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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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등에 무겁게 매달리는 졸음을 쫓으며 다음번공연에 내놓을 작품의 총보를 연구하던 유진수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끄덕끄덕 고개방아를 찧기 시작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환각이 눈앞에 펼쳐지고있었다. 어느결에 지휘자가 된 자기의 모습이 보였는데 가수들과 연주가들이 어인 일인지 지휘에 복종하지 않고 제멋대로 노래를 형상했다. 너무도 안타까와 보면대까지 두드리며 아니라고 소리쳤으나 가수들은 들은척도 않고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아무래도 자기가 합창대에 서는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며 지휘봉을 던지는데 가락맞는 종소리가 울렸다. 벌써 휴식시간이 된듯 했다. 이상하게도 종소리는 멎지 않고 계속 잇달렸다.

때아닌 깊은 밤중의 전화종소리에 유진수는 순간에 잠기를 털어버렸다.

총정치국 심진성부국장의 전화였다.

《선창자들이 있소?》

《예, 잠간 휴식을 하고있습니다.》

《그럼 됐구만. 선창자들과 함께 빨리 평양-원산관광도로입구에 나와야겠소.》

더 다른 설명이 없이 통화가 끝났다. 유진수는 비상한 예감을 안으며 가벼이 몸을 떨었다. 몸이 활시위처럼 긴장되였다.

일행을 태운 뻐스는 곧 시내를 벗어나 교외가 시작되는 관광도로입구에 당도했다. 승용차 한대가 불빛신호를 보내며 대기하고있었다. 뻐스는 지체함이 없이 승용차의 뒤를 따라섰다.

뻐스는 한시간 좋이 달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부단장동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뒤좌석에 앉았던 리문혁이 엉거주춤 일어서며 다급히 부르짖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야전숙소의 불빛환한 현관밖에서 조명록총정치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계시였다. 활달한 손세로 말씀의 의미를 강조하시다가 문득 뻐스를 띠여보시며 환히 웃으시였다. 유진수는 저도 모르게 코마루가 시큰해졌다. 감격이 샘솟듯 하며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뻐스가 멎어서기 바쁘게 내려선 유진수는 그이께 환희로운 목소리로 도착보고를 드렸다.

《동무들을 부르면서 생각이 많았소. 혹시 이밤에 차행군을 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랴싶어 괜히 불렀다고 후회했소.》

다심한 정이 느껴지는 그이의 말씀에 유진수는 목이 꽉 메였다.

그이의 존안에는 피로감이 실려있었다. 유진수는 자기들이 화려한 극장에서 세상에 부러운것 없는 조건을 보장받으며 공연활동을 벌릴 때 그이께서는 인민군군인들과 로동계급을 찾아 줄곧 수도를 떠나계신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사람, 한사람의 손을 잡아주시며 먼길에 수고많았다고 정을 담아 말씀하시였다.

《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 주단역배우들도 함께 부르려고 했는데 나이들이 많아 힘들어할가봐 그만두었소. 혹시 섭섭해하지 않겠는지 모르겠구만.》

유진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최고사령관동지, 그 동무들은 혁명가극을 창조하던 나날들을 즐겨외우면서 때없이 가극노래를 부르군 합니다.》

《그렇다니 반갑소. 가극혁명의 포성을 울리던 때가 자꾸 생각나는구만. 그때는 내가 30대였지. 새벽 2시, 3시까지 일하여도 힘든줄을 몰랐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무대에 선 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 주단역배우들을 그려보시는듯 생각을 더듬으시였다.

《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을 창조할 때의 그 정신, 그 열정을 잊어선 안되오.》

활달한 걸음으로 홀안에 들어서시다가 유진수쪽에 시선을 주시였다.

《모두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생활하는걸 좋아하오?》

세간난 자식들을 걱정하듯 마음쓰시는 그이의 진지한 어조에 유진수는 가슴이 뜨거워났다.

《생활조건, 훈련조건이 모두 최상급입니다. <새집들이공연>을 하는 날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마련해주신 선물을 받아안고 친어버이사랑에 충정으로 보답할 맹세를 다지며 밤새도록 노래를 불렀습니다.》

《허허, 그렇다면 나도 기쁘구만. 사실 그것때문에 왼심을 좀 썼댔소. 새집들이하는 동무들을 어떻게 축하해주겠는지 두루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살림에 도움을 주는게 나을것 같아 집기류와 옷가지를 장만했던거요.》

그이의 다심하신 음성에 유진수는 눈굽이 확 달았다.

