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회)

제 3 장

24

 

흥성철제일용품공장구내는 이전의 면모를 일신하였다. 생산건물들의 구획이 화단이나 측백나무생울타리로 선명했고 《속도전》, 《전격전》, 《총진군》과 같은 세운 구호판들이 위병처럼 서있다. 구내길을 따라 황철나무들과 아카시아나무들이 우거지고 꽃관목까지 구색에 맞게 어울려 여름 한철에는 공원속에 들어서는것만 같다.

련락을 받은 남계수는 당비서, 기사장과 함께 공장의 기본청사 앞마당에 서있다가 리건창을 맞았다.

《내가 오늘 이렇게 찾아온건 공장의 생산실태를 료해하자는거요.》

정시홍이 안내하려고 하자 리건창은 당비서를 돌아보았다.

《비서동무, 난 원래 대식가요. 허허. 그거야 지배인동무가 잘 아는거구. 먼저 구내식당부터 가봅시다.》

《점심시간이 되자면 멀었는데 거긴 왜?…》

남계수가 좀 난처해하며 말하자 리건창은 손을 내저었다.

《걱정마오. 내가 허물이나 찾자고 왔는가 하는게 아니요. 점심 한끼는 여기서 축내구 가자는거요. 반대없소? 비서동무.》

《좋습니다.》

당비서가 앞서서 씽씽 걸었다. 식사실로 안내하려는데 리건창은 어느새 주방으로 들어갔다. 남계수는 코를 킁킁대며 따라섰다.

《수고들 합니다.》

김발이 서려도는 속으로 걸음을 옮기며 리건창은 누구에게라 없이 인사를 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출장화를 신은 몇몇 녀인이 앞치마를 두른 차림새로 낯선 손님에게 의아한 눈길을 보내며 어정쩡 답례를 했다. 뒤따라 남계수와 당비서, 기사장이 들어서니 긴장해진 모양이다.

《오늘 점심엔 뭘 합니까?》

주방책임자인듯 한 녀인이 뚱뚱한 몸을 건사하기 불편해하며 대답했다.

《국수를 합니다. …점심 한끼는 국수를…》

《국수야 좋지요. 강냉이국순가요?》

《대체루…》

리건창은 만들어놓은 국수꾸미를 들여다보았다. 성의를 다해 곱게 썬 배추와 무우를 양념에 버무려놓은것이 보였다. 그옆에 동태를 살만 발가내여 빨갛게 무침을 한걸 보면 회국수를 내려는 모양같았다.

《어떻습니까, 아주머니. 주방에서 일하재도 감이 좋아야 만들 재미가 있지요?》

주눅이 들사했던 녀인들이 양기를 얻고 웃으며 대답했다.

《맨 김치만 꾸미로 올려놓을 땐 속상합니다.》

《그래두 요즘은 경리과에서 가져다주는것이 있어서 성수가 납니다.》

남계수는 아무 말이나 허물없이 털어놓을것 같은 녀인들을 곱지 않은 눈으로 흘겨보며 이따금 코투레질같은 소리를 냈다.

《남동무가 켕기는게 있는게 아니요. 내 이번주내루 오리목장에 말해서 오리고기를 둬톤 보내주겠소. 돈이야 내야지. 행표로 청산하오.》

《젠장, 호박이 굴러드는군. 계획분때문에 코도 들여밀지 못했는데…》

남계수가 사기가 나서 말하자 주방의 녀인들도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당비서동무, 문제는 후방사업에 대한 관점을 바로세우는거요. 생산을 추켜세우재도 로동자들이 잘 먹어야 한단 말이요. 지배인동무처럼 계획에 물려 받아먹을 생각만 하지 말구 자체로 고기를 생산할수 있는 토대를 갖춰야 하오. 고작해서 한해에 열서너톤 생산하는 고기생산기지를 못 꾸리겠소. 한달에 한톤이면 점심국수야 고기꾸미를 놓아줄수 있지 않소. 그리구 영양제식당도 운영하고 잘 짜고들면 명절에도 고기를 공급해줄수 있을거란 말이요. 지배인동무, 어떻소?》

