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 회)

44

 

집무실의 영상화면에 검푸른 하늘을 향해 머리를 쳐든 인공지구위성을 탑재한 은백색의 로케트가 비껴있었다. 마침내 행성을 떠나 하늘로 날아오르게 된것이다.

긴장한 한초한초가 흘렀다. 동체가 흠칠하더니 대지를 통채로 뒤흔드는 거센 폭음이 울렸다. 로케트는 시뻘건 화염을 내뿜으며 맑게 개인 푸른 하늘을 향해 기세차게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위성이 분리되여 궤도에 진입했다는 보고가 전송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을 치는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시고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수령님, 우리의 위성이 하늘을 날고있습니다.》

《나도 보고있소. 장군, 정말 큰일을 했소.》

수령님께서 태양의 환한 미소를 존안에 떠올리시며 하늘을 바라보고계시였다. 서해갑문준공식을 하던 날에 평생의 소원이 풀렸다고 하시며 만시름 잊으시고 환히 웃으시던 태양의 모습이시였다.

《우리 인민의 존엄이 저 하늘에 닿고있소.》

우주에로! 그것은 다시는 노예의 사슬에 매이지 않기를 바라는 인민의 소원이였고 이 조선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강국으로 일어서기를 바라던 선렬들의 희망이였다.

장군님, 정말 우리의 위성이 옳습니까?》

문득 들려오는 오진우의 목소리였다. 어디서 달려왔는지 주름진 얼굴로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아니, 땀이 아니라 감격의 눈물이였다. 민족의 기개를 시위하는 이날을 잊지 않고 그가 달려온것이 반가우시여 김정일동지께서는 오진우의 손을 꼭 잡으시였다.

《아바이, 옳습니다. 우리의 힘과 기술로 만든 우리의 위성입니다. 우리 함께 저 우주에 올라 행성을 굽어봅시다.》

이번엔 인민군공훈합창단 성원들이 그이께서 계시는 곳으로 종주먹을 쥐고 달려오고있었다. 누구인지 대렬의 맨뒤에서 손을 헛되이 저으며 무엇이라 안타까이 부르짖었다. 진춘일이였다. 온 얼굴이 근심과 초조감에 싸여있었다.

《천천히 오라구. 내가 기다리고있소.》

그이께서는 뽀얗게 밀려드는 안개발을 휘저으시며 진춘일을 손저어 부르시였다. 마음이 놓이지 않으시여 안개발속으로 한걸음을 내짚으시였다.

춘일의 뒤로는 명절옷차림을 한 숱한 군중이 떼지어 구름처럼 몰려오고있었다. 손에손에 공화국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며 뛰여오고있었다. 언제인가 바다가에서 만나시였던 병사들이며 군인가족들의 모습도 안겨왔다. 그들모두를 다 데리고 우주에 올라야겠다고 생각하시는 순간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눈을 뜨시였다. 집무를 보시다가 쪽잠에 드시였는데 갈피없는 꿈을 꾸신것이다.

(가만, 여기가 어디더라.…)

창가림을 젖히시며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어둠이 드리운 차창밖으로 철도연선의 불그레한 등빛이 내다보였다. 화차를 단 기관차들이 소란스러운 동음을 울리며 차창곁을 스쳤다.

그이께서는 렬차집무실이라는것을 새삼스레 느끼시였다. 련속행군으로 함경북도일대의 인민군부대들과 공장, 기업소들을 돌아보시다가 이날 염분혁명사적지를 현지지도하시고 늦게야 렬차숙소에로 돌아오시였던것이다.

염분혁명사적지에 생각이 미치는 순간 그이께서는 가슴이 무거워지시였다.

염분혁명사적지는 그이께서 50년전인 1947년에 어버이수령님과 어머님을 모시고 찾아주시였던 북변 동해안의 자그마한 외진 포구였다.

그날 수령님께서는 령세어민들의 생활을 추켜세우자면 수산합작사를 조직하여 어촌경리를 협동화하여야 한다고 하시면서 그 방법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주시였다.

