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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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에 열중하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존안에 실리는 심한 피로를 느끼시며 눈을 슴벅이시였다. 탁상시계를 보시니 벌써 새벽시간을 가까이하고있었다. 그러니 또 한밤을 꼬박 새우신것이다.

짧은 반외투를 걸치시고 야전숙소의 은은한 불빛이 흐르는 현관밖에 나서시였다. 찬기운이 몸에 와닿으며 심신을 거뜬하게 했다. 사위는 고요하였다. 새벽하늘을 꽉 채운 도글도글한 별들이 그이를 기다린듯 무수히 반짝거렸다. 정원길에는 작은 부채같이 생긴 은행나무잎들이 한벌 깔려있어 아늑한 정서를 더해주었다.

문득 눈물발린 처녀애들의 모습이 그 별빛에 어려왔다. 한창나이인데도 제대로 먹지 못하여 몸들이 여위였지만 생기를 잃지 않고 도리여 자신의 건강을 념려했다.

장군님, 우리 고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린 장군님께서 달게 여기신다는 줴기밥과 쪽잠에 대한 일화를 들으면서 울었습니다. 공장만 돌아가게 되면 우린 더 바랄게 없습니다.》

고난의 행군… 참으로 어려운 행군이다. 하지만 이 고난속에서 인민은 의기를 잃은것이 아니라 당과 혈연의 단결을 이룩하며 더욱 굳세게 벼려지고있다. 어제밤에 들으신 노래에도 있지만 천만사람 말을 해도 한목소리이고 천만대오 걸어가도 한걸음이 되여 승리를 안아오고있는것이다.

방금전에 보아주신 국립희극단(당시)의 공연활동정형에 대한 문건이 상기되시였다. 일찌기 희극은 웃음을 통해 사람들을 교양하는 사색적인 예술이라고 밝혀주신 그이께서는 몇년전에 평양웃음극단을 창립해주시고 지난해에는 국립희극단으로 개칭해주시며 당사상사업에 이바지하는 또 하나의 위력한 사상문화교양거점을 마련해주시였는데 인민들속에서 좋은 반영이 제기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지금처럼 어려운 때에 인민들에게 필요한것은 노래와 함께 웃음이라고 보시였다. 그래서 바쁘신 시간을 내여 국립희극단이 준비한 소품공연을 보아주시며 웃음을 통하여 그릇된 현상들을 비판하고 웃음속에서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을 만들데 대해서와 공연활동을 기동성있게 항일유격대식으로 할데 대하여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반향이 좋았다. 지방인민들도 평양에 견학오면 국립희극단공연을 꼭 보겠다고 한다는데 차라리 배우들이 지방순회공연에 나가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시였다.

새벽녘의 신선한 기운을 뿜는 바늘잎나무들이 잠을 깨는듯 소연히 설레였다.

인적기를 느끼시며 앞을 바라보시였다. 외등의 부드러운 빛이 흐르는 곳에 심진성과 유진수가 정중한 자세로 서있었다. 그이께서는 무중 반가움을 느끼시며 어떻게 나왔는가고 물으시였다.

《저도 그렇고 부단장동무도 어제 공연에서 받은 충격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나니 이렇게… 앞으로의 공연활동문제를 토론하댔습니다.》

《하지만 혁명을 하자면 건강에도 주의를 돌려야 하오.》

최고사령관동지, 우린 일없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자꾸 밤을 새우시는것이 걱정입니다.》

심진성의 절절한 호소에 김정일동지께서는 흔연히 웃으시였다.

《이제는 습관되여서 잠을 자는게 오히려 불편하오. 그럼 우리 함께 새벽산책이나 합시다. 부단장동무, 다른 동무들은 쉬고있겠지?》

《예.》

《어제밤에 피로했겠는데 너무 일찍 깨우지 않도록 해야겠소. 푹 쉬여야 공연이 잘될수 있소. 난 날이 밝기 전에 전선동부에로 나가자고 하오.》

장군님, 온 나라가 장군님을 우러르며 고난을 이겨내는데 너무 무리하십니다.》

유진수가 걸음을 멈칫하며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검스레한 어둠에 싸인 숙소를 얼핏 돌아보시며 큰소리로 말하지 말라고 나직이 외우시였다. 숙소와 좀 떨어진 련못쪽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시며 먼저 걸음을 옮기시였다.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요. 그래야 나라가 일떠서고 인민이 신심에 넘쳐 달리게 되오.》

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잎사귀들이 정원길을 수놓고있었다. 어디선가 소쩍새가 정서짙은 소리로 울어옜다.