남계수는 선자리에서 뜬금으로 계산해냈다. 한달에 돼지 열마리정도 도살하는 능력을 갖추고 련속생산을 하면 될것이다. 거기서 나오는 거름으로 농사를 짓고 어분과 모주를 섞음하면 사료의 해결방도는 얼마든지 있다. 부업지를 어데다 받는가 하는건데 내가 언젠가 산림경영소 지배인을 만나지 않았는가. 비경지를 얼마든지 줄수 있는데 축산을 해보라구 하길래 언제 그런데까지 머리를 쓰겠는가고 고개를 저었다. 리건창이 오늘 찾아왔을 땐 뭔가 풀어주자는건데 이 기회에 매달려본다. 반승낙만 받아내고 아예 두손을 들 때까지 쫓아다니면 별수 있을라구. 변변치 않은 식당을 보이는게 난처했는데 오히려 화가 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일부러 뜨직거리며 말했다.

《돼지를 기르자면 뭐니뭐니해도 종자가 좋아야 하는데, 난 그 물계엔 일자무식이 돼놔서…》

《옳소. 중요한건 종자요. 그건 내가 해결해주겠소. 덕산돼지목장에서 좋은 종자를 보내줄테니 한번 본때있게 해보오.》

살수가 나진 남계수는 땅짚고 헤염치기같은 일을 한번 잘해볼 생각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그럴수록 리건창이 고마왔다. 일군들모두가 이렇게 아래에 내려와 걸린 문제를 찾아주고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남계수는 아직도 낡은 사상잔재가 남아있습니다. 종업원들의 후방사업도 이쯤하면 괜찮다는 자체위안에 빠져있었으니까요.》

《여보, 난 그런 자기비판이나 듣자구 온게 아니요. 자, 이젠 생산현장이나 돌아봅시다.》

정시홍의 안내를 받으며 리건창은 지배인, 당비서와 함께 일용품직장에 들어섰다. 완성된 제품들을 운반차로 나르고있다.

기업소의 생산구조와 능력, 현존하는 설비들의 가동정형과 부문 호상간 련관성, 기술개건에서 노리는 중점방향과 전망목표에 이르기까지 정시홍의 일목료연한 설명을 들으며 리건창은 머리를 끄덕였다.

《급양봉사부문에서는 동무네가 만든 분쇄기와 교반기가 성능이 좋다고 평가하고있소. 아직 받지 못한 봉사단위들에서는 막 야단이요.》

리건창의 말에 남계수가 대답했다.

《진동식교반기는 이달중에 50대는 만들어낼수 있습니다.》

《적소. 우리 시만이 아니라 도와 평양에서도 요구한단 말이요. 추가계획이 떨어질거요. 자재를 절약하고 원가를 낮추기 위한 방도를 찾아야 하며 내부예비를 최대한 동원해야겠소.》

《대신 계획된 자재는 제때에 원만히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당비서가 남계수를 대신해서 한마디 보태주었다.

리건창이 남계수를 돌아보았다.

《지배인동무, 동무네 당비서한테 본위주의가 있다는것을 아오?》

《그게 어디 본위주의나요. 일욕심이지요. 오죽하면 당비서동무가 자재인수원노릇을 다 해보겠습니까. 계획분이라지만 어디서나 긴장한 전투들이 벌어지니 받아오기가 헐치 않습니다.》

《허- 신통히 같은 장단을 치는군.》

리건창은 비판하는듯 했지만 두사람이 마음이 잘 맞는데 대해 만족해하는 기색이 력력했다.

《기사장동무, 전번에 말하던 합금철재료개발은 어떻게 진척되고있소?》

이번에는 리건창이 정시홍에게 물었다.

《망간과 크롬합금철재료를 우리 실정에 맞게 연구하고있습니다. 그것이 성공하면 대담하게 소형정밀기계를 시험적으로 제작해보려고 합니다.》

《멀지 않아 우리는 공화국창건 서른돐을 맞게 되오. 무엇을 하겠는가? 어떤 선물을 안고 이 영광의 축전장으로 들어서겠는가? 지금부터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내밀어야 하겠소. 오늘 내가 온것은 이것때문이요. 일이 바쁜 동무들의 시간을 더이상 빼앗지 않겠소.》

남계수는 리건창을 따라서며 말했다.