최고사령관동지, 나날이 더해가는 사랑에 어떻게 보답할지 그저 근심만 앞섭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하신 미소를 지으시며 군대와 인민이 바라는 좋은 노래를 많이 창작하고 부르면 된다고 활달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노래로 고난을 이겨내고 노래로 승리를 이룩한 위대한 시대를 후세는 꼭 기억할거요.》

야전숙소의 홀은 그닥 넓지 않았다.

먼저 자리에 앉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공연하기에는 장소가 좁은데 야전숙소인것만큼 공연도 야전식으로 하자고 말씀하시였다.

《오늘 한 해군부대를 현지시찰하고 돌아오는 길에 주변에 있는 지방산업공장에 들렸댔소. 밤인데다 정전까지 돼서 기대가 돌아가는 소리가 안 들리더군. 가슴이 답답했소. 그래도 혹시 사람이라도 있겠지 하고 찾아보니 처녀애들이 기계설비를 닦고있더구만.》

일군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처녀애들이였는데 전기가 오기를 기다린다고 했소. 울음을 터뜨리면서 내 옷자락에 매달리던 처녀애들은 집에는 정전되고 땔감이 떨어져도 일없지만 공장에만은 꼭 전기를 보내달라고 부탁했소. 그러면 당에서 주는 어떤 어려운 과업이든지 꼭 해내겠다는거요. 숙소에 돌아와서도 애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귀전을 떠나지 않더구만.》

그이께서는 차잔을 집어드시다가 다시 탁자에 놓으시였다.

《래일 그곳 로동계급에게 동무들의 공연을 보여주자고 하오. 나도 동무들의 노래를 들으면 속이 후련해질것 같고. 그래서 늦은걸 알면서도 불렀소.》

최고사령관동지!》

《장군님, 인민이 바라는 노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장군님의 힘이 되고 용기가 되게 하겠습니다.》

가수들이 울음에 젖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유진수는 속이 얼얼해났다. 문득 한해전 겨울엔가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진행했던 공연이 생각났다.

이 나라의 운명을 두고 보통인간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심뇌를 안고계시는 그이를 뵈오며 장군님의 고충과 괴로움, 환희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던 때였다.

그날도 가수들은 야전숙소의 비좁은 홀을 무대삼아 노래를 불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근엄하신 안색으로 노래를 감상하시였다. 존안에서는 섬광이 번쩍 일었고 때로는 열렬한 정이 화산처럼 뿜기도 했다.

《다시한번 불러보오.》

그이께서 재청하신 노래는 《높이 들자 붉은기》였다. 두번을 거듭 재청하신 그이께서는 세번째만에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여 가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시였다.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인민군지휘성원들이 그이를 옹위하여 서로 팔을 겯고 노래를 불렀다.

《그 누구도 이 힘을 이기지 못합니다. 이 노래에는 우리 혁명의 력사와 함께 우리 당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비껴있소. 신념의 붉은 기발을 휘날리며 주체의 한길을 끝까지 가겠다는 결의가 노래에 반영되였는데 이것이 곧 나의 의지입니다.

노래 <높이 들자 붉은기>는 오늘의 <적기가>입니다. 적들은 양보를 바라지만 수령님께서 물려주신 사회주의조선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것입니다. 군가로 대답해줍시다. 혁명군가로 전체 군대와 인민의 심장에 불을 답시다.》

그이께 있어서 음악은 분명 하나의 철학세계였다. 그이께서는 남달리 사랑하시는 음악으로 인민과 이야기를 나누시였고 그 음악으로 나라를 이끄시는 열정적이고 정애가 깊으신 령도자이시였다.

유진수의 눈앞에는 한번의 공연만으로는 성차지 않으시여 새날이 밝아오도록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시던 그이의 영상이 련상되였다.

우리는 지금 현지지도중에 어느 지방에 머물러있소. 며칠째 긴장한 일정을 다그어댔더니 피곤해서 그런지 동무들의 노래생각이 나는구만. 내가 평양에 올라가면 인차 볼수 있게 공연준비를 해주시오. 그때 어느어느 노래를 꼭 불러주면 고맙겠소.… 한밤중의 송수화기에서 울리던 자애로운 음성이였다.

유진수는 공연이 시작되였다는것을 느끼며 정신을 집중했다.