《단지 배고픔이나 이겨내고 경제를 활성화하자는것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요. 우리는 이 행군을 하면서 존엄높고 강대한 민족의 위용과 기개를 세상사람들에게 시위해야 하오. 나는 지금 인민군공훈합창단의 음악으로 이 사상을 제기하고 해명하고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새벽기류를 타고 떨어지는 락엽을 손에 받으시며 자신의 심정을 대변한 공훈합창단의 노래가 있어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뇌이시였다.

《공훈합창단공연은 단순한 예술공연이 아니라 전당, 전군, 전민을 최고사령관의 명령관철에로 불러일으키는 음악포성이나 같소. 지금 사회예술단체들에서도 공훈합창단의 창조기풍을 따라배워 진군의 나팔소리를 크게 울리고있소.》

유진수는 숭엄한 자세로 그이를 우러르며 음악포성이라고 하신 말씀의 의미를 뇌리에 새겼다.

심진성이 한걸음 다가섰다.

최고사령관동지,최고사령관동지를 가까이 모시고 일하면서 새로 태여나는 기분입니다. 이제는 음악이란 무엇인지 어슴푸레나마 알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고요를 흔드는 숲의 설레임이나 개울물소리도 무심히 들리지 않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팔을 걸어 가슴우에 얹으신채 가벼운 미소를 지으시였다. 차거우면서도 신선한 새벽공기가 마음을 싱그럽게 했다.

《음악은 마음을 정화시키고 미래를 락관하게 하지. 심장에서 나와서 심장으로 들어가는게 음악이라고 했소. 때문에 심장의 연소이고 마음의 정화인 음악을 잘 아는게 중요하오.》

그이께서는 유진수쪽에 눈길을 주시며 자신의 음악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고 물으시였다.

일순간 당황해난 유진수는 어떻게 대답올려야 할지 몰라 망설이였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니 그이께서 안고계시는 음악세계가 너무도 폭이 넓고 깊어서 선뜻 말씀드리기 어려웠다.

항시 음악의 세계에 계시며 통쾌한 웃음도 지으시고 때로는 눈물도 보이시던 그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공연을 보시고나서 일군들부터가 분발해야 한다고 호소하시던 열정적인 모습이며 적들이 요즘 고립이요, 압살이요 하면서 도수를 높이는데 어떠어떠한 노래를 내보내여 우리의 초강경자세를 보여주어야겠다고 이르시던 결연한 표정이 섬광처럼 눈앞에서 번쩍이였다.

《저… 최고사령관동지께 있어서 음악은 단순한 향유물이 아니라 인간생활은 물론 혁명과 건설을 밀고나가기 위한 필수적수단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우리 공훈합창단의 음악을 군가포성으로 여기시는 바로 거기에… 위대한 음악관이 집중적으로 표현되여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진수는 그이의 기대와 달리 너무 어방없는 답변을 드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가슴을 조였다. 기실 김정일동지의 음악관을 똑바로 리해 못한다면 음악가로서의 사명을 다한것이나 다름없었다.

《나의 음악관을 비교적 정확히 표현했소.》

그이의 음성이 새벽공기를 헤가르며 울렸다.

《내가 음악예술론에서도 밝혔지만 우리의 음악은 새시대의 요구와 인민대중의 지향을 반영하고 철저히 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새형의 음악이요. 사람이 사상과 지식만으로는 살수 없소. 자신을 끊임없이 개조해나가자면 풍부한 정서도 가져야 하오.