《종종 내려와주십시오. 종자돼지만 잊지 않으시면 됩니다.》

《하하. 그야 내 입으로 말했는데 허풍을 쳤다가 무슨 일을 당하자구. 남계수와 절반약속만 해도 변이 난다구 일군들이 혀를 차는걸 내 모르는줄 아오? 그 단련을 받기보다는 먼저 벗어 내팽개치는게 낫다는거요. 하하하.》

청사마당에 서있는 승용차앞에서 리건창은 차에 오르려다 당비서를 손짓으로 불렀다.

《남계수지배인과 일해보니 어떻소?》

《남잡니다.》

당비서의 대답은 단마디였지만 리건창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젠 나이도 있는데 동무가 잘 도와줘야겠소.》

《저보다 열다섯살이나 우이지만 따라가기가 무척 힘에 부칩니다.》

《동문 기계공장에서 당사업을 했더구만.》

《그렇습니다.》

리건창은 당비서에게 당부하듯 말했다.

《어련하겠지만 당의 뜻과 의도대로 남계수지배인을 잘 도와주시오. 다시한번 부탁하오.》

《알았습니다.》

 

이전의 공무직장은 공장에서 고장난 설비들을 수리하는 작업장에 지나지 않았다. 철판을 두드려대는 소리가 멈춤을 몰랐고 용접섬광이 밤낮으로 번쩍거려 한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여기에 오면 귀머거리처럼 손짓으로 말을 주고받는가 하면 지팽이없는 걸음질을 하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그때는 소음공해라는 말조차 몰랐다.

이름은 비록 그대로지만 오늘의 공무직장은 그때와는 달리 완전히 때벗이를 한데다가 현대화까지 되여 공장적인 생산의 첫 공정을 담당한 부문으로 변모되였다. 여기서는 일용품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사출기와 각이한 모양의 형타들이 기술적지표의 요구대로 제작되고있었다. 최근에는 려현석의 발기로 유압식사출기를 만들어 제품의 질과 생산성을 높이고있다. 수동식으로부터 기계식으로, 기계식으로부터 유압식으로! 이것은 공장의 발전을 보여주는 로정이나 다름없었다.

기술준비실에서는 동소옥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지만 려현석은 생산현장에 나와서 일하는것이 습관으로 되였다. 오늘도 새로 만든 유압식사출기의 성능을 자기가 직접 알아보고 완벽한 수준에서 완성하기 위해 사출작업반 기대공들과 함께 일하고있었다. 유압식사출기옆에서 도면을 보고있는 려현석의 어깨를 찰싹 후려갈기는 손이 나타났다.

《종이에 구멍 뚫리겠네.》

《허허, 홍동무요?》

려현석이 도면을 말아 옆에 끼며 건성 인사하자 홍진실은 능청기가 자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녀자는 공무직장의 사출작업반에서 기능공으로 손꼽힌다.

《왔으면 손우인 사람에게 인사를 먼저 해야지 않아?》

푸접좋은 말투가 녀자의 례절쯤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게 알린다. 말재주에서는 당할 사람이 없다는 부기장도 이 녀자한테 걸려들면 옹노에 걸린 메토끼꼴이 된다는 말들이 돈다.

《그걸 잊었지요. 나라는 사람이 인사성은 통 없어놔서…》

《난 그런 사내가 좋드라. 나하구 말 좀 하지 않겠어?》

홍진실은 어깨로 슬쩍 밀어대기까지 하면서 눈을 끔벅거렸다.

《하- 로동시간인데…》

《제가 뭐 지배인이라구, 남계수지배인동진 회의갔어요.》

《규률이야 자각적으로 지켜야지요.》

《작업현장 리탈이라야 지금 서있는 1분이구 이제 소비될 또 1분이 전부니 얼마야? 난 계산에 밝아.》

《됐수다. 더하는 수자는 아무리 바뀌여도 답은 달라지지 않지요.》

《뭘? 바꾼다구? 동닿지 않는 소릴 하면서… 내 말 들어봐.》

홍진실은 려현석의 귀에 대고 바람을 불어넣는데 무던히 재빨리 말을 해댔다. 말그대로 1분을 넘기지 않지만 려현석은 완전히 얼친 사람처럼 고개를 자꾸 휘저으며 두눈만 끔쩍거렸다.