먼저 리문혁이 홀 가운데에 나서며 김정일동지를 우러러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인민을 깊은 잠에 재우시고 나라의 안녕을 위해, 인민의 행복을 위해 이밤도 전선시찰의 길을 달리시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뵙고싶은 간절한 마음을 안고 공훈합창단 선창자들이 달려왔다고 하면서 공훈합창단 전체 성원들의 이름으로 그이께 최대의 영광을 드렸다.

《…우리들은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와도 장군님을 우러르며 헤쳐온 혁명의 천만리길을 끝까지 이어갈것이며 그 길에서 장군님께서 추켜드신 한폭의 붉은기가 되고 성스러운 백두의 넋으로 이 땅과 온 세계를 물들이는 혁명의 기수가 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열렬한 박수를 보내시며 리문혁이 소개를 잘했다고 치하하시였다.

《소개자가 내가 말하고싶었던것을 시원하게 터놓았소. 소개도 잘하지만 목소리가 정돈되여 듣기가 좋구만.》

그이의 치하를 받은 리문혁의 둥실한 얼굴에 감동과 환희의 물결이 일렁이였다.

석지민이 부르는 《정일봉의 우뢰소리》의 노래가 홀안을 즈렁즈렁 울렸다. 김중영이 뒤이어 《동지애의 노래》를 불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켠에 서서 그들을 홀린듯이 바라보는 리문혁을 일별하시며 유진수를 찾으시였다. 소개를 맡은 문혁이가 가수들을 부러워하는 눈치라고 하시면서 목소리로 보아 노래도 잘할것 같은데 한번 들어보자고 청하시였다.

유진수는 부대부업지에서 리문혁이 노래를 부르던것이 생각났다. 그때는 로동의 희열에 들떠 스스럼없이 석지민이며 김중영과 나란히 선것이라고 여겼는데 속에 남모르는 소망이 간직되여있은듯 했다.

사실 매 시기 제기되는 당의 의도를 공연소개문에 제때제때에 담는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래서 소개자에게 노래를 맡기면 부담이 된다는것이 관례였고 한것으로 한때는 선창자였던 리문혁이도 그에 습관된것으로 리해했다. 하지만 이날의 리문혁은 분명 무대에 나선 가수들을 부러워하고있었다.

유진수가 리문혁에게 김정일동지의 말씀을 전달하자 그의 둥싯한 얼굴에 환희가 어렸다. 유진수의 손을 잡으며 자기도 장군님앞에서 노래를 부르고싶었다고 울먹울먹한 소리로 외웠다.

《헌데 혹시 잘하지 못할가봐 겁이 납니다.》

《해보오. 잘될게요. 장군님께 꼭 기쁨을 드리자구.》

홀에 나선 리문혁은 감동된 어조로 《내가 지켜선 조국》을 불러드리겠다고 격동된 어조로 소개했다.

노래소리가 울렸다. 날리는듯 한 고음소리가 하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조국을 지켜선 병사의 마음을 전하였다.

《보오, 얼마나 잘하오. 저렇게 아까운 목소리로 소개만 했으니 불만이 얼마나 컸겠소. 특색있는 목소리요.》

유진수는 가요 《내가 지켜선 조국》을 처음으로 불러 록음한 가수가 리문혁이였다고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런가고 못내 만족해하시며 문혁을 향해 한곡 더 부르라고 요청하시였다.

의례원이 그이께서 앉아계시는 앞탁에 접시를 정히 올려놓았다. 접시에 담겨진것은 뜻밖에도 강냉이튀기였다. 유진수가 눈에 힘을 주며 다시 여겨보았으나 그것은 분명 나무불을 피우다가 압력이 조성되면 뚜껑을 열어 《뻥!-》하고 튀겨내는 강냉이알튀기였다.

리문혁이도 탁우에 놓인 강냉이튀기를 보았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노래를 부르던 그는 끝내 울음을 참아내지 못하고 흐느끼였다.

눈물이 번들거리는 얼굴로 한걸음 나서며 자작시를 한수 읊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자작시? 허, 내 승인도 받지 않고 그사이에 작가동맹 후보맹원이라도 되였는가?… 한번 들어봅시다.》

김정일동지의 해학적인 말씀에 일군들이 와 웃음을 터뜨렸다.

리문혁이 제법 감정을 잡으며 대를 이어 수령복을 누리는 군대와 인민의 영광을 시어에 담아 읊조렸다.

시랑송이 끝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며 박수를 치시였다.

《고맙소. 시를 들으니 수령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 간절해지는구만. 그런데 언제 시공부를 다했소?》

그이의 다심한 물으심에 리문혁이 쑥스레 웃었다.

