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회)

제 3 장

10

 

숲속에 전개한 야전천막에서 표무강의 기운찬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정찰자료에 의하면 현재 녕월군소재지에는 적수도사단후방부가 자리잡고있습니다. 력량은 특설부대 100여명, 경찰 30여명으로서 휘발유창고, 식량창고, 피복창고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있습니다. 그리고 쌀과 군복을 실은 50여대의 자동차가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갖추고있습니다.

우리가 군소재지를 타고앉는다면 적수도사단에 대한 후방공급을 두절시키고 련대의 식량과 피복문제도 해결할수 있습니다. …》

계속하여 그는 습격방안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군용지도에 표기된 녕월군지역을 유심히 들여다보고있던 로성익은 련대참모장쪽으로 몸을 돌렸다.

《참모장동무 생각은 어떻소?》

참모장은 습관적으로 근시안경테를 매만지였다.

《전 다른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흠, 하긴 잔등에 진 배낭은 보이지 않는 법이지.

붉은군대시절 이런 전투를 한두번만 지휘하지 않은 로성익은 첫눈에 벌써 전투계획의 결점을 알아차렸다. 하여 선배연한 표정을 지은채 표무강을 넌지시 건네다보았다.

《련대장동무, 그만하면 전투계획은 괜찮게 세워졌소. 그러나 적들의 력량이 얼마 안된다고 쉽게 타고앉을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요.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주변에 있는 적들이 기동이 좋은 도로를 타고 순식간에 달려들거란 말이요. 적들의 포위에 들지 않자면 불의에 기습하고 신속히 빠져야 하오. 그런데 동무들은 아주 중요한 문제를 놓쳤거던.》

《?》

《로획물자운반시간은 얼마로 잡았소?》

《한시간 반입니다.》

《한시간 반?… 흠, 여기서 군소재지까지 20리이니 물동량을 가지고 철수하자면 아마 그렇게 걸릴거요. 문제는 그 시간이면 적들이 아군을 포위하고도 남는다는거요.》

확실히 그것은 련대참모부가 놓친 구석이였다. 물론 로획물자운반에 한개 중대의 인원을 할당하였지만 그것으로 철수시간을 단축할수 없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럼 한개 중대를 더 붙이겠습니다.》

로성익은 그렇게 한다고 달라질것은 없다는듯 도리머리를 저었다.

《전선사령부 대표동지, 그렇지만…》

《동문 뭘 말하자는거요. 승산없는 전투에 전사들을 내몰자는거요?》

《…》

로성익은 이번에는 고개를 기웃하고있는 김흥선에게 말을 던졌다.

《문화부련대장동문 어떻게 생각하오?》

한결 가라앉은 그 어조에는 동무야 련대장처럼 분별없는 사람은 아니겠지 하는 은근한 기대가 배여있었다.

김흥선은 침착한 말투로 서두를 뗐다.

《아닌게 아니라 잘 타산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힐끔 그를 쳐다본 표무강은 마뜩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문화부련대장이라는 사람이 련대장을 도와줄 생각은 않고 오히려 붙는 불에 키질한다는 불만이였다.

《그렇지만 전 습격안을 지지합니다.》

표무강은 자기가 잘못 듣지 않았는가 하고 귀를 의심하였다.

이자 뭐라고 했는가? 습격안을 지지한다구?

표무강도 놀랐지만 더욱 놀란 사람은 로성익이였다.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김흥선을 찬찬히 바라보던 그는 심중한 표정을 지었다.

《좋소. 어디 들어보기요.》

김흥선의 고개가 바로섰다.

《사방 적들이 널려있는것만큼 로획물자운반이 늦어지면 포위될 가능성은 큽니다. 그래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겁니다. 그렇다고 전투를 포기해야 하는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적들은 인민들에게 우리 공화국이 망했다고 악선전을 하고있습니다. 이런 때 우리가 주동적으로 적들의 후방을 타고앉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적들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 맥을 놓고 주저앉았던 인민들에게 공화국은 망하지 않았다는 신심을 안겨주게 될것입니다. 더우기 우리가 의거장병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인민들에게 주는 영향은 더 클겁니다.》

평시에 조용하던 그였지만 일단 흥분하자 불을 지핀 난로처럼 화끈 달아올랐다.

