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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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일전투가 한창이던 1974년 11월 3일 벌바람 세찬 광산에 찾아오신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물기가 질퍽한 광구에까지 들어가시여 박토처리문제를 하나하나 가르쳐주시였다. 그 일때문에 우정 바쁘신 시간을 내여 찾아오신 장군님이시였다. 석수 흘러내리고 발파맞은 잔석들이 때없이 굴러내리는 광구에 그분을 모신것만도 죄스러운데 광산의 일군들이 또다시 그이께 심려를 드린것이다. 당면한 생산계획에 목이 멘 일군들은 채굴계단 둬개를 채굴하면 생산계획을 넘쳐 수행할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일을 그렇게 하면 안된다, 우에서 처리할수 있는 박토까지 아래로 떨구면 박토처리가 걸린다, 이것은 오늘만 보고 래일은 생각하지 않는 하루살이식일본새다, 래일에 살 우리 후대들을 생각 해봤는가? 쇠돌은 오늘만 필요한것이 아니다 라고 하시였다.

그분의 말씀을 전해들으면서 우리 광부들은 울었다.

대대로 이 땅에서 쇠돌을 캘 우리 후대들에게 벌둥지처럼 뚜져먹은 쇠돌밭이 아니라 번듯한 쇠돌밭을 물려주자고 급한 정사를 다 미루시고 돌부리 험한 광구에까지 오시여 마음쓰시게 하였으니 광부된 체면이 뭐가 되겠는가.

《하지만》 로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격해졌다. 《그후에도 일부 일군들은 그이의 높은 뜻을 새겨안지 못했지요. 현행생산이 급하다고 하면서 모이쫓는 닭무리처럼 사방 뚱기치며 쇠돌만 골라먹었지요. 나라를 찾고지키는 일에는 손톱눈 하나 적셔보지 못한 사람들이 그 땅을 주무르는데는 능수였수다.

어떻소, 나라 파는건 매국노이고 나라 배반하는건 역적이라면 나라땅을 못쓰게 만드는건 뭐라고 불러야 하오?》

《력사가 그 물음에 대답을 줄겁니다.》

림태섭은 마음이 격해졌다.

《사람들은 말하우다. 장군님의 뜻을 따라 박토를 선행하자구 아글타글한 아무개 일군은 어찌어찌 되고 제 몫채기나 하자구 들쑤셔 먹은 일군은 어찌어찌 되였다고 말이우다. 아무개가 지배인을 할 때에는 이렇게 했고 아무개가 지배인을 할 때에는 저렇게 했다 하구 입가진 사람들은 다 말하지요.》

격해난 로인은 숨소리조차 거칠어졌다.

《그게 바로 세월의 대답이 아닐가요.》

《모르겠수다. 결국 온전하게 제자리지킴을 한건 눈치보기 잘한 사람들뿐이니.》

《쇠돌생산계획을 했으니까요.》

《흥.》

로인은 코방귀를 불며 쓰겁게 내뱉았다.

《제 낯내기를 했겠지요. 글러먹었수다. 문제는 이런 일군들 하나 똑바로 식별 못하는 우의 일군들에게도 있지요.》

오랜 광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침이 없었다.

《옳은 말입니다. 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림태섭은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내각사업에서 생산위주의 총화가 진행된것은 사실이였다. 현실은 모든 사업을 장군님의 사상과 의도를 기준으로 분석총화되고 평가되여야 한다고 절박하게 호소하고있었다.

《어른의 그말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전 어른이 못됩니다.》

《원, 무슨 말을. 차를 타고오는걸 몇번 보았소. 참, 잊기 전에 한마디 충고하겠소. 광구로 내려갈 땐 꼭 차에서 내려 걸어가오. 한창 땀흘리는 광부들이 차를 타고오면 곱지 않게 보지요.》

《고맙습니다, 명심하지요.》

가식없는 로인의 그 말에 림태섭은 진심으로 자세를 낮추었다.

《어른들이 우에 잘 보이긴 쉬워도 밑에 잘 보이자면 조련치 않소. 어째야 하는가?》

《말씀하십시오, 로인장.》

《어험, 어험…》

로인은 곱슬곱슬한 백발을 몇번 쓸어올리고나서 주저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은 신문에 씌여있는것이든 지어내서 하는것이든 당의 목소리와 어긋나는것이 하나도 없었다.

일군들이 어떻게 되여야 하는가?

크고 뜨겁고 열정적이여야 한다. 무엇이 커야 하는가? 대세를 보는 눈이 크고 밝아야 한다. 한마디로 시야가 넓어야 한다. 대세란 곧 장군님의 뜻이다. 오늘만이 아니라 먼먼 래일까지 그려보시는 장군님의 구상에 보조를 따라세워야 한다.

뜨거운 정을 지녀야 한다. 계획과제를 붙안고 책상머리에 앉아 목청을 돋굴것이 아니라 로동자들의 해진 신발을 먼저 볼줄 알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수백리길을 드달리는 뜨거운 인간애를 지녀야 한다. 기술에서는 전문가이상으로 해박하고 걸린 문제를 능숙하게 풀어나가는 실력가형의 일군이 되기 위하여 배가의 열정을 기울여야 한다.