《인민군예술학원에서 공부할 때 배웠습니다. 최창은원장동지가 예술을 하려면 문학을 알아야 한다고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서울에서 예술활동을 하다가 수령님의 품에 안긴 동무였지. 지금도 그가 독창을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오. 흔치 않은 테너가수였소. 전후에 그 동무의 노래를 듣겠다고 숱한 사람들이 극장으로 몰려가군 했소.》

김정일동지의 회억에 잠긴 말씀이시였다.

《스승을 잊어선 안돼. 그들이 뿌리가 되여주고 밑거름이 되였기에 오늘의 리문혁이 있을수 있지. 그래 지금 몇살이요?》

《41살입니다.》

《전도가 양양해. 공훈합창단이 젊었다는게 마음에 드오. 공훈합창단에선 남자소개자를 내세워야 무게가 있고 틀져보이오. 첫 합창음악회때에 녀자가 소개하는것을 보고 좀 가벼워보이길래 남자로 바꾸라고 했는데 잘한것 같소. 인민군협주단에 리학인이라는 피아노연주가가 있었소. 내가 고급중학교를 다닐 때인데 곤색세루바지에 백상의를 입고 무대에 나와 소개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였소.》

유진수는 그이께서 기억하시는 음악가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소개가 공훈합창단의 얼굴이라는것을 잊어선 안되오.》

최고사령관동지의 믿음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정에 겨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시였다.

《민경에서 병사생활을 했다는 소릴 들었는데 이 동무야말로 만점으로 병사시절을 보낸 동무라고 할수 있소. 고향이 신흥이라고 했던가? …》

리문혁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활딱 얼굴을 붉히며 신흥군의 림산마을에서 중학시절을 보냈다고 말씀드렸다. 유진수로서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놀랍기만 했다.

《산골에도 성악을 배워준 선생들이 있었던게지?》

《사실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해서 공부하다가 군복을 입었습니다.》

《그런가?…》

김정일동지께서는 호기심이 동하신듯 다음말을 기다리시였다.

《전연에서 군사복무를 한 제대군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병사생활에 대한 동경심이 싹텄습니다. 무슨 일에서나 막힘이 없고 공부에서도 중학졸업생들을 따라앞서겠다고 피타는 노력을 기울이는 그들을 보면서 군사복무자체가 하나의 인간대학과정이라는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다가 1976년에 판문점사건이 터졌는데 그래서… 군대에 탄원했습니다.》

《오, 그러니 <8. 18입대생>이 공훈합창단 소개자로 성장했구만. 그러니 중대생활을 하면서 노래를 배웠겠구만.》

《그렇습니다. 전우들은 저의 노래소리가 듣기 좋다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렬선창자로 내세웠습니다.》

《보오, 인민군대가 저 동무의 목청을 틔워주었소. 문혁동무가 말한것처럼 군사복무는 하나의 인간대학과정안을 거치는것이나 같소. 정 힘들지 않으면 문혁동문 소개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게 좋겠소. 정갈한 목소리인데 감추지 말고 관중에게 자랑해야지.》

최고사령관동지, 꼭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리문혁이 흐느끼고있었다. 어깨를 들먹이며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해 생명의 마지막순간까지 노래를 부르겠다고 결의다졌다.

《좋은 성대를 무기로 해서 조국과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향에 아직 부모들이 있는가를 알아보시고 로년에 이르면 잔근심이 많아지는데 편지를 자주 보내야 한다고 이르시였다. 화제를 바꾸시며 이제부터는 요청음악회를 하자고 말씀하시였다.

《…선창자들의 전투력을 한번 검열해봅시다.》

홀안이 삽시에 조용해졌다. 앞에 선 배우들과 관람객이 되였던 일군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김정일동지를 우러렀다.

《노래 <조선인민군가>를 불러보시오.》

《알았습니다.》

유진수가 배우들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곧 노래가 울렸다. 다질대로 다져온 곡목들이여서 선창자들은 손색없이 노래를 불렀다.

《잘하오. 잘해.》

김정일동지께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엄지손가락을 쳐들어보이시였다. 인민군지휘성원들쪽으로 약간 몸을 돌리시며 명상에 잠기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지금 젊은 세대는 이 노래가 어떻게 창작되였는지 잘 모를거요. <조선인민군가>는 내가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직접 포치하여 창작한 노래요. 그때 여러편의 가사들이 올라왔는데 그중의 하나가 이 노래였소. 처음엔 어색한 표현들이 더러 있었지만 항일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가는 불패의 대오라는 사상이 좋기에 잘 수정하도록 했소.》

유진수는 감동어린 표정으로 그이를 우러르며 가슴을 들먹였다. 그 역시 작가를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인민군대창작기관에서 복무하고있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예순고개를 퍽 넘어섰지만 의연 젊은 시절의 열정으로 창작적성과를 거두고있었다.

