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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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후 만수대예술극장에서는 중앙기관 일군들과 문학예술부문의 창작가, 예술인들을 위한 조선인민군협주단 공훈합창단공연이 진행되였다.

공연은 두터운 얼음장을 깨치며 봄의 태동을 눈앞에 불러오듯 관람자들의 심장을 드세게 울렸다.

《오늘의 공연은 맥을 놓고 주저앉았던 우리들을 정신차리게 해준 폭탄같은 선언이고 호소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왜 오늘의 공연을 마련해주시였는가를 심장으로 감수하였다.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현실에 뛰여들겠다.》

《시대에 대한 불타는 심장, 우리 장군님의 음악정치에 대한 열렬한 공감과 억제할수 없는 심장속 피의 분출… 이것이 최고사령부가수들이 그처럼 숭엄하고 우렁찬 송가를 쏟아낼수 있게 한 힘의 원천이였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분발하겠다.》

공연을 본 일군들과 창작가, 예술인들은 심장을 쾅쾅 두드리는 공훈합창단의 노래를 통해 자기들을 돌이켜보았고 결코 늦추어서는 안될 시대의 사명감을 자각하게 되였다. 폭풍같은 반향이 수도를 휩쓸었다. 온 나라에 파급되였다.

휴식일이다.

후방부를 비롯한 보장부서성원들은 돼지목장중축공사를 지원하기 위해 아침일찍 교외의 부업지에 나갔고 공연을 성과적으로 보장한 창작가, 예술인들은 전승절공연준비를 위한 창작창조활동을 벌렸다.

오전내껏 창조성원들과 함께 총관통련습에 참가했던 유진수는 정오에 이르러 부서장협의회를 열었다. 관통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토론한 뒤에 창작가들과 선창자 몇몇이라도 부업지에 나가보는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의견을 내비쳤다. 모두가 찬성했다.

유진수는 몸살을 앓고있는 설명순실장에게 떨어질것을 권고했다.

《아니, 함께 가겠습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찬바람을 맞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직일관실에서 후방부의 소형뻐스가 현관마당에 대기했다는 련락이 왔다. 부랴부랴 책상을 거두는데 귀맛좋은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뜻밖에도 한규일의 전화였다. 음악무용대학시절 그의 강의를 여러번 받은적이 있어 사돈이라는 의미보다는 옛스승이라는 관념을 먼저 앞세우게 되는 진수는 그가 오래간만에 전화를 걸어온것이 무등 반가왔다.

《부단장동무, 혹시 방해되지 않는가요?》

《괜찮습니다. 헌데 어떻게 전화를 다…》

《좀 부탁할 일이 있는데…》

유진수는 한순간 얼굴의 피부가 핑핑해짐을 느꼈다. 며느리의 소환문제때문인듯 했다. 침묵으로 대답했다.

《도서를 하나 집필하고있는데 부단장동무의 도움이 필요되는구만.》

유진수는 책상우에 굽혔던 허리를 폈다. 안도의 숨이 나갔다.

《음악도서를 집필하는가요?》

《그렇소. 이번에 공훈합창단공연을 보고나서 우리도 각성했소. 국립교향악단이나 피바다가극단에 나가보니 거기서두 불이 붙었더구만. 나 역시 큰 충격을 받았소. 지난 시기의 음악자료를 종합하는 도서를 집필하고있는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깐.》

창밖에서 뻐스의 경적소리가 자지러지게 울렸다.

《선생님, 후에 시간을 내면 안되겠습니까? 지금은 부업지로 나가는 길이 돼서…》

《예, 그렇게 합시다. 다시 전화를 걸겠소.》

《참, 선률이가 집에 들렸던가요?》 하며 유진수는 전화가 끊어질가봐 성급히 물었다.

《하루밤 자고 갔소.》

유진수는 이미 짐작은 했으나 한규일의 대답을 듣고보니 별스레 속이 허전해졌다. 며느리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속을 파고들었다.