《우리가 무엇때문에 북으로 가고있습니까? 우리 의거장병들을 믿어주고 내세워주신 장군님의 은덕을 잊을수 없기에 굶주리고 추위에 떨면서도 가고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전투승리의 담보입니다. 한가지 더 말한다면 난 습격전투의 목적을 단순히 식량과 피복해결이 아니라 살아도 죽어도 태양의 품에 안길 우리들의 신념을 세상에 알리는데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표무강의 가슴에 자책의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음, 난 이번 전투를 그런 각도에서 생각하지 못했구나!

그때 로성익의 메마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투의 승리는 정확한 전투계획수립과 전사들의 귀중한 생명으로 담보되는거요. 그래, 동무들한테 로획물자운반시간을 단축할 방도가 있소?》

정통을 찌르는 그의 말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하였다.

《전투를 벌렸다가 적들의 포위에 들고 전사들이 희생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겠소?》

납덩이같은 침묵이 흐르던 끝에 표무강이 발동이 걸린 땅크마냥앞으로 성큼 나섰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대답할 문제가 아니라는듯 로성익은 다시금 고개를 가로저었는데 그 모습에는 모든 문제를 랭철하게 대하지 못하는 부하에 대한 질책이 강하게 풍기고있었다.

예견치 못하였던 화살은 측면에서 날아왔다.

김흥선이 불쑥 나서며 《저도 련대장동무와 같이 책임지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던것이다.

로성익은 뒤통수를 얻어맞은것 같은 기분이였다.

김 안 나는 숭늉이 더 뜨겁다더니.

문득 씨름경기를 조직하였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에도 김흥선은 표무강의 편을 들었었다. 그때에도 찜찜한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확실히 그를 잘못 보았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어림없다.

《난 승낙할수 없소. 이만하기요.》

그가 나가버리자 천막안에 싸늘한 고요가 깃들었다.

아직도 흔들거리는 천막자락은 전선사령부 대표의 근엄한 존재를 강조하고있었다.

군관들은 추위를 타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는데 천막안에 드리운 찬 공기를 후덥게 덥혀주며 김흥선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련대장동무, 방도를 찾아봅시다!》

표무강은 가슴이 뜨거워났다.

얼마나 고마운 친구인가. 그가 아니였다면 난 주저앉을번 했다. 그런데도 문화부련대장복이 없다고 불평을 부렸으니.

가슴에 불이 달린 표무강은 미더운 전우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문화부련대장동무!》

무쇠난로처럼 뜨거운 김흥선의 두손도 그의 손을 마주잡았다.

《련대장동무!》

얼마후 전투계획토의에 구분대장들을 인입하자는 김흥선의 제기에 따라 군관들이 모여들었다.

이런저런 방안이 제출되였지만 신통하지 못하였다.

한시간이 지나자 표무강은 초조해났다.

오늘 밤 전투를 진행하자면 지금부터 습격조원들을 준비시켜야 하겠는데 아직도 전투계획을 수립하지 못했으니 야단이다. 정말 방도가 없단 말인가?

별안간 운수중대장이 무릎을 철썩 갈기며 소리질렀다.

《찾았다!》

골머리를 쥐여짜고있던 군관들이 여, 도대체 뭐야? 하고 그를 둘러쌌다.

《련대장동지, 적들한테 자동차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난 우리 중대에서 유능한 운전수를 열댓명정도 뽑아 습격조에 포함시키고 전투가 끝나면 차에 습격조원들까지 태우고 철수하자는겁니다. 그럼 시간을 훨씬 앞당길수 있지 않겠습니까.》

표무강은 눈앞이 확 트이였다.

이거야말로 꿩먹고 알먹고 둥지 털어 불때는 격이다.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을가? 자동차들을 파괴할 생각만 하였지 이곳까지 끌고 올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주먹으로 운수중대장의 가슴을 툭 친 표무강은 크게 소리쳤다.