그 염분진이 몰라보게 변하였다. 일만경치 펼쳐진 장쾌한 바다도 좋았고 쉬임없이 설레이는 파도며 들쑹날쑹한 바위들과 아기자기한 도래굽이, 기암들사이로 무지개처럼 뻗어간 줄다리와 꽃대문같은 정각들도 자연풍치와 어울려 한껏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런데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니 사적지에서 해설강의를 받은 인민들이 사적지의 풍치에 손상을 줄가봐 멀리 떨어진 솔밭에 가서 휴식한다고 했다. 처녀강사는 자랑스레 설명해드렸으나 그이께서는 썩 마음에 들지 않으시였다.

물론 옳은 처사였다. 어버이수령님의 령도업적이 깃들어있는 사적비를 정중히 모시는것은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의 운명적인 문제였으며 생의 요구였다. 그러나 그토록 훌륭히 꾸려진 문화휴식터가 인민들의 문명한 생활에 광범히 리용되지 못하고있다는 사실에 자꾸 마음이 쓰이시며 심중을 무겁게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분을 호전시키실 생각으로 록음기의 스위치를 넣으시였다. 인민군공훈합창단에서 재형상한 《밀림이 설레인다》의 합창소리가 울렸다. 전에 들으실 때보다는 형상의 품위가 현저히 높아졌다. 흐르는 안개도 보이고 끝없이 파도치는 백두밀림의 설레임소리도 웅건하게 들려왔다.

편곡자는 조혁이였다. 안개비가 뽀얗게 서린 강복판에서 땅크탑에 올라 경례를 보내던 그의 모습이 생각나신다. 한때는 대작주의에 들떠있던 작곡가가 대작이란 어떤것인가를 깨닫고 당에서 바라는 작품들을 련이어 내놓고있는것이 반가우시였다.

꿈에서 보았던 공훈합창단지휘자인 진춘일에게 생각이 닿으시였다. 물론 일군들이 제대로 처리하겠지만 꿈에까지 나타나며 자신께로 달려오던 모습을 상기하시니 은근히 걱정되시였다.

송수화기를 들고 심진성부국장을 찾으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현지지도길에 계시는 최고사령관동지께 기쁜 소식을 보고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마 자신의 전화를 몹시 기다렸던지 심진성은 진춘일의 문제부터 보고했다. 진춘일이 진술한 내용과 법일군들이 확인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렸다.

《본인자신이 처남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법일군들도 몸시 안타까와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이 허전해지시였다. 지금쯤이면 진춘일이 가벼운 마음으로 합창지휘를 할줄 알았는데 의연 고민을 겪고있다는것이다. 그래서 꿈에 나타났는가?…

《본인이 인정했다? 한푼한푼의 자금이 귀중한 때에 그렇게 많은 돈을 썼으니 마음이 가볍지 않겠구만. 당의 신임을 두고 자기를 은페하고 용서받기를 바란다면 도리가 없는 행동이나 같지. 알겠소. 그만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번 현지지도길을 동행하고있는 당중앙위원회 문성태부부장을 찾으시였다. 문성태는 한창 록화기로 기록영화 《빛나는 삶의 품》 제8부를 시청하고있었다.

영화의 내용때문인지 목소리가 갈려있었다.

혁명적량심을 주제로 한 영화였는데 그이께서도 몇번 보시였다. 혁명적량심을 지켜 한목숨 서슴없이 바친 주인공들의 높은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그이께서는 문성태에게 영화가 끝나면 집무실에 오라고 이르시였다.

《알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부관이 들어와 문성태부부장이 왔다고 맡씀드렸다.

《영화가 벌써 끝났소?》

《아직… 급한 일때문에 찾으시는것 같아서 왔습니다.》

《허, 내가 부부장동무의 시청을 방해했구만. 앉소. 다름이 아니라 이야기나 좀 나누자는거요.》

그이께서는 건너편의 의자를 가리키며 자리를 권하시였다. 또다시 곁을 지나는 화차의 요란한 동음에 객차가 흔들거렸다.

