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회)

제 2 장

메아리

11

 

룡암천기슭을 따라 달리던 승용차는 소막포전으로 갈라지는 다리목에서 멈추어섰다.

룡암덕소방목지로 가는 길은 곧추 뻗어있었다.

《리당비서동무, 김정남분조장을 태우고 갑시다.》

군당책임비서 최경훈이 차에서 내리며 하는 말이다.

리당비서 박영준이와 기사장 강진국이도 군당책임비서를 따라 차에서 내리였다.

진국은 소막포전 다리목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박영준에게 말하였다.

《제 갔다오겠습니다. 정남동문 새 품종 감자종자 랭상처릴 하고있을겁니다.》

최경훈은 분조장 김정남을 기다리는 사이 담배를 붙여물며 박영준에게 말을 건늬였다.

《리당비서동무가 결심을 잘했소. 감자밭적지를 찾아내는 문제는 군적인 관심사요. 난 룡암덕에 와서 초급일군들을 만나보면서도 방목지생각을 못했었단 말이요. 등잔밑이 어두운 격이지.》

진국의 말을 듣고서야 룡암덕소방목지가 협동조합 첫 시기의 부침땅이였다는것을 알게 되고 룡암덕개간을 군적인 사업으로 내밀어야겠다는 결심을 품게 된 최경훈이였다.

박영준이 최경훈의 말을 활기있게 받았다.

《이번에 강진국동무가 방목지개간문제를 대담하게 들고나왔으니 말이지 저 역시 꿈도 꾸지 못하고있었습니다. 워낙 협동조합초시기에 세개 조합이 농장으로 통합되면서 페간된 땅이 아닙니까. 이젠 몇십년이 지나갔으니 사람들은 누구나 그 땅을 의례히 소방목지로 써야 하거니 했습니다. 알고보니 강진국동무 부친이 아들한테 유언으로 당부했다고 합니다. 농장을 통합할 때 페간시켰던 땅을 꼭 감자밭으로 되살려야 한다고 네가 아버지대신 그 땅을 개간하여 감자를 심으라고 말입니다.》

최경훈은 이미 강진국을 통하여 알고있는 사실이였지만 내색치 않고 생각깊은 어조로 말하였다.

《쉽지 않은 젊은이요. 리당비서동무가 잘 도와줘야겠소. 우리도 힘껏 돕자고 하오. 군경영위원장동무와 군인민위원장동무와도 합의를 보았소. 오늘 현지를 밟아보고 인차 군당집행위원회에서 토론하도록 합시다.》 군당책임비서 최경훈은 생각이 깊어졌다.

위대한 장군님 교시가 뇌리를 친다.

…1950년대에는 백두고원의 원시림을 개간하여 밀보리 설레이는 대규모농장을 펼쳐놓은 개척자들이 나왔다면 2000년대에는 우리 당의 원대한 구상을 받들고 감자농사에서 혁명을 일으켜 식량문제해결에서 전환의 돌파구를 열어나가는 개척자들이 나와야 한다.…

장군님께서 대홍단군을 감자농사혁명의 본보기로, 살기 좋은 락원으로 꾸릴데 대하여 간곡한 가르치심을 주신 때로부터 얼마나 시일이 지났는가.

강진국, 김정남, 박영준… 이들이야말로 어버이장군님의 원대한 뜻을 심장으로 받들어나가는 개척자들이다. 룡암덕개척자들이 감자농사를 잘해서 온군이 감자농사에서 혁명을 일으키는데 본보기가 되도록 적극 뒤받침해주지 못한다면 이 최경훈을 어찌 군의 책임일군이라고 말할수 있겠는가.

최경훈은 뒤늦게 룡암덕개척자들을 알게 되고 오늘에야 현지를 밟아보게 된것을 뉘우치며 그들을 잘 도와주어 감자농사에서 군의 본보기로 꾸려야겠다고 속다짐하였다.

한편 《ㄱ》호감자종자 랭상처리를 하고있는 정남에게로 다가간 진국은 군당책임비서가 리당비서와 함께 룡암덕방목지를 돌아보러 왔다는것을 알리고나서 그에게 말하였다.

