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 회)

33

 

이번 소품공연을 계기로 유진수는 대오를 실력이 쟁쟁한 인재들로 꾸려야 할 촉박감을 더욱 강렬히 느끼게 되였다.

한시바삐 한규일을 만나는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시간을 짜내기 힘들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군인가족사업을 맡아보는 선률의 어머니가 규일의 집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결심을 내렸다.

퇴근시간이 되여 규일이 사는 아빠트에 당도하니 마침 승강기가 뛰고있었다. 집앞에 이른 진수는 성급히 초인종을 눌렀다.

돋보기를 주름잡힌 코등으로 올려밀며 그를 자세히 쳐다보던 키 작은 안주인이 그때에야 사돈인줄 알았던지 황황히 인사했다.

《기별도 없이 어떻게… 애 며늘애야, 선률이 시아버지가 오셨다.》

《말씀을 삼가하십시오.》

진수가 로친의 손을 잡으며 인사하는데 안쪽에서 황급히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딘가 선률의 모색을 방불케 하는 단정한 용모의 녀인이 몸에 배인 군인동작으로 인사했다.

《선률의 어머니가 왔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인사가 늦어서 미안합니다. 총정치국에서 진행하는 군인가족일군회의에 올라왔습니다.》

《지난해에 만나고는 처음이지요?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갑습니다.》

유진수는 호협한 웃음을 지으며 두 녀인을 앞세우고 공동살림방에 들어섰다.

밥상을 마주한채 엉거주춤 일어서던 한규일이 몹시 놀란 인상으로 유진수를 맞이했다.

《부단장동무가 올줄은 미처 몰랐구만. 반갑소, 정말 반갑소.》

《전에 선생님이 한번 만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쪽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잠간 들렸습니다.》

《그렇지, 그래. 하지만 일이 바쁜 사람에게 무리하게 요구하는것 같애서 더 말을 못했소. 이렇게 와주어서 정말 고맙소. 부단장동무가 올줄 알았으면 뭘 더 준비하는건데…》

《말씀을 낮추십시오. 귀한 손녀를 우리에게 맡겼는데 잘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유진수는 한규일이 권하는 술잔을 사양했다. 차라리 시원한 사이다를 한모금 마시겠다면서 제 손으로 사이다병을 땄다.

한규일과 유진수는 음악분야에서 돌아가는 신변잡사들과 최근 여러 예술단체들에서 진행하는 공연활동을 두고 한담을 나누었다.

《동무들이 부럽소. 어디 가나 공훈합창단에 대한 소리요. 전번에 공훈합창단공연을 보고나서 나두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소. 정신이 번쩍 들었소. 동무들에게 넘쳐나는 그것이 바로 나에게는 없었거던. 국립교향악단이나 피바다가극단에서도 된바람이 일고있소. 우리 음악가동맹에서두 방법론을 다시 연구하고있소.》

《음악정치를 펼치시는 위대한 장군님을 뵈올 때마다 위인의 걸음에 따라서지 못하는것이 한스러울뿐입니다. 장군님의 위대한 음악세계는 저 하늘에 닿았습니다.》

유진수는 김정일동지를 만나뵈옵던 어뜩새벽의 락엽구우는 소리가 귀맛좋게 들리던 정원길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이의 음악세계를 직접 접하게 된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영광인지를 새삼스레 느끼며 눈뿌리가 뜨거워났다.

《옳은 말이요. 그래서 솔직한 말로 난 장군님의 음악세계에 종시 가닿지 못할것 같은 그런 두려움을 자꾸 느끼게 되오.》

한규일이 유진수의 말에 운을 달며 한탄조로 외웠다.

장군님께서는 우리의 음악발전을 위해 수세기를 앞당겨오신 위인이시오. 일전에 부단장동무가 쓴 장군님의 음악령도에 대한 글을 보면서 많은걸 배웠소.》

《욕망뿐이지 잘되지 못했습니다.》

진수의 겸양에 한규일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음악가동맹이나 다른 기타 관련기관들에서 도서를 계속 요구한다고 응대했다.