《왜 시집에 안갔던가요?…》

《아니, 아닙니다. 제가 일이 바쁘다나니 만나지 못했지요. 밖에서 찾는 소리가 들려서… 선생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유진수는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뻐스에 오르는데 문가에 서있던 키가 꺽두룩한 지휘실장이 허리를 굽히며 진춘일의 집에 좀 들려야 할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 동무야 오늘 시간을 받지 않았소. 아버지의 70돐생일이라고 하던것 같던데…》

《예, 헌데 무슨 일때문인지 아빠트밑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유진수는 진춘일네가 사는 장경동방향으로 차를 돌리게 했다.

아빠트앞의 넓지 않은 공지에 이르니 과연 진춘일이 나와있었다. 어딘가 아련하면서도 세련미를 풍기는 춘일의 안해가 그의 곁에 바투 서서 귀속말로 속삭이고있었다. 해맑은 웃음이 가득 실린 갸름한 얼굴이 인상적이였다.

가슴에 훈장이 가득한 례복차림의 진춘일의 아버지가 뻐스에서 내리는 유진수의 손을 잡았다. 전화의 날에 화선악기를 들고 군무자예술축전에 참가한적이 있어 지금도 그때의 일을 즐겨외운다는 로인이였다.

《일흔나이가 되고보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우리 장군님께서 춘일이를 키워주고 내세워주시였는데 성의를 보이고싶어서 이렇게…》

유진수는 대사를 치른다는 말을 듣고도 도와주지 못했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만류했다. 로인이 서운한 기색을 지었다.

《작다고 나무람하시오? 상을 허문것인데 부업지에 나가 맛이라도 보아주오.》

진춘일이 이젠 대사가 기본적으로 끝났으니 자기도 부업지에 나가겠다고 했다. 선창자들이 기다렸다는듯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런데 진춘일의 처가 잠간 기다려달라며 현관쪽으로 바삐 뛰여갔다. 얼마간 시간이 흘러 숨을 할딱거리며 뛰여오는 그 녀자의 손에 여러컬레의 장갑이 쥐여져있었다. 도두룩한 이마전에 내돋는 땀방울을 훔치며 춘일에게 장갑을 넘겨주었다.

《시간을 지체시켜서 미안합니다.》

더 설명하지 않아도 리해되였다. 지휘자인 남편이 혹시 손을 상하게 될가봐 장갑을 가져온것이다. 그러나 한컬레뿐이면 괜히 남편만 무안해할것 같아 여러컬레의 장갑을 마련했던것이다.

유진수는 이런 사람들이 있어 공훈합창단이 자기의 좌지를 더욱 튼튼히 다질수 있는것이라고 생각했다.

소형뻐스는 시내를 벗어나 교외의 아스팔트길을 따라 한동안 달렸다. 부업지와 잇닿은 울퉁불퉁한 길에 들어서자 한창 벽체쌓기를 하던 종업원들과 후방부서의 군관들이 웬일인가싶어 일손을 멈추었다. 전이 넓은 초물모자를 쓴 녀인들이 먼저 일행을 알아보며 손을 저었다.

리문혁이 먼저 내려서며 창작가들과 선창자들이 소박한 축하공연무대를 안고 왔다고 소리쳤다. 반나절 헤여졌던 사람들은 마치 오래간만에 상봉하듯 서로 부여안으며 기쁨을 나누었다.

농립모를 눌러쓴 전상근은 유진수에게 형상창조가 바쁜데 괜히 나왔다고 말하면서도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부업지의 목장건설을 책임진 해볕에 얼굴이 거멓게 탄 김대연은 창조사업이 바쁜 창작가들과 선창자들이 나온것이 마치 제 불찰이라도 되는듯이 몹시 미안해하였다. 인민군협주단에서 민족악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억지스런 사람이긴 해도 바로 그런 열성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그는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하나 민족악기생산문제를 성사시키려고 애를 쓰고있었다. 그래서 기지건설을 책임지라는 당위원회의 과업도 반갑게 받아안았던것이다.

진춘일의 집에서 지원한 식료지함들이 공사장의 활기를 더욱 북돋아주었다.