《오늘 염분진을 돌아본 감상이 어떻소?》

그이께서는 해풍을 타고 설레이던 검푸른 파도며 기암괴석들을 눈앞에 그려보시며 나직이 물으시였다.

어버이수령님과 김정숙어머님을 뵈옵는것 같았습니다. 인민들의 생활이 걱정되시여 북변땅의 자그마한 어촌까지 찾으시며 온갖 로고를 다 바치신 어버이수령님을 생각하니 고개가 숙어졌습니다.》

《우리 수령님께서 인민을 위해 바치신 로고를 쌓으면 아마 저 하늘에 닿을거요. 그런데 그렇게 훌륭히 꾸려진 문화휴식터에서 인민들이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있소.》

문성태가 놀란듯 한 눈빛으로 그이를 우러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시며 의자등받이에 상반신을 기대시였다.

《동무도 오늘 들었겠지만 인민들이 그가운데 세워진 사적비앞에서 해설강의를 받고는 먼곳에 있는 솔밭에 가서 휴식한다고 하오.

염분진의 자연경치가 얼마나 멋있소. 그래서 당에서는 사적지를 찾는 인민들이 마음껏 즐기라고 그 일대를 훌륭히 꾸려주었소.

그런데 그 한복판에 사적비가 있으니 인민들이 마음대로 즐길수 있겠소?》

문성태는 너무도 당연한것이 아닌가 하는 기색으로 그이를 우러렀다.

《내 생각엔 사적비를 사적지로 들어오는 입구에 통채로 옮기고 거기에 교양마당을 꾸려주는게 어떻겠는가 하는거요. 사적이 깃들어있는 개소들에는 표식비나 표식주 같은것을 세워놓으면 될게고 그래야 인민들이 염분진의 절경을 마음껏 즐기면서 수령님의 은덕을 심장으로 느낄수 있지 않겠소.》

문성태는 인민들을 위해 사적비를 통채로 옮기자는 그이의 말씀에 선뜻 대답을 드리지 못했다. 너무도 상상밖의 일이였던것이다. 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요구하고계시였다.

장군님, 백두산절세위인들의 혁명사적을 심장에 안고사는 인민들인데 쉬이 허락하겠는지 걱정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움쭉 일어서시며 가볍게 웃으시였다. 문성태도 옷섶에 두손을 모아잡고 그이를 따라 일어섰다.

《동무의 생각이 그럴진대 인민들이야 더 말해서 뭣하겠는가 하는건데… 아니, 나는 우리 수령님께서도 그걸 바라시였다고 보오.

수령님께서 이렇게 조국의 먼 북변땅에까지 찾아오신것이 무엇때문이였겠소? 인민들에게 행복한 생활을 마련해주고 남부럽지 않은 문명을 안겨주시기 위해서였소. 수령님의 념원대로 인민들은 응당 그런 문명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려야 하오. 인민들을 리해시킵시다. 그건 그만하고…》

그이께서는 더 다른 문제도 있다는것을 암시하시며 한동안 침묵하시였다. 정겨운 미소가 어린 시선으로 문성태를 여겨보시였다.

《부부장동문 함북도에서 당사업을 했으니 감회가 새롭겠구만. 난 지금도 젊은 시절을 가끔 회억하는데 그때가 그립소.》

문성태의 눈에 감격의 빛이 어렸다.

장군님, 장군님을 모시고 함북일대를 돌아보게 되니 추억이 새로왔습니다.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받으면서 일을 배우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한번은 어느 공장의 기술자가 일을 잘해서 표창해야겠는데 경력이 어지럽고 가정주위환경이 복잡해서 결심을 못 내리고있다가 현지지도의 길에 오르신 장군님께 무엄하게도 이런 때엔 어떻게 해야 하는가고 말씀을 드린적도 있었습니다.》

《허, 그런 일이 있었지.》

《그때 장군님께서는 진심으로 당을 따르는 동무들이면 목숨을 걸고 담보해야지 왜 주저하는가고 절 추궁하시였습니다. 그러시면서 자신께서 보증하시겠다고…》

문성태의 실주름진 눈언저리에 흘러간 세월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늠실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난다고 외우시며 일군들은 자기를 바칠줄 알아야 군중과 호흡할수 있다고 말씀하시였다.