《…그래서 말이요. 내 요새 우리 민족사가 남긴 음악유산을 종합해볼 심산으로 자료작업을 하고있소. 인멸되였거나 사멸된 민족수난기의 음악자료들을 다 찾아서 후세에 전하자는거요. 인생의 총화작이라고 할수 있겠는지… 거의 끝나게 되였소.》

《민족수난기라면…》

유진수는 눈시울을 쪼프리며 그를 지그시 응시했다.

《왜정시기의 노래를 두고 하는 말이요.》

얼마간 침묵이 흘렀다. 진수는 마음이 무거워났다.

《헌데 좀 생각되는게 있습니다. 좁은 소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늘의 시대에 일제식민지통치시기의 영탄가나 들추는게 옳겠는지… 고려해봐야지 않을가요? 물론 저에게도 그때의 음악자료가 좀 있습니다.》

한규일의 시들하게 늘어진 눈시울이 번쩍 들렸다. 유진수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괜히 말했다고 후회했다. 그러나 입밖에 나간 말을 도로 걷어들일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사회적인 가치를 가질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한규일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언뜻 비꼈다.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한번은 우리 옆집에 사는 애가 영화에 나오는 해방전의 류행가를 부른적이 있었는데 애어미가 나쁜 노래를 부른다고 욕하더구만.》하며 그는 한탄조로 외웠다.

《…내가 모욕을 받은것처럼 얼굴이 뜨끈해졌소. 그래서 애를 두둔해주었는데 애어민 이 령감을 반동분자 몰아붙이듯 하더라니… 허허…

솔직히 그 시기의 가요들이 왜놈의 영향을 받은 퇴페적인 노래라고 외면당하는게 가슴이 아프오. 그렇게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게 되면 어찌할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이것을 정당하게 론증하기로 결심했던거요.》

한규일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유진수가 자기의 심정을 얼마간이라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야기했다. 은근한 눈길로 낯색이 무거워진 유진수를 살폈다.

《부단장동무의 생각엔… 안될것 같은가?》

《선생님의 강의가 생각납니다. 중세음악가들이 편찬한 <악학궤범>의 서문이였던지…》

유진수는 두팔을 뒤로 뻗치며 천정을 쳐다보았다.

《음악이라는것은 천연으로 생겼으나 사람에게 매여있고 아무것도 없는데서 생겨나 제절로 이루어지는것이니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느껴 혈맥을 고동치게 하며 정신을 류동하게 하는것이다. 느끼는바가 같지 않으면 나는 소리도 같지 않아 기쁨을 마음에 느끼면 소리가 급해지며 즐거움을 느끼면 소리가 늘어지는것이다. 그 소리의 같지 않음을 잘 모두어 그 통일을 가지게 하는것은 웃사람의 지도여하에 있으니 지도하는바의 옳고그름에 따라 사회의 륭성과 침체가 달려있다.…》

《대단하오. 토 한자 틀리지 않았소. 그것만 봐두 우리 선조들은 인간의 마음에 미치는 음악의 힘을 소홀히 대하지 않았소.》

《그렇다고 선생님, 민족수난기의 음악에도 그런 연유가 따를가요? 어쨌든간에 일본놈들의 통치하에서 영탄과 슬픔만을 읊조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다가 혹시 괜한 짐을 지게 되실가봐 걱정입니다.》

《하지만 동무가 외운 15세기의 <악학궤범>이나 향악보와 마찬가지로 민족수난기의 음악도 우리 민족의 음악유산이 아니겠소? 남의것이 아닌 우리의것이라는 그 점이 중요하지.》

한규일이 사레가 들려 기침을 깇었다. 물 몇모금을 들이키고서야 진정했다.

《…우리 음악사에서 과학적인 음률체계가 실질적으로 구비된 때가 세종시기였소. 조선봉건왕조의 4대왕인 세종이 <례의와 음악에 의거한 정치>를 내세우면서 궁중음악의 정비와 강화에 힘을 넣었는데 그때 어명을 받고 과학적인 음률체계를 세운 음악가가 <악성>으로 불리운 박연이였지.