《정남이, 책임비서동지가 자넬 찾네. 룡암덕분조장이 같이 가야 한다면서… 빨리 가자구.》

진국은 정남의 얼굴이 남다른 긍지로 하여 환히 빛나고있음을 보았다. 룡암덕방목지개간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면 군당책임비서까지 그처럼 관심하겠는가! 진국의 가슴에도 커다란 자부심이 넘치였다. 이제 책임비서가 방목지를 돌아보고 어떤 평가를 내릴것인가 생각하니 마음이 조여지기도 하였다.

진국이네가 도착하자 최경훈은 정남의 손을 잡아주며 재촉하듯 말했다.

《자, 어서 타오, 왕감자분조장!》

김정남은 책임비서가 자기를 별명으로 불러주는것이 놀라운듯 진국에게 눈을 끔쩍여보이며 차에 올랐다.

승용차는 숲속으로 뻗은 올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길은 좁고 울퉁불퉁했다. 차가 몹시 들추어 속도를 내지 못했다.

움트는 나무가지들이 차창에 닿을듯 스쳐지났다. 승용차가 20여리 달려올라왔을 때 앞이 확 트인 덕이 나타났다. 룡암덕소방목지에 다달은것이다.

최경훈은 귀틀집으로 지은 소방목공의 집앞에 이르러 차를 세우게 하고 일행과 함께 주변경치를 부감하였다.

백여정보나 되는 방목지가 그의 시야에 안겨왔다. 평평하고 넓다란 풀판이 남향받이에 자리잡고있었다. 눈은 이미 녹고 따사로운 해빛이 풀판을 비쳐주고있어 금시 새 풀싹들이 파름파름 돋아날듯싶었다.

풀판의 량옆으로 무성한 잣나무림이 펼쳐져 솨― 솨― 설레이고있었다. 이름모를 산새들이 즐겁게 우짖고있는 그 잣나무수림속에서 풍겨나오는 서늘하면서도 생신한 기운은 마음을 무척 상쾌하게 해주었다. 잣나무우듬지들에 매달린 쌍을 이룬 조그마한 잣송이들이 산들바람에 가볍게 흔들린다. 이 잣나무림이 룡암덕의 이채로운 풍치를 돋구어주고있었다.

최경훈은 어제날 룡암협동조합의 초시기 일군들인 강민철, 주성칠, 김응필이들이 심어가꾼 잣나무수림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수 있었다. 이제는 수십년세월이 흘러 거목으로 자란것이다.

최경훈은 한동안 풀판을 거닐며 생각에 잠겼다.

룡암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주성칠이 부림소들을 넉넉히 확보하고 살찌우기 위하여 방목지를 꾸리고 풀판을 조성하느라 많은 품을 들였음을 알수 있었다. 이 방목지에 그가 많은 땀과 노력을 들였겠으니 어찌 수월하게 감자밭으로 개간하자고 결심할수 있었으랴.

최경훈은 운전사에게 눈짓으로 일러 삽과 괭이를 가져오도록 하였다.

책임비서의 의도를 간파한 강진국이 운전사가 가져온 공구를 받아들었다. 진국은 풀판에 절단면이 직각으로 되게 직경 40센치가량의 둥그런 구뎅이를 팠다.

최경훈은 진국이 파낸 흙을 손에 쥐고 비벼도 보고 절단면을 유심히 관찰도 하면서 토양의 질적상태를 가늠하였다.

진흙과 모래가 섞인 메흙땅이다. 절단면의 색갈이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표층은 거의 검은색이고 그 다음은 암갈색, 갈색, 연갈색으로 구분되여있었다.

진국이 40센치가량의 깊이로 팠는데 암갈색층과 갈색층이 25센치가량 되였다.

《땅이 그닥 좋지 않구만.》 최경훈은 룡암덕방목지개간을 반대해나섰던 주성칠관리위원장을 십분 그럴수 있겠다고 리해하였다.

최경훈은 일행을 둘러보며 심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기에 감자를 심자면 땅을 걸구어야 하겠소. 거름을 많이 내구… 몇군데 더 파볼가?》 하고 최경훈이 진국에게 묻자 정남이가 말했다.