누구인가 록음기를 틀어놓았다.

리문혁이 자기 할바를 깨달은듯 소담한 웃음을 지으며 불로크무지우에 올라섰다.

《공훈합창단이 울리는 군가의 보이지 않는 오선지가 되고 소리표가 되여주는 동지들의 수고에 인사를 드리면서 이제부터 들판의 무대를 펼치겠습니다. 독창 정일봉의 우뢰소리입니다. 노래에 선창가수인 석지민동무입니다.》

환성이 터졌다.

노래는 절찬을 받았다. 뒤를 이어 김중영과 리문혁이 전시가요들을 불렀다. 쿨럭쿨럭 잔기침을 달고다니는 설명순이도 젊은이들과 합세하였다.

관중들은 노래소리에 맞추어 더욱 재게 일손을 놀렸다.

《공연》을 마친 성악배우들은 음악에 성실한 음악가는 로동에도 성실하다는것을 증명하듯 저마다 일감을 찾아쥐였다.

속옷이 땀에 화락하니 젖고 철빛을 띤 얼굴에 광대뼈가 유별나게 두드러져보이는 김대연이 유진수를 찾았다.

《부단장동지, 휴계실에 잠간 가보지 않겠습니까?》

《? …》

《좀 보여줄것이 있습니다.》 하며 그는 유진수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산뜻한 맛을 주는 휴계실은 채광이 좋았다.

김대연은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물결무늬가 그려진 사물함을 열고 배가 불룩한 배낭을 꺼냈다.

《좀 보십시오. 이걸 가지고 부대에 가려댔는데 마침입니다.》

대연은 배낭아구리를 끌러 그안의것을 방바닥에 와락 쏟았다. 각이한 규격의 참대와 비닐관들이 쏟아지며 도글도글 굴렀다.

《짬짬이 만든 피리들입니다. 그리고 흐름식설계도면도 대충 그려보았습니다.》

대연은 유진수가 어디 도망치기라도 할가봐 흘끔흘끔 훔쳐보며 말코지에 걸린 전투가방을 벗겼다. 꼬깃꼬깃 접은 도면을 꺼내였다.

《보십시오,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린 한두해안으로 인민군대의 적지 않은 단위들에 피리를 공급할수 있습니다. 훈련의 여가시간에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예술소조활동을 할수 있단 말입니다. 이곳 주둔부대 군인들과 토론해봤는데 모두 좋아합니다.》

유진수는 허거프게 웃고말았다. 다음순간 그의 움푹 꺼져든 량볼이며 꺼칠해진 손등에 눈길이 가며 속이 뭉클해났다.

《대연동지, 해야지요. 나도 반대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더 막중한 임무가 맡겨져있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가르쳐주신대로 관현악연주를 최상의 경지에 올려세워야 합니다.》

《그것도 하고 이것도 해야지요. 터놓고 말해서 전 민족악기를 두고 생각하면 오금이 다 저려납니다. 민족악기분야에서야 그래도 이 대연이 큰소릴 치는데 왜 계속 당에 근심만 드리겠습니까.》

등이 구붓한 대연은 도면을 다시 접으며 쓸쓸히 웃었다.

유진수는 속이 어릿해났다. 어떤 명예나 보수도 바람이 없이 음악을 량심적으로 대하는 사람을 두고 말한다면 김대연부터 짚는것이 마땅할것이다.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심정을 전혀 리해하려 하지 않는것이 서운했다.

《좀 생각해봅시다. 하지만…》

밖에서 휴식구령소리가 들렸다. 고구마를 삶아왔으니 빨리 모이라는 석지민의 굵은 목소리가 잇달아 울렸다.

《빨리 나가서 우리도 고구마를 맛봅시다.》

했으나 김대연은 얼른 움직일념을 않고 미완성품인 피리소재들만 만지작거렸다.

부단장을 찾는 소리에 유진수는 먼저 밖으로 나갔다. 종업원녀인이 내미는 따끈한 고구마를 리문혁에게 넘겨주었다.