《좋소!》

다들 가슴이 후련해하는데 련대참모장이 불안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저, 전선사령부 대표동지가 승낙하겠습니까?》

활기에 넘쳐있던 천막안의 공기가 다시금 얼어붙었다.

이번에도 그 공기는 김흥선의 침착한 목소리에 녹아버렸다.

《전선사령부 대표동진 내가 만나겠소.》

자정무렵, 습격조는 녕월군소재지앞을 흐르는 강뚝뒤에 전개하였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던 리경일은 옆에 엎드린 정찰병을 향해 독특한 손짓을 해보였다.

첫번째와 다섯번째손가락을 편 오른주먹을 옆구리에 붙이고 손가락들을 모아편 왼손을 오른쪽목옆에 대였다가 왼쪽으로 비껴내리는 그 동작은 적보초를 없애치우라는 신호다.

고개를 끄덕인 정찰병은 소리없이 강물속으로 스며들었다.

주위는 먹물을 뿌린것처럼 캄캄하였다.

뚜벅, 뚜벅…

다리우에서 비쳐오는 전지불빛이 언뜻언뜻 어둠의 자락을 들추었다.

적보초는 이상없다고 여겼는지 뒤로 돌아섰다.

찰나 부엉이마냥 날아든 정찰병이 보초를 제껴버렸다.

자리를 차고 일어난 습격조원들은 질풍같이 다리우를 뛰여넘었다.

얼마쯤 달리는데 앞에서 술취한 두 경찰이 비칠비칠 걸어왔다.

《이자 보니 특설부대는 저희들끼리 처먹고있더군.》

《흥, 그 자식들이 언제 우리 경찰을 사람취급한적 있나?》

가까운 곳에 엎드려있던 리경일이 번개처럼 뛰쳐일어나며 단번에 두놈을 제압하였다.

놈들을 심문한 결과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는데 몰래 은페되여있던 한개 중대력량의 적들이 증강된것이다.

새로운 정황과 맞다들자 리경일은 처음 계획을 변경시켜 습격조를 세개 조로 갈랐다.

첫번째 조는 특설부대병영, 두번째 조는 증강된 적중대병영, 세번째 조는 자동차집결소를 맡고 두개 조의 습격은 첫번째 조의 습격개시를 신호로 진행할것을 명령하였다.

끝으로 각 조장들에게 집결장소를 알려준 그는 첫번째 조를 이끌고 특설부대병영으로 향하였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잡은 특설부대병영은 불빛이 환하였다.

눈깜빡할 사이에 적보초를 해치운 습격조는 덩지큰 건물안으로 뛰여들었다.

《손들엇!》

진탕치듯 처먹고있던 적들은 불의에 나타난 인민군대를 멍하니 보기만 하였다. 전멸되였다고 여겼던 《공산군》이 자기들의 후방에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던 모양이다.

《모두 무기를 던졋!》

그러자 적들은 미친듯이 헤덤벼쳤다.

창문으로 뛰여내리는 놈, 식탁을 차던지는 놈, 무기고로 뛰여가는 놈…

손에 들고있던 반땅크수류탄을 내던진 리경일은 밖으로 몸을 던졌다.

꽝-

요란한 폭음과 함께 병영이 통채로 날아났다.

이어 기관단총들이 울부짖으며 요행 살아남은 적들을 쓸어눕혔다.

한편 두번째 습격조는 처음부터 완강한 저항에 부딪쳤다.

바리케드뒤에 은페한 적들이 기관총을 맹렬히 쏘아대며 발악하였던것이다.

특설부대를 소멸해버린 첫번째 습격조가 전투장에 도착하였을 때 아군은 적들의 사격때문에 전진을 못하고있었다.

뚜룩, 뚜루룩-

어찌나 악착스럽게 쏘아대는지 도무지 머리를 들수 없었다.

3분… 5분…

시간은 사정없이 흘러갔다.

여기서 지체하면 습격전투가 길어지고 증강해오는 적들한테 포위될수 있었다.