건전하고 풍부한 정서는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사람의 감정을 고상하게 하며 정신과 도덕을 깨끗하게 해주오. 사람이 정서가 풍부해야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게 되고 인생의 고귀함을 알게 되며 그렇게 살기 위해 애를 쓰게 되는거요. 그래서 나는 지난 기간 첨예한 군사작전적문제들을 비롯해서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들을 음악과 함께 풀고 가장 큰 기쁨도 음악에 담아 느꼈으며 가장 괴로운 슬픔도 음악으로 씻어버렸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융단처럼 부근부근한 락엽우에 천천히 걸음을 놓으시며 숙소를 향해 돌아서시였다. 새벽잠을 깬 자연이 고요를 흔들며 나직이 설레였다. 그이의 존안에 따뜻한 정회가 비껴있었다.

《음악은 나의 첫사랑이였소.…》

동안을 두시며 감회가 깊으신 시선으로 별빛이 사위여가는 먼 하늘을 바라보시였다.

《음악은 나에게 있어서 영원한 길동무이며 혁명과 건설의 위력한 무기요. 이것이 나의 음악관이라고 할수 있소.》

유진수는 억제할수 없는 감동에 휩싸이며 숨을 멈추었다. 위인의 첫사랑이 바로 음악이였다는 놀라운 사실에 경건해지는 심정을 금할수 없었다. 심진성이도 몹시 흥분된 모습이였다.

첫사랑, 영원한 길동무, 위력한 무기!… 유진수는 입속으로 나직이 외웠다. 김정일동지의 신념과 의지, 삶과 투쟁, 생활과 정서, 정치방식과 정치활동에 이르기까지의 모든것이 천만근의 무게로 담겨진 말씀이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으로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였고 음악을 벗으로 삼으면서 집을 떠나 늘 현지지도의 길에 계시는 수령님을 기다렸소. 그러다나니 음악은 내 인생에서 한 부분이 되였소. 동무들은 그리움에 사무치는 인간의 심정을 다는 체험하지 못했을거요.

고급중학교시절엔가 명곡이 하나 생겼길래 혼자 듣기 아까와 자정이 넘은 깊은 밤이지만 한 학우를 전화로 찾아 함께 감상한적도 있었소. 다음날 곡이 어떤가고 물어보니 자기는 잠결에 전화를 받다가 자장가처럼 들리기에 그냥 잠들었다는거요. 너무 아쉬워서 다시 집에 가서 들려주었댔지.》

추억의 음성이 유진수의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 그토록 음악을 열렬히 사랑하시는 위인의 품에 안겨산다는 행복감에 눈물이 났다.

《정치란 구호나 호소만으로 해결되는게 아니요. 혁명을 이끌어나가는 강력한 측면만 강조할것이 아니라 정서가 있고 감정이 있으며 고상한 인간애가 있는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오. 한마디로 음악의 정치화가 실현되여야 사상과 정의 결합이 이루어질수 있는거요.》

최고사령관동지, 최고사령관동지의 음악관을 좌우명으로 삼고 음악정치를 심장으로 받들겠습니다.》

유진수가 격정어린 어조로 대답올렸다.

심진성은 이제껏 음악이라는 거폭적인 바다에서 대중없이 노를 젓기만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등대를 발견하고 환희를 느끼는 심정이라고 마치 시인이나 된듯이 목청을 돋구었다.

《동무들이 내 마음을 알게 되였다니 고맙소. 힘을 합쳐 음악포성을 더 세차게 울려갑시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들까부는 새의 지저귐소리가 머리우에서 들려왔다. 새날의 약동하는 기운이 대지에 뻗치고있었다. 부지런한 청서들이 겨울나이준비를 하느라 바삐 서두르고있었다.

《날이 밝는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나직히 뇌이시며 어둠이 들리우는 동녘하늘을 바라보시였다. 새벽의 미소가 그 하늘가에 그려지고있었다.

《이젠 들어가서 행군준비를 갖춥시다. 유진수동문 눈을 좀 붙여야겠소.》

최고사령관동지!

유진수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이께서는 유진수와 심진성의 팔을 량쪽에 끼시며 천천히 걸음을 내짚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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