《대연동무가 휴계실에 있을거요. 거 피리와 영 떨어지기 아쉬워하는구만. 성미두 참… 좀 갖다주오. 자, 이것두 그리구 이것두…》

하고서야 그는 자그마한 고구마 하나를 집어들고 한입 베였다.

어깨에 작업복을 걸친 리병삼정치부장이 고구마를 한손으로 굴리며 유진수쪽으로 슬몃슬몃 다가왔다. 여불없는 농군의 자세였다.

《나도 일을 좀 한다고 표창받았소. 부단장동무, 우리 개울에 가서 시원하게 발이나 씻지 않겠소?》

유진수는 리병삼의 뒤를 따라 작업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개울가로 향했다. 돌서덜밭에 퍼더버리고앉았다. 풀벌레들이 씨르륵씨르륵 울어대는 소리가 귀맛을 돋구었다.

전연부대에서 정치일군으로 복무한 리병삼은 유진수와 동갑나이였는데 론리가 명백하고 어떤 문제에서나 정치일군다운 공정성과 명료성을 잃지 않아 대중의 신망을 얻고있었다. 랭정해보이는 눈이 주의깊게 사람들을 내다보고있어 사뭇 두렵게 느껴지지만 일단 만나고나면 상대방의 마음을 쾌하게 했다.

《부단장동무, 서윤호동무가 오늘도 나오지 못했지요?》

유진수는 리병삼의 우묵한 눈확을 피끗 바라보았다.

《예, 딸이 병원에 입원해있다는지…》

《혼자손이니 몹시 힘들겠구만.》

정치부장은 고구마의 허리를 뚝 꺾어 진수에게 내밀었다.

《이렇게 함께 먹으면 더 맛있지요. 서동무가 대퇴가 골절되여 수술을 받은 뒤로 몹시 불편해하는데 집중적인 치료를 받도록 조직사업을 해야 할가보오.》

《글쎄단장동지도 한번 말을 비친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쁘긴 하지만 료양치료를 권고했는데 거절하더군요.》

《무엇때문에 반대하는것 같소?》

《짐이 되고싶지 않아서 그러는지… 어쨌든 좋아하는 기색이 아니였습니다.》

리병삼이 생각깊은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이였다.

《내 잘못이 크오. 너무 방심했거던.》

유진수는 정치부장을 피끗 돌아보았다. 그의 속내를 넘겨짚기 힘들었다.

《사실 서동문 능력있는 성악배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힘들어합니다. 솔직한 말로 그가 병을 털고나서도 자기 위치를 지키겠는지 우려됩니다. 게다가 지팽이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다른 동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침묵이 흘렀다. 어디선가 배부른 황소의 긴 영각소리가 났다. 애된 송아지의 울음소리가 곁따랐다. 농촌특유의 두엄내와 싱그런 풀내가 더운 바람에 실려왔다.

갑자기 개울물의 웃녘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났다. 바지가랭이를 넙적다리까지 걷어올린 조무래기 서넛이 개울녘의 크고작은 돌들을 들추며 반두질을 하고있었다. 머리총이 세고 얼굴모양이 둥글넙적한 녀석의 허리춤에 갈대피리가 칼처럼 꽂혀있었다. 유진수는 휴계실에서 보았던 미완성제품인 피리들이 상기되였다.

유진수도 아이적에 자작 만든 갈대피리를 허리춤에 척 꽂고 즐겨 뛰여다니군 했다.

어느날엔가는 그 차림새로 흥남비료공장에 현실체험을 왔다는 리면상선생을 만나겠다고 합숙에 찾아간적도 있었다. 리면상은 음악에 대한 한 시골소년의 애착과 열정을 리해해주었고 그가 짬짬이 작곡한 현실에 차넘치는 음향과 리듬에 대한 소리표들을 진중하게 보아주었다.

《열심히 공부해라. 너에겐 감각이 있다.》

그때부터 진수는 인생을 악보와 련결시키며 창작의 세계에 뛰여들었는데 자기에게 고무적인 힘을 준 유명한 선생을 늘 고맙게 생각하군 했다.

