부단장동무의 며느리를 만났다는구만. 부단장동무의 의견을 참작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면서 좀 섭섭해하더군. 아까운 인재를 놓친다구 말이요. …》

《그러니… 우리 선률이가 평양에 왔다는 소리입니까?》

전상근이 아직 모르냐는 눈빛으로 그를 일별했다.

《신입대원모집때문에 올라왔다가 예술학원에 들렸나보오. 됐소. 지나간 일인데…》

유진수는 불시에 속이 어릿해났다. 단장이 며느리의 소환문제를 제기했을 때 차라리 그대로 놔둘걸 잘못하지 않았는가 하는 때늦은 후회감이 들었다. 어쨌든간에 며느리에게는 죄스러운 일이였다.

의자소리를 내며 우람한 몸을 일으키던 전상근이 무슨 생각이 난듯 눈을 치떴다.

《참, 성악과의 서윤호동무 있잖소. 료양치료를 보내는게 어떻소?》

유진수는 어조로 보아 단장이 불현듯 꺼낸 말이 아니라는것을 직감했다.

《그 동무가 제기했습니까?》

《아니, 성악과장동무가 이야기하더군. 나도 그 동무가 지팽이를 짚고 다니는게 속에 좀 걸리오.》

유진수는 얼른 응대하지 못했다. 서윤호… 한때는 합창단의 기준가수로 소문내던 성악배우가 근래에는 생활이 정돈되지 못하여 가끔 사람들의 말밥에 오르고있었다. 그래서 유진수도 그와 몇번이나 개별담화를 했으나 종당에는 힘들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공훈합창단의 전투적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사적인 용무나 병치료문제에 지나치게 관심한다든가 거북스러울만큼 신경질이 많고 자신에 대한 요구성이 미약한것이 도시 마음에 들지 않았던것이다.

《단장동진 어떻게 생각합니까?》

유진수가 물었다.

《지휘관으로서 구실을 제바루 못했다구 자책하게 되는구만.》

애매한 대답이였다.

《제가 한번 그 동무를 만나보겠습니다.》

《그래주오.》 하며 전상근은 문쪽으로 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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