《그때 나는 노래가사에 사회주의 내 조국이라는 문구를 써넣게 하였는데 그런 사상이 신념으로 간직되여있었기에 90년대초에 <사회주의는 과학이다>와 같은 론문을 발표할수 있었소. 가사에 있는 항일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 사회주의 내 조국 지켜 싸운다, 제국주의침략자 모조리 때려부시자와 같은 표현은 우리 혁명무력의 전통과 지향, 결의를 뚜렷하게 격조높이 노래한 표현들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곡 더 듣자고 하시며 가수들에게 시선을 주시였다.

《<걸음걸음 따르자>라고 하는 노래가 있지?》

《예, <무장으로 받들자 우리의 최고사령관>입니다.》

《한번 들어봅시다.》

또다시 노래소리가 울렸다. 성량들이 좋아 홀안이 찌렁찌렁 울렸다.

유진수는 손에 땀을 쥐고 가수들을 지켜보았으나 그들은 행복에 겨워 싱글거리며 자신만만하게 노래를 불렀다.

《막힘이 없구만. 잘하오, 잘해.》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여 박수를 보내시였다. 홀안이 박수소리로 가득찼다.

《노래를 더 듣고싶지만 성대가 못쓰게 될가봐 그만두어야겠소.》

석지민이 한걸음 나서며 얼마든지 노래를 부를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손을 내저으시였다.

《심정은 고맙소. 그러나 성대에 무리가 가면 안되지. 부단장동무, 며칠전에 해외동포들이 남방과일을 나에게 보내왔는데 성대를 보호하는데 좋다고 하오. 성악배우들에게 주어야겠소. 그리고 잣이나 해바라기, 호두, 개암과 같은 기름열매들도 성대를 보존하는데 좋다는데 앞으로 가수들에게 보내주자고 하오. 전에도 말했지만 공훈합창단배우들의 성대는 개인의것이 아니라 나라의 재산, 혁명의 재산이요.》

장군님!…》

가수들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소리내여 흐느끼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애로운 시선으로 그들을 둘러보시며 오늘 공훈합창단 선창자들의 소품공연을 보면서 큰 힘을 얻었다고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오늘날 군대와 인민에게 승리의 신심을 안겨주고 투쟁의 불길을 지피는데서 공훈합창단이 맡고있는 임무가 대단히 크다고 하시면서 공훈합창단은 국가합창단으로서의 지위에 맞게 공연활동을 부단히 심화시켜야 한다고 이르시였다.

《알았습니다.》

유진수는 가슴에 고패치는 흥분을 억제 못하며 기운차게 대답올렸다. 그러나 다음순간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국가합창단?… 인민군협주단 공훈합창단이 아직은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올라섰다고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 그였다. 자기가 혹시 잘못 듣지 않았나 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가수들도 놀란 기색으로 그이를 우러르고있었다.

《오늘 보니 선창자들이 모두 노래를 잘 부르오. 국제콩클에 내세워도 손색이 없겠소. 선창은 작품의 형상을 풍부히 하는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오. 하지만 공훈합창단에서 선창을 발전시킨다고 하면서 합창형식을 바꾸거나 합창을 약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오.

공훈합창단에서 기본은 합창이며 선창은 어디까지나 합창을 살리는데 복종되여야 하오. 그런데 선창을 발전시킨다고 하면서 거기에만 힘을 넣으면 잘못하다가는 합창단의 성격이 달라질수 있으며 합창단이 선창을 위한 반주단과 같이 될수 있소. 동무들은 이것을 똑똑히 알고 합창형상창조에서 절대로 개량주의적으로 나가지 말아야 하며 합창을 주선으로 틀어쥐고 그것을 발전시키는데 모든것을 복종시켜나가야 하오.》

그이께서는 이어 기구체계를 비롯한 실무적인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즉석에서 해결책을 세워주시였다.

《자, 이제는 모두 식당으로 갑시다. 강냉이국수를 마련했는데 함께 맛을 보기요.》

앞서 걸으시며 유진수를 향해 래일 공연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갈 때 전상근단장에게도 국수를 갖다주어야겠다고 이르시였다.

유진수는 목이 꽉 메여 대답을 올릴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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