《어때?》

《뭘 말이요?》

《내가 한 말!》

려현석은 그제야 억이 막히는지 허거픈 웃음 같은것을 지었다.

《홍부인, 서발막대기로 하늘을 재려들지 마시라구요.》

《그 말이 재미있다. 사내막대기로 녀자하늘 재는건데 뭐가 두려워서…》

역시 홍진실은 언어의 명수인것이다. 잘못하면 무슨 코에 걸려들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려현석은 성미를 되살리며 우직스럽게 손을 내저었다.

《다신 꺼내지도 마오, 날 실없는 놈으로 만들지 않으려거던…》

제풀에 화가 나서 걸어가는 려현석의 등뒤에 대고 홍진실은 노래나 부르듯 말했다.

《두고보시라구요. 이 홍진실이 마음먹으면 무조건 한다는걸 알아야 해. 려기사쯤을 어찌 두려워할소냐. 좋은 일 한 뒤엔 날 누나라고 불러라. 호호호…》

무슨 액운을 타고났는지 중매군들이라는 지독한 모기떼를 쫓으며 별의별 일을 다 당해오는 려현석이였다. 리해를 시키면서, 고함을 지르면서 동무들사이에 의리까지 상하게 하면서 자기를 지켜오느라니 그의 마음고생도 여간이 아니였다.

너무도 일찌기 곁을 떠나간 안해지만 한순간도 마음속에서 사라진적이 없었다. 뜨거운 정과 넋을 남긴 가장 아름다운 녀인이였던것이다.

어머니는 오늘도 며느리가 남기고 간 유물인 약들을 보며 눈물을 짓군 한다. 먹지 않아도 병이 다 나았다고, 이렇게 두고두고 보면 그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고 어머니가 이야기할 땐 사나이의 눈물을 흘리는 려현석이다.

사람은 정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곁에는 없어도 영원히 나눌수 있는 정을 남기고 간 사람을 그려보는것이다.

려현석의 두 자식중 아들은 혁명학원에 갔고 열살 난 어린 딸이 할머니손에서 자라고있다. 어린것의 얼굴에는 사랑하는 안해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남의 집 애들이 엄마손을 잡고 들놀이를 가는걸 부럽게 바라보는 모습이 못견디게 마음에 걸려 한밤중에 일어나 앉아서 딸애의 볼을 쓰다듬어주군 한다.

내 너에게 어머니의 사랑까지 합쳐서 주마. 아버진 너를 사랑한다. 이붓어머니의 그늘이 네 얼굴에는 절대로 비끼게 하지 않으련다.

이렇게 철부지와 약속을 하군 하는 려현석이였다.

늙은 어머니가 혼자서 집살림을 하는 형편이지만 려현석은 남들보다 일찍 퇴근하는 일이 없었다. 구멍탄 같은것은 밤에 등불을 내걸고 찍군 한다. 어쨌든 어머니의 힘으로 못하는 일은 해야 했던것이다. 그것이 생활이였다.

《소옥기사가 현장에 나가있는게 아니요?》

퇴근준비를 한 려현석은 분석공처녀에게 물었다.

《오늘 오후엔 금속재료연구소에 간다고 했습니다.》

《그래, 늦으면 그길로 퇴근하겠구만.》

려현석은 지금도 동소옥에게 남다른 관심을 돌리고있었다. 서른살을 훨씬 넘겼지만 독신으로 합숙생활을 하고있기때문이다.나이가 들면서 절제있는 생활을 하는 반면에 몰라보게 랭담해지는게 이전처럼 대할수 없게 하였다. 한마디로 지성을 갖춘 도고한 녀자로 변하는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처녀가 나이를 넘기면 괴벽해진다는 말도 그래서 생기는것이 아닌지 모른다.

려현석은 한편으로는 동소옥의 맞춤한 상대를 찾아보려고 무척 왼심을 쓰는터였다.

밤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려현석의 집은 공장에서 길 하나를 건느면 되는 가까운 곳에 있다. 단층마을의 불빛이 어둠속에서도 집들의 륜곽을 나타내고 골목들에서는 아직도 어린 소녀애들이 술래잡기를 하느라고 여기저기서 숨으며 부산을 피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조무래기들의 놀음에 어떤 녀자가 끼여들어서 노래를 불러주고있다.