《책임비서동지, 여기 방목지풀판의 땅은 어디나 거의 같습니다.》

《그럼 됐소. 더 파볼 필요 없지. 그런데 기사장동무, 이 방목지를 감자밭으로 일구면 여름철 소방목은 어디에서 할 계획이요? 방목지가 걸리지 않소?!》

책임비서의 질문을 예견하고있었다는듯 진국이가 제꺽 대답했다.

《작업반별로 소이동우리에서 돌림방목을 하려고 합니다.》

《소이동우리에서 돌림방목이라니? 구체적으로 말해야 알지.》 최경훈이 진국에게 부드러운 눈길을 보냈다.

진국이가 설명했다.

《쌍룡작업반이 좋은 경험을 가지고있습니다. 포전가까이에 소이동우리들을 지어놓고 산골짜기별로 풀판을 찾아 돌림식방목을 하면 소도 살찌우고 거름도 많이 받고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쌍룡작업반은 매해 룡암덕방목지에 소들을 보내지 않고 자체로 이동방목을 조직하여 많은 거름을 받군 하였습니다.》

《소이동우리에서 돌림방목은 쌍룡작업반장 석창호동무가 창안해서 도입한거요?》

《아닙니다. 60년대에 창성에서 창조된 경험입니다.

다른 작업반들에서는 그만둔것을 석창호반장만이 지금까지 끌고나가고있습니다.》

강진국의 진지한 목소리가 최경훈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최경훈은 자책에 잠기며 생각이 깊어지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 좋은 일을 모르고있었다니 될말인가. 온군에 일반화할 좋은 일을!

책임비서의 심중한 낯색을 띄여본 박영준이 반성감이 어린 음성으로 나직이 말하였다.

《저도 미처 생각 못했던것을 기사장동무가 와서 제기해서 결심하게 됐습니다. 석창호반장의 모범을 온 농장에 일반화하자고 말입니다. 돌림방목을 모든 작업반들에 도입하자고…》

최경훈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잘 생각했소. 리당비서동무, 모든 작업반장들이 석창호반장의 경험을 본받도록 일을 내미시오. 거름생산이자 알곡생산이요. 룡암리가 이 일을 잘하면 군적인 본보기가 되는거요.》

돌아갈 시간이 되여오자 최경훈은 승용차가 서있는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박영준에게 말하였다.

《부락건설문제는 리당비서동무와 따로 토론합시다. 명백한것은 룡암덕에 현대적인 문화주택들을 지어야 하고 축산기지도 꾸리고 학교, 병원, 상점 등도 일떠세워야 한다는거요. 누구나 룡암덕에 와서 살고싶어하도록 전망성있는 현대적인 부락을 건설합시다. 룡암덕과 같은 좋은 땅을 묵인다는것은 당적량심이 허락치 않습니다.

건설은 모든 준비를 착실히 해두었다가 장마철이 끝나는차로 와닥닥 해제낍시다. 군이 돕겠소.

리당비서동문 그전에 풀판을 일구어서 시험적으로 몇정보 심어봐야 하겠소.》

《알겠습니다. 책임비서동지, 청년분조를 조직해서 감자를 심겠습니다.》

최경훈은 정남이를 가까이 불러 어깨에 다정히 손을 얹으며 말하였다.

《감자농사에선 분조장동무가 경험이 있으니 기사장동무랑 합심해서 분조농살 잘 지어야겠소. 새 품종 열톤이면 다섯정보는 심을거요. 정보당 30톤씩은 캐야겠소. 그러면 종자 150톤이 나오는데 약 70정보에 새 품종을 심을수 있지 않소. 분조장동무와 기사장동무가 한몫 맡아야겠소.》

《알았습니다, 책임비서동지.》

김정남이 신심있게 대답하자 최경훈은 다짐을 받는듯 한 눈빛으로 강진국을 돌아보았다.

진국은 책임비서의 눈빛에서 말없는 기대와 믿음을 받아안으며 속다짐하였다.

《꼭 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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