아는것이 곧 힘이다.…

이렇게 말하는 로인의 목에 굵은 피대가 살아났고 피아노의 최고음건반이 내는 소리처럼 그의 목소리가 더 오를데없이 높아졌다. 로인은 충고가 아니라 엄하게 요구하고있었다.

《어른, 내 말을 명심하시오. 자기의 걸음이 한발자욱 떠지면 한개 단위가 통채로 뒤걸음치고 자기가 한걸음 앞서면 자기 단위가 그만큼 앞서며 그 걸음들이 모여 조국이 큰 자욱을 뗀다는것을 명심하시오.》

《예.

림태섭은 진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에서나 당조직에서가 아니라 마디진 손가락과 말투로 봐서 오랜 광부가 분명한 이름없는 로인에게서 말을 듣고있다는 의미에서 충격이 비할바없이 컸던것이다.

《고맙습니다!》

그는 여위였으나 억센 로인의 손을 두손으로 감싸쥐고 인사하였다.

《고맙긴 나도 같소, 어른!》

이때 림태섭은 로인의 눈시울이 슴벅이는것을 보았고 그래서 뭔가 더 듣고싶었다.

《로인장, 젖은 장작개비이야기를…》

로인은 《아, 이 정신 봤나?》하고 머리를 쳤으나 이번엔 또 비닐버치를 앞으로 당겨다놓으며 그더러 그안에서 헤염치고있는 물고기를 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로인의 입에서는 물고기와 관련된 말들이 아니라 전혀 예상치 않았던 말이 튀여나왔다.

장군님께서 오시기 전에 한걸음 먼저 온 어른들이 있었지요. 그들이 기껏 결심했다는것이 석달이였소. 석달후에야 광석을 캘수 있다는걸 의미했소. 이건 황철이나 강선도 석달동안 서있으라는 죄되는 소리나 같은거였단 말이요! 조국더러 석달 멈춰서라는것이나…》

순간 림태섭은 머리에 된타격을 받은것 같았는데 그 석달이란 자기가 한껏 용단을 내려 내놓았던 안이였기때문이였다.

그가 정신차릴 사이가 없이 로인의 말이 울렸다. 그것은 림태섭에게 다시 가해진 타격이였다.

《광부들을 젖은 장작개비로 본거지요. 믿지 않았단 말이웨다! 쉽게 불이 달리지 않을거라구… 난사는 이게 큰 난사웨다!》

《…》

《그러나 우리 장군님께서는 믿으시였소. 광부들의 가슴에 불이 달리리라는것을! 무엇을 믿었는가! 우리 광부들의 진정을 믿으시였던거요.》

여기서 잠시 말을 끊은 로인은 버치에 담긴 물고기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어른, 이 버치를 들여다보시오. 수염이 한뽐이나 되는 이놈은 증조할아버지, 이놈은 할아버지 또 이 퍼들쩍거리는 놈은 아버지, 요놈 저놈은 아들, 손자… 몇대가 살아왔소. 침수된 광구에서… 이만큼 번식하자면 10년도 더 걸렸을거요. 그 10년어간에 물고기들은 대물림을 하며 자랐지만 광부들의 가슴엔 재가 찼소. 광부들에게도 소박한 꿈이 있소. 번듯한 대처에서 호강하며 살자는게 아니요.

쓸쓸한 버럭더미에서 돌가루먼지만 날려도 여긴 우리가 태를 묻고 자란 고장이요. 나서자란 제고장에서 쇠돌밭을 푼푼히 마련해놓고 대를 이어가며 당을 받들어 나가겠다는것이 우리 광부들의 소원이자 꿈이요. 그 꿈이 물에 잠겨 빛도 없이 스러질 때 우리 광부들의 가슴이 얼마나 아팠겠소. 하지만 어떤 일군도 그 아픈 마음을 알려고 안했지요. 알고도 모르는체 했는지… 장군님께서 오셔서야 정신을 차렸지요. 그것도 큰 재구를 저지른 다음에야 말이우다. 장군님께서 침수된 광구를 돌아보시며 물고기들이 있는가고 물으시자 여기 일군들이 오새없이 큰 물고기자랑을 했다질 않소. 그것이 장군님께 얼마나 큰 심려를 드리는가를 알지도 못하고 말이요. 그러자 장군님께서는 안색을 흐리시며 그러면 여기에 양어장을 꾸리는것이 어떻겠는가고 재차 물으셔서야 정신을 차렸다니 이런 망녕된 일이 어데 있겠소. 10년세월 침수된 광구만 보다나니 광부의 넋이 싹 씻겨져버렸던가 보우다. 그런데 숱한 사람들이 10년을 두고 어쩌지 못한 일이 며칠동안에 이루어졌소.

물고기세상을 뒤집어놓은건 안된 일이지만 광부들의 꿈이 살아났단 말이요. 그 꿈을 이어주자고 우리 장군님께서 찾아오시였던거요. 광부들의 타는 가슴에 새 희망의 생명수를 부어주자고 찾아오셨단 말이요. 그러니 어찌 불이 붙지 않겠소.》

무슨 말로 응답한단 말인가. 림태섭은 스승앞에 선 학생의 심정으로 말없이 머리를 숙였다.