 

    꼭꼭 숨어라 범 놔주었다

    하늘에 별 하나 꼬리 감췄다

    돌각담뒤에서 숨소리 쌔근

    갸우뚱 나오다 한 애 잡혔다

 

동심에 잠긴 청아한 목소리에 맞춰 손벽까지 친다. 어디서 들은 목소리인데 알수 없어 려현석은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아지미, 한번만 더!》

려현석은 사랑하는 딸애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상한 충격으로 멎어섰다.

《또? 야단났네. 아지민 공장에 가야 한다.》

《딱 한번만!》

매달려 어리광을 부리는 딸의 모습이 보이는것만 같다.

《그래, 어쩌지 못하겠구나. 얘들아, 내가 노래를 부르면 숨어야 돼.》

《야, 좋구나.》

소녀애들이 손벽을 짝짝 쳐대자 다시 노래소리가 울린다.

 

    꼭꼭 숨어라 범 놔주었다

    …

 

려현석은 노래부르는 녀자가 누구인가를 알고는 선자리에서 움직일줄 몰랐다. 한순간이지만 딸애의 외로움을 덜어주고있는 그 마음이 고마웠던것이다.

 

남계수는 인민경제대학을 나온 후 동소옥이 리용하던 실험실을 허물고 그 자리에 단층건물을 새로 지은 다음 기술준비실을 옮기였다. 설계, 실험, 분석을 할수 있는 방들과 함께 실험로도 건설해놓았는데 여기서는 생산에 들어가기 전 마감단계에서 최종지표들을 확인한다. 기술준비실은 기사장이 실장을 겸임하는 부서지만 지배인 또한 항시적으로 관심하는 대상이였다.

그 두사람은 때없이 이곳에서 마주앉아 기술문제들을 협의하군 했다. 새로운 재료개발, 제품의 생산방향 지어 공장사업의 전망이 토론된다는 점에서는 공장의 두뇌적기능을 수행하는 장소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였다.

기업관리에서 기본은 최소한의 지출로 최대한의 리익을 추구하는 생산이였다. 지출을 줄이자면 원단위소비기준을 낮추면서 로동력을 절약해야 하는것이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의 발전추세에 맞게 설비의 부단한 갱신과 새로운 제품의 개발을 따라세워야만 하였다.

따라서 남계수와 정시홍은 공장의 기술집단을 튼튼히 꾸리는데 선차적인 힘을 기울이면서 실무수준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꾸준히 내밀었다. 동소옥은 금속재료개발에서 능력있는 기사로 자라났으며 려현석은 유압계통의 기계전문가로서 발명권도 소유하고있는 인정받는 기술자였다. 새로 키우는 일군들도 현장경험을 충분히 갖춘 사람들이다. 공장인것만큼 리론이 아니라 실용적인 인재가 필요했던것이다.

남계수는 일생산총화를 끝내고 저녁이 이슥해지자 기술준비실로 갔다. 그곳에서는 기사장이 동소옥과 함께 소형전로를 만들고있다. 오늘중으로 끝낼 계획이다. 기술준비실이 차지한 면적의 절반은 실험생산을 하는 작업장이다. 촉수가 높은 전등이 밝히는 그곳에서는 정시홍의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편안한 성격에 지성을 갖춘 사람이여서 일하면서도 음악을 감상하는것을 즐겨했다.

저쯤하면 노래를 부른다고 할수 있지, 우리 기사장이 괜찮아.

남계수는 부러운 마음을 안고 작업장에 들어서며 물었다.

《오늘 밤중으로 끝낼것 같소?》

동소옥과 전극을 설치하던 정시홍이 고개도 돌리지 않으며 대답했다.

《지배인동지가 노루라면 노루지요.》

《그건 또 무슨 소리요?》

《힘들지만 해야 한다니 한다는거지요.》

동소옥은 기사장의 유쾌한 엇드레질이 재미있어 소리없이 웃었다.

어깨너머로 들여다보는 지배인에게 정시홍은 흥흥거려댔다.