동무도 알겠지만 <악성>이란 후세가 음악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안겨주는 력사적인 평가이고 명예인데 박연은 몇 안되는 사람들중의 한사람이였소.》

규일은 마치 교탁에 나선것처럼 밥상의 가녁에 두팔을 뻗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량반가정에서 태여난 박연은 일찌기 부친을 여의고 외조부에게서 학문을 배웠는데 20살이 지나서부터 례의와 음악에 관한 옛 서적들을 널리 연구하였다. 하여 그는 자기 식의 정치리념을 세우려고 애쓰던 세종의 눈에 들게 되였다.

그 시기 세종은 박연에게 예로부터 음악을 제정하는것이 가장 어려운 일로 되여있는바 우에 있는 사람이 하고저 하는것을 아래사람이 듣지 않고 아래사람이 하고저 하는것을 웃사람이 듣지 않으며 우, 아래사람이 모두 하고저 하는것은 객관적조건이 불리하였는데 지금은 국가가 태평무사하니 그더러 마음껏 일하라고 권고했다.

하여 박연은 선행리론에 근거하여 한쪽끝이 막힌 갈대로 단소처럼 불어 소리내는 기준음관을 만들고 그것을 표준으로 다른 음률을 정하였다. 그리고 당시 궁중악단에서 기준음악기로 되는 편경을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돌을 찾아 전국각지를 편답하였는데 끝내 남양의 돌을 가지고 새로 만든 음관에 기초하여 매 음률을 따로 낼수 있는 악기제작을 주도할수 있었다. 당시로서는 대단한 발명이였다.

자기할바를 끝낸 박연이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갔는데 그가 여생을 보낸 집근처에 란초가 많았다고 하여 후세사람들은 그를 란계선생이라고 부르며 존경했다는것이다.

《…시골에 내려간 박연이 늘 자손들에게 외운 소리가 고조선의 려옥이 창작한 <공후인>에 대한 이야기였소. 고대가요인 <공후인>이 이웃들뿐아니라 온 나라에 급속히 퍼지고 나중엔 고대중국의 한나라에 넘어가 진나라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을 녀인들과 상인들, 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불리워졌은즉 이게 나라의 문명이고 자랑이라는거요. 박연이가 이런 이야기를 자손들에게 들려준데는 력사를, 한마디로 민족을 우선시하는 애국심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고 보오.》

유진수는 한규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직이 한숨 지었다.

《하지만 선생님, 격조높은 노래를 요구하는 오늘의 시대에 가장 암담했던 왜정시기의 음악사를 들추어 사람들의 마음을 부러 어둡게 하는것이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악성> 박연이나 <악학궤범>을 론하는것과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다시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부단장만은 내 심정을 리해할줄 알았는데… 그래서 동무한테 그 시기의 음악자료를 좀 부탁하자고 했던거요.》

한규일이 어설프게 웃으며 놋잔을 집어들었다. 한모금 들이키자 얼굴이 이내 벌거우리해졌다. 설날에 제자들이 부어주는 술 한잔조차 밑굽을 내지 못하는 스승이 이날엔 거퍼 두잔이나 내는것이 진수에게는 걱정스러웠다. 좀 흥분된것 같았다.

선률의 어머니가 사과를 쪼각내여 보기 좋게 담은 접시를 받쳐들고 공동살림방에 들어섰다.

《어서 앉으십시오. 혼자서 적적하지요?》

유진수는 화제를 돌릴양으로 사돈댁을 향해 물었다.

《군인가족들과 일하다나니 언제 한가해볼새가 없답니다. 아버님에게서 부단장동지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혹시 우리 딸이 애먹이지 않나요?》

《품행이 바르고 재간이 뛰여난게 마음에 듭니다. 참, 선률에게선 다른 소식이 없는가요?》

유진수는 속에 품고있던 근심덩이를 어쩔수없이 입밖에 내뱉았다.