리경일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어둠을 빗질하던 탐조등빛이 그를 포착하자 적기관총은 사납게 울부짖었다.

리경일은 전우들의 엄호사격을 받으며 로련한 정찰병답게 좌우로 딩굴기도 하고 포복전진을 하며 접근하다가 공중으로 몸을 솟구치며 수류탄을 힘껏 던졌다.

불벼락을 들쓴 적기관총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앞으롯!》

습격조원들은 달아나는 적들을 좇아가며 무자비하게 쓸어눕혔다.

세번째 습격조는 자동차집결소를 기습하였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몸을 쪼이고있던 적보초들은 번개같은 타격에 엠완총을 벗길새도 없이 너부러졌다.

뒤미처 달려온 다른 습격조원들이 식량과 피복을 가득 실은 자동차들에 올라탔다.

《인민군대다!》

전투가 끝나자 집에 숨어있던 마을사람들이 사방에서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리경일은 로획물자를 가득 실은 자동차적재함우에 뛰여올랐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린 인민군대입니다!》

마을사람들은 기뻐서 환성을 올렸다.

《어이구, 인민군대가 옳긴 옳구만.》

《그런데두 놈들은 인민군대가 다 없어졌다고 하질 않았수.》

힘찬 목소리가 그들의 머리우를 날아지나갔다.

《놈들의 선전을 믿지 마십시오. 우린 이렇게 살아있으며 이르는 곳마다에서 놈들을 족치고있습니다. 여러분, 인민군대는 머지않아 돌아옵니다!》

마을사람들은 주먹을 불끈불끈 틀어쥐였다.

《이젠 그놈들이 뭐라고 해도 절대로 믿지 않겠수다.》

《암, 그래야지요.》

얼마후 십여대의 자동차들은 달리기 시작하였다.

동녘하늘이 훤히 밝아오는무렵, 표무강은 련대앞에서 전과를 통보하였다.

적병 200여명 살상, 자동차 30여대 파괴 및 소각, 다량의 식량과 피복, 약품 로획…

전사들은 와!- 하고 환성을 터쳤다.

그중에서 제일 기뻐한것은 씨름군 조금철이였다.

그는 훌쭉한 배를 슬슬 만지며 옆에 서있는 대대취사원을 들볶았다.

《헤쳤구령이 나면 제꺽 밥부터 지으라구.》

《그야 물론이지. 헌데 몇통 제낄수 있나?》

《여, 동문 날 식충이로 아는게 아니야?》

여기저기서 유쾌한 웃음소리가 터져올랐다.

련대가 남진할 때 있은 일이다.

하루는 대대취사원이 힘장사로 알려진 조금철에게 국수를 몇그릇 먹을수 있는가고 물었다.

조금철이 글쎄 먹어봐야지 하고 대답하자 취사원은 군용밥통 세개에 국수를 듬뿍 담아서 내주었다.

조금철은 순식간에 군용밥통들을 비워버렸다.

다음은 네개의 군용밥통이 또 나타났다.

힘들어하면서도 그는 군용밥통들을 다 요정냈다. 마감에는 진짜 국수군이라면 국수물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하며 국수물까지 마셔버렸다. …

그런 일화를 남긴 조금철이 공지에 그득하게 쌓인 쌀포대를 보며 군침을 꿀꺽꿀꺽 삼키고있는것이다.

《다음은…》

련대장의 말소리가 들려오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이번 전투에서 공로를 세운 군인들을 표창하겠습니다. 정찰소대장 리경일동무 나오시오!》

군복웃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는 번쩍거리는 군공메달을 꺼냈다.

《동무들, 이 군공메달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우리 의거장병들에게 수여해주신겁니다. 나는 전투공로에 대한 표창으로 리경일동무에게 군공메달을 삼일동안 달고있게 하려고 합니다.》

수천쌍의 눈길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경일은 련대장앞으로 다가섰다.

《조국을 위하여 복무함!》

앞가슴에 군공메달을 빛내이며 의젓하게 서있는 그를 바라보는 전사들의 두눈에 부러움이 가득 어려있었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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