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회)

6

 

저물녘이다. 땡볕이 쨍쨍 내려쬐던 한낮의 무더위가 한결 수그러지더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맘때면 산야에 비물이 철철 넘쳐 홍수피해를 보기가 일쑤인 장마철이련만 이해는 한점 비방울을 구경하기 헐치 않다. 탈탈 말라들던 풀잎들이 저녁시간을 가까이 하면서야 얼마간 활기를 띠며 설렁거리기 시작했다.

동해안에 위치한 어느 한 병종부대에 대한 현지시찰을 마치고 귀로에 오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창밖으로 흘러가는 왕가물이 든 뙈기논들이며 누렇게 뜬 구실할것 같지 못한 강냉이밭들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초여름엔 때아닌 폭우로 농경지가 못 쓰게 되더니 한창 비를 맞아야 할 때엔 도리여 왕가물피해를 입는것이 마치 자연의 심술궂은 도전에 부딪친것 같았다. 가슴이 아프시였다.

경사밭과 잇닿은 길건너편의 야산기슭에 려객렬차가 멎어선것이 보였다. 렬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웅기중기 모여 견인기쪽을 안타까이 바라보는것으로 보아 한창 달리던 렬차가 멈춰선듯 했다. 급행렬차가 단 1분만 늦어져도 비상사고로 치부되던 일이 지금은 리해할수 있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이어지고있었다.

렬차에서 내린 대부분의 손님들이 산기슭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풀잎을 채취하고있었다. 전선시찰의 길에서 종종 목격하게 되시는 생활난을 겪는 인민들의 모습이였다.

문득 굽인돌이 반대켠 강냉이밭에서 흰 내의바람의 군인들이 물통을 들고 뛰여다니는 광경이 안겨왔다. 방송선전차에서 울리는 풍년든 가을을 노래하는 공훈합창단음악이 이편의 절벽에 부딪치며 공명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를 세우게 하시였다. 차창을 내리시고 저녁무렵의 해빛을 받아 무수히 반짝이는 파릿한 강물너머에 주의를 집중하시였다. 주둔지역 군인들이 가물과의 전투에 떨쳐나선듯 했다.

강변의 여기저기에 모여앉아 한담을 나누고 주패놀이를 하던 길손들이 줄레줄레 그편으로 넘어가고있었다. 풀잎을 뜯던 녀인들도, 아이들도 따라섰다.

그런데 웬일인지 밭머리에서 서로가 엉켜돌며 옥신각신했다. 아마 군인들이 려객들의 성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우기는것 같았다. 마침내 타협이 이루어진듯 물녘에서부터 강냉이밭까지 군대와 인민이 서로 어울린 줄들이 생겨났다.

물통들이 부지런히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격앙된 녀방송원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서로가 이름도 주소도 모르지만 조국을 받드는 충정의 궤도에서 모두가 낯익은 모습이 되여 농장을 지원하고있다면서 군민의 단합된 힘은 기적을 창조한다고 웨쳤다. 인민군공훈합창단이 형상한 《높이 들자 붉은기》의 노래소리가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가에 닿고있었다.

승용차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웬일인가싶어 달려온 인민군지휘성원들에게 강건너편을 가리키시였다.

《저기를 보오. 모두가 가물과의 전투에 떨쳐나섰소. 공훈합창단음악도 울리고있구만.》

노래소리에 맞추어 뛰여다니는 군인들과 인민들의 모습을 점도록 바라보시였다.

《공훈합창단노래가 우리 군대와 인민의 길동무가 되였소. 부국장동무, 우리가 군대합창을 내세우기 잘했소.》

심진성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몸소 발기하시고 령도하시였기에 오늘처럼 힘있는 군가포성이 천지를 진감할수 있는것이라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그닥 활기에 넘친 어조가 못되였다.

《부국장동무의 낯색이 좋지 않구만.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소?…》

김정일동지께서 그를 돌아보시며 물으시였다.

《저-》

심진성이 머밋거렸다.

《…사실은 이번에 제기된 대작주의문제때문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사실 인민군협주단에서 예술지상주의적인 작품이 창작되였다는 보고를 받으시였을 때 그이께서는 저으기 심중해지시였다. 다른 예술단체가 아닌 군가집단에서 그런 문제가 제기되였다는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으시였다.

오늘날에 와서 조선인민군협주단 공훈합창단은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는 투쟁에서 시대의 대명사로 불리울 정도의 거대한 역할을 놀고있었다. 그만큼 당에서는 온갖 심혈을 기울여 군가집단을 안아일으켰고 군대와 인민을 새로운 투쟁과 승리에로 부르는 최고사령관의 나팔수이며 위력한 혁명의 기수라는 지위에 올려세웠다.