《빈손들고 오셨구려.》

《응?》

《지휘관복도 없지. 하다못해 찬물이라도 한그릇 떠가지고 왔겠수다. 지금이 몇신데… 배가죽이 잔등에 가붙는것 같아요.》

그제야 남계수는 제 잘못을 깨달았다.

《아뿔싸! 그걸 잊었구나. 가만 내 돌아서 갔다오지.》

《됐수다. 이밤에 어딜 가서 뭘 가져온다는건가요.》

《여보, 이 남계수가 자기네 기사장의 허기진 배 하나 채우지 못할 사람같은가. 알길 우습게 아는구만. 기다리게.》

큰소리를 쳐댄 남계수지만 말은 바른대도 이제 당장 어디 가서 뭘 구해와야 할지 궁리조차 나지 않았다. 저벅거리며 돌아서 걷는데 정시홍이 찾았다.

《그만두라구요. 난 말렸수다.》

《약을 올릴텐가.》

주먹까지 쳐들어보이던 남계수는 걸음을 내짚지 못한채 멀쩡히 앞만 바라보았다. 당비서가 작업장에 나타나지 않는가.

오늘은 시당에서 회의를 늦게까지 한다고 했는데, 저 손에 든 꾸레미는 뭔가.

《지배인동문 어딜 갑니까?》

《아, 그… 저길 좀…》

정시홍이 어렵지 않게 대답해치웠다.

《비판을 받고 자기 결함을 퇴치하러 가는 길입니다.》

《저 사람이…》 하고 기사장에게 눈총을 놓은 남계수는 《틀리는 말도 아니지요. 기사장이라는 사람이 아이처럼 배고프다니 별수가 있나요.》 하며 웃었다.

《그럼 내가 마침 온가 봅니다. 변변치 못한 이걸 놓고서라도 요기를 합시다. 마침 나도 식전이니 잘됐습니다.》

당비서가 작업대우에 보자기를 풀어놓으며 소탈하게 말하자 남계수의 눈길이 둥그래졌다.

구미가 동하게 하는 빵구럭과 사이다병들이 나타나자 그가 제꺽 《이크, 면무식을 하게 됐구나.》 하고 중얼거리는데 《남의 불에 게 굽는 격이지요. 하긴 우리 지배인이 지출에서 손해볼 사람인가요.》 하며 기사장이 야료를 하여 모두 웃었다.

공장의 책임일군들이 다 모인 자리여서 동소옥이 얼른 일어나 피하려고 하는데 당비서의 목소리가 멈춰세웠다.

《동소옥기사동무, 가면 안됩니다. 성의에 대한 무시로 될수 있소.》

동소옥은 어쩔바를 몰랐다. 지금 당비서는 나이에 비해 사업방법이나 일본새가 로숙한편이였다. 공장의 작업장 어디에나 가면 로동자들이나 일군들과 어울리는 그의 모습을 어렵잖게 볼수 있었다. 말많은 아낙네들 짬에도 스스럼없이 끼여드는데 그런 자리에서는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오죽하면 홍진실이가 다 혀를 찼겠는가.

《우리 당비서 말도 말아. 기막힌 육담대장이야. 잘못 마주섰다간 웃다가 허리끊길수 있다는걸 알아야 해.》

동소옥은 당비서가 넘겨주는 빵을 든채 소리없이 미소를 지었다.

《기사장동무, 우리 집사람말입니다. 처음 시집와서 나하구 밥을 먹을 땐 참하게 숟가락질하다가 밥상을 들고나가서는 부엌에 숨어서 2차식사를 하군 했지요. 녀자들이 결코 작게 먹는게 아니구나 하는걸 그때야 알았지요.》

자기보고 들으라는 소리여서 동소옥은 낯을 붉히였고 이러루한 자리에서 말이 모자라지 않는 기사장이 재미있다고 웃으며 받아친다.

《당비서동무도 참, 그런거야 못 본척 하는게 당사업이 아닌가요.》

《아니지요. 집에 들어가면 난 세대주로서 나라의 량정규정대로 소비할것을 엄격히 요구한단 말입니다. 아무리 처래도 초과급식을 시킬수는 없으니까요.》

《하하하.》

《허, 허허허.》

남계수와 정시홍이 머리를 흔들어대며 웃지만 당비서는 시침을 뚝 따고 말을 계속했다.