《글쎄… 전화로 종종 만나는데 다른 일은 없나봅니다.》

사돈댁은 부엌일을 마저 해야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진수는 다시 규일을 향해 마주앉았다.

《어쨌든 선생님, 전 군인입니다. 때문에 찬성하기 힘듭니다. 선생님도 아까 공훈합창단공연을 본 소감을 이야기했지만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있습니까? 바로 그 시대감을 안고 우리 공훈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있습니다.》

한규일이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달전엔가 라틴아메리카의 한 정치인이 나를 찾아왔던적이 있습니다. 자기는 원래 음악을 군사적인 용어로 표현하는것을 타당치 않게 여긴다면서 고유의 음악은 아름답고 신성하고 우아한것이 본질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미국의 어느 출판물에 <근래에 출현한 북조선의 군대합창단은 그 수준에서 최고로 유명, 합창단노래소리를 일명 방사포일제사격으로 비유>라는 글이 실렸을 때엔 로골적으로 불만까지 표시했다는것입니다.

그런데 공연을 직접 보니 그렇게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음을 자인한다면서 뢰성을 방불케 하는 폭발적인 성량이나 붉은기적인 이데올로기를 고취하는 강한 선동력은 실로 무서운 <방사포일제사격>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적대국인 미국에 대비하면서 우리 조선이 불가사의한 최신형 <노래미싸일>을 보유했다는겁니다.》

《<노래미싸일>이라… 그 한마디에 오늘의 시대상이 안겨오는구만. 하지만…》

규일은 심중의 말을 어떻게 내뱉을지 몰라 망설이였다.

《선생님, 저도 할수 있는껏은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좀더 심사숙고해주십시오.…》

진수는 말끝을 얼버무리며 한규일의 눈치를 살폈다.

《참, 선생님에게서 도움받을 일이 좀 있는데…》

한규일이 시름겨운 눈길로 그를 건너다보았다.

진수는 혹시 거절당하지 않을가 하는 우려감을 앞세우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 재능있는 예술가들로 대렬을 꾸리자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예술단체들과 련계를 맺고 인재들을 고르자고 하는데…》

유진수는 예술행정사업을 책임진 부단장의 능력에 따라 해당 예술단체의 수준이 좌우되는것만큼 자기는 이 사업에 큰 의의를 부여하고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나더러?…》

《예, 선생님이야 면식이 넓고 수하에 제자들도 많은데 좀 도움을 받을가 합니다.》

《그런 일이라면 응당 도와야지요. 아마 공훈합창단을 도와주는 일이라면 다른 동무들도 마다하지 않을거요.》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고맙습니다.》

진수는 한규일의 손을 덥석 잡았다. 예까지 오면서도 선생이 혹시 부담으로 여기지 않겠는지 걱정이 앞섰댔다면서 이제는 한시름 놓인다고 중언부언했다.

《나도 공훈합창단 연주가로 생각해주면 감사하겠소.》

보매 진심인듯 했다. 유진수는 스승의 말이 그 하나뿐이 아닌 모든 음악가들의 소원일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이요.…》

한규일이 뜨직뜨직 입을 열었다.

《정말 우리 손녀에게 일이 생긴게 아니요? 전에 평양에 왔을 때 보니 얼굴색이 좋지 않더구만.》

유진수는 두려운 눈길로 부엌쪽을 일별했다. 사연을 설명하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마 저때문에 마음을 좀 썼을겁니다.》

저가락을 집던 한규일의 손이 굳어졌다. 불안한 자세로 엉치를 궁싯거렸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전 아들에게 음악가의 대를 물리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보다싶이 그녀석은 딴길을 택했습니다. 그렇다고 원망하지 않습니다. 교훈을 찾은것이 있다면 강요적이고 인위적인 교육이란 되려 자식들의 운명발전에 그늘을 던질수 있다는거지요.》

한규일이 자기도 동감이라는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래서 며느리만은 음악전문가를 맞고싶었습니다. 그런 면에서야 우리 선률이만 한 적임자가 없지요.》

