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 회)

제 6 장

5

 

표무강은 크레졸냄새가 배인 침대우에 엎드려있었다.

한주일전 강의를 받고있던 그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지금껏 가까스로 참아오던 병세가 극한점을 넘어선것이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처음 본것은 사방 하얀 벽체와 역시 회칠을 깨끗이 한 천정이였다.

내가 어떻게 입원실에 누워있을가?

기억을 더듬느라니 강의시간에 뼈를 쑤시는것 같은 동통을 애써 참던 일이며 어느 순간인가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던 생각이 났다.

그날부터 고달픈 생활 즉 한창나이의 사나이에게는 참기 어려운 병원생활이 시작되였다.

부상당한 허리때문에 바로누워있지 못하고 온종일 엎드려있자니 오금이 쑤셔나고 속에서 불이 이는것 같았다.

참다못해 담당군의한테 산보라도 하게 해달라고 제기했더니 안된다고 딱 잘랐다. 그럼 심심치 않게 소설책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하자 규정에 어긋난다고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규정과 안정이라는 울타리속에 갇힌 그는 담당간호원이 가져다주는 약들을 꼬박꼬박 받아먹으며 침대우에 엎드려있는 가련한 신세가 되고말았다.

이런 때 군공메달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것만 있으면 이렇게까지 괴롭지는 않겠는데.

《환자동지, 투약시간입니다.》

언제 들어왔는지 담당간호원처녀가 약봉투를 내주었다.

이제는 몇시간에 한번씩 반복되는 그 목소리도 짜증났다.

억지로 약을 받아삼킨 표무강은 은근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간호원동무,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겠소?》

하루종일 베개속에 머리를 틀어박고있던 무뚝뚝한 환자가 친절하게 나오자 간호원처녀는 희한해하였다.

《말씀하십시오.》

《내 군복을 가져다줄수 없겠소?》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부탁이라니 궁금해하던 처녀는 대번에 도리머리를 저었다.

《안됩니다.》

《왜 안된다는거요?》

《병원규정입니다.》

부아가 치밀어오른 표무강은 벌떡 상반신을 일으키다가 윽!- 하고 신음소리를 내질렀다.

《그것 보세요.》

간호원의 안타까운 말소리가 머리우에서 맴돌았으나 표무강은 두눈을 맥없이 감아버렸다.

환자가 조용해지자 간호원처녀는 입원실을 나섰다.

도로 눈을 뜬 표무강은 제라니움화분이 놓여있는 창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러다가 정말 군복을 벗는게 아닐가. 나한테서 군복을 떼여놓으면 무엇이 남는단 말인가.

고래고래 소리치고싶었으나 그렇게 한다고 달라질것은 아무것도 없다.

《환자동지!》

출입문쪽에서 귀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혹시 군복웃주머니에 들어있는 귀중품때문에 그러지 않습니까?》

《귀중품》이라는 소리에 표무강은 제꺽 머리를 돌렸다.

침대곁으로 다가온 담당간호원은 출입문쪽을 할끔 돌아보고는 뭔가 재빨리 넘겨주면서 속살거렸다.

《군의동지한테 들키면 큰일납니다.》

그가 가버리자 손에 쥐여진것을 내려다본 표무강은 하마트면 환성을 터뜨릴번 하였다.

약봉투속에 들어있는것은 꿈결에도 그려보던 군공메달이였다!

그것을 쓸어보느라니 방금전까지만 해도 끝장난것으로 생각되던 생이 새롭게 시작되는것 같았다.

간호원처녀가 신통히 표현했거던. 아무렴, 이거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값진 귀중품이구말구.

방금전까지 쑤셔대던 부상처의 아픔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마음은 어린애처럼 즐거워났다.

한편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입만 떨어지면 앵무새처럼 병원규정만 외우던 간호원처녀가 어떻게 군공메달을 가져다줄 생각을 하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였다. 그까짓 일이야 어떻게 되였든지 그 처녀가 고마왔다. 간호원처녀가 옆에 있다면 꾸벅 절을 하고싶었다.

이런 땐 무슨 노래를 불러야 제격인데… 그렇지, 그 노래를 불러야지.

 

    가슴에 끓는 피를 조국에 바치니

    영예로운 별빛이 머리우에 빛난다

    …

 

머리우에서 엄한 말소리가 터졌다.

《이건 뭡니까?》

침대옆에 두눈을 부릅뜨고 서있는 사람은 담당군의였다. 메스처럼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군공메달을 베개밑에 밀어넣은 표무강은 퉁명스럽게 응답하였다.

《심심해서 노랠 부르댔습니다.》

《흠, 군공메달을 닦으면서 말입니까?》

더 답변할 말이 없는 표무강은 함구무언할수밖에 없었다.

《간호원동무!》

담당군의가 찾자 출입문옆에 가슴을 조이며 서있던 간호원처녀가 소심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된거요?》

《…》

《좋소. 동무문젠 따로 보겠소.》

그통에 난처해진것은 표무강이였다.

《군의동지, 간호원동문 잘못이 없습니다. 내가 가져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융통성이란 조금도 없는 담당군의는 그의 말은 애당초 듣지 않았다.

《환자동진 최대로 안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생 병원신세를 질수 있습니다.》

얼마동안 치료를 받으면 군사학교로 돌아갈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있던 표무강은 가슴이 철렁하였다.

《내 상태가 어떻다는겁니까?》

담당군의는 병원규률을 잘 지키지 않는 환자에게 말해줄 필요가 있다고 여긴듯 자칫하면 불구가 될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예, 불구말입니까?》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사실에 표무강은 몸을 떨었다.

《자, 군공메달을 내놓으십시오.》

베개밑에 슬며시 손을 밀어넣었던 표무강은 군공메달이 만져지자 정신이 버쩍 들었다.

이건 안돼!

전쟁시기 야전병원군의로 있었다는 담당군의도 만만치 않았다.

《여긴 병원입니다. 설사 동지가 장령이라고 해도 병원에 입원한 이상 신입병사와 같습니다. 어서 내놓으십시오.》

군공메달을 줌안에 꽉 쥐고있던 표무강은 격해서 부르짖었다.

《군공메달이 없으면 난 죽은 목숨이나 같습니다!》

《?》

군공메달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것 같은 환자의 기상에 억이 막혀버린 담당군의는 흥분한 환자를 달래자면 자리를 피하는것이 좋겠다고 단정한 모양 입원실에서 나가버렸다.

주먹을 펴고 군공메달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던 표무강은 숨을 크게 내쉬였다.

《그래, 이것만 있으면 두려운게 없어. 없구말구.》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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