애들이 주춤거렸다. 꽤 어려보이는 꼬맹이가 코를 훌쩍거리며 풀대로 만든 버들치꿰미를 슬그머니 등뒤에 감추었다. 너무 작은것들을 잡아 혹시 욕을 먹지 않을가 하는 불안이 얼굴에 씌여져있었다.

《어서 잡거라. 그런데 이왕이면 좀 큰것을 잡으렴. 학교음악소조에 다니느냐?》

리병삼이 물었다. 갈대피리를 허리춤에 꽂고있던 애가 덧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이쪽저쪽에 안심치 않은 눈길을 보내는 다른 애들에게 고개짓을 했다. 애들은 서둘러 반두를 걷어가지고 개울에서 나왔다. 그들이 앉은 곳을 빙 에돌더니 아래녘으로 달음박질쳐갔다.

작업장쪽에서 박수갈채가 터졌다. 뒤따라 김중영이 부르는 특이한 음색의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지정곡인 《동지애의 노래》다.

《저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각이 깊어지는구만. 병사시절의 첫걸음을 뗄 때 나에게 동지애란 무엇인가를 심장으로 배워준 전우들에 대한 추억때문이랄가. …》

리병삼의 진중한 말에 진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중영동무에게 재미있는 일화가 많더구만.》

리병삼이 슬그머니 화제를 돌리며 웃었다.

《예, 예술인들이란 대개 이름이 나면 이러저러한 뒤생활이 재미나게 윤색되군 합니다.》

유진수는 사람들속에 파급된 이제는 비밀이 아닌 김중영에 대한 일화를 상기하며 조용한 어조로 응대했다.

병사시절 자동차병으로 복무하다가 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하고 만수대예술단에 배치되였던 김중영은 피타는 노력의 대가로 인차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가수가 되였다. 마침 배우자를 선택해야 할 한창나이여서 녀자를 소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중영의 마음에 든 처녀는 동진료소에 갓 배치된 의사였다. 제대군인으로서 성미가 활달한데다가 환자들을 위해 자기를 깡그리 바칠줄 아는 처녀는 앓는 어머니때문에 가끔 진료소에 가군 하던 중영의 눈에 매혹적으로 비껴들었다. 처녀는 언제나 웃으며 총각을 대해주었고 어머니의 치료에 진심어린 방조를 주었다. 그것이 총각의 마음을 더욱 세차게 불타게 했고 마침내는 청혼으로 이어지게 했다.

처녀는 배우총각의 청원을 거절하지 않았다. 녀자네 집에서는 텔레비죤화면에도 종종 방영되는 명배우라는 소리에 귀가 항아리만 해졌다. 며칠내로 약혼식을 하였고 뒤따라 결혼식도 치르었다.

결혼식을 한지 몇달후에 안해가 구역병원으로 소환되게 되였는데 그때에야 안해는 남편이 일찍 대학에 입학하다나니 아직 당원의 영예를 지니지 못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래서 간혹 부부간의 말다툼이 벌어질라면 안해는 비당원이 응당 당원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어진 남편을 꽤 괴롭혔다고 한다.

그런 김중영이 최고사령관동지의 배려로 인민군협주단 공훈합창단에 소환되고 당원의 영예까지 지니게 되자 안해는 물론 본가집 어머니도 온 동네를 다니면서 남편자랑, 사위자랑을 했다는것이다.

장군님께서 아끼시는 배우들인데 어떻게 하면 그들을 잘 도와주겠는지 그저 걱정뿐이구만. 중영동무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보니 서윤호동무에게 우리의 진정이 가닿지 못한듯 한 생각이 드오. …》

리병삼의 목소리였다.