《어험, 이만하기요.》

로인은 오금이 저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예.그런데 로인장, 저 기발은?》

림태섭은 장대에서 펄럭이고있는 퇴색한 자그마한 기발에도 사연이 있는것 같아 물었다.

《아, 그것 말인가?》

말을 끝내려던 로인은 기뻐하며 또 이야기판을 펼치였다.

그 기발은 로인이 의용군으로 입대할 때 남해기슭에 꽂아놓고 얼른 돌아오라고 하면서 아버지가 준것이였다. 그 기발은 3년간 로인의 포차에서 포연에 그슬렸다. 그러나 기발은 반세기를 넘어 10년가까이 더 흘러간 지금까지 남해기슭에 가닿지 못했으며 오매에도 잊지 못할 로인의 통일념원은 실현되지 못하였다.

그러니 기발에는 죽어도 잠들수 없는 로인의 령혼과 불타는 또 하나의 넋이 깃들어있는셈이다.

로인이 물푸기로 벅적거리는 광구의 바닥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여기에 기발을 꽂아놓은것은 저 바닥에서 일하는 내 아들녀석이 보라는거요.》

그 말에 림태섭은 아까부터 묻고싶었던것을 물었다.

《아들이 누굽니까?》

로인의 모색이며 말투, 곱슬머리가 광산지배인과 같아보였던것이다.

아니나다를가 로인의 입에서 아들이 광산지배인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이곳에서는 어른인셈이지요.》하고 로인이 말을 잇는데 표정에 어딘가 못마땅해하는 빛이 어렸다.

《아들녀석더러 물을 다 푼 다음 이 기발을 흔들면서 정일장군 만세를 부르라고 했더니 참, 답답하기란…》

《아들이 뭐랍니까?》

《그런 만세는 함부로 부르는게 아니라나요. 그래서 냅다 소리쳤지요. 전쟁때 누구 승인받고 일성장군 만세를 불렀다더냐? 언쟁한건 그뿐이 아니지요.》

《뭐가 또 있습니까?》

림태섭의 물음에 로인은 갑자기 그 어떤 자기 설음에 겨워 한참 눈을 슴벅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에게 몇살 아래인 동생 하나가 있었소. 이게 응석받이여서 어릴 때 노상 업어달라구 칭얼거리였소. 그럴 때마다 나는 줴박아주군 했소. 그후 한날한시에 의용군에 입대해서 싸우다가 광산에 배치받아 한집에서 살댔는데 그만 먼저 저세상사람이 되였소. 지금 지배인을 하는 그애가 태여났을 때 <고수>라고 이름을 붙인건 그 삼촌이였소.

이번에 장군님께서 아들녀석에게 <고수>라는 별칭을 달아주시였을 때 그 동생 생각이 나면서 장군님께 큰절을 드리고싶었소.…》

로인의 슴벅거리던 두눈에 끝내 뜨거운것이 흘러내리였다.

말을 끊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나서 로인이 계속했다.

《그래서 아들녀석에게 그 생각을 말했더니 또 펄쩍 뛰는게 아니겠소? 장군님앞에 아무나 막 나서는게 아니라나요. 내 원, 기가 막혀서어른이 되면 속에 뭐가 걸리는게 그리도 많은지?》

《…》

로인이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들은 림태섭이로서도 생각되는것이 많았지만 한마디 간단히 그러나 명백하게 말해주었다.

《그건 장군님의 뜻이 아닙니다!》

 

4월 23일 새벽 재령광산의 전체 종업원들과 가족들은 물론 가두의 녀성들까지 총동원되여 승리광구바닥에 남은 마지막감탕을 퍼내는것으로써 김정일동지의 명령은 드디여 수행되였다. 이 감격적인 순간에 고수지배인은 아버지에게서 넘겨받은 포연에 그슬리고 사연이 많은 그 공화국기발을 창공높이 휘두르며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 만세!》라는 구호를 목청껏 웨치였다.

수천수만군중이 이에 화답하였다. 그 만세의 웨침은 광구에서 터져나와 드넓은 나무리벌 멀리까지 울려갔다.

그후 현지에 나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고수, 내 다 보고를 받았소. 참 잘했소!》라고 지배인의 손을 꽉 잡아쥐고 계속하시였다.

《동무의 아버지가 절을 하고싶다고 했다는데 오히려 반대요. 내가 로인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싶소!》

그러시고는 수행한 일군들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그이의 존안에 지배인을 대할 때 넘치던 환한 웃음은 사라지고 엄숙한 빛이 어리시였다.

《오늘의 대고조는 모든 일군들에게 혁신적안목을 요구하고있습니다.》

그에 대해 뭔가 더 설명하려는듯 하시던 그이께서는 《그것은 새로운 인민관입니다. 돈이나 원자탄보다 강한 무기인 정신력은 위대한 인민, 위대한 민족의것입니다!》하고 짧게 말씀하시였다.

허나 길지 않은 그 말씀은 긴 메아리로 되여 무한한 우주공간으로 끝없이 울려가는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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