《부부장동무, 오늘처럼 어려운 때에 사람들이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관심을 높여야 하오. 한발자국 잘못 짚으면 헤여나오기 힘든 구렁텅이에 빠질수 있소. 제때에 반성하는 사람들일수록 마음이 상하지 않게 따뜻이 품어주고 바른 길로 이끌어줘야 하오.

특히 예술인들이 오염되지 않게 품어주어야 하오. 지금 적들이 우리의 노래포성을 몹시 두려워하고있소. 일심단결의 위력이 노래를 통해 울려퍼지고있는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이요. 우리 예술인들이 부르는 노래는 적들의 한개 사단, 군단보다 더 위력하오. 때문에 제국주의반동들이 우리의 예술인들을 부르죠아사상문화로 오염시키려고 그토록 악랄하게 책동하고있는거요.》

《알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이번에 내가 아는 한 예술가가 과오를 범하여 집단에서 나가게 되였소. 처남이 쥐여주는 돈을 무턱대고 받아썼다는거요. 큰 범위에서 보면 혁명적량심이 투철하지 못한것이고 생활적으로 보면 주대가 없는 표현이요.》

문성태의 몸가짐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 동무는 자기의 량심을 어지럽힐수 없다면서 당조직앞에 누구도 몰랐던 사실까지 다 고백했소. 함께 처벌을 받겠다고 했소. 난 그 문제를 보고받으면서 우리 당을 믿고 자기를 터놓는 사람들의 깨끗한 량심을 다시한번 읽었소.》

긴장으로 굳어졌던 문성태의 얼굴에 화기가 돌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활달한 손세를 쓰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 동문 그런 오점을 가지고서는 당에서 아끼고 내세우는 군가집단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자기를 질책하고있소. 그 마음이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답소. 우리 당의 두리에는 그렇듯 정결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일심으로 뭉쳐있소. 우린 그 힘으로 전대미문의 난관을 헤쳐나가고있으며 그래서 적들과의 싸움에서 백전백승할수 있는것이요.》

그이께서는 한손으로 탁자를 지그시 누르시며 열정적인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그 동무의 량심은 내가 보증하겠소. 깨끗한 량심을 지닌 인간들의 운명을 책임지고 보살펴주는것이 바로 우리 당정책이요.》

장군님! 어쩌면 그리도…》

문성태의 목소리는 젖어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제는 마음이 놓이시는듯 즐겁게 웃으시며 인민군부대들을 현지시찰하시면서 보신 중대예술소조공연과 군단예술선전대공연에로 화제를 돌리시였다. 군대에서는 전문예술단체만이 아니라 기동예술선동대나 예술소조들도 공연을 잘한다고 하시면서 군인교양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문제들을 다양한 형식의 작품에 담아 내놓았는데 감명이 깊다고 말씀하시였다.

《예술선전대활동에서 기본은 정책적대를 바로세우는것이요. 사회예술단체들에서도 현시기 당에서 내세우는 정책적문제들을 여러가지 형식의 작품들에 반영해서 공연을 활발히 진행해야 하오.》

그이께서는 국립교향악단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보고받았다고 하시면서 고난이 겹쳐드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연주가들이 당에서 보내준 선물악기를 무기로 틀어쥐고 공연활동을 벌린다는데 자신께서도 감동되였다고 말씀하시였다.

《로동당시대에 창조된 우리의 명곡들을 더 많이, 더 훌륭히 연주해야 합니다. 내 꼭 시간을 내서 국립교향악단의 공연을 보아주겠소. 그들에게 내 인사를 전하오.》

밤은 깊어갔다.

야전렬차의 집무실차창에는 음산한 추위를 몰아오는 북방의 찬바람을 물리치며 밤도와 따스한 불빛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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