《우리 힘자라는껏 마음을 합쳐봅시다.》

유진수는 어떻게 웅대할지 궁냥이 트이지 않았다. 아직은 그도 서윤호에 대해 똑바른 견해를 세운것이 없었다. 단지 집단에 부담이 되는 사람들에게까지 호의를 베푸는것이 옳겠는가고 자문할뿐이다. 물론 정치부장의 말은 옳았다. 그렇다고 당앞에 예술창조사업을 책임진 자기까지 그런 인정세태에 빠질수는 없었다. 음악으로 최고사령부를 옹위하고 당정책을 옹호하는것이 바로 군가집단의 사명일진대 사소한 인정으로 자기의 책임감을 가볍게 할수는 없는것이다.

《참, 이전에 합숙식당 취사원으로 일했다는 녀자 말이요, 서동무가 그 녀자와 무슨 좋지 않은 시비거리가 있었다는 소릴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오?》

《어떻게 생각할거나 있습니까. 그저 리해하기탓이지요.》

유진수는 정치부장이 색바랜 일을 상기시키는것이 썩 내키지 않아 시답지 않게 대답했다.

몇해전이였다. 상처한지 얼마 안되던 서윤호는 자식들이 아직 구실하지 못하다나니 자기 몸차림도 미처 돌보지 못했다. 그래서 합숙신세를 질 때가 많았는데 가끔 눈매가 곱고 마음씨 착한 식당취사원이 그를 관심해주군 했다.

그것이 좋지 못한 화제거리가 되였다. 누군가는 취사원의 남편이 린접부대의 군관이라는것을 알고 집단을 망신시킨다면서 그를 호되게 추궁하기도 했다.

소문이 너절하게 나돌다나니 취사원은 한동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 그런데도 서윤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청사가까이에 있다는 취사원네 집에 자주 다니였는데 그것때문에 귀먼 뒤소리를 듣군 했다.

유진수는 서윤호의 무분별한 행동때문에 다른 가정의 화목이 깨여질가봐 은근히 걱정되였다. 그러나 다행히 그런 불미스런 일은 생기지 않았고 좀 있어서는 뛰뛰한 소문도 먼지처럼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런데 정치부장은 웬일로 아름답지 못한 과거를 들추려는지

《서동무가 어떻게 돼서 그 녀인과 친하게 되였는지 아오?》

리병삼이 마치 진수의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듯 물었다.

《거 뭐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까?》 하며 진수는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한사람의 인생에 오점을 남긴 일인데 본인인들 얼마나 속이 탔겠소. 도대체 믿어지지 않아서 내 그 집엘 가보았소. 알고보니 취사원의 남편이 서동무와 병사시절을 함께 보낸 전우였더구만. 처에게 혼자 사는 서윤호를 잘 봐주라고 당부한 사람이 바로 취사원의 남편이였소.》

진수는 놀랐다. 홀아비이다보니 그러루한 리면도 있을것이라고 지레짐작한것이 부끄러웠다.

《생활이란 얼마나 아름답소. 이 아름다운것을 다르게 보면야 안돼지.》

《예, 하긴 그렇습니다.》

《그를 잘 도와줍시다.》

진수는 대답하기 어려웠다. 잘 도와주자는 의미가 몽롱하게 느껴졌다.

《정치부장동지…》

유진수는 살폭이 있는 두손을 맞잡으며 또박또박 씹어서 말했다.

《내 보건대는 서동무가 노래부르는걸 힘들어하는것 같습니다. 훈련에도 마지못해 참가하지요. 목요기량발표회에서 자주 락후한 평가를 받는데 분발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이지 않습니다. 합창단의 머리수나 채우는데 가수의 의무가 있는게 아니지요. 그냥 어루만지기만 해선 안될것 같습니다. 대렬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리병삼이 무춤 놀랐다.

《요구성을 높이는건 좋지만 무작정 차버려서야 안되지요.》

유진수는 예술사업을 책임진 자신의 립장에서는 보다 명백하고 랭철한 견해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 사회예술단체들에서 기량이 높고 실력이 있는 배우들과 연주가들을 대담하게 받아들이자는 의견입니다. 지금 당에서 우리 공훈합창단을 중시하는만큼 그들이 결코 우리의 제기를 외면하지는 않을겁니다. 또다시 당에 손을 내밀수야 없지 않습니까.》

리병삼은 생각깊은 어조로 당위원회에서 한번 토론해보자고 응대했다.