《방사포일제사격》, 이것은 결코 어느 한순간에 만들어진 노래포성이 아니였다. 조국과 인민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애착, 위업의 정당성과 승리에 대한 확신에 기초한 우리 혁명의 산아였다.

그런데 그러한 군가집단에서 예술지상주의적인 작품이 나왔다는것이, 더우기는 유진수를 비롯한 창작지도일군들이 있으면서 그런 무익한 공론을 했다는것이 아무리 해야 납득되지 않으시였다.

하여 그이께서는 제기되는 일감들이 많았지만 노래부터 들어보시였다. 하시고서야 다소 마음을 놓으실수 있었다.

그 작품을 예술지상주의라고 단정한 사람이 설명순이라고 했다.

설명순은 한때 예술창조형상에서 유럽냄새가 다분한 대작주의를 하여 심각한 비판무대에 올랐던 당사자였다. 모름지기 젊은 창작가가 자기의 전철을 밟을가봐 우려되여 붉은 신호등을 켰을것이라고 생각되시였다. 어떻게 보면 책임성이였고 다르게 보면 소심성이였다.

창작적개성이 독특한 그는 오래전부터 김정일동지와 인연이 깊었다. 노래창작에 대한 그이의 가르치심을 받으려고 김일성종합대학에까지 찾아왔던 애젊은 중위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시였다. 음악을 배우려는 열정을 안고 리면상선생을 만나러가니 김일성종합대학에 음악의 영재가 계신다고 알려주었다는것이다.

《리면상선생이 공연히 저를 춰주었습니다. 단지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애호가일뿐입니다.》

그날 김정일동지께서는 설명순에게 자신께서 리해하시는 음악에 대해, 우리 식의 음악발전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해주시였다. 그리고는 작곡가로서의 그의 성장을 눈여겨 살피시며 걸음걸음 이끌어주시였다.

그런 나날에 설명순은 성과작도 많이 내놓았지만 결함을 범하여 그이의 속을 태운적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로파심이 작용했던것 같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지 않는 유진수가 왜 설명순과 마음을 합치지 못하는지 리해되지 않으시였다. 시대의 요구에 맞는 큰 형식의 작품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는데 틀리지 않지만 론거가 빈약했다. 창작가의 의도는 존중해줄만 했다. 그런데 그 의도가 대작주의에 현혹되여 헛방을 놓게 된것이다.

젊은 세대의 창작가들을 바로 인도하며 당에서 바라는 훌륭한 인재로 키우는것이 유진수나 설명순에게 차례진 또 하나의 의무일것이다. 그런데 젊은 창작가가 내놓은 작품을 두고 상반되는 의견이 나왔다.

예술창조과정에는 간혹 이런 극적인 의견대립도 있겠지만 완성되지 않은, 이를테면 의견이 상치된 작품을 그대로 제기했다는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으시였다. 목소리 먼저 마음을 합쳐야 합창의 풍성한 울림을 얻을수 있고 자기의 위력을 남김없이 발휘할수 있는것이다.

《부국장동무, 대작주의경향을 두고 서둘러 예술지상주의적현상이라고 단정해버리면 창작가에게 타격을 줄수 있소. 좋은 싹을 제때에 찾아볼줄 알고 귀중히 여길줄 알아야 하오. 도와주면 잘될수 있는 작품이라고 보오.》

김정일동지의 음성에 심진성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문득 렬차의 기적소리가 길게 울렸다. 련거퍼 기적을 울리며 려객들을 부르는 소리에 한창 일손을 놀리던 사람들이 환성을 질렀다.

《전기가 왔구만. 저런, 잠간새에도 정이 들었는지 모두 헤여지기 아쉬워하는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혼자말씀으로 외우시며 또다시 기적을 울리는 기관차를 바라보시였다.

《작곡가가 젊은 동무라는데 잘 도와줍시다.》

《알았습니다.》

승객들을 다 태웠는지 련속 기적소리를 울리던 렬차가 서서히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차창밖으로 얼굴을 내민 혹은 승강대에 나선 려객들이 환송하는 군인들을 향해 손을 젓고있었다.

《부국장동무, 오늘 저녁에 공훈합창단공연을 볼수 있겠소? 200곡을 준비하는 전투도 끝났다는데 한번 봅시다.》

《알았습니다. 곧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말이지 이렇게 힘들게 전선행군을 하다가도 그 동무들의 노래를 들으면 피곤이 다 풀리고 힘이 생기거던. 그 동무들이 보고싶소.》

그이께서는 이젠 차에 오르자고 활달한 음성으로 뇌이시며 차문을 여시였다.

승용차행렬은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련재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0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7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0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7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0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7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0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7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0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7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0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마지막회)

독자감상글쓰기
Change the CAPTCHA codeSpeak the CAPTCHA code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19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