진수는 온몸이 귀가 되여 자기의 말을 듣는 한규일을 바라보며 과연 자기가 사실을 터놓는것이 옳겠는가고 자문했다. 노여움을 살수도 있겠지만 숨박곡질로 스승과의 사이에 장벽을 쌓고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몇달전에 선률에 대한 소환문제가 갑자기 제기되였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무들이 며느리에 대해 어떻게 알았는지 인민군예술학원에 보내자고 상정시켰던겁니다.》

《허, 그런 일도 있었는가?》

한규일이 입을 벙싯하며 고개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제가 반대했습니다. 지금 예술선전대의 역할이 여느때없이 중시되고있는데 지휘성원인 저부터 며느리라고 무작정 데려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론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것은 옳습니다. 선률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것도 사실이구요. 그러나…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 집 식구이기때문에 승인할수 없었습니다.》

《리해되오. 그러니 선률이가 부단장동무를 곡해할수 있다 그 소리이겠구만. 허허.》

진수도 게면쩍게 따라웃었다.

《선률을 만나면 잘 이야기해주십시오. 이 시아버지의 심정을 다는 리해하기 힘들겁니다.》

유진수는 진심으로 청했다.

《애들 일이 다 잘되기를 바라서 심사숙고하는데 내가 왜 반대하겠소.》

진수는 한규일이 선뜻 리해해주는것이 반가왔다. 동시에 스승의 집필사업에 적극 찬동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마음을 어둡게 했다. 아니, 그것은 원칙에 관한 문제였다.

《예, 그럼 저도 그렇게 알겠습니다. 참, 선생님이 베를린에 간다는 소릴 들었는데…》

《소문이 빠르구만. 별로 이름없는 고목인데 당에서 믿음을 주었소.》

《부족되는것이 있으면 제가 도와드리지요.》

유진수는 인삼술병을 기울여 한규일의 술잔에 부었다. 전등빛이 놋잔속에서 부서지며 반짝거렸다.

《헌데 주최자측에서 윤이상음악단도 함께 초청하더구만. 처음엔 예술교류를 진행할수 있게 되였다고 모두 기뻐했소. 하지만 토론끝에 그만두기로 했소. 지금이 어떤 시기요? 우리 공화국을 고립압살하려는 미국놈들의 책동이 도수를 넘어섰소. 예술이라는 신성한 령역에 쉬가 쓸게 될가봐 걱정이요.》

유진수는 그의 말에 공감되였다. 퇴페적이고 반동적인 문화를 퍼뜨려 사람들을 정신적인 불구자로 만들려고 온갖 추한 책동도 마다하지 않는 적들로서는 십분 가능한 일이였다.

《그래서 학술대표단만 떠나기로 했소. 그 기회에 난 장군님의 음악정치를 론증하는 연단을 좀 빌릴가 하오.》

《선생님의 결심을 지지합니다.》

유진수는 대뜸 찬의를 표시하며 자기에게 공훈합창단의 첫 합창음악회로부터 시작하여 계기때마다 장군님의 령도내용을 적은 소책자가 있는데 도움이 된다면 한번 보라고 했다.

《허, 내가 너무 렴치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가?…》

《아니할 소리입니다. 장군님을 음악으로 받드는데서 내것이 다르고 선생님것이 다르겠습니까. 제가 하고싶어도 못하는것을 선생님이 하지 않습니까.》

두사람은 주머니의 먼지를 털어내듯 즐겁게 웃었다.

그들은 밤깊도록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은 련인들처럼 열을 올리며 우리의 음악을 세계최고봉에 올려세우신 김정일동지의 음악령도에 대해, 음악사에 지울수 없는 흔적을 남긴 음악재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악과 예술에 들어서면 무시할수 없는 자기 령역이 있고 진취성이 있으며 부인할수 없는 애착을 가지고있는 음악가들이였기에 음악예술에 대한 그들의 열기띤 쟁론은 밤가는줄 모르고 계속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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