《정치부장동지, 아무쪼록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저도 서윤호동무의 집에 한번 가보겠습니다.》

리병삼이 유진수의 손을 잡았다.

《그래주오. 그러면… 서윤호동무가 좋아할거요.》

등뒤에서 정치부장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전상근단장이 맨발로 걸어오고있었다. 딴딴한 장딴지에 매달린 마른 진흙덩이가 흔들흔들 춤을 추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너부죽한 얼굴에 온통 웃음천지였다.

《허, 다들 여기 있었구만. 혹시 이 단장의 뒤소릴 하는게 아니요?》

《허허, 부단장동무에게서 비판을 받던중입니다.》

리병삼이 묵직한 몸을 일으키며 호기있게 웃었다.

《모르겠소, 내 지금 설명순실장한테서 시험을 치르고 오는 길이요. 야박하더구만. 요새 머리를 싸쥐고 음악공부를 하는데 거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고 시창을 받아내는데 얼마나 엄격하겠소?》

《그래서 합격되였습니까?》

유진수도 설명순실장이 매일마다 짬을 내여 단장의 강사가 되여준다는 소리를 들었다. 실장의 요구성이 얼마나 높았던지 단장은 한강의가 끝나면 아예 초절임이 되여 두손을 쳐든다고 했다. 하면서도 다음날에는 또다시 실장을 찾아가는데 들리는 말엔 수강생치고 열성이 대단하다는것이다.

《합격이 뭐요? 하지만 발전성이 있다는 소린 들었소. 귀맛이 좋더군.》

웃음이 터졌다.

전상근은 유진수에게 자기가 악보를 보면서 시창을 하겠으니 좀 들어보겠는가고 했다.

《좋습니다. 그럼 저도 한번 선생님이 되여봅시다.》

악보를 쳐든 전상근이 한손으로 장단을 치며 시창을 했다. 음정도 정확하고 리듬이나 강약도 제대로였다.

유진수는 놀란 눈길로 전상근을 바라보았다.

《아니, 음악을 잘 알면서도 딴전을 부렸군요.》

《딴전은 무슨… 나도 의무교육을 받았는데 바탕이야 좀 있었지.》

《그렇다면 솔직한 말로 발전이 대단합니다.》

유진수는 감탄조로 외웠다.

전상근은 오늘은 실장한테 좀 뻐기여도 되겠다면서 선생만은 잘 고른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부단장동무, 이제 보오. 언젠가는 이 전상근이도 꼭 명곡을 내놓을 때가 있을거요.》 하며 단장은 큼직한 손으로 피아노건반을 두드리는 시늉을 해보였다.

《정치부장동무, 오늘 부업지의 종업원들이 희한한 노래구경을 했다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오.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는 음악가들인데 아까울게 없다면서 터밭들에 심은 남새작물이며 과일들을 가져왔더구만.》

《그래요? 그 마음들이 얼마나 소중합니까. 하지만 단장동지, 받은 셈치고 그대로 돌려주는게 어떻습니까? 사실이야 우리가 그 동무들을 도와주는게 옳지요.》

《나도 같은 생각이요. 정치부장동문 확실히 이 전상근이와 배짱이 맞는다니깐, 허허.》

리병삼이도 소리내여 웃었다.

《그대신 이 정치부장이 더 큰 짐을 져야지요. 대연동무가 민족악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목재를 부탁하던데 이제는 조건이 다 성숙된것 같습니다.》

《하, 그러니 딴의 속심이 있었구만. 참, 부단장동무, 대연동무를 만났댔소? 아침부터 동무가 나오지 않는가고 계속 물어보던데…》

《예, 만나서 한절반 땀을 뺐습니다.》

유진수는 도면을 성급히 펼쳐보이며 열성껏 설명하던 대연의 모습을 눈앞에 떠올리며 코숨을 길게 내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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