《시집왔을 땐 우리 집사람도 그런대로 몸매가 일없었댔는데 무섭게 잡숴대더니 몸이 무한정 불어나기 시작하여 무슨 일을 쳤는지 압니까. 글쎄, 겨우 출생시켰지요. …하, 이거 내가 녀성이 있다는걸 잊구서 그만…》

정시홍은 너무도 우스워 무릎까지 두드려댔다.

《당비서동무가 사람 웃기는데서는 선수권을 보유했다기에 무슨 소린가 했더니 정말 그렇군요.》

남계수도 천연스러운 얼굴을 한 당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배인동무, 우리 기업소도 비만증상이 나타나는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화제의 방향을 완전히 역전시키는 당비서였다.

《기업소가 비대해진다는건… 어떤 의민가요?》

남계수가 의아해서 묻자 당비서는 머리를 끄덕였다.

《생산의 활성화는 좋습니다. 그런데 기구를 확대하려는것은 고려해야 할것 같습니다. 관리부서들을 새로 내오자는 의견들이 제기되는데 사실상 내가 료해한데 의하면 현재 일군들의 업무량도 많지 않다는겁니다. 생산현장에서는 두몫세몫 하는데 관리일군이라고 그렇게 못할 리유는 없습니다. 관리부서가 초과급식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보는데요. 지배인동무, 어떻습니까?》

당비서의 표현력에 감탄하면서 남계수는 그의 예리한 분석과 비판에 머리가 숙어졌다. 공장의 규모와 생산능력이 확장되니 로동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그에 관리기구도 따라서는것은 상식이나 같이 되였다. 어느덧 그의 머리속에도 공장의 급수가 높아진데 맞게 기구도 보란듯이 갖추려는 관점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던것이다. 일 잘하는 공장이라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큰 기업소의 지배인이 되여보려는 생각을 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일을 잘한건 로동자들이고 기술자들인데 지배인이 턱을 쳐들고 나서려고 했으니…

《당비서동무, 제때에 비판을 주어 고맙소.》

《하하, 접수된다니 내가 오히려 고맙지요. 공장의 구조는 우로 올라갈수록 간편한것이 리상적이라고 봅니다. 관리기구가 비대해지는건 좋을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일이나 합시다. 동소옥기사동무, 나야 기술은 없는거구 무슨 일이든 과업을 주시오. 힘은 있으니까.》

《어마나!…》

공장책임일군들의 이야기에 심취되였던 동소옥은 얼굴을 붉히며 일어났다.

 

련재
[장편소설]언약 (제1회)
[장편소설]언약 (제2회)
[장편소설]언약 (제3회)
[장편소설]언약 (제4회)
[장편소설]언약 (제5회)
[장편소설]언약 (제6회)
[장편소설]언약 (제7회)
[장편소설]언약 (제8회)
[장편소설]언약 (제9회)
[장편소설]언약 (제10회)
[장편소설]언약 (제11회)
[장편소설]언약 (제12회)
[장편소설]언약 (제13회)
[장편소설]언약 (제14회)
[장편소설]언약 (제15회)
[장편소설]언약 (제16회)
[장편소설]언약 (제17회)
[장편소설]언약 (제18회)
[장편소설]언약 (제19회)
[장편소설]언약 (제20회)
[장편소설]언약 (제21회)
[장편소설]언약 (제22회)
[장편소설]언약 (제23회)
[장편소설]언약 (제25회)
[장편소설]언약 (제26회)
[장편소설]언약 (제27회)
[장편소설]언약 (제28회)
[장편소설]언약 (제29회)
[장편소설]언약 (제30회)
[장편소설]언약 (제31회)
[장편소설]언약 (제32회)
[장편소설]언약 (제33회)
[장편소설]언약 (제34회)
[장편소설]언약 (제35회)
[장편소설]언약 (제36회)
[장편소설]언약 (제37회)
[장편소설]언약 (제38회)
[장편소설]언약 (제39회)
[장편소설]언약 (제40회)
[장편소설]언약 (제41회)
[장편소설]언약 (제42회)
[장편소설]언약 (제43회)

독자감상글쓰기
Change the CAPTCHA codeSpeak the CAPTCHA code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19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